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 여백미디어 / 2007.2.26
≪슬픔이여 안녕≫으로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신예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가 그리는 세 남녀의 사랑과 집착, 일탈, 불안, 기쁨….

사랑에 얽힌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그녀만의 섬세한 묘사로 인해 인물 하나하나와 사건 하나하나가 생동하며 우리 가슴속을 깊이 파고든다.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편안함을 주는 사랑과,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지고지순의 사랑을 온몸으로 바치는 또 다른 사랑!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40대 중년 여성의 고독을 주제로 삼은 이 소설은 사강이 즐겨 사용해 온 남녀간 애정문제의 갈등과 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고도 섬세하게, 또한 잔인할 정도로 예리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실력 있는 실내 장식가인 여주인공 폴르는 트럭 판매 회사의 중역이며 한 여자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자유분방한 40대의 로제와 5년간 교제를 계속해 오고 있다.
어느 날 폴르는 실내 장식 의뢰를 맡은 반 덴 베쉬 여사 집에서 그녀의 아들 시몽과 처음 만나게 되는데…

○ 저자소개 : 프랑수아즈 사강
1935년 6월 21일 남서프랑스의 카자라크에서 부유한 실업가인 아버지 폴 쿠와레의 세 자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와레로 1954년 소르본느 대학 재학 중 19세의 어린 나이로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여 프랑스 문단을 놀라게 했다.
연이어 발표한 《어떤 미소》《한 달 후 일 년 후》로 물질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정신적 세계는 시간과 함께 피폐해 갔다.
교통사고와 두 차례의 이혼, 도박 그리고 수차례의 약물중독과 탈세 혐의는 더욱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했다.
1998년 《어깨 너머로》를 끝으로 2004년 9월 24일, 69세를 일기로 노르망디에 있는 옹플뢰르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혈전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
– 역자 : 길해옥
현재 경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3대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음. 「프루스트의 갇힌 여인에 나타난 화자와 작중 인물의 담화 연구」「프루스트의 작중 인물의 언어와 그 진실성에 대한 연구」「사르트르의 ‘말’에 나타난 어린 시절에 관하여」등의 주요 논문을 발표했고, 역서에는 레몽 장 소설 『마드모아젤 보바리』, 엘리에뜨 아베카시스 소설 『나의 아버지』『밀입자』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역자후기
1959년에 쓰여진 본 작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녀의 네 번째 작품으로,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쓰여졌음을 독자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글은 바로 그 글을 쓴 사람의 심리상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를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작가의 고의적 초자아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무의식적 에너지, 즉 이드에 의해 글로써 표출되어 곧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글이란 쓰는 것이 아니라 쓰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강은 본 책의 제목을 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명명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본 책을 번역한 역자로서 독자께 명쾌한 답을 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강에 관한 수많은 자료와 사강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고백하고 있는 저술들을 나름대로 섭렵했지만, 이 또한 이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었다. 따라서 사강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본 책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유추성 답변으로 이 물음을 대신하려고 한다.
낭만주의 시대에 고전파 음악의 전통을 지켜 독자적 작풍을 견지했던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는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평생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고백 한 번 못한 채 독신으로 살았던 독일이 낳은 작곡가다.
브람스가 클라라를 처음 만난 것은 1853년 9월 30일.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다. 당시 무명이었던 브람스는 친구인 요하임의 권유에 의해 슈만의 집을 방문하게 되며, 이후로 14살 연상의 클라라를 흠모하게 된다. 자신의 음악적 천재성을 인정해준 슈만은 그에게 은사이자 동시에 후견인이었으며, 결국 브람스의 사랑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일방적 사랑마저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없었던 브람스에겐 음악만이 그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였다.
따라서 ‘피아노 소나타 2번’은 클라라에게 헌정된 일종의 사랑의 소나타였던 것이다. 정신병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던 슈만이 1856년 7월에 사망하자, 브람스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레퀴엠 대신 죽은 자로 인해 슬픔에 침잠해 있는 산 자를 위해 ‘독일 레퀴엠’을 또다시 작곡한다.
이처럼 브람스는 음악을 통해 그의 사랑을 표현했으며, 이는 그녀가 77세의 나이로 뇌졸중에 의해 사망할 때까지 지속된다. 그녀의 죽음은 브람스에게 삶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녀가 사망한 이듬해 그 역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따라서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사랑이야말로 사강에게 있어 너무나도 고귀한 플라토닉 러브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 같은 추측성 개연성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력의 발로일 뿐, 언젠가는 무의미했던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이 같은 상상력이 진실과는 괴리되어 있을지라도 그 밑바탕에는 독자들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음을 밝혀둔다….

○ 줄거리
40대 중년 여성의 고독을 주제로 삼은 이 소설은 사강이 즐겨 사용해 온 남녀간 애정문제의 갈등과 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고도 섬세하게, 또한 잔인할 정도로 예리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실력 있는 실내 장식가인 여주인공 폴르는 트럭 판매 회사의 중역이며 한 여자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자유분방한 40대의 로제와 5년간 교제를 계속해 오고 있다. 어느 날 폴르는 실내 장식 의뢰를 맡은 반 덴 베쉬 여사 집에서 그녀의 아들 시몽과 처음 만나게 된다. 25살의 젊고 잘생긴 수습변호사 시몽은 14살 연상인 폴르에게 한눈에 반해 맹목적으로 순수한 사랑을 바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폴르는 자신이 시몽에게 모성애 외엔 다른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더 나이 들었을 때 찾아올 필연적인 고독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결국 폴르는 시몽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

○ 출판사 서평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 사랑을 그대로 지나치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등한시한 죄, 핑계와 편법 그리고 체념으로 삶을 영위한 죄로 망자 (亡者)의 이름을 빌려 당신을 고소합니다. 극형을 받아 마땅하나 피고를 평생 고독형에 처하는 바입니다.”
- 소설 같은 생을 살다 떠난 ‘사강’의 길이 남을 역작
프랑스의 남서부에 위치한 카자르크에서 부유한 실업가인 아버지 폴 쿠와레의 세 자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와레다. 또한 그녀의 필명, 사강이란 이름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프렝세스 드 사강이라는 인물에서 따온 것이다. 사강이란 발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키키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프랑수아즈 쿠와레는 15세에 그녀의 가족이 파리로 이사 가기 전까지 리옹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소르본느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녀의 대학 생활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소일했으며, 공부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기말 시험에서 떨어진 쿠와레는 자신의 방에서 칩거하며 200쪽에 다다르는 그녀의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고 문단에 데뷔하게 된다.
그녀의 나이 19세. 그야말로 1954년은 이후 반세기 동안 그녀의 이름 앞에 당당히 작가라는 명칭을 선물한 최고의 해였던 것이다. 연이어 발표한 ≪어떤 미소 (1956)≫와 ≪한 달 후 일 년 후 (1957)≫는 그녀에게 명예와 부를 동시에 가져다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늘 궂은일이 따르는 법. 스피드광이었던 그녀는 그해 교통사고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소생하게 되지만, 이 사고로 인해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8년에는 20세 연상의 출판인인 기 쇼엘러와 결혼하지만, 이 또한 2년 만에 파경을 맞는다.
그후 이혼의 시련을 한 번 더 겪고, 말년에는 도박과 탈세로 얼룩진 삶을 살다 2004년 9월 24일 69세를 일기로 노르망디의 옹플뢰르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르트르와 같은 날에 태어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음의 고향에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던 삶을 마친 것이다.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판사 앞에서 당당히 소리쳤던 그녀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여주인공보다 더 고독한 삶을 온몸으로 떠안으며 살았다. 그녀 자신과 너무도 닮아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더한 감동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언론소개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남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어요.” 마약복용 혐의로 재판정에 선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 말이다.
사강은 19살 때이던 1954년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단숨에 인기작가가 됐다. 그녀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했다. ‘슬픔이여 안녕’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어떤 작가는 그녀의 말을 차용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자 연예인의 예명으로도 등장했다.
사강의 삶은 드라마틱했다. 그녀는 22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 두통에 시달리며 살았고 두 번의 이혼 이후 외롭게 살았다.
말년에는 마약 복용과 탈세 혐의로 전 재산을 압류당한 채 친구 집에 얹혀 살다 2004년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사강이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건 중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미소년 같은 얼굴과 ‘사강’이라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름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사강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본명이 아니다.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사강은 알아도 사강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사강 소설의 매력은 한마디로 ‘고독감’이다. 최근 그녀의 네 번째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여백 펴냄ㆍ길해옥 옮김)가 출간됐다. 이 소설에서도 고독은 주요 모티프다. 40대 중년여성의 고독을 담은 소설의 한 대목을 옮겨보자.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 . 사랑을 그대로 지나치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등한시한 죄, 핑계와 편법 그리고 체념으로 삶을 영위한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 피고를 평생 고독형에 처하는 바입니다 .”
사강은 24살 때 쓴 이 작품처럼 평생을 외롭게 살았다. 수많은 책을 펴냈지만 어떤 문학상도 받지 못했고, 가족이나 사회의 사랑도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예술가에게 고독은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