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봉건사회 1•2
마르크 블로크 / 한길사 / 2010.5.30
이 책은 마르크 블로크의 대표작인 『봉건사회』 (La societe feodale)의 개정 번역판으로 저본은 알뱅 미셸 (Albin Michel) 출판사 간 (刊) 1968년판이다.
초판의 오역과 어색한 표현을 개선하고 특히 역자는 블로크의 개성적인 문체를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는 없는 화보를 새로 추가하였다.
- 가신제, 장원제, 봉토 수수관계, 정치적 분권상태 같은 봉건제의 개별적 연구성과들을 토대로 봉건시대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역사서
역사란 경제, 종교, 정치 등 인간생활의 모든 개별요소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전개되는 인간생활 전체를 “종합”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저자는 특유의 문학적 서술방식을 바탕으로 봉건시대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시대의 갖가지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2권.
○ 목차

- 1권
1부. 환경
1책. 유럽에 대한 마지막 침공 …75
1장. 이슬람 교도들과 헝가리인들 …77
2장. 노르만인들 …103
3장. 침입의 몇가지 결과와 교훈 …153
2책. 생활조건과 정신적 분위기 …187
1장. 물질적 조건과 경제적 기조 …189
2장.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 …213
3장. 집단기억 …243
4장. 봉건시대 제2기의 지적 르네상스 …275
5장. 법의 토대 …287
2부. 사람과 사람의 유대관계
1책. 혈연적 유대관계 …311
1장. 혈족의 연대 …313
2장. 친족유대의 성격과 변천 …335
2책. 가신제와 봉토 …353
1장. 가신의 신종선서 …355
2장. 봉토 …391
3장. 유럽각국개관 …417
4장. 봉토가 가신의 세습재산이 되기까지 …445
5장. 여러 주인을 섬기는 가신 …485
6장. 가신과 영주 …501
7장. 가신제의 역설 …525
3책. 하층계급 내에서 종속의 유대관계 …543
1장. 장원 …545
2장. 예속과 자유 …571
3장. 새로운 형태의 장원제를 향하여 …609

- 2권
1책. 계급
1장. 사실상의 계급으로서의 귀족 …31
2장. 귀족의 생활 …53
3장. 기사제도 …95
4장. 사실상의 귀족에서 법적인 귀족으로의 전환 …111
5장. 귀족층 내부에서의 계층분화 …135
6장. 성직자층과 전문가 계급 …161
2책. 통치
1장. 재판 …185
2장. 전통적 권력 : 왕국과 제국 …215
3장. 영역제후령에서 성주령까지 …253
4장. 무질서와 이에 맞선 싸움 …281
5장. 국가의 재건을 향하여 : 국민적 진전 …307
3책. 사회형으로서의 봉건제와 그 영향
1장. 사회형으로서의 봉건제 …343
2장. 유럽 봉건제의 연장 …357

○ 저자소개 : 마르크 블로크 (Marc Bloch, 1886~1944)
1886년 프랑스 리옹에서 출생했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역사학과 지리학을 공부했으며, 1908년 역사학 · 지리학 교수자격 시험에 합격한 뒤 독일로 건너가 독일 역사학의 분위기에 접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5년 입대, 종군했다. 1919년부터 1936년까지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중세사 교수를 지내는 동안 필생의 학문적 동반자가 된 뤼시앵 페브르와 함께 강의하였다. 1929년 페브르와 함께 『아날』지를 창간하여 역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1937년 소르본 대학 경제사 교수로 자리를 옮긴 후 1939~40년에 ‘인류의 진보’ 총서 가운데 하나로 『봉건사회』를 출간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부동의 것으로 굳히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53세의 나이로 자원입대, 나치군에 맞서 싸웠다. 친독괴뢰 비시 정권의 수립 이후 레지스탕스 운동의 지도자가 되어 활약하던 중 레지스탕스 비밀본부를 급습한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58세의 나이로 총살당했다. 그는 필생의 학문적 작업과 용기있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 후대인들에게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으로 기억되고 있다.
– 역자: 한정숙
저자 한정숙은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혁명기 러시아의 경제사상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여자대학 (현 신라대학교) · 세종대학교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러시아 역사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노동의 역사』(한길사, 1981), 『비잔티움 제국사』(공역, 까치, 1999)를 비롯하여 서양사에 관한 여러 책을 번역하였다
○ 출판사 서평
프랑스의 저항사학자 블로크의 명저인 『봉건사회』는 종래의 봉건제 내지 봉건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즉 지방분권제와 영주 및 기사 등의 신분제에 초점을 맞춘 해석, 영주와 가신 사이의 주종관계를 중심으로 한 해석, 생산관계에 초점을 맞춘 해석 등을 폭넓게 수용하여 봉건사회의 종합사를 구축하려 한 저서이다. ‘인적 종속관계의 형성’이라는 부제가 붙은 첫째 권은 봉건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인적 유대관계·의존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계급과 통치’라는 부제가 붙은 둘째 권에서는 봉건사회의 정치체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봉건사회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 독자의 평 :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를 읽고
마르크 블로크는 아날학파의 제1세대 학자로서 일부 지역과 단편적인 원인과 결과에 따른 협소한 역사가 아닌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럽의 통합적 역사를 서술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을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통합된 존재이고 집단적 연관 속에서 파악될 수 있는 존재로서 사회 전체를 통해서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시대 전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역사서술의 방향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봉건사회>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봉건사회>를 통해 드러나 있는 블로크의 역사 서술의 특징과 역사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첫째, 블로크는 봉건사회를 하나의 조건이 아닌 다양한 조건이 어우러져 형성된 복합적인 결과물로 규정하였다. 이슬람교도들과 헝가리인들, 노르만인들이 서유럽권으로 침입했고, 이 침입에 대한 결과로 거주 조건이 변화, 지배 집단의 교체,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 등이 발생하면서 기존의 사회와는 다른 형태의 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인간 집단이 들어오게 되면서 언어상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기존의 사회체제가 이민 집단의 사회체제로 대체되거나 융합되어 나타나게 되며, 가족의 형태, 종교관, 세계관 등 인간의 사고체계도 변화하게 된다. 블로크는 결국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회를 보고자 하는 전체사적인 역사를 서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블로크의 역사관과 역사서술은 하나의 원인과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하기보다는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사회가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역사 연구를 함에 있어 단지 하나의 관점을 갖고 분석해 들어가기 보다는 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전체사로서의 역사를 서술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블로크는 구조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인간관계와 집단의식에 주목하였다. 먼저 봉토, 가신제, 봉건제 등 다양한 사회 제도속에서의 인간관계를 보면, 블로크는 당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들의 관계 속에서 제도가 형성되고 변화함을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가신제의 경우를 보면 처음에는 신종선서를 통한 하나의 종적 관계에서 여러 주인을 동시에 섬기게 되는 다변화된 종적 관계로 변하게 되고 나중에는 최우선 신종선서라는 변화된 형태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단순히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성립되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복합적인 인간 관계가 핵심을 이루면서 변화함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은 언어적 조건에 따른 인간 의식의 변화를 보면, 중세 유럽에는 지역에 따라 상이한 일상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라틴어라는 보편적인 교양 언어도 존재하고 사용되었다. 이러한 언어의 존재는 두 개의 상이한 집단의 출현을 야기하였다. 하나는 지역의 일상어는 사용할 수 있지만 국제적인 교양어인 라틴어를 사용할 수 없어서 신학서, 역사서, 공문서, 법전 등 라틴어로 쓰여진 저술을 접할 수 없는 집단과 지역의 일상어와 라틴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 있었다. 여기서 블로크가 주목한 것은 <봉건사회>에서 서술된 다음의 내용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고찰되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어떤 용도로 쓰이건 간에 라틴어는 그 시대의 지식인들에게 국제적인 의사 전달수단을 마련해준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라틴어는 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말과 엄청나게 동떨어진 것이 되어 버리고, 따라서 생각을 언제나 근사치밖에는 표현할 수 없게 해버린다는 막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는 지식의 소유에 있어서 불평등을 야기했고 결국 계층이 더욱 뚜렷하게 나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중세인들의 사고방식은 일관성과 엄밀성이 결여되고 모호함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되었다고 블로크는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언어 사용의 조건에 따라 인간 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종교적인 경우를 보면, 일반적으로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종교는 가톨릭교로 간주한다. 그러나 블로크는 가톨릭교의 경우 일반 민중들 속에 완전히 정착되고 있지 않다고 서술한다. 엄격한 기준도 없이 모집되고 철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성직자들이 다수 존재하였고, 이들에 의해 교육받는 신자들인 경우 효과적인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성서가 활자의 형태로 보급된 15세기 이전에 복음 전파의 유일한 수단은 설교에 의한 것이었으나 교육 담당자로서의 성직자들의 자격미달은 가톨릭의 확산의 저해 요소였다. 이로 인해 일반 민중들의 신앙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지역 토착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강한 민간 신앙이 주를 이루었을 것으로 블로크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중세 유럽의 주요 종교인 가톨릭이 일반 민중의 의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 못한 하나의 사례로서 지배적인 제도의 전파가 일방적으로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한계점을 노출한 것이고 역사의 중층적 서술이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블로크는 다양한 지역의 비교사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동일한 조건에 영향을 받았지만 상이한 결과가 나타나는 예를 통해 통합적인 유럽 전체사를 서술하고자 하였다. 역사의 중층적 서술 즉 다양한 층위의 역사적 현상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것으로 역사는 단일한 조건에 의한 단일한 역사적 전개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노르만인들의 침입의 과정을 보면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다른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는 토착민의 수가 이주민인 노르만인의 수보다 적었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아화한 지역의 범위가 넓었던 반면 프랑스인 경우는 토착민들의 수가 이주민의 수보다 더욱 많았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아화 지역의 범위가 적다는 것을 예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잉글랜드와 프랑스와의 문화의 차이를 발생하게 되는 하나의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