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부의 제국 록펠러 1, 2 : 그 신화와 경멸의 두 얼굴 [전2권]
론 처노 / 21세기북스 / 2010.3.4
– 자본주의 혁명의 상징, 록펠러의 두 얼굴!
냉정한 자본가이자 너그러운 기부가였던 록펠러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부의 제국 록펠러』 제1, 2권
역사상 최대의 부를 일군 것으로 꼽히는 19세기 말의 억만장자 존 D. 록펠러. 그는 탐욕스러운 악덕 자본가와 아낌없이 기부금을 내놓는 박애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동시에 달고 다녔다. 이 책은 침묵과 무표정 뒤에 숨어 있던 록펠러의 다면적인 모습을 그려내면서, 미국 자본주의의 이중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특히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록펠러의 내밀한 심리까지 다루고 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평가의 대상이었던 희대의 거물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록펠러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복잡한 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아버지와의 애증관계, 형제간의 갈등, 그의 자식들이 겪은 정신적인 문제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록펠러가의 스캔들과 어두운 비밀들도 파헤치고 있다. 또한 록펠러의 일대기를 통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미국 사회를 함께 보여준다.
○ 목차

- 1권
저자 서문
1부_ 완고하고 침착한 소년
서장 독 묻은 혀
1장 속임수의 달인
2장 신앙의 열기
3장 부자가 될 운명
4장 축복받은 사업가
5장 경매
2부_ 석유제국의 건설
6장 경제적 약탈자
7장 백만장자들의 거리
8장 대담한 음모
9장 새로운 군주
10장 스핑크스
11장 신성가족
12장 유전에서 일어난 반란
3부_ 악의 화신 혹은 수호성인
13장 제국의 권좌
14장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손
15장 미망인의 장례식
16장 트러스트
17장 지식사회의 거물들
18장 이길 수 없는 상대

- 2권
4부_ 노년의 가족생활과 자선사업
19장 황태자
20장 스탠더드 오일 패거리
21장 열정적인 삶
22장 복수의 사자
23장 바보들의 신념
24장 백만장자들의 특별 열차
5부_ 두 번째 인생
25장 괴짜 늙은이
26장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망자
27장 심판의 날
28장 자선 트러스트
29장 러들로 대학살
6부_ 존 D. 록펠러의 유산과 최후
30장 록펠러가 사람들
31장 고해성사
32장 왕좌의 계승
33장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34장 록펠러의 자손들
35장 거인, 눈을 감다
감사의 말
주석
참고 문헌
○ 저자소개 : 론 처노
저자 론 처노 (Ron Chernow)는 예일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론 처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시사평론가이자 최고의 금융 전문 저술가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중반 뉴욕의 명문 싱크 탱크인 20세기 펀드에서 금융정책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경제사와 금융사 전문 저술가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론 처노의 첫 저서 《금융제국 J. P. 모건》은 전미도서상과 올해 최고의 미국문화연구 앰배서더 상을 휩쓸었으며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논픽션 베스트 100에 선정된 바 있다. 두 번째 저서 《바르부르크가(家) 사람들 (The Warburgs)》은 1993년 ‘최고의 경제서’로 에클스 상을 수상하고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올해의 논픽션 베스트에 들었다. 1997년에 발간한 에세이집 《금융 권력의 이동》은 〈뉴욕 타임스〉에서 ‘주목받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론 처노에 대해“수십 년 만에 탄생한 최고의 역사 건축가”라고 평했다.
– 역자: 안진환
역자 안진환은 경제경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인트랜스와 온라인 번역 아카데미 트랜스쿨의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영어실무번역》 《Cool 영작문》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국가의 부와 빈곤》 《괴짜 경제학》 《슈퍼 괴짜 경제학》 《사우스 브로드》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 《면도날》 《넛지》 《권력의 법칙》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1권
도금시대의 다른 거물들과 마찬가지로 록펠러에 대한 평가는 잘못을 보지 못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작가들에 의해 미화되거나 아니면 옳은 점을 보지 못하는 신랄한 비판가들에게 의해 중상을 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렇듯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은 록펠러의 경우에 특히 위험했다. 왜냐하면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죄악과 고결함이 한데 섞여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30쪽)
존이 어렸을 때, 빌은 그에게 자신이 받아줄 테니 높은 의자에서 뛰어내리라고 부추기곤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받아 안아줄 듯이 팔을 내밀고 있다가 내려버렸고, 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빌은 아들에게 다시 한 번 가르침을 상기시켰다. “기억하라고 했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믿어선 안 돼. 이 아빠마저도 말이야.” 그로부터 얼마 뒤에는, 클리블랜드 시내를 지나가면서 빌은 같이 가던 아들들에게 사격이나 가장행렬을 구경하려고 허둥지둥 몰려가는 군중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일렀다.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마라. 되도록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가지도 말고.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거야.”(93쪽)
“어느 날 사장이 주 남부에 있는 한 은행에서 4000달러짜리 수표를 받아왔다. 사장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수표를 내게 보여준 다음, 금고 안에 넣었다. 사장이 퇴근하자마자 나는 잠긴 금고를 열고 수표를 꺼내 보았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나는 그것을 다시 금고 안에 넣고 단단히 잠갔다. 정말 나로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엄청난 액수였다. 그날이 가기 전에 몇 번이고 다시 금고를 열고 간절한 눈으로 그 수표를 바라보았다.”(127쪽)
“나는 내 삶에서 이른바 ‘재무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이 언제 형성되었는지 똑똑히 기억합니다. 바로 오하이오에서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서였지요. ‘돈을 버십시오. 정직하게 벌어서 현명하게 나누어주십시오.’ 나는 그 말씀을 수첩에 받아 적었습니다.” 이는 존 웨슬리의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만약 ‘최대한 벌고’ 또한 ‘최대한 절약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베푼다면’ 그들은 주님의 은총 안에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록펠러는 이러한 영적 복식부기 방식에 따라 행동했고, 훗날 그의 자선사업은 그가 이룬 부의 결백성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가 된다. 어쩌면 이처럼 일찍부터 자선사업에 전념했기 때문에 그토록 확실하게, 때로는 파렴치할 정도로 부를 추구할 수 있는 내적 자유를 누렸는지도 모른다.(139쪽)
록펠러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긴 했지만 신실한 기독교인이었고,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 있었는지는 몰라도 극도로 독실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종교를 활용하는 동시에 악용하는 법, 기독교 교리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올바르게 혹은 그릇되게 해석하는 법을 익혔다. 교회는 그를 제지하기보다는 깨끗한 양심을 갖고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일련의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종교는 록펠러의 사업적 악행을 자선행위와 마찬가지로 정당화해주었고, 그가 지닌 강렬한 충동을 지지했다. 종교가 그를 거물로 만들었다면, 그것은 또한 그에게 자신의 행동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혹독한 결과를 외면하는 방편까지 마련해준 셈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존 D. 록펠러는 하나님을 자신의 동맹으로, 풍요로운 부의 축복을 내려준 스탠더드 오일의 명예 주주로 생각했다.(308쪽)
스탠더드 오일이 찰스 프랫을 포섭한 이후 뉴욕의 독립 정유업자들은 원인 모를 심각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바셀린 제조업체인 존 엘리스 사(社)는 갑자기 원유를 수송해올 철도 차량을 예약할 수 없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스탠더드 오일 직원이 때를 봐서 존 엘리스와 이야기를 하려고 들렀다가 이렇게 경고했다. “더는 손쓸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만 회사를 매각하시죠.” 이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진저리가 난 엘리스는 쏘아붙였다. “스탠더드 오일처럼 부정직한 기업에 우리 회사를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요.” 존 엘리스 사는 독립 회사로 남았지만, 스탠더드 오일의 앞잡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가운데 그들의 압력을 견뎌낼 방책이나 용기를 가진 회사는 거의 없었다.(328쪽)
스탠더드 오일의 변모는 여러모로, 19세기 말 다른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자유경쟁에서 느슨한 카르텔로, 다시 촘촘한 신탁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예견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1882년의 계약으로 ‘산업독점’과 흡사한 트러스트 개념이 도입되었다. 1880년대 내내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기업연합이 생겨났지만, 그 지도자들이 구성원의 부정행위나 비밀스런 가격 인하 등을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스탠더드 오일이 강제력과 경영진의 지휘가 뒷받침되는 중앙통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수년에 걸쳐 많은 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조금 과장하면 1882년 스탠더드 오일이 시행한 트러스트 조약 때문에 8년 뒤에 ‘셔먼 반(反)트러스트법’이 제정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439쪽)
스탠더드 오일은 해외에서는 새로운 경쟁사들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전지전능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스탠더드 오일은 모든 면에서 거대했다. 2만 개의 유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원유가 6400여 킬로미터의 송유관 혹은 5000대의 스탠더드 오일 유조차로 운송되었다. 총 직원 수는 10만 명에 달했으며, 매일 유럽으로 5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다. 록펠러가 이룬 것들은 전부 최상급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스탠더드 오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부유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두려움과 경외심을 동시에 자아내는 기업이었다. 매년 꾸준히 확실한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록펠러 스스로 경기순환을 초월했다고 주장한다 해도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질서를 열망했던 록펠러는 이미 최고점에 도달한 상태였다.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힘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불경기에도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476쪽)

– 2권
이따금 록펠러는 게이츠에게 내면의 슬픔을 내비쳤다. 어느 날 게이츠는 록펠러에게 자선은 그 자체가 보상이며, 보답을 바라면 비참한 최후를 맞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차분하면서도 예사롭지 않게 강한 어조로 ‘내가 그걸 모르겠나?’라고 말할 뿐이었다.” 게이츠는 록펠러가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진정한 벗은 거의 없으며, 재산 때문에 고독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1910년경 남부의 한 호텔로 록펠러를 찾아갔을 때, 게이츠는 그가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에 교양 있는 현지 주민들과 교류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록펠러는 이렇게 대꾸했다. “여보게, 게이츠.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고 생각하나? 이미 다 해봤지만 결과는 거의 언제나 똑같았네. 조금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꼭 자선을 요청하거나 돈 얘기를 꺼내더군!”(58쪽)
록펠러는 스탠더드 오일 제국을 건설한 바로 그 정신으로 ‘자선제국’을 건설했다. 게이츠는 록펠러가 “석유사업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데에서도 즐거움을 찾았지만, 자선사업을 조직하는 일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퇴임 후 투자보다도 자선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59쪽)
석유사업가인 록펠러가 철광사업에 대해 그토록 뛰어난 선견지명을 가졌다는 것은 카네기에게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친전 (親展)에서 조롱하는 투로 록펠러를 “로커펠로”라고 불렀고 나중에는 ‘레커펠로 (Wreckafellow, ‘Wreck a fellow’, ‘저 사람을 결딴내라’라는 뜻)’라고도 불렀다. 1896년 12월, 카네기는 결국 기세를 꺾고 전면적인 거래에 합의했다. 록펠러의 저가 광산에서 생산되는 철광석 전량 (최소 60만 톤 이상)을 톤당 25센트라는 최저가에 소비하기로 하고, 이 엄청난 가격 할인의 대가로 록펠러 광산의 생산 전량에 자신의 광산 생산량 60만 톤을 추가하여 모두 록펠러의 철도와 선박으로 수송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록펠러가 석유산업을 독점하기 위해 철도회사들과 맺은 ‘편의 도모’ 계약과 똑같은 방식이었다.(95쪽)
1890년대에 록펠러가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미국인들의 평균 수입은 주당 10달러 이하였다. 소득세가 부과되기 이전인 영화의 시대에 록펠러의 평균 소득은 연간 1000만 달러라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1893년에서 1901년 사이에 스탠더드 오일이 분배한 2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배당금 중에서 4분의 1 이상이 그대로 록펠러의 금고로 들어왔다. 1890년 후반 스탠더드 오일의 주가가 치솟을 때 한 잡지는 록펠러의 소득이 9개월간 5500만 달러(현재 가치로 9억 7200만 달러)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잡지의 논설위원은 “세계 역사상 아홉 달 만에 5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록펠러는 ‘돈 가방 선생’, 즉 부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었다.(113쪽)
1920년대에 이르자 록펠러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부 재단이자 의학, 의료 교육 및 공공보건에 관한 미국 최고의 후원단체가 되었다. 존 D. 록펠러는 의사가 아니면서도 역사상 의학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한 후원자로서 지위를 굳힌 셈이다. 그가 평생 기부한 5억 3000만 달러 가운데 4억 5000만 달러는 직간접적으로 의료사업에 들어갔다. 그는 ‘닥터 록펠러’ 같은 만병통치약 장수들이 번성하던 19세기 의학의 원시적 세계에 치명타를 날렸고, 사업에서 이룩한 것보다 더 영향력이 클지도 모르는 혁명을 자선사업에서 이룩했다. 물론 록펠러가 등장하기 전에도 부유한 후원자들이 개인적으로 선하는 기관 (교향악단, 박물관, 학교 등)을 후원하거나, 후한 마음씨를 드러내기 위해 자기 이름을 붙인 건물 (병원, 기숙사, 고아원 등)을 후세에 남기곤 했다. 이에 비해 록펠러의 자선활동은 지식의 창조와 발전에 보다 치중했고, 얼핏 덜 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효과 면에서는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418쪽)

○ 출판사 서평
– 자본주의 혁명의 상징, 록펠러의 두 얼굴을 만나다!
.냉정한 자본가이자 너그러운 자선사업가, 록펠러의 일대기
.자본주의가 자리 잡던 시절, 미국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만난다
.미국 비평가협회상 수상,〈뉴욕 타임스〉 〈비즈니스 위크〉 〈타임〉 선정 ‘올해의 책’
19세기 말 이미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였으며, 역사상 최대의 부를 일군 것으로 지목받는 인물, 록펠러. 그는 경이와 신화의 대명사이자, 탐욕과 공포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 사회의 전무후무한 아이콘이다. 누구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이 변두리 마을의 소년이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문을 일궈내기까지 그의 삶은 어떤 궤적을 밟았던 것일까?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록펠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집요한 시선 앞에서 한 번도 그 본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전미도서상 수상에 빛나는 론 처노는 이전 작품 ‘금융제국 J. P. 모건’과 ‘바르부르크가 (家) 사람들 (The Warburgs)’을 통해 선보인 탁월한 기량을 ‘부의 제국 록펠러 1, 2 (론 처노 지음, 안진환·박아람 옮김, 21세기북스)’에서도 여지없이 발휘한다. 저자는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시선과 문학적으로 다져진 매끄러운 문장으로 늘 첨예하게 엇갈리는 평가의 대상이던 희대의 거물 록펠러를 치밀하고 균형 잡힌 모습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간 접근할 수 없었거나,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던 방대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록펠러의 내밀한 심리까지 다룬 최초의 온전한 초상화이다. 론 처노는 이 기념비적인 저작에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밝혀, 견고한 침묵과 무표정한 가면 뒤에 숨어 있던 록펠러의 다면적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냉철한 기업가였던 록펠러에 대한 그간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흔들어, 생생하고 흥미로운 한 인간의 삶으로 탈바꿈해놓는다.
– 석유제국의 잔인한 지배자인가 열성적인 자선사업가인가?
화려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던 중혼자이자 떠돌이 돌팔이 의사였던 아버지와 경건하고 엄격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록펠러는 촌구석에서 태어나 혼자 힘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독점기업인 스탠더드 오일을 구축한다. 그가 이룩한 거대한 석유제국은 비판하는 무리들로부터 ‘문어발 기업’이라는 명칭을 선사받았고, 그의 트러스트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약 90퍼센트 가량을 정유하고 판매했다. 이는 당시 아직 서아시아에서 석유가 발굴되지 않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 세계 연료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거대 기업이었음을 뜻한다. 스탠더드 오일이 단단한 독점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등유 가격은 80퍼센트 이상 인하되었고 품질 혁신은 물론, 현대 기업의 모델이 되었을 정도로 산업 역시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록펠러는 여전히 논의가 분분한 논쟁적인 기업가로 남는다.
비판가들은 그의 제국이 철도회사와의 대규모 협잡공모를 통한 이례적인 리베이트, 경쟁자들을 고사시키는 약탈적인 가격 경쟁, 산업 스파이 활동, 의원들과 공무원들을 향한 대대적인 뇌물 공세 등 갖가지 부도덕한 전략 위에 세워졌다고 비난한다. 록펠러는 스탠더드 오일이 공공의 심판대로 끌려 나오기까지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을 법망을 교묘히 피해 다니며 지내야 했지만,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를 내비친 적이 없었다. 록펠러에게 그가 이룬 부와 스탠더드 오일은 하느님이 ‘청지기’인 자신에게 내려주신 응당한 축복이었고, 석유산업과 침례교는 변치 않는 확고한 믿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록펠러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자 극단적 평가를 오갔던 이유는 그의 이력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두 가지, 사상 초유의 독점과 자선사업이라는 사뭇 상반된 업적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론 처노는 록펠러가 내내 부정하거나 침묵으로 대응했던 그의 악행들을 입증하는 풍부한 증거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한편으로, 기지 넘치고 괴짜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냉혈한 괴물이라는 선입견을 뒤집기도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록펠러가 지독한 스크루지인지 아니면 너그러운 산타클로스인지를 두고 내내 혼란스러워했던 까닭은 그가 행한 유례없는 규모의 자선사업 때문이었다. 신앙심 깊은 침례교도이자 절제와 검약의 신봉자였던 록펠러는 그 이전의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록펠러 재단과 시카고대학, 록펠러대학 등에 기부했으며, 의료 연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두고 록펠러에게 적대적인 이들은 사업에서 저지른 악행들을 만회하고자 하는 위선적인 제스처로 보았지만, 록펠러는 다만 ‘최대한 벌어 최대한 베푸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이를 지키며 살았을 따름이었다.
이 책은 이처럼 호기심을 자아내는 복잡한 한 인간의 면모를 섬세한 뉘앙스를 살려 묘사하며, 록펠러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아버지와의 뒤얽힌 애증관계나 형제간의 갈등, 그의 자식들이 겪은 정신적인 문제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록펠러가의 스캔들이나 어두운 비밀들도 가감 없이 그 베일을 벗고 록펠러 개인의 가장 사적인 모습까지 남김없이 파헤친다.
존 D. 록펠러의 이야기는 미국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던 순간을 포착한다. 소규모 산업 체제였던 사회가 거대 기업들의 부상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에 진입한 ‘남북전쟁 후의 미국’이라는 드라마틱한 역사적 대목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이야기에는 조지프 퓰리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헨리 클레이 프릭, ‘제독’ 밴더빌트, 아이다 타벨, 앤드루 카네기, 카를 융, J. P. 모건, 윌리엄 제임스, 제이 굴드, 마크 트웨인, 윌 로저스 등 미국사를 수놓은 쟁쟁한 인물들이 날실과 씨실로 엮여 있다.
또한 이 책은 록펠러의 생애를 단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사업가의 일대기가 아니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미국의 면면을 역동적으로 직조하여 훌륭한 사회사로 도약시킨다. 이는 록펠러라는 걸출한 사업가를 중심으로 록펠러가의 연대기를 앞뒤로 촘촘하게 묘사해낸 론 처노가 이룬 값진 성과이며,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을 면밀하게 간파하고 잘 짜인 드라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한 개인과 사회를 아우른 깊이 있는 통찰의 산물이다.

○ 추천사
소설이 지닌 최고의 속성들을 보여주는, 놀랍도록 기품 있고 매력적인 전기. 〈뉴욕 타임스〉
미국의 위대한 전기 작가 론 처노는 지극히 공정한 시각으로 스탠더드 오일의 음모를 매력적인 사회사로 탈바꿈해놓았다. 〈타임〉
탁월하며 감동적인 작품이다. 가면과 신비 속에 가려진 인물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낸다.
〈월스트리트 저널〉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이다. 탁월한 비즈니스 역사가로서 론 처노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론 처노는 죄악과 고결함이 기묘하게 뒤섞인 인물을 공정한 시각으로 상세하게 파헤친다. 초인적인 에너지와 초인적인 야망을 지녔던 거물이 그의 글에서 새로이 인간미와 매력을 부여받는다. 〈피플〉
진정한 거물을 다룬 귀중한 전기. 〈이코노미스트〉
굉장하다. 최고의 전기라 할 만하다. 〈뉴스위크〉
전기 예술의 승리다. 거대한 스케일은 물론 일관된 19세기 스타일의 묘사를 통해 존 D. 록펠러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복잡 미묘한 한 인간을 따뜻하게 그려낸 초상화로, 아니면 비즈니스 역사나 법정 투쟁 기록으로, 혹은 그저 한 편의 훌륭한 모험담으로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비즈니스 위크〉
완벽하다. 론 처노는 록펠러라는 인물을 빚어낸 외적 압력과 그가 취한 대응 방식을 서술하며 멋지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USA 투데이〉
론 처노는 미국 최고의 비즈니스 전기 작가다. 〈포춘〉

○ 독자의 평
두 얼굴의 록펠러, 그 신화와 편견을 벗긴다
『부의 제국 록펠러 1, 2』
론 처노 지음, 안진환・박아람 옮김, 21세기북스, 2010
아버지는 자신이 받아줄 테니 높은 의자에서 뛰어내리라고 아들을 부추기곤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받아 안아줄 듯이 팔을 내밀고 있다가 내려버렸고, 아들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가르침을 상기시켰다. “기억하라고 했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이 아빠마저도 말이야.” 아버지에게서 냉철함과 집념을 배운 이 아이가 바로 훗날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이자 19세기 말 가장 큰 사업제국을 건설한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다. 이 책은 미국의 시사평론가이자 최고의 금융 전문 저술가인 론 처노가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뒤져 록펠러의 98년에 걸친 일생을 치밀하게 추적하여 그의 민얼굴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아버지와의 애증관계, 형제 간의 갈등처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록펠러가의 스캔들과 어두운 비밀들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록펠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집요한 시선 앞에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저자는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격렬한 논란과 깊은 침묵에 싸여 은둔자로 살았던 록펠러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그를 세상으로 이끌어 냈다. 은밀한 가족사에서부터 부에 대한 집착과 성공의 과정을 추적하여 그간 탐욕스럽고 냉철한 기업가로만 알려졌던 이미지를 완전히 뒤흔들어,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방탕한 허풍쟁이 약장수인 아버지와 신실하고 엄격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적인 심리상태를 겪으며 성장한 록펠러는 혼자 힘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독점기업인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제국을 건설했다. 1911년 연방정부에 의해 스탠더드 오일이 해체되어 수십 개의 회사로 분할될 때까지 30년 동안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엄청난 권력과 금력을 휘둘렀다. 스탠더드 오일이 단단한 독점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등유 가격은 80% 이상 내려갔고 품질 혁신은 물론 산업 역시 비약적 발전을 이뤄 현대 기업의 모델이 됐을 정도다. 1890년대 록펠러가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미국인들의 평균 수입은 주당 10달러 이하였던데 비해 그의 평균 소득은 연간 1,000만 달러라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1893년에서 1901년 사이에 스탠더드 오일이 분배한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배당금 중에서 4분의 1 이상이 그대로 그의 금고로 들어갔다. 록펠러는 남북전쟁 후 미국인들의 삶을 변화시킨 자본주의 혁명의 상징이며 미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기업을 설립하는 직관적인 1세대적 특징과 기업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분석적인 2세대적 경영자의 특징을 모두 갖췄던 그의 경력은 20세기 경영자 자본주의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만하다. 그는 대규모 기업의 효율성을 명백하게 증명한 독점의 한 형태를 완성시켰고 새로운 법인 조직을 형성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길을 닦았다. 그는 검약과 자립, 피나는 노력, 지칠 줄 모르는 기업가정신 등의 덕목을 몸소 구현했으며 윤리성에 대해서는 뭐라 논하든, 경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한결같이 그를 현대 기업의 선구자로 꼽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가격경쟁, 정경유착, 산업스파이, 노조탄압 등 부도덕한 일련의 행위로 인해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쏟아졌다. 록펠러는 당대의 가장 거대한 반독점 소송을 피하기 위해 오랜세월 견고한 침묵과 무표정한 가면 뒤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상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망자’라 조롱하기도 했다.
탐욕과 악의 화신으로 비춰진 냉혹한 석유재벌이 록펠러 모습의 전부는 아니다. 이 책 곳곳에는 록펠러집안 사람들이 사소한 액수의 돈조차도 따지고 계산하며 얼마나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태도를 유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많다(특히 1권 454쪽, 601쪽). 그러한 습관은 단순히 인색함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돈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엄격한 침례교 사상을 바탕으로 절제와 검약을 신봉했으며 유례없는 통 큰 규모의 자선활동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의 기부 행위를 그가 저지른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공격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기 위한 노력이거나 면죄부를 사는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돈을 버는 일에서 돈을 최대한 현명하게 쓰는 일로 삶의 초점을 바꾼게 사실이다. ‘부자로 죽는 일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라는 카네기의 말에 공감했으며 ‘최대한 벌어 최대한 베푸는 것’을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으로 삼고 평생 이를 실천했다. 그는 인류가 불행의 원인을 깊게 파고들지 않고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나눠주는 것은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쓰는 일이라고 경계했다. 이를테면 거지들에게 돈을 주는 대신 거지들이 생겨난 원인을 제거하는 일에 더욱 몰두하는 식이다. 록펠러는 눈과 귀가 먼 16세의 헬렌 켈러에게 익명으로 도움을 제공했고 마크 트웨인 역시 그의 후원에 힘입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가 평생 기부한 액수는 5억3,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록펠러 재단은 그중에서도 특히 의학, 의료 교육 및 공공보건에 관한 미국 최고의 후원단체가 되었다. 뇌척수막염이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3천명에 달하는 뉴욕 시민이 죽어 갈 때 새로운 치료혈청을 개발해 무상으로 나누어 줌으로써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 또 십이지장충 캠페인을 적극 후원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질병에서 구하는 등 의료나 교육발전에 대한 그의 공적은 실로 대단하다. 그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엇갈리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이유는 그의 단점 하나하나가 나빴던 만큼 장점 하나하나가 더없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역사상 그처럼 모순적인 인물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신실한 록펠러와 비열한 동기로 가득찬 사업가 록펠러라는 두 얼굴을 대하다 보면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비평가협회상 수상과 타임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등 잇달아 찬사를 받기도 한 이 책은 두권을 합쳐 물경 1,26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보니 읽기에 다소 버거울지 모르지만 일단 한번 책을 붙잡으면 놓기가 쉽지 않다. 산타클로스도, 스쿠루지도 아닌 (어쩌면 그 둘의 속성을 모두 갖고있는) 록펠러라는 매력적인 인물의 성장과정과 내면풍경을 실감나게 읽는 맛이 쏠쏠하다. 거기다 미국 산업 역사상 최대의 공적을 세운 거인의 어깨위에서 인물과 시대를 조망하며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록펠러가 남긴 모순적인 유산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배워야 할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최대의 성과가 될 것 같다. 읽을만한 전기・평전이 귀한 현실에서 사람을 통해 시대를 돌아보고 역사를 짚어보는 각별한 맛을 제공한다. 마침 록펠러 가문의 5대 손인 스티븐 록펠러 2세가 지난 10월 서울을 찾았다. 한국 록펠러재단을 설립하여 환경문제, 여성차별, 문화갈등 해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록펠러를 알리기에 좋은 기회인 듯 싶다. <기획회의 283호 기고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