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
생시몽 (Louis de Rouvroy) / 나남출판 / 2014.2.28
이영림이 다시 엮은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은 작고 가벼운 장정,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와 함께 원전의 순서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구성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롭고 읽기 쉽게 다가간다.
생시몽과 <회고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17세기 프랑스 왕실 상황을 소개하고, 이후 루이 14세, 베르사유, 궁정의 일상 등 세부 항목을 살펴본 뒤, 루이 14세의 치세 말기와 프랑스가 맞게 된 비극을 조명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발췌된 원전 사이사이에 삽입된 루이 14세 전문가 이영림의 해설은 필요한 배경지식의 소개와 함께 더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 목차
1장 회고록의 탄생과 생시몽의 인생 역정
2장 왕실의 영광과 비극
3장 태양왕 루이 14세
4장 태양왕의 무대 베르사유
5장 루이 14세의 일상생활
6장 치세 말기의 루이 14세와 프랑스의 비극
7장 막이 내리다
부록 루이 14세 가계도ㆍ연표ㆍ인명해설
옮긴이 해제 281
참고문헌 303
색인 319

○ 저자 소개 : 생시몽 (Louis de Rouvroy)
프랑스의 역사가, 정치가. 저서에 <회상록> 등이 있다. 생시몽 공작 루이 드 루브루아(Louis de Rouvroy, duc de Saint-Simon)는 1675년 1월 16일 파리에서 태어나 1755년 3월 2일 사망한 프랑스의 귀족이다. 궁정인이자 회상록 작가로 활동한 생시몽 공작은 “베르사유와 권력 내막의 예리하고 변덕스런 염탐꾼”으로, 루이 14세 치세 말과 섭정기 프랑스의 중요한 산증인이다.
생시몽 공작의 작품은 각 텍스트의 구성에 있어서는 큰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 꿈같이 흘러간 세계의 역사가이자 회상가로서의 관찰력을 통하여 하나의 큰 통일성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보여준 예술적이고 세련된 말투로 구성된 그의 교양, 형식적 자유와 주관성은 그의 <회상록>을 불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겼으며 생시몽 공작은 가장 위대한 18세기 프랑스 작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슐레는 생시몽 공작의 작품, 그의 사상과 삶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매력적인 면과 그것에 저항하고자 한 것에 대하여 “나는 그를 받아들였고, 비판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 사랑으로부터 떠났다. 이 다채로움의 결과는 어떤 자유로움을 띤 엄격한 귀족에게서 내가 마침내 얻을 수 있던 것이다.”라며 표현한다.
– 역자 : 이영림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현재 수원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루이 14세는 없다》, 《프랑스 구체제의 권력구조와 사회》 (공저), 《정조와 18세기》 (공저), 역서로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 《사생활의 역사 3》, 《앙시앵 레짐》, 《방의 역사》( 공역), 《기억의 장소》 (공역), 《근대 유럽의 형성》등이 있다.

○ 책속에서
1.
8시에 당번인 수석 침전시종이 왕을 깨웠다. 그는 왕의 침실에서 잠을 자고 옷을 입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수석 시의와 수석 외과의, 유모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유모가 동시에 들어왔다. 그녀는 왕에게 입맞춤하고 다른 사람들은 왕의 몸을 마사지해주며 자주 속옷을 갈아입혔다. 왕이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감시와 염탐보다 더 궁정인들을 옭아맨 것은 매일매일 엄격한 원칙과 순서에 따라 똑같이 반복되는 궁정의례였다. 루이 14세는 중세 이래 수세기 동안 마구잡이식으로 변화해온 궁정의례를 일상생활의 틀에서 위엄 있게 정형화시키고 그 자신이 몸소 실천했다. 실제로 그의 일과는 아침 8시의 기상의례부터 밤 10시의 취침의례까지 잠시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는 빡빡하고 규칙적인 일과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 점에서 그는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듯하다.
궁정인들은 이처럼 궁정의례에 따라 움직이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동참했다. 이렇게 해서 궁정 전체가 왕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였다. 그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순간 사적 존재인 왕이 지닌 공적 권위가 확인되고 가시화되는 순간이었으며 왕을 알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2.
결국 왕은 전 유럽을 향해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저질러온 그 요란하고 추악한 이중간통을 뉘우치고 고해하며 공개적으로 사죄했다. 그는 신 앞에 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54년간의 통치와 자기 자신에 대한 최후의 깊은 자책에 빠졌다. … 여기서 죽음에 임박한 왕이 매순간 열정적으로 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편안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며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고 한결같이 평온을 유지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 의연함, 정신적 강인함, 외적 일관성, 가능한 한 주도권을 쥐려는 세심한 노력, 망동이 아니라 용기와 슬기로 모든 기대를 조절하는 여유, 매사에 한결같은 겉모습 등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바로 그 점에서 그에게 ‘루이 대왕’이라는 호칭이 부여될 만하고 또 일찍부터 그는 그렇게 불렸다.
한때 프랑스 전역은 물론 유럽을 호령하며 공포에 떨게 했던 그였지만 죽음 앞에서 그는 초라하고 겸허한 인간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모든 행적을 반성하며 신에 용서를 빌었다. 시종일관 루이 14세를 공격하던 생시몽마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평온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3.
왕세자가 사망하자 궁정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권력의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왕위계승서열 1위였던 왕세자의 사망은 권력의 무게중심의 이동을 의미했고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순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왕세자의 죽음을 반긴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단순히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과 그나마 무관심한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있었다. 오직 어리석은 사람들만이 수다를 떨고 질문을 해댐으로써 애통해 하는 사람들의 절망을 배가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다. 이번 사태를 유리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슬프고 근엄한 태도를 취하며 심각한 척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모두가 투명한 베일 같아서 모든 표정을 간파하고 식별해내는 예리한 눈까지 가로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슬픔에 젖은 사람들만큼 끈기 있게 자리를 지켰고 여론과 호기심, 자기만족, 몸가짐 등 매사를 경계했다. 하지만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대신 그들의 눈은 부산히 움직였다. … 활기찬 인간 군상들과 의미심장한 사건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은 그것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궁정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기쁨 중의 하나이다.

○ 출판사 서평
– 낙오한 귀족 생시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화려한 베르사유 궁정사회의 숨은 이야기!
독자 곁에 좀더 가깝고 친절한 고전 입문서를 표방하는 “나남 클래식 산책”의 2번째 책,《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이 출간되었다. 생시몽의《회고록》중 베르사유 궁정과 태양왕 루이 14세를 다룬 부분을 발췌한《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이영림 옮김, 나남, 2009)을 원전으로 한다.
생시몽의《회고록》은 집필기간 57년, 분량은 56줄짜리 2절판 공책 173권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기록물이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1983년부터 5년에 걸쳐 전 8권으로 재간행한 것이 가장 최근의 판본이다. 17세기 프랑스 문학의 수작으로 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일반 독자가 읽고 그 빼어남을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회고록》이 고전으로 칭송받으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은 절대군주정의 전성기, 실패한 귀족 생시몽의 집요하고 치밀한 관찰의 시선 덕분이다. 생시몽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17세기 베르사유 궁정으로 돌아가 절대권력의 가까이에서 궁정사회를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그동안 누려오던 특권과 지위가 불안정해진 귀족들의 안달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정》에 발췌된 내용들이 《회고록》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
5년 전 나남에서 출간된 이 책의 완역본은 750쪽에 육박해 역시 방대한 분량에 압도당하기 쉽다. 완역본의 역자 이영림 (수원대)이 다시 엮은 이번 책은 작고 가벼운 장정,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와 함께 원전의 순서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구성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롭고 읽기 쉽게 다가간다. 생시몽과《회고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17세기 프랑스 왕실 상황을 소개하고, 이후 루이 14세, 베르사유, 궁정의 일상 등 세부 항목을 살펴본 뒤, 루이 14세의 치세 말기와 프랑스가 맞게 된 비극을 조명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발췌된 원전 사이사이에 삽입된 루이 14세 전문가 이영림의 해설은 필요한 배경지식의 소개와 함께 더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생시몽의 걸작에 대한 만족할 만한 이해와 동시에 태양왕 루이 14세와 화려했던 중세 베르사유 궁정사회의 내부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체험을 얻게 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