서적소개
레비스트로스의 말 :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레비스트로스, 조르주 샤르보니에 / 마음산책 / 2016.4.30
- ‘말’로 풀어낸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레비스트로스의 말』은 1959년 10월부터 12월까지 프랑스 RTF 채널에서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조르주 샤르보니에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나눈 대담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초기작 《슬픈 열대》만을 발표했던 시기로, 그가 이후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준비하며 지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사회를 기계장치에 비유하며, 인류학자가 연구하는 사회는 시계처럼 정밀한 구성요소를 갖춘 “차가운 사회”라고 밝힌다. 아울러 문명사회의 인간은 자기가 속한 세계만이 객관적이며 실재적이라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하며,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에는 바깥성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며 내적 원리를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인상주의에서 추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예술사를 폭넓게 다룸으로써 기호 체계이자 상징체계로서의 예술 작품과 그 가치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낯익고도 낯선 작품들의 창작 배경은 물론 이를 통해 문화가 자연 속에 삽입될 수 있었던 과정, 언어의 기원에 대한 지적 대화를 이어나간다.
또한 그는 문화의 실체로서 언어를 지목한다. 언어야말로 문화의 본질적인 도구이며, 우리가 집단 문화에 동화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문화가 자연에 속하는 것이기에,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곧 문화의 근본원리를 모색하는 길임을 밝힌다.
나아가 자연과 문화의 불연속성마저도 인류학자가 탐구해야 할 대상임을 견지한다.
○ 목차
들어가며┃자연과 문명, 서로 녹아 흐르는 황홀경 17
우리 안의 인류학자 21
원시와 문명 135
기계와 증기기관 147
정통성에 대하여 159
예술과 집단 173
세 가지 차이 181
자연 예술과 문화 예술 107
예술은 기호 체계인가 125
코드의 요구들 145
회화의 미래 161
문화와 언어 179
옮긴이의 말 190
찾아보기 194
○ 저자소개 : 레비스트로스, 조르주 샤르보니에
- 저자 : 레비스트로스 (Claude Levi-Strauss)
1908년 브뤼셀에서 태어나 2009년 100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한 레비-스트로스는 20세기 인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으로, 철학을 비판하며 철학에 대항하는 인간과학으로서의 인류학을 정초했다. “수시로 변하는 현상 뒤에 숨은 어떤 근본적인 내적 원리”를 집요하게 탐색한 그의 사유는 ‘구조주의’라는 총체적 현상으로 지칭되었다. 1960~70년대 사람들은 구조주의를 철학과는 또 다른 하나의 사유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해 푸코, 라캉, 바르트 등을 구조주의자로 분류했지만, 레비-스트로스는 그것은 근거 없는 혼합이며 자신의 지적 계보는 벤베니스트와 뒤메질, 베르낭 정도라고 말했다.
1930년 파리 대학 법학부와 문학부에 입학하여 조르주 뒤마의 강의를 듣고 임상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 흥미를 가졌으며, 루소의 저작들도 이때 탐독했다. 이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그는 교육실습에서 메를로-퐁티와 같은 조가 되어 우정을 맺는다. 1933년 로위의 『원시 사회』를 우연히 읽고 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대학교수를 지내면서 카두베오족과 보로로족 등을 방문조사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194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연구했다. 이때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태생의 언어학자 야콥슨을 알게 되어 언어학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그와 공동 연구를 하기도 했다. 야콥슨과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서의 구조적 분석』을 발표하였다.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의 교수가 되어 1982년 퇴임할 때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박사학위논문 『친족 관계의 기본 구조』(1949)가 출판되어 프랑스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산문 기록처럼 쓰인 『슬픈 열대』(1955)는 공쿠르상 후보작이 되기도 했다. 1962년 발표한 『오늘날의 토테미즘』과 『야생의 사고』는 원시인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날것과 익힌 것』(1964), 『꿀에서 재까지』(1965), 『식사예절의 기원』(1968), 『벌거벗은 인간』(1971)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의 체계를 완성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을 지내면서 『먼 시선』(1983), 『보다 듣다 읽다』(1993) 등 굵직한 저서를 다수 내놓았다. 프랑스 지성사에서 루소 이후 가장 박식한 인물로 꼽히며, 2008년에는 생존 인물로는 이례적으로 갈리마르출판사에서 펴내는 ‘플레야드 총서’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0월 30일 101세로 타계하였다.
- 저자 : 조르주 샤르보니에 (Georges Charbonnier)
파리 팡테옹소르본대학 교수이자 미술평론가. 프랑스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하기도 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셀 뒤샹, 롤랑 바르트, 미셸 뷔토르, 앙드레 마송 등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남겼다. - 역자 : 류재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보다 듣다 읽다』 『오늘날의 토테미즘』 『달의 이면』,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 다니엘 아라스의 『서양미술사의 재발견』, 조에 부스케의 『달몰이』,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우리가 익숙해져야 하는 모순이 있고, 그 모순과 함께 우리가 단념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 단념 속에서, 그 내밀성 속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하지요.— p.31
외부에서 볼 때 하나의 죽음은 충분히 진부한 사건입니다만 가족과 친척들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결코 한 가족에게 닥친 부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p.37
언어는 집단 현상이고 집단 때문에 설정되는 것이고 집단에 의해서만 존재합니다. 언어는 변경되지 않으니까요.— p.76
문자 표기는 예술이 구상성을 향해 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표기는 인간에게 기호의 수단으로, 외부 세계를 표시하는 것만 아니라 그것을 포착하고 가질 수 있게 해주었지요.— p.79~80
우리는 일종의 막다른 골목에 와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항상 들었던 것을 듣는 것처럼 듣습니다. 그림을 봐도 매일 보던 것처럼 보고요. 책을 읽어도 독서 습관이 있어서 읽듯이 그냥 읽습니다. 거기서 약간 건강하지 못한 긴장이 생겨납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데, 너무 의식을 하고 너무 실험을 해서 그 결과로 어떤 것을 발견해야 한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한 거예요. 이게 바로 건강하지 못한 긴장입니다.— p.100
보통 우리가 미적 감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의미적인 어떤 오브제가 의미 작용을 하면서 어떤 향상성을 보일 때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p.152
언어의 속성이란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어가 아닙니다. 언어라는 것은 기호 체계이고, 변형을 통해서라도 다른 기호 체계와 반드시 등가성이 있어야 합니다.— p.183
언어의 출현은 문화의 출현과 일치합니다. 해결책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언어는 우리에게 주어진 거니까요.— p.187
○ 출판사 서평
- 뜨거운 활동 시기에 나온 레비스트로스 내면의 목소리 : 문명사회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레비스트로스의 말』은 1959년 10월부터 12월까지 프랑스 RTF 채널에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초기작 『슬픈 열대』만을 발표했던 시기로, 그가 이후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준비하며 지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사회를 기계장치에 비유하며, 인류학자가 연구하는 사회는 증기기관처럼 “뜨거운 사회”가 아니라 시계처럼 정밀한 구성요소를 갖춘 “차가운 사회”라고 밝힌다. 이는 물리학자들이 엔트로피라고 부르는 것이 지극히 낮은 사회로,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경향이 있어 역사도 없고 진보도 없는” 원시사회를 일컫는다. 반면 현대사회는 진보라는 허상을 좇느라 차별적 격차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스스로 무질서에 빠진 사회다.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사회의 인간은 자기가 속한 세계만이 객관적이며 실재적이라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어떤 대상을 외부에서 바라볼 때에는, 설령 그 안에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깥성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내적 원리를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아주 다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회를 외부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설령 그 안에 있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지요. 그게 바로 흥미로운 점이에요. 차이가 있고 또 비슷한 것들이 있지만 말로 할 수는 없어요. 절대적 불가능이 있어요. -127쪽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사회의 편협함이 예술사를 통해서도 드러나 있음을 지적한다. 창작자의 개별성에 따라 작품을 구분할 수 있었던 원시사회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작품이 점점 구상화·보편화되었다고 말이다. 그는 이런 현상을 바탕으로 예술이 시적 재현이기보다 그저 신호 체계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경고한다. 본디 예술이란 문화를 통해 자연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기표와 기의 사이의 긴밀한 상동성 相同性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금 모든 예술이 언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통 그 반대가 되지요. 예술에서 언어 혹은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면 예술은 더 이상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예술이 언어라면, 그건 의식적 사고 안에서 하는 말이 아닐 겁니다. 예술가가 배치를 위해 이용하는 모든 수단이 그만한 기호들로 구성됩니다. 예술 작품의 기능은 오브제를 의미하게 만들고, 한 오브제와 의미 관계를 세우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134쪽
- ‘말’로 풀어낸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 ‘다르나 결국 같은 것’을 환기하는 지적 대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 태생의 유대계 인류학자로 프랑스 지성사에서 장 자크 루소 이후로 가장 박식한 인물로 꼽힌다. 1949년에 박사 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친족 관계의 기본 구조』를 시작으로 학문적 업적을 쌓던 그는 1962년에 『야생의 사고』를 통해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구조주의 시대를 열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페르디낭 드 소쉬르, 미셸 푸코, 롤랑 바르트의 사상과 연결되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은 원시와 현대를 비교·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무화無化하고자 하는 시도로 사상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대해 사고할 때 어떤 가치 체계와 참조 체계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회를 사고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런 체계를 버려야 합니다. -32쪽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를 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노력하였다.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근본원리를 집요하게 탐구함으로써 역사적 인과와 세분화를 초월한 관점을 제시했던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은 『수전 손택의 말』 『보르헤스의 말』 『한나 아렌트의 말』에 이어 마음산책에서 출간한 네 번째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다. 1959년에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조르주 샤르보니에와 나눈 대담을 옮긴 것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공동의 이해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질문자 샤르보니에는 순수한 듯 무지하게 공격적으로 질문하는데, 답변자인 레비스트로스는 적당히 건너뛰거나 우회하지 않고 자기 시점과 영역을 지켜낸다. 인류학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를 밝히기 위해 오히려 인류학이 취하는 학문적 태도라는 틀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때로 상충하고 병렬적으로 흐르기도 하는데, 이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버티기가 오히려 독자가 느끼는 대담의 진미일 수 있다. -13쪽, 「들어가며」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인상주의에서 추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예술사를 폭넓게 다룸으로써 기호 체계이자 상징체계로서의 예술 작품과 그 가치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알프레드 시슬레, 카미유 피사로,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를 지나 마르셀 뒤샹까지. 그는 낯익고도 낯선 작품들의 창작 배경뿐 아니라 이를 통해 문화가 자연 속에 삽입될 수 있었던 과정, 언어의 기원에 대한 지적 대화를 이어나간다.
언어의 기원 문제를 해결하는 날, 우리는 어떻게 문화가 자연 안으로 삽입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하나의 질서에서 다른 질서로의 이행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도요. -187쪽
- 문화와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 : 차갑고도 뜨거운 지성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레비스트로스의 말』에서 그는 문화의 실체로서 언어를 지목한다. 언어야말로 문화의 본질적인 도구이며, 우리가 집단 문화에 동화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 아이가 문화를 배웁니다. 그것은 말을 하기 때문이지요. 질책을 하고, 권고를 하고, 모든 것이 말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언어는 모든 문화적 표현물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입니다. 하나의 호칭 혹은 다른 여러 개의 호칭으로 어떤 체계를 만듭니다. 예술, 종교, 법, 요리, 예의범절 같은 것도 일종의 언어 체계입니다. -184쪽
레비스트로스는 언어의 기원이 곧 문화의 기원이라고 주장한다. 언어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면 문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는지 알 수 있고, 그를 통해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예술 분야에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현대 인간의 미적 활동뿐만 아니라 기술적?과학적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현대 과학의 모든 위대한 창조 행위들은 인간을 점점 더 자연과 직접 통하게 하고 조화를 이루게 하고, 그러면서 일종의 도구 혹은 수단을 만들게 합니다. 그로써 위대한 자연의 법칙이 자연스레 표현되도록 하지요.
-173쪽
레비스트로스는 문화가 자연에 속하는 것이기에,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곧 문화의 근본원리를 모색하는 길임을 밝힌다. 또한 자연과 문화의 불연속성마저도 인류학자가 탐구해야 할 대상임을 견지한다. 이렇듯 그는 『레비스트로스의 말』에서 누구보다 ‘차가운’ 인류학자이면서 동시에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지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