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사뮈엘 베케트 선집
사뮈엘 베케트 / 워크룸 프레스 / 2016.7.15
워크룸 프레스가 아일랜드 출신의 프랑스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선집을 출간했다. 군더더기 없는 책의 모양과 단정한 색감의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뮈엘 베케트는 국내에서 주로 극작가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워크룸 프레스는 제대로 조명된 바 없는 그의 시와 평론, 소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김뉘연이 말한다.
“사뮈엘 베케트의 전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하다 금세 포기했습니다. 너무 어렵기도 했고 한 작가를 온전히 표현하는 상징 같은 게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디자이너 김형진은 단편적이고 아주 작은 힌트를 찾던 중 그의 소설 <몰로이>에 등장하는 ‘입에 넣고 빠는 돌’에 주목한다. “그 돌의 맛과 돌이 주는 충족감을 알 것 같았어요. 어떤 돌을 고를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EH(김경태)의 사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스위스에 머무는 그에게 메일을 보내 허락을 구했죠.”
사뮈엘 베케트 선집의 표지는 워크룸 프레스가 종종 선보여온, 문자 정보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심오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표지에 꼭 그런 게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단순한 답이죠.” 전면에 활용한 S와 B는 작가 이름의 머리글자를 사용한 것으로, 책마다 다른 위치에 배치했다. “알파벳이 그림처럼 보였으면 해서 장식적인 글자를 사용했습니다. 책마다 알파벳의 위치가 바뀌는 것도 다분히 장식적인 배려에 불과합니다. 대단한 의미는 없죠.” 김형진의 말이다.
○ 목차
죽은-머리들 / 소멸자 /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세계와 바지 / 장애의 화가들
프루스트
동반자 / 잘 못 보이고 잘 못 말해진 / 최악을 향하여 / 떨림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 / 호로스코프 외 / 시들, 풀피리 노래들
발길질보다 따끔함
포기한 작업으로부터
그게 어떤지 / 영상
머피
말론 죽다
○ 저자소개 : 사무엘 베케트 (Samuel Beckett)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남쪽 폭스록에서 유복한 신교도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나 생애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이탈리아문학을 공부하고 단테와 데카르트에 심취했던 베케트는 졸업 후 1920년대 후반 파리 고등 사범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게 된다. 당시 파리에 머물고 있었던 제임스 조이스에게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에 대한 비평문을 공식적인 첫 글로 발표하고, 1930년 첫 시집 『호로스코프』를, 1931년 비평집 『프루스트』를 펴낸다. 이어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되지만 곧 그만두고, 1930년대 초 첫 장편소설 『그저 그런 여인들에 대한 꿈』(사후 출간)을 쓰고, 1934년 첫 단편집 『발길질보다 따끔함』을, 1935년 시집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을, 1938년 장편소설 『머피』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발판을 다진다. 1937년 파리에 정착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프랑스에서 전쟁을 치르고, 1946년 봄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1989년 숨을 거둘 때까지 수십 편의 시, 소설, 희곡, 비평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쓰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스스로 번역한다. 전쟁 중 집필한 장편소설 『와트』에 뒤이어 쓴 초기 소설 3부작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가 1951년부터 1953년까지 프랑스 미뉘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1952년 역시 미뉘에서 출간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에서 수차례 공연되고 여러 언어로 출판되며 명성을 얻게 된 베케트는 1961년 보르헤스와 공동으로 국제 출판인상을 받고, 196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희곡뿐 아니라 라디오극과 텔레비전극 및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당대의 연출가, 배우, 미술가, 음악가 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평생 실험적인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1989년 12월 22일 파리에서 숨을 거뒀고,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다.
– 역자 : 임수현
임수현은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파리4대학에서 사뮈엘 베케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이자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이다. 옮긴 책으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1』, 『떠나든, 머물든』,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 드니 게즈의 『항해일지』, 아르튀르 아다모프의 『타란느 교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알랭 바디우의 『베케트에 대하여』(서용순 공역), 사뮈엘 베케트의 『죽은-머리들 / 소멸자 /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 『동반자 / 잘 못 보이고 잘 못 말해진 / 최악을 향하여 / 떨림』 등이 있다.
– 역자 : 이예원
이예원은 문학 번역가다. 데버라 리비의 『살림 비용』과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주나 반스의 『나이트우드』, 조애나 월시의 『호텔』, 앨리 스미스의 『겨울』과 『호텔 월드』 등을 한국어로 옮겼고, 이상우, 김숨, 천희란의 소설과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영어로 옮겼다.
– 역자 : 전승화
역자 전승화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논문 「‘움직임’을 통해 읽은 베케트의 『몰로이』」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고, 파리 7대학에서 에블린 그로스만(Evelyne Grossman)의 지도하에 박사 논문 「사뮈엘 베케트의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의 작품을 통한 고찰(L’Inexplicable chez Samuel Beckett)」을 집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질 들뢰즈의 『디알로그』(허희정 공역), 사뮈엘 베케트의 단편집 『첫사랑』이 있다.
– 역자 : 윤원화
윤원화는 시각 문화 연구자로 주로 동시대 서울의 전시 공간에서 보이는 것들에 관해 글을 쓴다. 저서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2016), 『문서는 시간을 재/생산할 수 있는가』(2017), 『그림 창문 거울: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2018), 역서 『청취의 과거』(2010),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2011), 『기록시스템 1800 · 1900』(2015) 등이 있다.
– 역자 : 김예령
김예령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7대학에서 루이페르디낭 셀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등의 『숭고에 대하여—경계의 미학, 미학의 경계』, 안느실비 슈프렌거의 『아귀』, 레몽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장뤽 낭시의 『코르푸스 — 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 사뮈엘 베케트의 『세계와 바지 / 장애의 화가들』, 모리스 블랑쇼의 『지극히 높은 자』 등이 있다. 강의와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 역자 : 유예진
유예진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를 전공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루스트의 화가들』과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을 썼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를 옮겼다.
– 사진 : 김경태
사진가, 그래픽 디자이너. 중앙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스위스 로잔 예술 대학교(ECAL) 대학원에서 아트 디렉션을 전공했다. 「스트레이트-한국의 사진가 19명」,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등 여러 전시에 참여했으며, 작품집으로 『온 더 록스』와 『로잔 대성당 1505~2022』가 있다.
○ 출판사 서평
워크룸 프레스에서는 그동안 주로 희곡작가로 알려진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 여러 편과 시집, 평론 등을 선집으로 구성해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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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저자명도 없는 이 시리즈의 앞표지를 위해 이 책을 디자인한 김형진 디자이너는 작가의 1953년 작품인 『몰로이』에 나오는 문구, “입안에 조약돌을 넣고 빠는 장면이 강렬했던 탓”에 작가의 초상사진 대신 돌의 이미지를 변주해 넣었다고 말한다. 진회색 북크로스지로 감싸진 얇은 보드가 내지를 둥글게 감싸고 있고 (환양장), 조약돌로 폭신한 보드를 꾹 눌렀다가 뗀 것처럼 박 (foil blocking)으로 처리된 이미지는 움푹 들어가 있고, 이렇게 제작된 표지의 돌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진회색의 동글동글한 돌을 주워들어 한 권씩 모아놓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책의 표지를 열었을 때 (면지 이후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내지 첫 장에는 표지에 놓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조약돌의 실물 사진이 등장하는데, 이는 사진가 김경태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수집한 돌을 촬영한 〈온 더 록스 (ON THE ROCKS)〉 사진이다. 그렇게 수집한 11권의 섬세하게 깎아진 조약돌을 모아 한 덩어리로 바라본다. 선집으로 발행된 이 책들을 모아 책장에 꽂아둔 모습을 바라보면 이제 조약돌이 아닌 사뮈엘 베케트의 각 권의 제목을 읽을 수 있으며, 여러 개의 언어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사뮈엘 베케트의 글을 국문으로 번역한 옮긴이의 이름이 보인다. 그제야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 심사평: 신신 (디자인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