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 에릭 프롬 / 청목사 / 2001.4.30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대한 과감한 처방서로, 이미 17개국어로 번역되어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인간이 자신의 전인격을 계발시키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사랑을 위한 모든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사랑도 역시 하나의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각 장에서 저자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수치심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사랑을 사용할 수 있는가, 숨겨진 잠재성을 표출시키기 위해 사랑을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사랑을 인생의 가장 유쾌하고 흥분되는 경험이 되도록 할 수 있는가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랑을 하려고 애써도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은 사랑에 대한 기술의 미숙성 때문이다. 인간이 사랑을 상실한 것은 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사회 관계와 대인 관계의 빈틈없는 조직화 때문이며,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사랑은 원래 환상이고 허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무의식층에까지 파고들어가 인간의 내면 세계를 분석해 보이면서 인간이 사랑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은 인간 스스로 참된 자아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목차
1. 사랑은 기술인가?
2. 사랑에 관한 이론
3. 사랑과 현대 서구사회에서의 사랑의 해체
4. 사랑의 실천

○ 저자소개 : 에리히 프롬 · 에릭 프롬 (Erich Fromm)
에리히 프롬은 한평생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 속의 적과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크스로부터 사회 구조의 변혁에 대한 감각을, 프로이트로부터 인간의 심연을 분석하고 해방하려는 의도를 배웠다. 방법론적으로는 ‘사회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으며 이 3자의 역학관계에 의해 역사와 사회의 변동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숨어있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납득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광기로 가득찬 나치즘을 수용하고 지지한 대중들의 심리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나온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립되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 책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 근대인의 심리적 기반이 나치즘이라는 우상을 수용했음을 밝힌 것이다.
나아가 프롬은 사회심리학적 시각으로 현대인들의 소외의 양상을 유형별로 고찰하고 근대적 세계 속에서 인간이 참다운 자기를 실현하여 가는 길을 찾고자 하였다.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야말로 인간을 소외로 몰고 가는 근본적인 틀임이 거듭 밝혀지고, 이를 넘어서고자 할 때 인간 개인의 내면적 해방과 사회구조의 변혁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프롬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 즉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요 삶의 보람이라는 것이 프롬의 생각이다.
이러한 프롬의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인 것이어서 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제 인식과 방향 설정에 하나의 유효한 도구가 됨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 외 저서로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가 있다.
– 역자 : 설상태
서울 출신. 서울대 문리대 졸업. 동 대학원 졸업.

○ 책 속으로
어떤 기술을 배우는 데 있어서 거쳐야 할 단계는 무엇인가? 기술을 배우는 가정은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론의 습득이고, 둘째는 실천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만일 내가 의학 기술醫學技術을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인체에 대한 지식과 여러 질병에 대한 사실들을 알아야 한다. 내가 이러한 이론적 지식에 통달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의학 기술에는 숙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내가 가진 이론적 지식과 실천의 결과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즉 그 두가지가 모든 기술 습득의 원천인 직관直觀으로 될 때까지 상당한 정도의 실천을 쌓은 후에라야 비로소 나는 의학에 있어서 대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천을 익히는 것 외에도 어떤 기술에 있어서 대가가 되는 데는 또 한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즉 기술 습득이 궁극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음악, 의학, 건축에도 해당된다.
우리 문화권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실패하면서도 왜 이러한 기술을 배우려 들지 않는가에 대한 해답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랑을 그렇게 갈망하면서도 사랑보다는 성공, 권위, 돈, 권력 등을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고,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러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모든 정력을 사용하고 있다.
돈이나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만이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면, 오직 영혼에만 유익하고 현대적인 의미에서 볼 때 아무런 이익도 없는 사랑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는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든 앞으로는 사랑의 기술을 이미 앞에서 구분해 놓은대로 살펴볼 것이다.
우선 나는 사랑의 이론을 검토할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 상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둘째로는 사랑의 실천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비록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실천에 대해서는 ‘할말’이 별로 없지만 말이다. — pp.14-15

○ 출판사 서평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전세계적으로도 널리 읽히는 명저이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90년대 초 방영된 한 청춘드라마에 소개되고 난 다음부터이다. 대학생인 주인공이 들고 다니던 이 교양서는 낭만적이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풍기기에 충분했고, 굳이 읽지 않더라도 외투 주머니에 폼나게 꽂고 다닐 만큼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물론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기술’이 토닥거리며 싸우는 연인들을 위한 말랑말랑한 사랑학개론은 아니었으니, 몇 장 읽다가 마주친 성서 속 주인공들과 리비도 같은 철학용어에 이내 손을 들었을 사람도 꽤 많았겠지만 말이다.
프롬은 『사랑의 기술』을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사랑의 능력과 기술들을 제시하고 있다. 머리말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 프롬은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 역시 기술’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음악이나 미술, 건축이나 의학의 기술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사랑에 대해 배울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그러한 심리적 배경의 원인을 짚어가며 잘못된 가설에 대한 오류를 밝힌다. 그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요소, 현대 문화의 특징과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하다.
프롬은 사랑을 한 사람과 그 대상자의 관계로 파악하는 개인적 의미가 아닌, 사랑이 지닌 사회적 관계로 이해한다. 즉, 사랑이란 특정 대상이 아닌 전체 세계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와 성격의 방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이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공서(共棲)적 애착이거나 확대된 이기주의이다. 사랑은 대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태도의 유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사랑하는 둘 사이의 배타적 관계로 이해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활동성을 간과한 오해이며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착각에 불과하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프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만일 진정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이 넓어지고 타인에 대해 배려가 깊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물론 그것은 만족감으로 인한 일시적 태도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프롬은 사랑의 본질을 활동적이며 능동적으로 보고 있고, 따라서 강렬하게 빠져드는 감정만이 아니라 결단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라고 말한다. 결국 타인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세상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는 좀 더 심오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 논리에 사로잡힌 우리들에게 프롬의 사상을 이해하기란 다소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랑이란 스스로가 바꿀 수 있는 교환가치의 한계 내에서 최상의 대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던가. 사랑은 이러한 교환의 매커니즘 속에서 생겨나며, 그것은 프롬의 말을 빌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지만, 그리하여 인간적 합일을 경험할 수 없는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고독과 불안을 느끼며 방황하게 된다.
사실 사랑이란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한 문제이고, 그것은 단순한 지식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랑의 본질로부터 사랑의 대상과 종류를 파고드는 이 책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기술』이 유효하게 느껴지는 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끊임없는 소외를 경험하고 고독감을 느끼지만 그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독한 현대인들을 위해 프롬만큼 사랑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게 연구한 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이해한다는 것은 자유롭고 건전한 인간의 의지를 믿는 일이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표현하는 일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