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사진론 : 바르트와 손탁
롤랑 바르트, 수전 손택 / 현대미학사 / 1994.9.30
롤랑 바르트의 ‘La Chambre Claire’ (1980)와 수잔 손탁의 ‘On Photography’ (1978)를 한 권으로 묶었다. 사진이론에 대한 필독서로 손꼽히는 이 에세이들은 전에도 각각 ‘카메라 루시다’ (‘La Chambre Claire’의 영어판 제목이 ‘Camera Lucida’. ‘La Chambre Claire’는 ‘밝은 방’이라는 뜻이다), ‘사진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
본서는 제1부 ‘롤랑 바르트의 사진론’, 제2부 ‘수잔 손탁의 사진론’으로 구성됐다.
바르트에게 사진은 무엇보다도 자아에 대한 관찰의 연장으로서의 의미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과거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되살리고, 더 나아가 끊임없이 현재화시키고 있다는 것. 특유의 사적이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사진의 여러 측면들을 분석한다.
손탁은 바르트와 달리 보다 사진에 대한 보다 공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 그에게 사진은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예술’이며, 현대인으로 하여금 세계에 대한 지각과 감성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한 매체이다. 사진과 순수예술, 사진과 사회, 사진과 윤리성 등 사진의 문화적 문맥에 대해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바르트는 자신이 인상적으로 보았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제 사진은 단순히 대상을 기록하는 기계 작동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자리잡고 있다. 사진에 대한 시각, 사진의 존재론적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목차
제1부 롤랑 바르트의 사진론
1. 사진의 특성
2. 분류 불가능한 사진
3. 출발점으로서의 감성
4. 촬영자, 잔상(殘像) 그리고 구경꾼
5. 사진으로 찍혀지는 남자
6. 구경꾼: 취향의 혼란
7. 모험으로서의 사진
8. 가벼운 현상학
9. 이원성
10. 스투디움과 푼크툼
11. 스투디움
12. 알려줌
13. 그려줌
14. 놀라움
15. 암시
16. 욕망 일깨우기
17. 단일 사진
18. 스투디움과 푼크툼의 공존
19. 푼크툼: 부분적인 특징
20. 비의도적인 특징
21. 홀연한 깨달음(사토리)
22. 사실 이후(以後) 그리고 침묵
23. 막연한 영역
24. 개영시(改詠詩)
25. 어느 날 저녁
26. 분리로서의 역사
27. 알아보기
28. 온실 사진
29. 소녀
30. 아리안느
31. 가족, 어머니
32. ~존재해왔던 것
33. 포즈
34. 광선, 색채
35. 놀라움
36. 인정
37. 정지(靜止)
38. 평이한 죽음
39. 푼크툼으로서의 시간
40. 사적인 것/공적인 것
41. 탐색
42. 유사함
43. 혈통
44. 밝은 방
45. 분위기
46. 시선
47. 광기, 연민
48. 길들여진 사진
제2부 수잔 손탁의 사진론
1. 플라톤의 동굴 속에서
2. 사진을 통하여 본 암울한 미국
3. 우울한 대상들
4. 시각의 영웅주의
5. 사진의 주요원칙
6. 이미지-세계
7. 명언 모음
역자후기
○ 저자소개 :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수전 손택 (Susan Sontag)
– 저자 :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프랑스 북부 쉐르부르 태생.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체득했다. 청년시절 폐결핵으로 고등사범학교 진학과 교수자격시험을 포기한 바르트는 소르본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한 후 젊은 시절 루마니아와 이집트의 대학에서 프랑스어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르트가 프랑스 지성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53년 『글쓰기의 영도』와 1957년 『현대의 신화』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학비평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작은 1970년에 발간된『텍스트의 즐거움』. 이 책에서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을 선언했다. 그 이전까지의 독서와 문학비평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저자가 던져놓은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르트는 문학작품이란 완벽하게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선조들과 문화가 남겨놓은 것을 조립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에서 저자가 아닌 『필사자 (scripteur)』라는 용어를 썼다. 바르트에 따르면 저자와 독자는 일방적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텍스트 속에서 서로를 찾고 만나고 텍스트를 즐겨야 할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 부르주아 사회를 둘러싼 신화를 읽어내고 그 베일을 벗겨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그는 1980년 미테랑 사회당 당수가 주최한 회식에 참석하고 걸어서 귀가하다 트럭에 치인 후유증으로 한 달 후 사망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 구조주의자, 후기 구조주의자 등 ‘현기증 나는 전이’를 통해 현대 프랑스와 세계에 가장 활력적인 사유 체계의 개척자로 손꼽힌다. 소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다양한 상징들에 대한 『읽기』를 시도하며 1960년대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문학과 이론의 전위적 움직임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바르트의 저서 중『모드의 체계』는 바르트 기호학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대표적인 저술로 꼽히는 책이다. 그것은 1967년 그 자신이 기호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행복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산물이기 때문에, 바르트 기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저술이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비판한 자서전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 지성 가운데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문단의 표징(表徵)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학비평가이자 구조주의 작가로서의 바르트의 문학관과 글쓰기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사랑의 단상』은 괴테를 비롯한 치열한 ‘사랑의 담론들’에 대한 지극한 글읽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의 ‘사랑의 단상’은 ‘사랑의 이야기’나 ‘사랑의 철학’이 아니다. 저자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나 수필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극’화한 글쓰기이다.
– 저자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 (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역자 : 송숙자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한양대 음대를 졸업했다. 1981~83년 프랑스 예꼴 노르말 뮤직에서 음악 및 불어를 수학했고, 1988년 미국 ‘보스턴 글로버’지 서울 통신원 및 한국국제문화협회 문화국에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옮긴 책으로 ‘새를 위하여’, ‘현대 화가 비평선’, ‘아방가르드의 다섯 노총각들’ 등이 있다.
○ 독자의 평
요즘은 사진 찍는 것도 좋지만, 사진을 읽고 사유하는 글도 참 좋다. 며칠 전에 고신대 도서관에 들러 사진 읽기와 사유하는 책 몇 권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삼분할 구도를 넘어 사진 한 장으로 의미를 담고 재해석하는 사유의 여정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책이 있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이런 책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직접 보지 않으면 인터넷 서점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스스로 검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외로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다 초판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말이다.
우연히 찍어 놓은 사진을 들여보다 마을 앞에서 찍은 사진과 부산 사하구에서 찍은 사진이 사뭇 달라 보여 조금 놀랬다. 동일한 일몰인데 어찌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작가에게 전화로 물었다. 그랬더니 지역마다 습도나 산, 강 등이 있어 다르다는 것이다. 부산 다대포의 일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니 다른 곳에서는 그런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에도 그런 미묘한 차이가 있다니… 어제 사놓은 책에도 동일한 피사체를 찍어도 조리개 수치에 따라 별처럼 보이기도하고 원처럼 둥글게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진가는 그러한 차이를 알고 자신이 의도한 대로 찍어야 한다. 그런데 난 아직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없으니 사진의 세계도 길고 멀게만 느껴진다.
서울에 살면 광화문에 나가 촛불집회 장면도 남겨 두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광주나 부산이라도 찾아갈까 싶기도 하고…
사진론에 대한 책이 몇 권 보여서 같이 담았다. 때론 기능을 앞세운 책도 있지만, 기능이란 것도 결국 사진을 찍는, 또는 보는 관점의 문제가 아니던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