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성탄축제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 문학사상 / 2001.12.31
‘성탄 축제’는 ‘현대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신학자인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하기 위해 주인공의 집에 함께 모인 친구들이 나눈 대화의 형식을 통해 성탄의 의미에 대해 살피고 있는 신학적 대화록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탄을 종교적 제의를 통해 엄격하게 지켜야 할 절기라기보다 마음 깊이 기쁨과 감동을 체험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감동의 축제”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 기쁨은 단순한 감각의 특수한 기쁨이 아니라 ‘성육신한 분’으로부터 나오는 보편적인 기쁨이라고 강조한다. 빌헬름 딜타이는 이 책을 “슐라이어마허의 교의학 연구를 위한 최고의 입문서”로 간주했다고 한다.
독일어 원본은 장절 구분이나 표제가 존재하지 않으나, 번역자인 최신한 교수는 이 책을 총 4장으로 구분한다. 1장에서는 선물을 교환하고 안부를 나누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묘사하고, 2장과 3장에서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4장에서는 성탄의 의미에 대해서 남성들이 나누는 교리적 대화가 소개되고 있다.
○ 목차
옮긴이의 말
성탄 전야
성탄의 화제
성탄 이야기
성탄의 의미
‘성탄 축제’ 해제
○ 저자소개 :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교부신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프로테스탄트 신학을 집대성한 근대 신학의 아버지이자, 칸트 철학의 한계를 극복한 초기관념론과 초기낭만주의 철학을 주도한 사상가이다.
할레 대학에서 신학, 철학, 고전학을 공부하고,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 원목을 지냈으며, 슐레겔, 노발리스 등과 함께 초기낭만주의 운동을 주도했다. 할레 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베를린 대학 창립을 주도했으며, 베를린 학술원 회원으로서 신학부와 철학부의 교수를 지냈다. 고전문헌학자로서 플라톤 전집을 독일어로 옮겼으며, 독일 문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화철학자였고, 베를린 삼위일체교회의 설교자로서 국가와 교회의 개혁을 주도한 실천적 지성인이었다. 주요 저서로는 계몽주의의 물결 속에서 종교의 독자적 지평을 보여준 『종교론』과, 신앙이 절대의존감정임을 역설한 『기독교신앙』이 있으며, 이밖에도 『독백』 『성탄 축제』 『신학연구서술』 등의 저서가 있다. 철학 분야에서는 『변증법』 『해석학』 『윤리학』 『심리학』 『미학』 등 다수의 강의록을 남겼으며, 이 강의들은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오늘날의 철학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 역자 : 최신한
계명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튀빙엔 대학교 철학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헤겔연맹과 국제슐라이어마허학회 정회원이다. 현재 한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며 한국해석학회 회장이다.
지은 책으로는 『매개적 자기의식과 직접적 자기의식』(1991), 『헤겔 철학과 종교적 이념』(1997), 『독백의 철학에서 대화의 철학으로』(2001. 2001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슐라이어마허. 감동과 대화의 사상가』(2003)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큄멜의 『자연은 말하는가』(1995), 헤겔의 『종교철학』(1999), 셸링의 『인간적 자유의 본질 외』(2000),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과 비평』(2000), 슐라이어마허의 『성탄 축제』(2001), 만프레드 프랑크의 『현대의 조건』(2002), 슐라이어마허의 『종교론』(2002) 등이 있다.
– 그림 : 최경락
○ 요약
1장에서는 가족과 친구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통해 성탄의 기쁨을 묘사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주인공 에두아르드의 집에 모인 친구들이 선물을 교환하고 찬양을 부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2장에서는 성탄과 종교의 본질에 다양한 대화가 펼쳐진다.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반복되는 차갑고 형식적인 의례가 아닌 내면으로부터 약동하는 새로움이 넘치는 기쁨과 감동의 시간이다. 이러한 종교적 감정과 가장 유사한 것은 음악이기에 최선의 종교적 감정은 노래를 통해서 생겨날 수 있으며, 음악 역시 종교적 영역에서만 완성에 이를 수 있다.
3장에서는 부인들이 경험한 성탄 이야기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이어진다. 성탄절은 무엇보다도 상상력과 직관 그리고 순수함을 갖춘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축제이다. 마음을 담은 ‘선물’은 거룩한 밤에 넘치는 사랑을 잘 보여주고, 아이에게 베푸는 ‘세례’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에 대한 축하이며, 죽음의 위기를 극복한 아이의 ‘치유’는 거듭남의 기뿜과 구원을 보여준다.
4장은 성탄의 의미에 대해 교리적으로 논쟁하는 남자들의 대화로 이 책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이다. 이들 모두는 슐라이어마허 신학의 일부를 대변한다.
(1) 당대의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비평적 합리주의자 레온하르트는 그리스도에 대한 회상이 성서적 전승이나 역사적 근거가 아닌, 자체의 아름다움과 힘을 가지고 역사적 예수의 인격을 대신하게 된 ‘축제적 제의’ 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탄 축제의 놀라운 점은 사람을 묶는 신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을 고수하는 이유도 성경공부나 종교교육이 아닌 성탄 축제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성탄축제야말로 “그리스도에 대한 지속적인 신앙의 최고 근거”이다.
(2) 슐라이어마허의 기독론을 가장 많이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에른스트는 성탄 축제는 구속자의 탄생으로부터 비롯된 보편적 기쁨의 축제로, 마음으로 새로운 생명의 힘을 의식하고 그 아름다움과 완전을 직관하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의 ‘구원경험’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 축제는 빈약한 역사적 근거가 아니라 구속자의 필연성에 대한 이념에 의존하고, 이러한 구속은 시간과 영원의 분열과 대립을 극복함으로서 가능하며, 처음부터 이러한 대립이 지양될 필요가 없었던 ‘신의 아기’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3) 사변적 신비주의자인 에두아르드는 주로 요한복음에 의존해 그리스도가 참된 인간성의 이상을 구체화한 ‘인간 자체’(원형적 인간) 혹은 ‘神人’이며, 성육신은 이러한 ‘인간 자체’가 감각 자연의 형태로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 자체’가 ‘땅의 영’(현실적 인간)안에서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참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발견되며, 그것이 곧 구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각자만의 고상한 탄생을 직관하며, 성탄 축제는 전혀 새롭게 태어난 세계에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기쁨의 박동이 된다.
(4) 뒤늦게 도착한 요셉은 자신은 이야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어린 아이와 같이 기뻐하기 위해 왔으며, 모두 맑은 마음으로 경건하고 기쁜 노래를 부르자는 권유로 이 대화록을 마친다.
○ 독자의 평 1
저자의 생각에 덧붙이는 단상
1. 슐라이어마허는 성탄이 구속자의 탄생을 통해 비롯된 구원의 보편적 기쁨으로 충만한 축제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쁨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분석하는 냉철한 지성이 아닌 전체를 직관하는 예민한 감각과 상상력이 필요하기에 여자와 아이들에게 더 빨리 체험되고 각인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당대를 휩쓸던 비평적 합리주의의 물결에 맞서 종교란 “절대의존의 감정”, “무한자에 대한 감각과 맛”이라고 주장하며 계시나 이성이 아닌 ‘감정’과 ‘직관’에 종교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던 그의 신학적 분투를 잘 보여준다.
2. 슐라이어마허는 성탄 축제와 그 기쁨은 역사적 흔적이나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구속자의 필연적 이념에 근거하며, 구속은 대립을 지양하는 사건으로 대립의 지양이 필요 없는 구속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앙인은 원형적 인간인 그리스의 탄생에서 자신의 새로운 탄생을 기쁨으로 직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 역시 완전한 하나님 의식을 가진 원형적 인간인 그리스도가 신자에게 자신의 하나님 의식을 분여하는 것을 통해 구속이 이루어진다는 슐라이어마허의 속죄론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주관적’ 속죄론은 근대 이후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서방의 객관적 사법적 속죄론에 익숙한 대다수의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3. 슐라이어마허는 성탄의 기쁨은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감동에서 나오며 종교 수업이나 주일학교 교육보다는 거룩한 성탄 축제를 통해 더 잘 형성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역사적 증거나 추상적인 종교교육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축제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승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마음을 감동시키는 교회 음악은 차가운 의례나 난해한 설교보다 더 효과적으로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종교와 음악은 기쁨의 감동에서 하나라고 강조한다. 매년 성탄 찬송과 칸타타를 부르며 그리스도의 은혜와 구속의 기쁨에 대한 벅찬 감격에 잠기는 나는 슐라이어마허의 이 생각에 가장 깊이 공감한다.
○ 독자의 평 2
1768년에 출생한 지은이에게는 그 시대의 성탄 의미가 다소 종교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성탄은 이미 상업주의와 결탁하여 지나치게 축제적이란 생각이 든다.
성탄이란 축제의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선물의 의미를 지나쳐서 다소 의무적인 선물 부담, 장난끼 어린 카드, 축제를 넘어서는 환락적인 유흥, 오히려 이런 모습이 현세의 성탄절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건 이 책이 의미하는 축제가 아닌 단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냥 행위일 뿐이다.
이 책의 중요한 점을 간과한거 같다.
이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기독교적 “구원”이다.
성탄, 즉 성육신의 사건을 통한 인간의 구원…
매년 반복되는 성탄의 축제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기억이며, 이 기억은 기독교와의 지속을 유지하는 일종의 구속이다.
이 책에 그렇게 써있다.
두껍지는 않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