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레오폴트 인펠트 / 서커스출판상회 / 2017.8.31
물리학의 사실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물리학의 역사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의 법칙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창의적인 인간 정신의 영원한 투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개념 세계와 현상 세계를 잇는 가교를 발견하려는 인간 정신의 시도의 역사를 물리라는 분야를 통해 개괄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물리학의 사실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물리학의 역사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의 법칙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창의적인 인간 정신의 영원한 투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인 인펠트는 물리의 발전 과정이라는 난해한 내용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모든 수학적 수식을 배제하고서 개념의 발전 과정을 짚어 나간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고 실험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과 도판들은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압축하고 정리해서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하여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즉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타임> 지의 커버스토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 목차
서문
제1장 역학적 세계관의 대두
위대한 추리소설
최초의 실마리
벡터
운동의 수수께끼
남은 하나의 실마리
열은 물질인가?
롤러코스터
교환율
철학적 배경
물질의 운동론
제2장 역학적 세계관의 몰락
두 가지 전기 유체
자기 유체
첫 번째 심각한 문제
빛의 속도
물질로서의 빛
색의 수수께끼
파동이란 무엇인가?
빛의 파동 이론
광파는 횡파일까, 종파일까?
에테르와 역학적 세계관
제3장 역장과 상대성
표현 방식으로서의 역장
역장 이론의 두 기둥
실재하는 역장
역장과 에테르
역학적 지지대
에테르와 운동
시간, 거리, 상대성
상대성과 역학
시공간 연속체
일반 상대성
승강기의 안팎
기하와 실험
일반 상대성이론의 입증
역장과 물질
제4장 양자
연속성-불연속성
물질과 전기의 기본량
광양자
빛의 스펙트럼
물질의 파동
확률파
물리학과 현실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레오폴트 인펠트

– 저자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1879년 3월 14일, 독일 울름에서 아버지 헤르만 아인슈타인과 어머니 파울리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뮌헨에 전기공장을 세우고 일을 시작하자 그곳으로 이주해 학업을 시작했으나 19세기 독일의 엄격하고 현학적인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성적 부진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 부진으로 가족들이 밀라노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에서 독학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 응시했으나 낙방했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수학 성적에 주목한 학장의 배려로 아라우에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고등학교에서 1년간 공부한 후 마침내 연방공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1900년 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스위스 시민이 되었고, 2개월간 수학 가정교사로 일하다 베른에 있는 특허사무소 심사관으로 채용되었다. 5년간 특허사무소에 일하던 아인슈타인은 1905년 독일의 『물리학연보Annalen der Physik』에 5개의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분자 차원의 새로운 결정」이라는 논문으로 연방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른 논문들에서는 유명한 광전효과, 브라운운동이론, 특수상대성이론을 제시했다. 특히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모든 좌표계에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모든 자연 법칙이 똑같다면, 시간과 물체의 운동은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이론을 제기하면서 그때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우주관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또한 그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원리를 확립했는데, 이에 따르면 ‘물질이 갖는 에너지는 그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고 한다. 이것이 유명한 공식 E=mc2이다.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1914년 독일 프로이센과학아카데미에 자리를 얻어 그곳에서 연구하면서 때때로 베를린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1916년 마침내 『물리학연보』에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를 발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뉴턴이 말한 힘이 아니라 ‘시공연속체 속에 있는 존재에 의해 생긴 굽어진 장(場)’이다. 그의 이론으로 시공간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그때까지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우주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19년 런던 왕립학회가 프린시페 섬에서 행한 과학탐사에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계산값을 증명하는 일식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21년, 아인슈타인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1905년에 발표한 ‘광전효과’에 대한 공로 때문이었다. 이 이론을 설명하는 광양자 가설은 훗날 양자역학을 낳는 시금석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양자역학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말년에는 주로 통일장이론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시민권을 포기하고 독일을 떠난 그는 이후 20여 년 동안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거의 변화 없는 생활을 유지했다. 1939년,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핵무기 연구에 관한 유명한 서한에 서명함으로써 ‘맨해튼 계획’ 수립에 영향을 끼쳤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충격을 받아 핵무기 폐기를 위한 운동에 동참했으며, 비무장 세계정부 수립을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한편 1940년,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을 유럽인으로 생각했다. 1952년 이스라엘의 2대 대통령을 제안받기도 했던 그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1955년 대동맥류 파열로 프린스턴 병원에 입원한 뒤 그해 4월 18일 그곳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시기별 연구들을 살펴보면, 유년기 숙부의 영향으로 수학과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취리히의 연방공과대학에서 4년간 물리학과 수학에 몰두하게 된다.
1900년 아인슈타인은 베른에 있는 스위스 특허 사무소에서 심사관으로 일을 시작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유명한 월간 학술지 「물리학 연보 (Annalen der Physik)」에 「분자 차원의 새로운 결정 (A New Determination of Molecular Dimension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나중에 취리히 대학교에서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연보」에 중요한 논문 4개를 더 발표했다. 브라운 운동 이론에 관한 「정지 액체 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대하여 (On the Movement of Small Particles Suspended in Stationary Liquids Required by the Molecular-Kinetic Theory of Hea)」, 빛을 파동으로서뿐 아니라 입자 성질을 갖는 광자로 가정해 광전 효과를 설명한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 (Über einen die Erzeugung und Verwandlung des Lichtes betreffenden heuristischen Ge- sichtspunkt)」, 특수 상대성 이론을 소개한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rper, 영: On the Electrodynamics of Moving Bodies)」,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사실을 확립한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 (Ist die Tragheit eines Korpers von seinem Energieinhalt abhangig)」.
1916년에는 「물리학 연보」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 (Die Grundlagen de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를 발표한다. 이로 인해 아인슈타인은 천재적인 과학자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고, 1921년 상하이에서 “당신의 광전법칙과 이론물리학 분야에서의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국제전보를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전자로부터 행성까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작용을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단일한 방정식이나 공식들을 물질과 에너지의 보편적 속성들과 연관시키려고 했는데 이는 나중에 통일장 이론으로 불리게 된다.
1933년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하자 아인슈타인은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났으며, 1955년 4월 18일 프린스턴 병원에서 잠을 자다가 숨을 거두었다.
– 저자 : 레오폴트 인펠트 (Leopold Infeld)
폴란드의 물리학자. 캠브리지 대학의 록펠러 연구원, 프린스턴 대학의 고등연구소, 토론토 대학 교수 등을 거쳤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별의 운동에 관한 방정식을 연구했고 이 책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공동 집필했다. 막스 보른과 함께 맥스웰의 전기역학 이론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명하는 보른-인펠트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 서명한 11명의 과학자 중 한 명인데 서명자 중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은 사람은 인펠트가 유일하다. 2차 대전 후 캐나다에서 고국 폴란드의 과학 재건을 위해 귀국했고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임되었다.
– 역자 :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과학서 및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소설 번역을 주로 해왔다. 옮긴 책으로 『화성 연대기』, 『태양의 황금 사과』, 『시월의 저택』,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완벽하게 매끄러운 길과 전혀 마찰이 없는 바퀴를 상상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는 수레를 멈출 요소가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따라서 영원히 달려가게 될 것이다. 이런 결론은 오직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실험을 가정할 때에만 얻어낼 수 있다. 모든 외부 영향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험을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실험은 운동의 역학의 기반을 이루는 진짜 실마리가 무엇인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 본문 중에서
과학적 상상력은 기존의 개념을 너무 제한적이라 여기며 새로운 개념으로 그를 대체한다. 일단 시작된 이후의 발전은 진화라고 불러야 할 만한 양상을 보인다. 적어도 정복해야 할 새로운 영역이 등장해서 전환점이 마련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주요 개념의 전환이 어떤 논리를 따르며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실마리뿐 아니라 그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결론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물리학의 개념은 오로지 인간의 정신만으로 자유롭게 창조해 낸 결과물이며, 그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외부 세계가 지정해 준 결과물이 아니다. 현실을 이해하려 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보면 내부가 노출되지 않은 손목시계를 이해하려 하는 사람과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문자반과 움직이는 바늘을 관찰하고, 똑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내부를 열어볼 수는 없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 행성에서 중력 질량과 관성 질량은 동일한 값을 가지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손쉽게 상상할 수 있다. 즉각 다른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두 가지 질량이 동일한 것이 그저 우연일 뿐일까, 아니면 좀 더 깊은 함의가 존재하는 것일까?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두 질량이 일치하는 것은 오로지 우연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 현대 물리학의 답변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두 질량이 동일하다는 사실은 보다 정밀한 이해를 위한 새로운 실마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소위 말하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유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실마리 중 하나였다. — 본문 중에서
한 이론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단 하나의 실험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며, 이런 실험을 ‘결정적 실험’이라고 부른다. 실험의 결정적 값은 질문을 공식화하는 방식에 의해서만 밝혀지며, 그 실험에 의해 시험대에 오르는 이론은 한 번에 하나뿐이다. 마찰과 전도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특정 온도에 도달한 동일한 재질의 물체의 비열을 측정하는 실험은, 이런 결정적 실험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과학 연구의 결과는 종종 과학이라는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그 이상의 철학적 문제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과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자연을 서술하려 시도하는 이론은 어떤 덕목을 가져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물리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결국 물리학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그런 질문이 발생하는 질료가 바로 과학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적 일반화는 과학의 결과물을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일단 한번 형성되고 널리 인정받은 이론은 종종 수많은 가능성 중 한 가지를 가리킴으로써 과학적 사고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널리 인정받은 관점에 대한 반란에 성공하면 완벽하게 다르고 예상치 못한 발전을 불러오며, 그로 인해 새로운 철학적 관점의 초석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연구자의 역할을 탐정에 비유했다. 양쪽 모두 필수적인 사실을 모아들인 다음에는 순수한 사고의 힘만으로 옳은 해법을 알아낸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한 가지 측면에서는 피상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현실과 탐정소설에서는 범죄 자체가 주어진다. 탐정은 편지, 지문, 탄환, 총 따위를 직접 찾아야 하지만, 적어도 살인 자체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의 경우는 다르다. 전기에 대해 완벽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조상 모두가 전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금속 막대, 금박, 병, 단단한 고무막대, 플란넬 천 등 우리의 세 가지 실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준다고 해 보자. 설령 그 사람이 훌륭한 지성인이라 하더라도, 병에는 포도주를 따르고 플란넬 천은 걸레로 사용할 뿐, 우리가 지금까지 묘사한 실험은 절대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탐정에게는 범죄가 주어지고 문제가 서술된다.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는가? 하지만 과학자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스스로 범죄를 저지른 다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단 하나의 사건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어난, 또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를 구하는 방법을 구상해 냈지만, 그 결과까지 제시하지는 못했다. 문제의 구상이 실제 해결보다 중요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결 자체는 그저 수학 계산이나 실험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문제,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예전의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며, 그런 시도야말로 과학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다. 관성의 원리,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이미 잘 알려진 실험과 현상을 놓고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고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 본문 중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자연 현상을 역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기 유체와 자기 유체, 광미립자, 에테르 등 수많은 인위적 물질을 도입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모든 난점을 몇 개의 필수적인 개념으로 모아놓은 것뿐이었다. 광학 현상의 모든 난점을 에테르로 응축했듯이 말이다. 여기서 에테르나 기타 물질을 단순한 방식으로 설명하려 시도했던 온갖 헛된 노력을 짚어보면, 결국 궁극적인 문제는 자연의 모든 현상을 역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최초의 가정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학은 역학이 원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어떤 물리학자도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역학의 경우를 기억하기 바란다. 특정 순간에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고,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를 알면, 입자가 앞으로 취할 진로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맥스웰의 이론에서는, 특정 순간의 역장을 알기만 하면 이 이론의 방정식을 통해 역장 전체가 공간과 시간축 안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를 유추할 수 있다. 맥스웰의 방정식을 이용하면 역장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역학의 방정식을 사용하면 물질 입자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역장이라는 개념은 처음에는 역학적 관점에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역장이라는 새로운 언어에서는 전하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전하 자체가 아니라 전하 사이에 펼쳐지는 역장을 이용한다. 새로운 개념은 천천히 인정을 받기 시작하여, 마침내 역장이 물질보다 중요한 개념이 되는 상황에 이른다. 물리학에서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새로운 현실이 창조되고, 역학적 세계관이 발을 붙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역장 이론은 천천히 힘들여 물리학의 선도적 위치까지 올라섰으며, 아직까지 기초적인 물리 개념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현대 물리학자에게 전자기장이란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만큼이나 명확하게 실재하는 존재이다. — 본문 중에서
비유를 해 보자면, 새 이론의 정립은 낡은 외양간을 부수고 그 자리에 고층건물을 올리는 일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산을 올라가서 점차 새롭고 넓은 풍경이 눈에 들어옴에 따라, 시작점과 주변의 풍요로운 환경 사이의 연결 관계를 발견하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의 시작점은 항상 제자리에 존재하며, 여전히 시야에 들어가 있다. 갈수록 더 작아 보이고, 위로 올라가며 장애물을 정복할수록 좀 더 넓은 풍경 속의 한 점으로 졸아들어 가지만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임의적인 운동을 하는 모든 좌표계에서 유효한 물리 법칙을 구상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자연법칙을 모든 좌표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의 초창기에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세계관 사이에 격렬하게 벌어졌던 투쟁은 의미를 잃게 된다. 양쪽 좌표계 모두 동등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태양은 정지해 있으며 지구가 움직인다’와 ‘태양은 움직이고 지구가 정지해 있다’라는 두 가지 문장은, 단순히 서로 다른 좌표계를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표현일 뿐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은 언제나 현실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론과 관찰을 연결하는 논리의 연쇄에 고리가 하나씩 추가된다. 이론에서 출발하여 불필요하고 인위적인 가정으로 가득한 실험에 이르는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 더 많은 현상을 시야에 넣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이 사슬을 길게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가정이 단순하고 근본적인 것이 될수록, 추론을 위한 수학이라는 도구는 갈수록 복잡해져만 간다. 이론에서 관찰에 이르는 길은 더 길어지고, 더 세밀해지고, 더 복잡해진다. 모순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현대 물리는 고전 물리보다 단순하며, 따라서 겉보기에는 더욱 어렵고 복잡해 보인다. 외부 세계를 그려내는 그림이 갈수록 단순해지고 더 많은 사실을 설명할수록, 우리의 정신은 우주의 조화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상대성이론을 통해 물질이 에너지의 막대한 저장고이며 에너지가 물질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는 물질과 역장의 정성적 구별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물질과 에너지의 구분이 정성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대부분은 물질 안에 집약되어 있지만, 입자를 둘러싸는 역장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양이기는 해도 에너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은 에너지의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말하며, 역장은 에너지의 밀도가 낮은 지역을 말한다.’ 그러나 이 명제가 사실이라면 물질과 역장의 차이는 정성적이 아니라 정량적인 것이 된다. 물질과 역장을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라고 생각하는 일 자체가 틀린 표현인 것이다. 이 명제가 사실이라면 역장과 물질을 명확하게 분간하는 경계선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된다. — 본문 중에서
기본 개념은 물리 이론을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학에 관한 서적은 복잡한 수학 공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이론을 시작하는 것은 공식이 아닌 사고와 착상이다. 착상이 정량적인 이론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해 비교할 수 있는 수학의 형태를 지녀야 한다.
과학은 닫힌 책이 아니며, 앞으로도 닫힌 책이 아닐 것이다. 모든 중요한 진보에는 새로운 문제가 따른다. 모든 발전은 결과적으로는 새롭고 좀 더 심오한 문제를 드러내 보인다.
양자물리학이 매우 다양한 부류의 사실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론과 관찰 결과가 대부분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새로운 양자물리학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역학적 세계관으로부터 더 멀리 나가게 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관점으로 돌아갈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이 두 가지 개념, 즉 물질과 역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양자물리학은 말하자면 이원적인 이론이며, 모든 존재를 역장 개념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숙원에는 조금도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물리 이론의 도움을 받아서 관찰한 사실이라는 미로를 헤쳐 나가며, 감각으로 받아들인 세계에 규칙성을 부여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우리는 관찰을 통해 획득한 사실이 현실이라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따르기를 원한다. 이론의 구축을 통해 현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없다면, 우리 세계에 조화가 내재해 있다는 신념이 없다면, 과학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신념은 과학을 통한 모든 창조 행위의 근본 동력으로 남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추천글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레오폴트 인펠트는 태풍의 눈 속에서 양자역학이라는 혁명에 대해 서술했다. … 아인슈타인의 책은 20세기 초반에 과학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그리고 아인슈타인 본인이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잘 알려준다. 이 책이 출간된 지 거의 70년이 지났는데도, 비록 모형은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우주의 양자론적 모델이 가져온 기괴함의 잔재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 스티븐 호킹
갈릴레오 이후 물리학의 여정을 따라가는 대가의 여행…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의 책은 인간 지성의 가장 극적인 진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에릭 템플 벨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는 놀라울 정도로 간명하게 상대성이론의 뒤에 숨은 착상을 추적해 나간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아직까지 자신의 이론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활용자임을 증명해 보인다. – 뉴욕 타임스
일반 독자들에게 과학을 설명하는 일은-그리고 여기서 ‘일반 독자’에는 해당 과학 분야에 관심이 없는 다른 과학자들도 포함된다-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 교수와 그의 공저자의 말대로 ‘물리학이 인간 정신의 산물이며 자유롭게 발명된 개념과 착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책은 물리학이 가지는 문화적인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적인 저작이자, 동시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모험이 될 것이다. – 네이처

○ 출판사 서평
–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 정신의 투쟁 과정
이 책은 개념 세계와 현상 세계를 잇는 가교를 발견하려는 인간 정신의 시도의 역사를 물리라는 분야를 통해 개괄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물리학의 사실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물리학의 역사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의 법칙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창의적인 인간 정신의 영원한 투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인 인펠트는 물리의 발전 과정이라는 난해한 내용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모든 수학적 수식을 배제하고서 개념의 발전 과정을 짚어 나간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고 실험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과 도판들은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압축하고 정리해서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하여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즉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타임> 지의 커버스토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 책은 운동이라는 물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로 시작된다. 2천 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관이 갈릴레오와 뉴턴의 고전역학에 의해 붕괴되면서 새로운 역학적 세계관이 형성된 것은 진정한 과학이라 할 수 있는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갈릴레오가 발견하고 사용한 과학적 추론 방식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 사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이며 갈릴레오가 발견하고 뉴턴이 간결하게 정리한 고전역학의 세계관은 인간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완벽한 세계관으로 보였던 역학적 세계관은 전자기와 광학의 영역에서 큰 난관을 겪게 된다. 빛의 입자 이론과 파동 이론의 대립에서 물리학의 역사는 파동 이론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빛이 전파될 수 있는 매질은 무엇이며 그 매질은 어떤 역학적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 광학 현상과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으로 환원할 때 발생하는 난점은 너무 거대해서 결국 역학적 세계관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뉴턴 이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역장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 역장은 전자기장의 구조를 서술하고 전기만이 아니라 광학 현상까지 설명할 수 있는 맥스웰 방정식의 발견을 불러왔다.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적 물리 세계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등장했다. 상대성이론은 역학의 법칙을 변화시켰다. 운동하는 입자의 속도가 광속에 접근하면 고전역학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또한 상대성이론은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연결 관계를 제안했다. 질량은 에너지이며 에너지에는 질량이 존재한다. 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하나로 합쳐져서 질량-에너지 보존법칙이 되었다.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에서 역장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중요성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완벽하게 역장으로만 구성된 물리학은 정립되지 못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아직 불완전하며 아직까지는 역장과 물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의 존재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
원자 단위의 현상이 보여주는 다양한 관찰 결과들은 물리학에 다시 한 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만들었다. 바로 양자역학이다. 물질은 입자 구조를 가지며 양자라는 기본적인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광자는 빛을 구성하는 에너지의 양자이다. 빛은 파동인가, 아니면 광자의 흐름인가. 전자 빛살은 기본 입자의 물살인가, 아니면 파동인가. 현대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들은 원자 단위의 사건들을 시공간 속에서 서술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물리학은 다시 역학적 세계관으로 후퇴해야 했다.
갈릴레오, 뉴턴 이래의 근대 물리학의 진화 과정을 개괄하면서 독자들은 운동과 열, 빛, 전자기장, 역장, 양자 같은 물리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이 얼마나 풍요롭고 창의적인 사고 실험과 실제 실험들을 통해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어떠한 착상을 통해 나왔으며 그것이 물리학의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를 아인슈타인의 언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들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던 통일장 이론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과학은 닫힌 책이 아니며, 앞으로도 닫힌 책이 아닐 것이다. 모든 중요한 진보에는 새로운 문제가 따른다. 모든 발전은 결과적으로는 새롭고 좀 더 심오한 문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결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더 많은 문제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혼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세계에 조화와 질서가 내재해 있다는 신념을 더욱 깊이 있게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