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본다는 것의 의미
존 버거 / 동문선 / 2020.3.15
본서에서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의미의 층위들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관찰자로서의 우리의 역할을 탐구한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게 되는 동물들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거의 사라져 버린 인간과 짐승 사이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일깨워 주고 있는가? 그것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강한 폭력성을 배가시키는 전쟁과 관련된 사진들을 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댕의 누드 작품들은 점토와 정욕을 통해 그가 주장하고 있는 권위와 설득력에 대한 위협을 어떤 방식으로 무심코 드러내게 되는가? 그리고 고독은 어떤 방식으로 자코메티 작품의 예술성을 나타내 주는가? 이러한, 그리고 그 이외의 의문점들을 제기함에 있어서, 버거는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가 되었든 그들의 시각을 조용히 – 하지만 근본적으로 – 변화시켜 놓는다.
○ 목차
제1부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
제2부 사진술의 이용
제3부 체험된 순간들
○ 저자소개 : 존 버거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주요 저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 『제7의 인간』, 『행운아』,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벤투의 스케치북』,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G』,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결혼식 가는 길』, 『킹』,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A가 X에게』 등이 있다.
– 역자: 박범수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영문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본다는 것의 의미》, 《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 《이혼의 역사》, 《판타지 산업》, 《고고학이란 무엇인가》, 《피의 역사》, 《장쩌민 평전》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하지만 나는 그가 자연에서 발견한 격렬함이 그 자신의 상상력이 풍부한 통찰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것에 대한 확증으로 작용했을 뿐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미 어떻게 해서 이러한 통찰력이 부분적으로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하게 된 것이었을 수도 있는가 하는 점을 시사해 왔다. 나중에 그것은 자연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투기심에 의해서도 확증되었을 것이다. 터너는 영국의 산업혁명이라는 최초로 사회적 대변혁을 가져온 단계를 겪으면서 살았다. 증기는 이발소를 채우는 것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주홍빛은 피뿐만 아니라 용광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바람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지나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밸브를 통해서도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세계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그가 보았던 빛은 부유함, 멀리 떨어진 거리, 인간의 노동, 도시, 자연, 신의 의지, 어린아이, 시간 등에 대하여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생각들에 도전장을 내어 파괴해 버리고 있었던 새로운 생산 에너지와 아주 유사한 것이었다. — p.210
○ 본다는 것의 의미
칫솔을 꺼내어 사용하는 것처럼 쉽게 카메라를 사용하는 요즘, 우리의 주변은 사진을 비롯한 영화와 그림 등 볼거리로 넘쳐난다. 이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관찰하며 그것을 기록한다.
존 버거의 책 《본다는 것의 의미》는 다양한 사진과 그림, 각종 볼거리를 매개로 ‘본다는 것’의 행위와 의미를 해석한다. 단지 사진과 그림 그 자체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의 행위와 연관지어 해석한다.
존 버거는 동물원에서 만난 ‘구경거리’인 동물들이 야생이 아니라 ‘구경’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을 의구심을 품고 ‘본다’. 격리된 동물들은 19세기에 제국주의가 이국 땅을 정복한 것을 보여주는, 굴욕적인 외교 관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 책은 보이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다.
관찰자의 체험을 기록한 ‘사진’과 ‘사진술’도 베끼는 행위라는 수동적 시각 이미지가 아닌 종교의 쇠퇴와 자본주의의 발달 속에서 ‘발전된’ 세계를 신으로 여기게 된 당시의 상황에 비춰 접근한다.
당시 사진이 대중을 위한 구경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배 이념을 공급하기 위한 감시의 대상으로도 변했다고 주장한 수잔 손택의 말을 빌어 사진의 다양한 기능과 맥락을 사적 용도와 공적 용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을 통해 봉건적 노예상태에서 해방된 소작농들이 19세기에 이르러 ‘자유로운 교환’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목격한 밀레가 27년간 프랑스 소농 계급의 삶을 그림으로 보여 주려한 것, 노동 계급 출신의 프리미티브 (primitive) 화가들의 작품 발달의 의미, 산업화에 따른 도시발달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 1907년의 혁명기에 예술의 변화도 설명한다.
또한 쿠르베, 터너, 마그리트와 로댕, 자코메티 등이 다룬 다양한 소재와 작품 세계와 당시 사회적 배경이 만들어 낸 작가의 개성도 두루 설명한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이처럼 ‘보는’ 행위 자체와 관찰된 것들, 그 관계와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이 책은 보이는 것과 세계에 대한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당신이 앞에 두고 서 있는 그 들판 (세계)은 당신 자신의 삶과 동일한 비례를 가진 것으로 여’기게 하는 새로운 ‘눈’이 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