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협동조합 : 역사와 사람들
조지 제이콥 홀리요크 / 그물코 / 2013.12.10
- 150년 전 협동운동의 선구자들이 우리 곁에서 말을 건다
세계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이자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이들이 확립한 ‘로치데일 원칙’은 지금도 국제협동운동의 기본 원칙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이 책은 제 1부가 나온 뒤 150여 년 동안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헝가리, 일본 등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영국 협동조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고, 이후 열렬한 오언주의자가 되어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회주의와 협동조합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 랭커셔의 작은 마을인 로치데일에서 파업에 실패한 이들을 만나, 협동조합 매장을 만들 것을 호소했다.
이 책은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매장을 열기까지의 과정, 조합의 규약과 선언, 창립 뒤의 어려움과 그 극복 과정, 도매조합연합회 창설과 생산조합에서 벌어진 이윤 공유 논쟁 등을 담고 있다. 책에 담긴 150년 전의 기록은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선구자들이 고민했던 조합의 어려운 문제들을 지금의 협동조합들도 갖고 있고, 그 당시 조합 운영을 어렵게 만들던 사회적 호저들과 불만을 품은 아웃사이더들은 지금 우리 주위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홀리요크가 조용히 전해주는 해결책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구자들의 권고와 격려, 때로는 엄정한 충고의 말들은 협동조합을 꾸려나가기 위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 목차
펴내는 글
서문
제1부 1844~1857
제1장 최초의 노력
제2장 교섭대표 지명을 위한 직공들의 토론
제3장 소년공들, 개업식에 나타나다
제4장 두 가지 시련
제5장 안팎의 적
제6장 제분소 소동
제7장 성공을 향한 첫 걸음
제8장 조합원 일화
제9장 조합의 목적과 규칙
제10장 왜 이전 협동조합인은 실패하고, 새로운 협동조합인은 성공했는가
제11장 논쟁에 대처하는 법
제12장 노 선구자의 회상
제2부 1857~1892
제13장 직공들의 꿈
제14장 유명한 28인
제15장 협동조합에 대한 법적 제약
제16장 불만을 품은 아웃사이더
제17장 위험했던 4년
제18장 원칙으로부터 후퇴
제19장 제분소 이야기
제20장 도매조합연합회의 기원
제21장 협동조합 운영에 대하여
제22장 지점 개설운동
제23장 로치데일 선구자들의 특징
제24장 원칙에 대한 논쟁
제25장 선구자들의 죽음
제26장 1892년 로치데일 협동조합 총회
홀리요크 연표
옮긴이의 글
○ 저자소개 : 조지 제이콥 홀리요크 (George Jacob Holyoake)
영국 협동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홀리요크는 평생을 자유와 사회 개혁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로치데일의 선구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노동자 출신으로서 그들의 사회사상과 꿈을 공유하고 온몸을 던져 투쟁한 실천가였다.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발자취를 기록한 이 책을 남긴 것만으로도 세계 협동조합운동사에 큰 공헌을 했다.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역사와 사람들』 말고도 『영국 협동조합운동의 역사』(1875)를 썼고, 1892년에는 자서전 『어느 운동가의 60년』을 펴냈다.
– 역자: 정광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사회운동에 종사하다가 뒤늦게 공부에 발심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교토대학, 나고야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시월의 노래』(2019), 『김일성과 박정희의 경제전쟁』(2020), 역서로는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2013),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2013) 등이 있다. 지금은 ‘현대사 다시 읽기’ 작업을 하면서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책 속으로
-로치데일협동조합에서는 의견이 서로 다르더라도 배척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 미워하면서도 결코 협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덕적 기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원칙은 진실이기에 굳이 그것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계속 살아 있는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정의가 가장 먼저 온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옛 선구자들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스미시스 씨에게 만일 선구자들이 신념을 지켜낸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힘이 닿는 한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이 이야기는 유럽 6개 국어로 출판되었다. 당시에는 그들의 활동이 평가받지 못했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로치데일의 이름을 모르는 노동자는 없다. 선구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들은 변하지 않는 경의를 품고 그들 무덤 앞에 서는 것이다.
-협동의 원칙 -개인에게는 도덕적 영향을 크게 미치고, 국가에게는 결과에서 의미 있는- 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던가! 정치가는 이를 무서운 정치결사로 여겼고, 부자는 약탈의 계획으로 보았다. 의회는 비난을 일삼고, 경제학자는 반대 논리를 펼쳤다. 목사는 반대를 설교했다. 우리들은 경쟁에 반대하는 협동의 원칙을 노동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가들은 그들이 새로운 의견을 억압할 때 종종 보이는 부질없는 걱정으로 노심초사할 것이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주위에 있는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모두 즉각 달려들어 이를 억압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 생각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들은 기존의 질서가 달라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임을, 정치가들은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정치가들은 이것이 진실임을 알면서도 그 진실이 자신들에게 문제가 된다고 여기면 진실 그 자체를 증오하고 만다.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눈부신 상업 활동이 아니라, 거래의 관계를 활기 있게 만드는 ‘새로운 정신’이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서로 친구로서 만난다. 파는 쪽에서 속이지 않으면 사는 쪽에서 의심을 하지 않는다. 토드레인의 토요일 밤은 런던의 로더 아케이드처럼 붐비지만, 로더 아케이드보다 10배는 도덕적이다. 여기에 몰려드는 가난한 노동자들은 언제나 불순물이 섞인 음식을 먹고, 한 달이나 빨리 물이 새는 구두를 신고, 먼지 더께가 앉은 조끼를 걸쳤지만, 지금은 백만장자처럼 물건을 사고 순정한 식품의 소비에 관한 한 귀족처럼 살고 있다. (…) 경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런 이익을 준 적이 있었던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도덕과 성품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까지 빚이 없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몰랐던 가장들도, 40세가 되기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내 동 6펜스를 가져본 적 없는 주부들도 지금은 매주 주머니에 돈을 짤랑거리면서 조합에 물건을 사러 간다. 조합에는 불신도 기만도 없고 불순물 섞인 물건도 에누리도 없다. 모두가 정직한 분위기이다. 손님을 대하는 사람들은 서두르거나 농간을 부리지 않고 아첨하는 일도 없다. 교활한 수단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지 하나, 정확한 눈금으로 무게를 재고 순정한 물품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경쟁을 거래의 원칙으로 하는 다른 매장에서 로치데일의 교훈 전부를 모은다고 해도 이러한 도덕적 효과를 낳을 수 없다.
-소비자를 교육시켜 매장을 이용하도록 관심을 일으키고, 그들이 소비함으로써 생긴 이윤을 그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까지 거의 두 세대가 걸렸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다가 죽어가야 했다. 공장노동자가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이윤 실현에 동등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이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까지 마찬가지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또한 생산 조건은 유통 조건보다 한층 복잡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가치 창조에 관여한 모든 사람에게 공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항구적인 이익을 줄 수 없으며 또 이익이 될 리도 없다. 공정에 기초하지 않은 이익의 피라미드는 비열한 퇴적에 지나지 않으며, 정직한 사람이라면 결코 손대지 않을 것이다.
-협동운동이 지금 세기 초에 확산된 사회이론의 소산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의 문제이다. 처음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긴 대담한 협동조합인들은 그 방법을 계획하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 일하고, 비우호적인 사람들에 대항하여 협동의 원칙을 지켜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협동의 원칙을 인정하고 실행하기까지, 협동조합인도 그들보다 앞섰던 뛰어난 이론가의 사상으로 고무되었다. 나는 그들을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소문으로 그들의 이름을 들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도 달랐고 정치, 사회, 사상에 대한 의견도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생산과 분배의 새로운 기구를 창조하고, 정직한 교역과 공정한 이윤 배분으로 사회 개혁을 이루고자 한 사회주의 입장에 선 사람들이었다.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협동조합운동의 세계적 고전, 협동조합 사람들의 필독서,『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역사와 사람들』 첫 완역판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영국 랭커셔 주의 작은 마을 로치데일에서 노동자 28명이 28파운드를 가지고 만든 세계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이며, 국제협동운동의 기본원칙으로 지금도 계승되고 있는 ‘로치데일 원칙’을 확립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기록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다.
이 책의 제1부는 1857년에 간행되었고, 제2부를 더한 증보판은 1893년에 간행되었다. 제1부가 나온 뒤 150여 년 동안 이 책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헝가리, 일본 등 협동조합 선진국을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완역판이 나온 것인데,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협동조합고전총서’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산 증인, 홀리요크의 기록
이 책의 지은이는 영국 협동조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홀리요크.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홀리요크는 이후 열렬한 오언주의자가 되어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회주의와 협동조합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된다. 홀리요크는 1843년, 강연 여행 도중에 머물게 된 랭커셔의 작은 마을 로치데일에서 ‘28인의 선구자들’을 만난다. 파업에 실패하여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홀리요크는 협동조합 매장을 만들 것을 호소한다. 다른 오언주의자들이 협동조합운동에 충분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을 때, 홀리요크는 혼자서 이 운동을 따뜻하게 옹호하며 ‘선구자들’을 독려하고 그가 기고하던 각종 신문을 통해 그들의 활동을 알렸다. ‘28인의 선구자들’ 중 한 사람인 제임스 스미시스 집에 머물면서 홀리요크는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 역사의 산 증인이 되었다. 로치데일 노동자들과의 만남,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발자취를 상세히 기록하여 후세에 남긴 이 책을 쓴 것만으로도 세계 협동조합운동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 받는다.
로치데일의 선구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노동자 출신인 홀리요크는 그들의 사회사상과 꿈을 공유하고 온몸을 던져 투쟁한 실천가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탁월한 문장가였다. 그의 글에는 노동자 출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문학과 예술, 자연과학, 정치경제 이론 등에 폭넓은 소양과 지식이 배어 있다. 그의 문장은 한 생을 진솔하게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성이 있으며, 그리하여 한없이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매장을 열기까지의 과정, 조합의 규약과 선언, 창립 뒤의 어려움과 그 극복 과정을 담았다. 제1부를 간행하고 20년 뒤에 쓰여진 제2부에서는 도매조합연합회 창설과 생산조합에서 벌어진 이윤 공유 논쟁을 주요하게 다룬다. 또한 마지막 제19장과 20장에서는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을 위해 한 생을 뜨겁게 살다 간 선구자들의 죽음 앞에 선 홀리요크의 진심 어린 추모의 글을 만날 수 있다.
- 150년 전 협동운동의 선구자들이 우리 곁에서 말을 건다
홀리요크가 전하는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의 기록은 살아 있다. 150년 전 기록인데,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협동운동이 지닌 가치와 의미는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구자들이 고민했던 조합의 어려운 문제들을 지금의 협동조합들도 갖고 있고, 그 당시 조합 운영을 어렵게 만들던 사회적 호저들과 불만을 품은 아웃사이더들은 지금 우리 주위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홀리요크는 이런 어려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법을 조용히 일러 준다. 수많은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지만,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만이 뛰어난 사업 실적을 이루면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진리를 첫째로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구자들에게 이윤은 둘째였다. 이윤 배당의 원칙으로 선구자조합이 성공한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은 배당을 본 적도 없었다. ‘그들은 남들이 경쟁을 하면서 부정하게 이윤을 얻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꼈다. 디오게네스처럼 원칙의 빛을 따라 공정한 이윤을 추구하고, 이를 정직한 협동운동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본문) 선구자들이 확립한 ‘로치데일 원칙’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지 않는가.
선구자들은 또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 소득은 꼭 필요한 데에만 쓰고, 그 외 지출은 모두 줄일 것.
- 저축을 빼 쓰는 일에는 신중할 것.
- 자신의 지적 향상을 위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쓸 것. 이를 위한 수단이 우리 도서실과 신문열람실에 갖추어져 있음.
- 언젠가 오게 될 좋은 날을 위해 참고 기다리면서 우리 운동의 명예를 높일 것.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유일하게 스스로 남긴 기록인 해마다의 연감은 홀리요크가 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위 4가지 사항은 1862년 연감의 기록이다. 이는 지금 우리들에게도 딱 들어맞는 권고가 아닌가! 이 책에는 이처럼 지금 우리들이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선구자들의 권고와 격려, 때로는 엄정한 충고의 말들이 페이지마다 배어 있다.
- 로치데일의 노동자들은 꿈꾸는 법을 알고 있었다!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은 소비자조합의 원형으로 정직하고 공정한 거래의 원칙을 확립했다. 당시 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 외상 거래를 완전히 없애고 오로지 현금 거래만을 원칙으로 한 점은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비결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선구자조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을 처음 만들 때부터 이윤의 2.5%를 교육기금으로 적립했으며, 당시 런던의 양복 입은 신사들이 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양질의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했다. 영국이 식민지에 대의제를 도입한 것처럼, 로치데일협동조합은 새 지점을 만들 때마다 신문열람실과 도서실을 두었고 이곳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조합원들은 주머니가 텅 비었어도 얼마든지 정신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통찰력과 분별력을 키워주는 지식을 얻는 일은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엄연히 경제적인 것임을 선구자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홀리요크는 조합에서 만든 도서실과 신문열람실, 청년들을 위한 각종 학교를 운영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이것이 없었다면 그들은 보다 자유롭고 용기 있는 태도를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기에 협동조합 사람들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어느 곳으로부터도 통제를 받지 않았다.”
- 경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을 준 적이 있었던가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12월 21일, 동짓날 즈음이면 남다른 감회에 젖을 것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가난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처지가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끝에 협동운동을 선택하고 ‘직공들의 낡아빠진 가게가 문을 열었네!’라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견디며 로치데일 토드레인의 허름한 1층 건물에서 매장 문을 연 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상인이 되고 제조업자가 되려는 꿈을 지니고, ‘마법의 부적’이라고 해야 할 2펜스에 의지해 세계를 구원하리라 마음먹고 보잘것없는 단 4가지 품목만을 가지고 매장 문을 연 날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호황을 이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도움을 요청한 상인들로부터 ‘부랑자들아, 가서 일이나 해!’라고 모욕을 당한 노동자들이 이제껏 경쟁이 가져다 준 적 없는 이익을 협동의 원칙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일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1844년 동짓날의 깊은 어둠이 지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긴 어둠을 원칙과 진리의 빛으로 지나온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일이 지금 우리들 앞의 어둠을 비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필요하고 정당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협동의 로치데일 시스템은 인간이 창조한 것 가운데 가장 작고, 가장 희미하고, 가장 의지할 데 없고, 가장 무시받고, 가장 비난받고,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자라고 있으며, 영국 노동자의 상태 개선을 위해 시도된 것들 가운데 가장 번영하는 조직이 되었다.”(본문)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로치데일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런 조직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 ‘28인의 선구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조합의 탄생에서부터 선구자들의 죽음까지 곁에서 지켜본 홀리요크를 따라가 보자. 선구자들이 그들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알리겠다고 약속한 홀리요크의 책이 바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역사와 사람들』 이 책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