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로아나 :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 하)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 2008.7
자신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복원해가는 한 남자의 여행!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삽화 소설’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에코의 다섯 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삽화와 소설이 결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에코가 직접 제작한 몽타주를 비롯하여 1940~50년대 이탈리아를 되살려낸 듯한 다양한 이미지 자료들이 텍스트들과 병치되며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고서적 전문가 얌보는 공적인 기억은 온전한데 개인적인 삶과 관련된 기억은 모두 사라진 특이한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어떤 흔적들을 맞닥뜨린 경우에만 가슴속에서 ‘신비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뿐이다. 얌보는 그 불꽃이 기억을 비춰 줄거라 기대하면서, 아내의 권유에 따라 어린 시절을 보낸 솔라라의 시골집으로 간다. 옛 물건들이 쌓여 있는 시골집의 다락방에서 기억을 복원하기 위한 얌보의 시간 여행이 시작되는데…. 이 소설은 세상에 대한 모든 백과사전적 기록들은 기억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다.
에코는 특유의 지적ㆍ문학적 파노라마를 펼치면서, 그 공적인 기억에 스며든 개인의 역사와 그 너머에서 빛나는 가슴속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최신작,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이 이세욱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200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이후, 주요 언어권별로 소설에 등장하는 각종 문학적 인용들에 관한 주석 작업을 위한 사이트가 개설되고, 번역자를 선정하기 위한 오디션(전통적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의 에코 소설 번역은 한 사람이 고정적으로 맡아 왔다. 그러던 것이 영어판 번역자 윌리엄 위버가 고령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자 차세대 영어권 에코 번역자를 선정하기 위한 오디션이 개최되었고 시인 출신의 제프리 브룩이 그 영예를 안았다. 제프리 브룩은 이 첫 번째 작업을 위해 번역문 한 장 한 장을 에코에게 보내 직접 자문을 얻었다고 한다)이 개최되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소설은 올해로 76세를 맞이하는 에코가 자신의 문학적 역량을 모두 쏟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에코는 <살아 있는 백과사전>이라는 자신의 별칭에 걸맞게 고전 문학에서부터 현대 대중소설까지 방대한 문학적 텍스트를 정교히 엮은 후 그 위에 살아 있는 이미지들을 섞고 자신의 추억들까지 불어넣고 있다. <삽화 소설>이라는 이색적인 장르 명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히 글로 쓰인 것들을 그림으로 따라가는 <삽화가 들어 있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삽화와 소설이 결합된 형태라 볼 수 있는데, 작가가 직접 제작한 몽타주를 비롯하여 1940~1950년대 이탈리아를 생생하게 되살리게 해주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들이 텍스트들과 병치되어 독특한 효과를 빚어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이미지들의 상당수가 에코 개인의 추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자료들이 작가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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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상권]
제1부 사고
- 가장 잔인한 달
- 나뭇잎 살그락거리는 소리
- 아마도 누군가는 네 꽃을 꺾으리라
- 나는 혼자서 도시로 떠난다
제2부 종이 기억 - 클라라벨라의 보물
- 최신 멜치 백과사전
- 다락에서 보낸 일주일
- 라디오
- 피포는 그걸 모르지
- 연금술사의 탑
인용 및 도판 출처
[하권]
제2부 종이 기억(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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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카포카바나에서는
- 이제 곧 화창한 날이 오리라
- 예쁘고 창백한 소녀
- 세 송이 장미 호텔
제3부 OI NOΣTOI - 드디어 돌아왔구나, 내 친구 안개여!
- 바람이 씽씽 불고
- 사려 깊은 젊은이
- 당신은 햇살처럼 찬란하고
인용 및 도판 출처
- 줄거리
밀라노의 손꼽히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일명 얌보)는 1991년 4월 심장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역행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후유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증상은 아주 특별하다. 공적인 기억, 백과사전적인 기억은 온전한데,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억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의사가 이름을 물으면, 그는 자기 이름을 말하는 대신 이름과 관련된 세계 문학의 유명한 문장들을 떠올린다. 입을 열었다 하면 어디선가 읽은 문장들이 튀어나오고, 글을 쓸라치면 인용문들의 모자이크를 만들기가 십상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관한 정보는 훤히 꿰고 있으면서도 외손자 알레산드로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3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해온 아내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 온 친구도 완전한 타인이다. 그는 심리학자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기억의 동굴에는 안개만이 자욱하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사를 재구성해 보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는 없다. 자기가 안개를 좋아하고 안개에 관한 글들을 많이 모아 놓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만, 그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다만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본다거나 벼룩시장에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만화책과 맞닥뜨린다거나 하는 경우에 가슴속에서 〈신비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뿐이다. 주인공 얌보는 이런 불꽃들이 기억의 안개 속을 비춰 주리라고 기대하면서, 아내의 권유에 따라 자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솔라라의 시골집으로 간다.
솔라라는 얌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의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는 도시의 공습을 피해 이 시골 마을에서 2년 동안 살기도 했다. 이곳에는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아주 커다란 시골집이 있다. 헌책방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의 온갖 수집품들과 얌보의 소년 시절 물건들이 고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이 시골집에서, 특히 옛날의 책들이 잔뜩 쌓여 있는 다락방에서 사적인 기억을 복원하기 위한 얌보의 경이로운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장난감, 판화, 만화, 동화, 통속 모험소설, 고전소설, 대중가요, 교과서, 파시스트들의 정치 선전 등 온갖 것들을 망라하여 현대 이탈리아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대를 총체적으로 다시 그려 나가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복원된 과거는 〈종이로 된 기억〉일 뿐 가슴으로 느끼는 생생한 추억이 아니다. 신비한 불꽃들이 가슴속에서 숱하게 일렁거리고, 〈곰돌이 안젤로〉, 〈벼랑골〉, 〈피페토〉 같은 말들이 수수께끼처럼 뇌리를 스쳐 가지만, 얌보의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자기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어떤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한 여학생을 열렬하게 짝사랑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들은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다. 솔라라에서는 더 찾아낼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떠나던 날, 얌보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물건들이 감춰져 있던 〈지성소〉를 마지막으로 둘러보다가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이로써 코마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기이한 상태에서, 진정한 〈노스토이(귀향)〉, 진정한 오디세이아가 시작된다. 앞에서 제시되었던 모든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려 나가고, 작가가 꼭꼭 감춰 두었던 빨치산 이야기와 첫사랑 이야기가 진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며 펼쳐진다.
- 저자소개 :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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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Prospect/Foreign Policy 공동 조사에게 움베르토 에코는 노엄 촘스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였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2016년 2월 19일 향년 84세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밀라노 자택에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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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