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방문객
콘라드 죄르지 / 시공사 / 2011.3.31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살아 있는 거장 콘라드 죄르지의 첫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실제 사회복지사였던 전직 국가공무원이 사회주의 국가의 이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최하층민들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찬반양론 속에서 13개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다.

1970년대에 사회주의 국가의 문학 작품이 이런 국제적 호응을 얻은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다. 해외의 유수 출판사들과 비평가들은 <방문객>이 헝가리의 사회문제를 보여주면서도 산업화.관료화된 현대 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헝가리 문학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었다고 극찬했다.
복지과에 근무하는 T는 ‘자살 미수자’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이상 성욕자’ ‘정신 이상자’ 등, 자신에게 상담하러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들려준다. 체제에서 낙오한 최하층 사람들인 이 방문객들은 T 앞에 탄원과 거짓말과 하소연을 들어놓고, T와 당국이 자신을 구제해주기를 바란다.
T는 방문객들을 동정하지만 그들에 대해 어떤 환상도 품지 않고, 그저 무력하게 주어진 일을 처리할 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품고 가지 못하는 현실 앞에 고뇌하던 T는, 부모가 자살해 홀로 남겨진 정신지체아 페리케를 직접 돌보기로 결심하고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 목차
규칙과 규제
자살하는 사람들
지역학
점령
정신지체아에게 배운다
완전 소독
인공 스키장
변신
모든게 너무 단순하다
이름 없는 사람들
초대
해설 헝가리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
콘라드 죄르지 연보

○ 저자소개 : 콘라드 죄르지
1933년 헝가리 베레티오우이펄루에서 태어났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온가족이 몰살될 위험에 처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1953년 외트뵈스 로란트 대학에 입학했고 문학, 사회학, 심리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새로운 목소리》라는 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발표했고, 졸업 후에는 비판적 논조의 잡지인 《엘레트케페크》의 창간에 참여했지만, ‘1956년 헝가리 혁명’ 발발로 발행 계획은 무산되었다. 혁명의 여파로 직장이 폐쇄되고 가족과 친구들이 서방으로 이주하는 상황에서 조국에 남는 것을 택해 임시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1959년 부다페스트 제7구의 아동복지 감독관으로 채용되었고, 그 후 7년간 이 일에 종사하며 첫 작품 《방문객》의 토대가 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69년 출간된 《방문객》은 당시 경악에 가까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13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헝가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965년 도시건설연구원으로 이직한 후에는 도시사회학자 셀레니 이반과 함께 저술 활동과 연구 활동을 펼쳤다. 이때의 경험은 《도시 건설자》(1977)의 소재가 되었다. 1974년에는 셀레니 이반과 공동 집필한 《계급 권력에 이르는 지식계급의 길》(1978) 때문에 반국가행위 선동죄로 체포되었다. 이때도 조국을 떠나지 않았고, 그에 따르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했다. 1976년 여행 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는 베를린과 뉴욕 등에 객원교수, 특별연구원 등으로 체류하며 《반(反)정치-자치권의 유혹》(1980), 《반정치-중부 유럽의 명상》(1984) 등의 평론집을 냈다. 1989년 헝가리 사회주의 체제 몰락 이후에는 민주헌장을 제정하고 대변하는 데 참여했다.
국제펜클럽 회장, 베를린 예술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카를 대제 상, 코슈트 상, 샤를 베용 상, 마네스-슈페르버 상, 레지옹도뇌르 훈장, 괴테 훈장, 독일연방공화국 공로훈장, 헝가리 공화국 십자성장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공범자》(1982), 《정원에서 열린 잔치》(1987), 《돌시계》(1995), 《유산》(1998), 《떠남과 돌아옴》(2001), 《수탉들의 슬픔》(2005), 《시계추》(2008), 《카리용》(2009) 등이 있다.
– 역자: 김석희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투명인간』,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짐 크레이스의 『그리고 죽음』,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 선집 (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을 번역했다.

○ 줄거리
복지과에 근무하는 T는 ‘자살 미수자’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이상 성욕자’ ‘정신 이상자’ 등, 자신에게 상담하러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들려준다. 체제에서 낙오한 최하층 사람들인 이 방문객들은 T 앞에 탄원과 거짓말과 하소연을 들어놓고, T와 당국이 자신을 구제해주기를 바란다. T는 방문객들을 동정하지만 그들에 대해 어떤 환상도 품지 않고, 그저 무력하게 주어진 일을 처리할 뿐이다. 즉, T의 표현에 따르면 “불행을 교통정리하여, 외로운 사람들을 덮치는 무거운 짐을 여기저기의 공공시설에 분배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품고 가지 못하는 현실 앞에 고뇌하던 T는, 부모가 자살해 홀로 남겨진 정신지체아 페리케를 직접 돌보기로 결심하고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 책 속으로
P.28
우리는 오래전에 제대해서, 어쩌다 처음 만난 여자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다. “5시 반에는 돌아오겠다”고 말하면서 아침에 집을 나서고, 대개 6시 15분 전에는 집에 돌아간다. 방문객이 총을 쏘는 일도, 서류가 폭발하는 일도, 양복깃에 배지를 단 낯선 사내들이 찾아와 우리의 팔을 붙잡는 일도 없다. 그래도 그 당시 진실이었던 것은 지금도 진실이다.
P.244-245
실체가 없고 무어라 이름붙일 수도 없는 암 같은 상처를 가지고, 아집이라는 앵무새 우리 속에 갇혀 제멋대로 구는 폭군들이여, 어서 오라.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화통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 변명에 도취하는 사람들, 궁극적으로는 결코 자신을 무죄 방면할 수 없는 비밀 판사들, 마지막에는 희극적인 오해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는 순교자들이여, 어서 오라. 사랑의 거머리와 햄스터, 추위에 떠는 추방자들, 아무도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는 나병 환자들, 앞에서 껴안으면 등이 벌써 외로워지는 사람들, 반짝이는 새 동전이 생기면 항상 까치한테 도둑맞는 사람들아……
영원한 패배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몇 년 동안 용수철에 갈비뼈를 짓눌리고 있는 사람들, 배우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다리를 쭉 뻗지 못하는 사람들, 인도적인 감옥에서 죄수가 누리는 만큼의 공간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 숨을 죽이고 섹스하는 사람들, 지하실 창문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신발만 보는 사람들, 4등급 관 속에 누웠을 때에야 비로소 난생처음 혼자가 되는 사람들…

○ 출판사 서평
“인생이라는 열쇠가 채워진 공중전화 부스의 유리창을 부수고 추락하는 방문객들.
현재로부터는 따돌림당하고, 과거는 가시철조망에 둘러싸인 사건일 뿐이고, 내일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증인을 바라보듯 노려보고 있는 방문객들이 여기 있다.”
-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살아 있는 거장 콘라드 죄르지의 대표작 : 콘라드, 이 책 한 권으로 유럽 문학의 중심에 서다
콘라드 죄르지는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임레 케르테스와 더불어,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거장이다. 헝가리 문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유럽 현대문학계의 ‘명예 대사’이자 ‘살아 있는 전설’로서, 끊임없는 집필 활동은 물론 왕성한 대외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33년 헝가리에서 유대인으로 출생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의 재난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콘라드는, 그 이후에도 ‘소련의 헝가리 진주’, ‘1956년 헝가리 혁명 (반공 · 반소 민주화 시위) 발발’, ‘헝가리 민주화’ 등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으며 유대인,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걸작들을 많이 발표했다. 이런 문학적 업적과 공로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서 헤르더 상 (유럽의 과학 · 예술 · 문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동유럽인에게 수여하는 상), 카를 대제 상 (유럽의 단합과 문화적 · 정치적 의식의 일치에 공헌한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 코슈트 상 (헝가리 문학상), 샤를 베용 상 (스위스 문학상), 마네스-슈페르버 상 (오스트리아 문학상), 독일 출판업 평화상, 전미 유대인 도서상 수상과 헝가리 공화국 십자성장, 레지옹도뇌르 훈장, 괴테 훈장, 독일연방공화국 십자공로훈장 수훈의 결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제펜클럽 회장, 베를린 예술원 원장 등도 지냈는데, 특히 두 번 연임까지 한 베를린 예술원에서는 이 자리에 앉은 최초의 외국인 원장으로서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지적 교류를 확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방문객》은 콘라드 죄르지의 첫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1956년 헝가리 혁명 발발로 어수선한 국내 상황 속에서 임시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아가던 콘라드는, 1959년 부다페스트 제7구의 아동복지 감독관으로 채용되고, 이후 7년 동안 이 직업에 종사한다. 이때의 경험은 《방문객》의 토대가 되어 소설 속에서 차분하고 관조적이지만 엄청난 내적 폭발력을 지닌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실제 사회복지사였던 전직 국가공무원이 사회주의 국가의 이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최하층민들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경악에 가까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찬반양론 속에서 13개 언어로 번역 · 출간되었다. 1970년대에 사회주의 국가의 문학 작품이 이런 국제적 호응을 얻은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다. 해외의 유수 출판사들과 비평가들은 《방문객》이 헝가리의 사회문제를 보여주면서도 산업화 · 관료화된 현대 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헝가리 문학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었다고 극찬했다.

- 헝가리에 기형도가 있다면, 그리고 그가 소설을 쓴다면, 그 작품은 《방문객》이 될 것이다
《방문객》에서는 ‘부다페스트’라는 도시 자체를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프라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어렴풋한 반향이 느껴지고, 정신적 · 육체적 불구자들의 기괴한 유쾌함에 주목해보면 귄터 그라스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작가의 차가운 슬픔이 응축된, 산문시와도 같은 문장들이다. 한국 독자들은 비극적 세계 속에서 실존의 부조리와 비애, 상실감을 노래한 기형도의 정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서커스를 보고 웃고,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전차 안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권투경기에 열중하여 함께 싸우고, 묘지에서는 평화주의자가 된다. 그는 몇 가지 고민거리를, 자신의 아들과 딸들에게 계승된 실패를 내 방으로 가져온다. 그들이 허물어지기 쉬운 세월의 두더지구멍을 통해 내게 보여주는 스냅사진은 어쩌면 착각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문전박대를 당했고, 오늘은 위로를 받았으니, 내일은 귀여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오직 어제밖에는 보지 않는다.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스냅사진을 믿는다. 설사 그 자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해도, 그의 환경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모두가 한번쯤 방문해봐야 할 콘라드의 상담실, 그곳엔 우리의 자화상이 있다
《방문객》은 사회주의 체제 하의 1960년대 부다페스트를 무대로 하여 펼쳐지지만, 현대인이 살고 있는 세계 어느 도시, 지금 우리 시대와도 가깝게 닿아 있다. 닿을 수 없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하거나 체념하고, 혹은 간섭하고, 혹은 좌절하거나 아파하지만 결국 어찌할 수 없는 모습,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설의 화자인 T는, 때로는 체제의 편에 서서 방문객들의 허약함과 게으름과 편협한 태도를 비난하고, 때로는 방문객의 편에 서서 법규의 획일성과 차가운 관료주의의 경직성을 비판한다. 어느 편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무력한 상황 속에서, 결국 이런 비난의 화살은 체제 내의 관리자인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된다. 그러나 T는 고귀한 이상을 주장하지도,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도 ‘방문객들’과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자화상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자 힘이다.
-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고전의 경계를 넘어 내일을 여는 문학,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최근 들어, 세계문학의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다양한 전집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국내 출판사들의 역량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필독서 중심의 틀에 박힌 리스트보다 자신의 취향과 취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문학 리스트를 원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2010년 8월, 창사 20주년을 맞이한 시공사가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총서이다. 그동안 ‘시그마북스’ ‘그리폰북스’ 시리즈 등 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데 앞장서온 시공사는 세계문학에 있어서도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리즈를 지향한다.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세계문학 리스트를 만든다는 취지로 학계의 전문가들과 평론가, 우리말 번역의 역사를 함께해온 베테랑 번역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다음의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시공사만의 세계문학 총서를 구성하였다.
.하나, 새로운 고전, 무엇을 읽을 것인가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드시 소개되어야 할 숨겨진 고전들을 발굴•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조지 오웰에서 커트 보네거트에 이르기까지 현대 디스토피아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체코의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 전쟁》, ‘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을 처음 알린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의 《미래의 이브》 등 언어와 장르에 있어서 주변부로 인식되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걸작들을 적극 발굴 소개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연극 <칠수와 만수>로 더 익숙한 대만 작가 황춘밍의 단편 <두 페인트공>이 수록된 《황춘밍 단편선》 등 동아시아권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괄하여 세계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황춘밍 단편선》은 작가가 직접 한국어판 수록 타이틀을 선정하여 더욱 그 가치를 높였다.

.둘, 불멸의 고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셰익스피어, 괴테, 도스토옙스키, 세르반테스처럼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이미 인류의 공동자산이 된 작가들의 경우 독자에게 새로운 판본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Royal Shakespeare Company)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 공연사, 관련 역사적, 사회적 자료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판본을 준비하였으며,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세계 세르반테스학회 회원이자 스페인 황금세기학회 회원인 한국외대 박철 교수의 스페인어 완역본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대표작을 번역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포괄, 독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하였다.
.최적화된 번역과 감각적인 디자인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원전 번역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각각의 타이틀에 가장 적합한 역자를 선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세계문학이라고 분류하는 작품들 중에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든 작품도 있고, 작가의 문장이 가지는 섬세한 결을 느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제 가치를 알게 되는 작품도 있다. 따라서 각 작품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역자의 선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영미문학사상 보기 드문 산문의 달인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번역가 김석희 씨가 번역을 맡아 그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판본을 제공하며,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시시포스의 신화》의 번역은 불문학자이자 소설가인 최수철 씨가 맡았다. 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번역을 맡은 안인희 씨는 ‘베를린’이라는 도시 자체를 떠나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이 소설의 번역을 위해 직접 베를린 답사를 감행하기도 했다.
책의 디자인과 판형, 종이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최근 세계문학을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 고전은 더 이상 서가의 장식품이 아니다. 따라서 내지 디자인은 최대한 읽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표지 디자인은 스타일 자체를 단순화하여 시리즈로서의 통일성을 갖추되 작품에 대한 시공사 편집부의 해석이 드러날 수 있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소장 가치를 높였다. 일례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표지에 쓰인 그림들은 사회의 부정과 속임수, 인간 욕망의 추악성을 예리하게 파헤친 풍자화를 주로 그렸던 독일 화가 조지 그로스 (본명 게오르크 에렌프리트 그로스)의 작품이다. 그는 특히 1920년대 베를린의 군상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로 이름이 높은데, 1권 표지에 쓰인 이 바로 그 대표작이다. 2권의 역시 그로스의 작품으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후반부 운명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주인공 비버코프가 정신병원의 독방에서 죽음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연상시킨다는 점에 착안하여 채택되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