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반 고흐의 귀 :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7년의 여정
VAN GOGH’S EAR
버나뎃 머피 / 오픈하우스 / 2017.5.22
– 19세기 후반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랐을까? 무려 125년 만에 진실을 드러내는 책!
‘미스터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반 고흐의 작품도 인생도 아닌 그의 ‘귀’를 집중적으로 논하는 책이다. 이 저서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반 고흐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에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미술관은 이에 맞춰 그간의 기획과는 성격을 달리해 반 고흐의 정신병에 초점을 맞춘 전시 「On the verge of Insanity(광기의 직전에서)」를 새로이 열기도 했는데, 이 전시에서 이 책의 저자인 버나뎃 머피가 발견한 귀중한 자료가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저자의 배경이다. 머피는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전문 연구가라고는 할 수 없는 다소 평범한 이력으로 7년에 걸친 끈질긴 조사와 연구 끝에 그간 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온 귀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반 고흐의 귀는 그런 그녀의 첫 책이면서 아마추어 연구가의 피땀 어린 노력의 생생한 증명이자 기록이자 결실이며, 무엇보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그날 밤을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를 새로운 관점으로 안내하는 가치 있는 발견이다.
○ 목차
프롤로그 13
미해결 사건을 다시 열며 21
고통스러운 어둠 38
실망과 발견 53
아름답고 너무나 아름다운 69
빈센트의 세계에서 살기 85
올빼미 98
므슈 빈센트 118
어려움에 처한 친구 141
마침내 집으로 157
화가들의 집 177
폭풍전야 189
매우 우울한 하루 199
암울한 신화 206
미스터리의 문을 열다 222
그 후 241
빨리 오십시오 252
슬픈 바다 위에 홀로 270
배신 289
안식처 317
상처 입은 천사 334
불안한 유전자 369
불행의 확신 378
에필로그 397
옮긴이의 말 405
주 410
도판 목록 451
○ 저자소개 : 버나뎃 머피 (Bernadette Murphy)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른이 된 후 30년 넘는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 남부에서 보냈다. 미술사를 전공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여러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친언니의 죽음과 자신의 병을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아를에서의 반 고흐의 삶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근사한 모험이 될 줄 전혀 알지 못했다. 『반 고흐의 귀』는 7년여에 걸친 방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이자 저자의 첫 책이다.
– 역자 : 박찬원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아르카디아』, 『지킬박사와 하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네 번의 식사』, 『청소년을 위한 나는 말랄라』, 『어린이를 위한 나는 말랄라』, 『프래니와 주이』, 『불완전한 사람들』, 『방황하는 아티스트에게』, 『커버』, 『카르트 블랑슈』,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작은 것들의 신』,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 『반 고흐의 귀』,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이차원 인간』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p.23~24 집에만 머물며 도서관이나 기록물 보관소에 갈 수 없었던 나는 내 서가에 있던 미술 관련 서적을 들여다보며 인터넷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반 고흐 미술관의 사건 요약을 다시 읽었고 즉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자신의 왼쪽 귀 일부를 잘랐다”, 일부분만 잘랐다는 뜻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가 귀 전체를 잘랐다고 믿고 있었다. 이 단정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리고 이 창녀는 누구인가? 왜 반 고흐가 그런 피투성이 선물을 그 여자에게 가져갔던 것일까? 그리고 1888년 2월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희망에 부풀어 아를에 도착했던 그가 왜 2년 반도 안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을까?
p.36~37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은 하나의 막연한 의문?125년 전 프로방스 후미진 곳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결정적으로 정의하게 되었는가?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이야기 전체를 밝히기 위해 수천 시간을 쓰게 될 줄은, 혹은 그 과정에서 잘못된 실마리들을 따라가고 실망을 하고 또 황홀감을 맛보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귀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p.109 그때 나는 작은 행운 한 조각을 만났다. 1860~1870년대 창녀 진료기록에서 라셸이란 별명으로 일했던 여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20여 년의 기록을 살펴보니 이 라셸이란 이름은 본명이 다른 여러 여성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를에서는 창녀들이 명함에 별명을 인쇄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명함은 포주들이 수수료를 받고 제공했으며, 아가씨들은 손님들에게 그 명함을 주었다. 이로써 아를의 매춘업소에는 항상 ‘라셸’이 한 명씩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발견이었지만 몹시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라셸이 그날 밤 반 고흐가 만나러 갔던 여성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면, 이 많은 여성들 중에서 어떻게 반 고흐의 여자를 찾을 수 있겠는가?
p.235 그것은 너무나도 훌륭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 나는 방 안에서 원을 그리며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나는 내 프로젝트에 ‘반 고흐의 귀’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의 붕대 아래가 어떤 모습인지 밝히겠다고 결심했지만, 실제로 내 의문에 답을 주고 내 프로젝트를 그렇게 완벽하게 구현할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참으로 신비했다. 처방지에는 상처를 치료한 의사의 서명과 치료 날짜가 있었다. 이 처방지는 추측이 아니라 분명하게 실재하는 증거였다. 여기에는 반 고흐가 ‘무엇을’ 했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했는가도 설명되어 있었다. 추운 겨울 아침, 거실 안을 서성이며 나는 내가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p.274 반 고흐는 다른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경쇠약을 축소하고 상처도 최소화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무시할 수 없었다. 스튜디오로 돌아와 그는 캔버스 두 개를 완성했다.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과 귀에 붕대를 감고 파이프를 문 자화상 두 점으로, 아마도 그의 작품들 중 뇌리에서 가장 잊히기 힘든 이미지들일 것이다. 자기 연민이나 멜로드라마의 흔적은 전혀 없다. 그는 시선을 똑바로 향하고 있고 보는 이가 불편 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반 고흐는 자신이 한 일을 그림을 통해 인정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또한?감정적 경험을 표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자해를 기록하고 있었다.
p.334 어느 늦은 오후 내 전화가 울렸다. “마담 머피?” 약간 떨리고 있었고 나이가 든 목소리였다. 그 남성은 자신을 소개했다. 알고 보니 그는 ‘라셸’의 손자였고, 나는 몇 주 전 그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가 전화를 걸어주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편지에서 자세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은 채 반 고흐와 관련해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고만 말했는데,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p.399 『반 고흐의 귀』에는 어느 정도 중요한 발견?귀에 관한 것, ‘라셸’과 진정서 등?도 있지만 또한 작고, 얼핏 하찮아 보이는 작은 정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정보들이 모이면 아를의 반 고흐에 관한 보다 섬세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느리지만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기록물을 뒤지고, 이야기를 모든 각도에서 바라보고, 반 고흐의 그림들을 포함해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소스에서 끈질기게 작은 정보들을 모아갔다.
p.406 (옮긴이의 말 중에서) 반 고흐 관련 서적은 이미 한국에만 200종 이상 출간되어 있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숫자의 저술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피의 『반 고흐의 귀』가 주목받는 이유는 반 고흐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화가이고 그에 대한 자료가 너무나 많기에 더 이상 새롭게 밝힐 것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반 고흐의 그림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그의 이름에서 ‘광기 때문에’ 자신의 귀를 자르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화가를 떠올린다. 그런데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상식’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그가 절단한 것이 왼쪽 귀였는지 오른쪽 귀였는지, 귓불이나 귀 일부분을 자른 것인지 아니면 귀 전체를 자른 것인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었다. 버나뎃 머피의 연구도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 출판사 서평
125년 만에 드러난 진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그날 밤의 진짜 이야기
– 전 세계 언론을 장식한 반 고흐에 관한 ‘새로운’ 발견
19세기 후반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더 이상의 수식이 불필요할 정도로 우리 시대에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에 기대어 한 사람의 예술성을 논한다면 반 고흐는 분명 불세출의 화가였다. 그 당시 회화들의 전형성에 비추어보았을 때도 반 고흐의 그림들에는 확실히 독특하고 다른 구석이 있었다. 색에 있어서도 표현에 있어서도 그것들은 시대를 훌쩍 뛰어넘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1800년대를 살았던 화가에 대해 우리가 이만큼의 관심을 넘어 일종의 집요함까지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 고흐에게는 항상 따라붙는 그만의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가 있다. 그의 작품세계와 개인사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난 120여 년 동안 반 고흐라는 인물을 정의해왔다.
생전과 사후의 간극이 이다지도 큰 인물이 또 있을까. 어쩌면 그러한 간극이 반 고흐를 연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이 예술가를 둘러싸고 발생한 현상들은 하나의 ‘산업’이라 이름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 한 사람에게만 헌정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는 한 해에 160만 명의 인파가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그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이 넘쳐나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관련 서적들은 또 어떠한가. 전기를 비롯해 서간집, 작품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이미 시중에 넘쳐난다. 그 와중에 우리가 ‘미스터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거기에다가 반 고흐의 작품도 인생도 아닌 그의 ‘귀’를 집중적으로 논하겠다는 이 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 고흐의 귀_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7년의 여정』은 이제껏 반복되어온 내용의 중복이 아니다. 이 저서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반 고흐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에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미술관은 이에 맞춰 그간의 기획과는 성격을 달리해 반 고흐의 정신병에 초점을 맞춘 전시 On the verge of Insanity(광기의 직전에서)를 새로이 열기도 했는데, 이 전시에서 이 책의 저자인 버나뎃 머피가 발견한 귀중한 자료가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저자의 배경이다. 머피는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전문 연구가라고는 할 수 없는 다소 평범한 이력으로 7년에 걸친 끈질긴 조사와 연구 끝에 그간 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온 귀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반 고흐의 귀』는 그런 그녀의 첫 책이면서 아마추어 연구가의 피땀 어린 노력의 생생한 증명이자 기록이자 결실이며, 무엇보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그날 밤을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를 새로운 관점으로 안내하는 가치 있는 발견이다.
– 자해는 과연 미쳐버린 화가의 충동적인 행위였을까?
188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일요일 밤,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실제로 그 자신이 귀를 자른 자화상을 남겨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대체 귀의 얼마만큼을 자른 것일까? 귀의 일부를 자르는 것과 전체를 자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는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굳이 귀의 잘린 부분을 들고 가 창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정말 매춘부였을까? 자신의 귀를 잘라 타인에게 주는 행동 뒤에는 어떤 이유와 동기가 숨어 있을까? 정리하자면 그는 도대체 왜 자신의 귀를 잘랐던 것일까?
여기서 다시 한 번 왜 하필 그의 ‘귀’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신 교환을 즐겨했던 반 고흐 덕분에 우리는 8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통해 이 화가와 그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동생에 대한 애정, 궁핍했던 생활, 창작을 향한 열정 등 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아직까지 생중계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 하나의 퍼즐만 빼놓고 말이다. 바로 그의 귀 이야기이다. 반 고흐는 서신을 통해 동생 테오와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공유했지만, 자신이 귀를 자른 그날 밤 일에 대해서만은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그랬기에 학자와 연구가 사이에서 이를 둘러싸고 한 세기 이상 온갖 추측과 이론이 난무했던 것이다. 고흐의 일생에서 귀 이야기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이 작은 신체 일부가 우리 생활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반 고흐의 귀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지 않고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반 고흐의 자해를 광기와 연결시켰고, 이를 그의 예술적 영감 혹은 천재성 따위를 거론하기 위한 유명한 일화로 수단화시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그의 귀를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광기에 휩싸였던 화가의 충동적인 행위, 그게 전부였을까?
– 왜곡된 진실을 파헤치는 7년의 여정
영국 출신인 저자 버나뎃 머피는 방문차 우연히 가게 된 프랑스 남부의 날씨와 분위기에 반해 그곳에 정착하게 된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인 아를에도 자주 오가며 반 고흐의 귀 이야기를 종종 접했지만, 그가 유명세만큼 각기 다르게 묘사되거나 과장 혹은 윤색되는 것을 보고는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애초 그녀는 반 고흐가 너무 인기가 많다는 다소 속물적인 이유 때문에 연구를 시작할 당시까지만 해도 그의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조차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반 고흐와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어느새 그녀에게 허구가 아닌 진짜 사람들로 다가와 있었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왜곡되어 온 이야기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조사와 연구 과정은 실로 방대하고도 지난했다. 유럽을 비롯해 각국의 기록물 보관소를 샅샅이 뒤지는 것은 기본, 1만5천 명에 이르는 당시 주민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일일이 구축했을 뿐 아니라, 생존해 있는 그들의 후손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각종 공문서의 서명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19세기 말의 손글씨까지 공부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관련 인물들의 증언이 서로 달라 저자가 연구를 진전하는 데 있어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귀의 자해 부분에 관해 사건 당일 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알퐁스 로베르는 반 고흐가 귀 전체를 잘랐다고 진술한 반면, 반 고흐의 가까운 지인이었던 화가 폴 시냐크나 동생 테오의 아내인 요한나 봉허는 그가 귓불만 잘랐다고 증언했다. 반 고흐의 귀와 정신이상에 관한 논문을 쓴 정신과 의사 에드가르 르루아와 빅토르 두아토 역시 절단된 귀 도해를 함께 실으며 그가 귓불을 포함해 귀 일부만을 잘랐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반 고흐의 상처를 치료했던 아를 병원의 스물세 살짜리 인턴 펠릭스 레는 과연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들 중 누군가는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반 고흐가 그의 귀를 줬다고 알려진 ‘라셸’이라는 이름의 매춘부를 찾는 일 역시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우선 1888년 당시의 지도, 통계 자료, 시 법령 등을 통해 아를의 매춘 현황을 파악해야 했다. 윤락가의 위치, 윤락여성의 수와 그들의 행동범위, 포주의 자격, 매춘 비용, 그 밖에 매춘업소에서 일하는 다른 직업의 사람들 등 세세한 정보들을 모아가며 점차 윤곽을 잡아갔다. 그렇게 해서 저자는 ‘라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고, 그녀의 후손을 만나 지금까지 알려진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주었다” 그 너머의 이야기를 구성해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반 고흐를 광기로 몰아가는 데 한몫했다고 알려진 독주(毒酒) 압생트에 관한 진실, 그 광기는 과연 어떤 질병이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 반 고흐를 아를에서 내쫓기 위한 도구로 쓰인 주민들의 진정서를 낱낱이 파헤치는 내용 등도 주목할 만하다.
– 전설의 안개가 걷히고 드러나는 진짜 반 고흐
책에는 이번 발견의 결정적인 증거 자료와 함께 글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도판 및 반 고흐의 그림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600개가 넘는 주석은 저자의 연구가 얼마나 철저하고 방대했는지 입증한다.
“진실을 캐내는 것보다는 전설에 이야기를 맞추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 광기가 오랜 세월 그의 예술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가 그의 생애를 들여다본 것 역시 이 광기의 발작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이 연구를 시작한 이후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반 고흐와 그의 광기에 대한 나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미지들이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 고흐의 창작 능력은 그의 힘든 정신상태 덕분이 아니라, 그것에도 불구하고 그 정점에 이르렀던 것이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반 고흐의 귀』는 타성에 젖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의문이 생겼을 때 주어진 사실에 근거해 정답을 찾아나가기보다 이미 익숙해진 ‘전설’들에 안주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전설은 유혹적이나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귀’ 하나에서 시작한 의문이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진 여정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광기의 안개가 걷히고, 비로소 진짜 반 고흐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 추천평
버나뎃 머피의 발견은 대단히 매혹적이고, 반 고흐 인생의 대공황에 아주 흥미로운 디테일들을 더해준다. -『타임스』
이 놀라운 책은 티 타월 기념품과 같은 태만한 클리셰로부터 진짜 반 고흐를 구해낸다. -『데일리 메일』
작가는 그간 제기되어온 다양한 의문들에 답하고, 반 고흐를 둘러싸고 만들어진 신화가 틀렸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녀는 성공했다. 머피가 발견한 새로운 정보들은 미스터리를 밝히고, 인식을 바꾸며, 무엇보다 우리가 반 고흐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 언론소개
고흐는 왜 귀를 잘랐을까?
– 반 고흐의 귀-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7년의 여정
버나뎃 머피 지음, 박찬원 옮김, 오픈하우스
1888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일요일 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화상 두 점은 이 사건을 증명한다. 그러니까 이 자화상들은 인생에서 바닥을 치던 시절에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도 그림 속 고흐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보는 이가 불편할 정도로 똑바로 쳐다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반 고흐의 귀>는 의문을 풀기 위한 7년의 여정을 담고 있다. 미술사 연구가인 지은이 버나뎃 머피는 ‘귀’에만 집중했다. 아마추어인데도 엄청난 자료를 읽어대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냈고 담대한 추론을 펼치고 있다.
귀는 얼마나 잘려나간 걸까. 어떤 이는 고흐가 귀 전체를 잘랐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귓불만 잘랐다고 증언한다. 자화상 속 귀는 붕대로 덮여 있어서 알 수가 없다. 지은이는 실낱같은 단서를 잡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덕에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프랑스도 네덜란드도 아닌 미국의 문서 보관소였다. 고흐의 상처를 처음으로 치료했던 의사가 남긴 그림이다. 귀는 면도날에 의해 대부분 잘려나갔으며, 귓불 부분만 덜렁 남아 있었다.
고흐는 잘라낸 귀를 씻어 신문지로 싼 다음 사창가로 갔다. 그리고 라셸이라는 이름의 아가씨를 불러내 “이걸 받아요. 이게 당신에게 소용이 될 거요”라며 자신의 귀를 건넸다. 여자는 기절했다. 여자는 고흐와 무슨 관계일까. 당시 기록은 여자를 ‘창녀’로 묘사했다. 그러나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는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왼쪽 팔을 물어 뜯겨 깊은 상처가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 밤에는 매춘업소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이른 아침에는 광장의 상점들을 청소했다. 고흐는 온순한 아가씨가 변변치 않은 보수에도 열심히 일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고흐가 발작을 일으킨 상태에서 귀를 잘라 여자에게 가져간 것은 자신의 건강한 신체로 여자의 망가진 피부를 회복해보려던 시도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추론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무모하게도 1888년 아를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카페 주인, 푸줏간 주인, 우편배달부, 의사 등 각 개인에 대한 파일을 만드는 지루한 작업 끝에 1만5천명 이상에 대한 기록을 확보했다. 사창가 지도, 매춘 여성과 포주의 인적 사항 등 세세한 정보들을 모아가며 점차 윤곽을 잡아갔다. 그러고는 여자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고 그 후손들을 만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주었다’는 이야기 너머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
고흐는 왜 발작을 일으켰을까. 지은이는 문제의 12월23일 고흐에게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닥쳤다고 말한다. 동생 테오로부터 결혼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했으며, 아를에서 함께 예술 공동체를 꾸리려던 고갱이 작별을 통보한 것이다. 고흐는 전적으로 동생의 재정적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동생이 결혼을 하면 자녀가 곧 뒤따를 것이고 그러면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절망감이 밀려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고흐의 또 다른 그림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책은 고흐의 삶과 예술을 담고 있지만 전개 방식이 흥미진진해 추리 소설로 읽어도 괜찮지 싶다. -김의겸 기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