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문학은 자유다 : 수전 손택의 작가적 양심을 담은 유고 평론집
수전 손택 / 이후 / 2007.12.28
– 30쪽짜리 평론 한 편을 위해 원고 3천 매를 메웠던 열정
『문학은 자유다』는 수전 손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말년에 쓴 열여섯 편의 글을 모은 평론집이다.
1부에 실린 글 가운데 몇 편은 죽기 전 병상에서까지 고치고 다듬으면서 애정을 쏟았던 글이다.『해석을 반대한다』를 통해 화려하게 뉴욕 지성계에 데뷔했던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인들을 비판한 바 있으며, 누구도 미국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던 9.11 직후에 준열한 비판 글을 발표해 미국중심주의자들의 지탄을 받았던 유일한 지성인이다.
수전 손택은 이 평론집에서 레오나드 칩킨이나 안나 반티의 매력적인 책들을 소개한 글이나 빅토르 세르주에 대한 그간의 애정을 드러내 보여 준 평론들을 통해 세계 지성들의 사상 속으로 훌륭하게 안내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반전운동부터 이라크전 반대 등,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사람들과 기꺼이 등을 지고 과감한 주장을 했던 손택의 육성을 2부 ‘미국의 야만성’에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구성을 통해 1933년에 뉴욕의 중산층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2004년 12월 28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까지 여러 권의 평론집과 소설, 에세이, 영화 시나리오, 희곡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국가보다 개인의 양심을 더 우선했던 작가 손택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 목차
편집자 서문 / 생의 마지막 날들에 담은 손택의
평론과 연설―파올로 딜로나도, 앤 점프
여는 글 / 독자여, 당신 차례다!―데이비드 리프
1부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
1926년, 파스테르나크와 츠베타예바, 그리고 릴케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하다―레오니트 칩킨의
『바덴바덴에서 보낸 여름』
두 겹의 운명―안나 반티의 『아르테미시아』
소멸되지 않음―빅토르 세르주를 옹호하며
기이한 소설―할도르 락스네스의 『빙하 아래』
2부 미국의 야만성
9.11
몇 주 뒤
1년 뒤
사진에 관한 짧은 요약
타인의 고문에 대하여
3부 투쟁하는 독자, 손택의 연설들
말의 양심―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세계는 인도다―문학 번역에 대하여(성 히에로니무스 강연)
용기와 저항―오스카 로메로 상 기조연설
문학은 자유다―독일 서적출판조합 평화상 수상 연설
동시에―소설가와 도덕적 논리(나딘 고디머 강연)
글이 실렸던 매체
옮긴이의 글 ―홍한별
○ 저자소개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우울한 열정』,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안개 너머의 나라 켈트의 속삭임』,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등이 있다.
○ 독자의 평
한국의 젊은이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책이냐 하면 바로 《문학은 자유다》라는 책이다. 저자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의 말을 빌면 “죽기 살기로 진지하게 노는 법을 아는 사람”이던 “수잔 손택의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은 수전 손택(1933-2004)이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말년에 쓴 열여섯 편의 글을 모은 유고집으로, 문학평론 6편, 정치비평 5편, 연설문 5편이 수록되어 있다. 원서 제목은 ‘동시에’로 손택의 마지막 강연인 나딘 고디머 강연의 제목이지만, 국역본 제목 ‘문학은 자유다’는 손택이 독일 서적출판조합에서 수여한 평화상을 수상할 때 했던 연설의 제목이다. 한국판의 이런 제목은 스스로 ‘소설가’라고 불리길 원했던 손택의 유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한국의 청춘들이여, “열정적으로 몰두하고, 투쟁적으로 읽어라.”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내게 ‘미학과 문학의 정숙한 혼인’을 연상시키는 그런 매력적인 문학평론들로 채워져 있다. 가령 소련의 의사출신인 레오니트 칩킨의 몽환소설 《바덴바덴에서 보낸 여름》과 안나 반티의 《아르테미시아》와 같은 국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책들을 소개하고 있고, 빅토르 세르주와 할도르 락스네스에 대한 저자의 ‘숭배’에 가까운 애정어린 모습을 보여 준다.
“아름다움은 이상화 역사의 일부이며, 그 역사는 또한 위안의 역사의 일부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언제나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얼굴과 몸의 아름다움은 고통을 주고 복종시킨다. 그 아름다움은 전제專制적이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만들어진 아름다움(예술)은 ‘소유’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사심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모델은 자연, 멀리 있으면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나온 것이다.”(36-7쪽)
제2부 ‘미국의 야만성’은 911의 영향과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이와 연관된 포토저널리즘과 고문 사진에 관한 정치비평이 수록되어 있다. 전작 《타인의 고통》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내용들이다.미국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손택의 글을 읽고 보니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불온한 국수주의 움직임과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 맥락에도 적절한 비평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지도층은 자기들이 대중을 선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신감을 증폭시키고 상처를 달래겠다는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조장하는 민주정치는 실종되고 심리치료법이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섰다. 제발 함께 슬퍼하자. 그러나 함께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의식을 조금이라도 동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153쪽)
제3부 ‘투쟁하는 독자’는 예루살렘상, 자유상,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로스앤제리스 공공 도서관 문학상을 비롯한 수상 연설과 강연을 모은 글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