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마음의 자유를 얻는 166가지 이야기
게오르크 짐멜 / 우석 / 1998.5.8
– 독일 베를린대학 철학교수였던 저자 (1858 ~ 1918)의 짧은 글 모음집

○ 저자소개 : 게오르그 짐멜 (Georg Simmel, 1858~1918)
게오르그 짐멜 (Georg Simmel, 1858~1918)은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학, 민족심리학, 철학, 예술사 및 고대 이탈리아어를 공부했으며,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로 1881년 박사학위를, 그리고 1884년 ‘하빌리타치온’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학자로서의 짐멜은 불운했다. 1885년부터 베를린 대학 철학과에서 사강사로 가르치기 시작했으나, 아주 오랫동안 사강사와 무급의 부교수로 재직하다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19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정교수가 되었다. 그는 학계에서 주변인, 아니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짐멜은 『돈의 철학』(1900)을 위시해 『사회분화론』 (1890), 『역사철학의 문제들』(1892), 『도덕과학 서설』(1892~93), 『칸트』(1904), 『칸트와 괴테』(1906), 『쇼펜하우어와 니체』(1907), 『사회학』(1908), 『철학의 주요 문제들』(1910), 『괴테』(1913), 『렘브란트』(1916), 『사회학의 근본 문제들』(1917), 『현대 문화의 갈등』 (1918)을 비롯해 사회학, (사회)심리학, 문화철학, 예술철학, 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미학 등에서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 수많은 글을 발표했다.
특히 그의 철학적 주저인 『돈의 철학』에서는 경험적 현실세계로 임하는 철학, 또는 달리 말해 경험과학의 차안과 피안에 위치하는 철학을 제시했으며, 이에 입각해 돈과 개인의 자유 및 인격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구했다.
또한 그의 사회학적 주저로 꼽히는 『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저술에서 형식사회학을 구축해 사회학적 인식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으며, 1909년 막스 베버 및 베르너 좀바르트 등과 더불어 독일사회학회를 창립하여 사회학의 제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짐멜이 남긴 방대한 지적 유산은 총 24권으로 된 『게오르그 짐멜 전집』에 담겨 있다.
오늘날의 모더니티 담론과 포스트모더니티 담론은 짐멜이라는 거대한 정신세계에 회귀하면서 더욱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 역자 : 김원구

○ 언론소개
– 마음의 자유를 얻는 166가지 이야기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짐멜의 斷想모음「마음의 자유를 얻는 166가지 이야기」는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짐멜 (1858∼1918)의 「단상 (斷想) 모음」이다.
1차 대전이라는 야만적 문명파괴 행위에 충격을 받고 삶을 마감한 짐멜.
짧은 문장 속에서 27세의 젊은 나이에 베를린대에서 강의한 한 지성의 철학세계와 인생관,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학이 어두운 사실을 밝은 사실로 환원시키려 하는 데 반해, 형이상학은 밝은 사실을 어두운 사실로 환원시키려 한다」
「예술과 종교의 공통점은 그 대상을 되도록이면 가까이 하기 위해 이것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다」
짐멜은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에 대해 이처럼 「촌철살인」의 해석을 하고 있다. _ 한국일보 서사봉 기자
○ 독자의 평

게오르크 짐멜은 퇴니에스, 뒤르켐, 후설, 베르그송과 동시대 사람이다. 번역자가 머리말에서 지적하듯이 우리나라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이다. (하지만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읽다가 불현듯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땐 놀라움과 함께 즐거움을 느꼈다. 수필에 대해 설명하던 중 김진섭의 ‘창’이라는 글을 인용해 놓았는데, 그 가운데 짐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지만(책 끝머리에 나오는 ‘짐멜에 관하여’에는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오는데, 그는 대학 교수로서 철학과 논리학, 윤리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 진화론 등 다양한 과목을 강의했으며, 음악과 회화에도 능통했다) 그의 독특함 때문에 오히려 누군가의 ‘추종자’로도 불리우지 못했고, 또한 자기 사상의 ‘상속인’도 두지 못했다.
책 내용에 나오는 글들은 많은 경우 난해하다. (한 주제를 논술할 것이 아니라 ‘단상’ 식의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소개 글은 상당히 마음을 끈다. “짐멜 강의의 특징은 단순히 박학이 아니라 하나의 인스피레이션(영감)의 작용이었다고 한다. 엄밀한 논리적 분석과 예술적 표현의 결합은 그의 정신에 있어서의 매우 세밀한 움직임까지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그가 베푼 것은 늘 지식 이상의 무언가였다.”(121p)
1. 철학자의 범주(13p) “철학자에는 세 범주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사람들은 사물의 심장이 고동 소리를 듣고, 두 번째 사람들은 사람의 심장의 고동 소리만 들으며, 세 번째 사람들은 개념의 심장의 고동 소리만 듣는다. 그런데 (철학 교수들이 속한) 네 번째 범주는 문헌의 심장의 고동 소리밖에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 철학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요약한 듯이 보인다. 마치 그리스의 자연 철학과 소피스트의 철학, 그리고 그 이후 철학자들의 개념 논쟁과 이제는 스스로 철학하기 보다는 문헌을 뒤적이며 거기 나온 글귀를 언급하는 것에 급급한 현대 철학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는 듯…
2. 철학자의 앎(14p) “철학자는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종종 그는 모든 사람들이 그저 무심코 말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 철학의 보편성과 독특성! 철학자는 평범한 것 가운데서 비범한 것을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3. 가능한 필연성과 필연적인 가능성(23p) “자연과학은 가능한 필연성을 지향하고, 종교는 필연적인 가능성을 지향한다.” – 짐멜의 글은 이와 같이 대조적이고, 그러면서도 함축적인 것들이 많다. ‘가능한 필연성’과 ‘필연적인 가능성’… 짐멜은 언어의 마술사 같다.
4. 너무 많은…(32p)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엔 너무 많은 자연을 지니고 있고, 자연적인 존재이기엔 너무 많은 이성을 지니고 있다.”
5. 목적과 수단(32p) “우리는 본디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목적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완벽한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수단을 갖고 있다.”
6. 현실적 vs 가치(39p) “현실적이 아닌 것은 모두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가치가 없는 것인 이상 모든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것이 고귀한 한 인간성의 양극이다.”
7. 굶주린 생물(40p) “인간은 실로 굶주린 생물 그 자체이다. 동물은 먹었을 때는 배부름으로 만족한다.” – 짧은 문장에 많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
8. “왜?”(50p) “더욱 높아지려고 노력하는 정신적인 인간이 무엇보다 먼저 회피해야 할 것은 사물을 자명한 것으로서 받아들이는 것과 편애하는 것이다.” – 늘 ‘왜?’라는 질문 던지기를 잊지 말 것!
9. 타협과 적응(51p)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편은 타협하지 않고 적응하는 것이다.”
10. 고통에 의한 속죄(56p) “고통에 의한 속죄는 참으로 비교가 안 되는 두 요소를 저울로 재려고 하는 아주 외적이고 기계적인 것이며, 하나의 천박한 자기기만이다.” – 짐멜은 기독교의 가르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니, 어쩌면 부정적인 표현으로 잘못된 세태를 비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 바로 앞에서 그는 “모든 죄는 신에 대한 죄라는 말은, 누군가 자신의 죄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절망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사실 신학적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죄 사함을 받기 위한 ‘제사’라는 방법은 ‘속죄’와는 무관하다. 심지어 죄 사함을 받기 위한 ‘회개의 기도’ 역시 ‘죄 사함’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연관’짓겠다고 하는 하나님의 ‘의지’와 ‘결정’ 때문에 관계가 있는 것처럼 가르쳐지고 있는 것뿐이다. 이는 어쩌면 짐멜의 본질을 뚫어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아니면 그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더 그 부분에 있어서 예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11. 인격적, 비인격적(62p) “절대적 의미에 있어서의 인격적인 것은 인격적인 것과 비인격적인 것을 포괄하며, 최고의 의미에서의 비인격적인 것도 마찬가지로 둘을 포괄한다.” – 뭔가 어려워 보이면서도, 뭔가 신비스럽고 통합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문구처럼…
12. 진리에 매우 접근한 오류(68p) “실천의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잘못이라는 것은 종종 진리에 매우 접근한 오류이다. 우리의 관념이 거의 옳을 때, 우리의 인식이 오직 최후의 한 수를 빠뜨렸을 때, 그런 때야말로 그 위에 세워진 행위는 우리를 그지없이 무서운 과실로 끌어들인다. 극단의 오류가 쉽게 정정된다.” – “극단의 오류가 ‘오히려’ 쉽게 정정된다.”라고 했다면 이해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함축… word play?
13. 판단(74p) “어째서 언제나 ‘판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일까? 우리의 비평벽은 전체를 각 부분의 합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대의 공통된 기계적인 견해와 관련되어 있다.” – 판단을 가질 필요성?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짐멜은 ‘기계적인 견해’와 ‘판단’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그것을 비판하는 듯 한데… 이 부분에서는 짐멜 역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한다고 하는 ‘강박’은 버릴 필요도 있는 듯…
14. 행복 & 안일(88p) “행복이란 높은 정신력이 낮은 정신력에 의해 괴롭힘을 받는 일이 없는 경지이며, 안일이란 낮은 정신력이 높은 정신력에 의해 괴롭힘을 받는 일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15. 관용 & 자부심(88p) “관용 속에는 늘 자부심이 있다. 그대가 굳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한 것과 ‘동일한’ 지반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그를 너그럽게 용서한다면 그대는 그의 은인이 된다.” – 몇 년 전에 얼핏 생각하고 지나갔던 주제. 내가 누군가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는 것은 내가 그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 경쟁상대로 여기거나 나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너그럽기가 쉽지 않다.
16. 잃어버리면 비참한 처지에…(96p) “만일 그것을 잃으면 비참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을 때, 누구나 놀랄 것이 틀림없다. 또 한편 만일 그것을 잃는다면 실제로 돌이키기 어려운 글자 그대로 비참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을 얼마나 조금밖에 갖고 있지 않은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칠 때, 더욱 크게 놀랄 것이 틀림없다.” – 생각 없이 읽으면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 어려운 문장이다. 하지만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잃을 때 비참한 처지에 빠지게 만드는 ‘그 무엇(A라 하자)’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상, 그것을 잃을 때에 ‘돌이키기 어려운’ 비참한 처지에 빠지게 만드는 ‘그 무엇(B라 하자)’은 ‘조금밖에’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것을 마실 수 없는 형편에 처하면 (과장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참함은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의 비참함은 아니다. 우리를 ‘돌이키기 어려운’ 비참함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매우 ‘조금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상에서 우리를 힘들게(짐멜의 ‘비참하게’)하는 사소한 것들(A)는 감사함으로 누리면 된다. 반면에 우리를 정말로 힘들게(‘돌이키기 어려운 비참함’) 하는 것들(B)은 그리 많지 않으니 두려움에 떨면서 살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그것만 조심하면 최악의 상태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말처럼도 들리고, 그런 경우는 많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말처럼도 들린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