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세계사의 철학
G. W. F. 헤겔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 2013.4.9
역사는 헤겔이 마지막으로 다룬 역사적 주제이며, ‘세계사의 철학’은 그가 1824년부터 1831년까지 지속한 강의의 이름이다. 그의 역사철학은 전체론의 관점에서 고정 불변의 역사 발전 법칙을 전제하고, 역사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적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유토피아주의라고 카를 포퍼 (K. Popper)와 같은 철학자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헤겔의 역사철학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은 없는지, 또한 이 철학이 우리 시대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도 차분한 성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절실히 필요하다.
○ 목차
1822∼1828년 들어가는 말 ···········3
1830∼1831년 들어가는 말 ··········31
A. 세계사의 보편적 개념 ············34
B. 역사 속에서 정신의 실현 ···········49
a) 정신의 규정 ·············51
b) 실현의 수단 ·············55
c) 정신의 실현의 재료 ··········79
d) 정신의 현실성 ············88
C. 세계사의 진행 ···············96
a) 발전의 원리 ·············96
b) 역사의 시작 ·············103
c) 발전의 전개 ·············116
해설 ····················133
지은이에 대해 ················147
옮긴이에 대해 ················148
○ 저자소개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의 철학자이자 독일 이상주의 (理想主義, Idealismus) 철학의 이론을 완성한 거장. 1770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궁정관리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793년에 스위스로 가서 당시 베른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폰 슈타이거 (von Steiger)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 가문이 소장한 방대한 양의 서적을 읽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얻은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훗날 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1801년 독일 동부 예나 (Jena) 대학교의 강사직에 임명된 후 불후의 명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 1807년)을 썼고, 이어서 두 번째 저서인 ‘논리학’ (Wissenschaft der Logik, 1812년)을 출간하였다. 1816년에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로, 1818년에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의 뒤를 이어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세 번째 명저인 ‘법철학 강요’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1년)를 출간하였다. 대학 강사 시절인 1802년에 당시 독일문화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을 비롯해, 1822년 브뤼셀, 1824년 빈, 1827년 파리와 프라하, 칼스바트로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시, 공연, 오페라 등을 관람하였고, 특유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예술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학 또는 예술철학’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강의를 하였으며, 이 내용을 제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 (Heinrich Gustav Hotho)가 정리하여 그의 사후 출간한 것이 바로 ‘미학강의’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이다.
일찍이 스피노자와 칸트, 루소 그리고 괴테의 영향을 받았으며, 열아홉 살에 직접 겪은 프랑스 혁명은 그가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철학을 과제로 삼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루소의 사상,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나아가 칸트, 피히테 등 당대의 주요 철학들을 깊이 탐구하면서 근대의 온갖 분열된 상황에 맞서 삶의 근원적인 총체성을 되살리려는 이상을 세웠다.
근대철학과 문화, 사회 안에서 주체와 지식의 대상인 객체, 정신과 자연, 자아와 타자, 권위와 자유, 지식과 신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긴장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현상을 헤겔은 ‘절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철학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규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은 1831년 병으로 사망했지만, 182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헤겔학파’를 통해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철학이 널리 전파되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역자 : 서정혁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칸트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헤겔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에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의 벼리』, 『논술 교육, 읽기가 열쇠다/선생님을 위한 읽기 교육의 방법과 활용』, 『논증과 글쓰기』(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헤겔의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 『법철학 강요』, 『미학 강의』,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클라우스 뒤징의 『헤겔과 철학사』 등 다수가 있다. 그 외 독일 관념론뿐만 아니라 교양 교육 및 의사소통 교육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책 속으로
각 개별자는 그 민족의 아들이자 그의 국가가 발전의 과정 속에서 파악되는 한 그 시대의 아들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시대에 뒤처질 수도 없고 또한 그 시대를 뛰어넘을 수도 없다. 이 정신적 본질은 바로 개인 자신의 것으로서, 개인은 그러한 본질의 대표자다.
도덕이나 인륜의 참된 원칙들을 거짓 도덕에 대립해서 굳이 확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도덕이 자신의 고유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고차적인 바탕 위에서 세계사는 진행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역사는 헤겔이 마지막으로 다룬 역사적 주제이며, ‘세계사의 철학’은 그가 1824년부터 1831년까지 지속한 강의의 이름이다. 그의 역사철학은 전체론의 관점에서 고정 불변의 역사 발전 법칙을 전제하고, 역사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적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유토피아주의라고 카를 포퍼 (K. Popper)와 같은 철학자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헤겔의 역사철학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은 없는지, 또한 이 철학이 우리 시대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도 차분한 성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절실히 필요하다.
헤겔은 세계사를 정신의 실현 과정으로 보면서, 정신과 그것이 실현되는 수단과 재료는 무엇인지, 더불어 세계사의 발전 원리와 시작은 무엇이며, 그 단계별 진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다. 이 두 편의 들어가는 말은 분량은 길지 않지만, 내용적으로는 세계사에 관한 헤겔의 핵심적인 생각들을 잘 보여 준다. 헤겔은 동양의 세계는 군주 한 사람만이 자유로운 세계이고, 그리스 로마 세계는 소수의 사람만이 자유로운 세계인 반면, 기독교 게르만 세계에서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유롭다는 관점을 보였는데, 이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편향된 시각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의 철학이 우리 시대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도 차분한 성찰은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
헤겔의 역사관은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단순한 숙명론이나 낙관적 역사관이 아니다. 그의 역사관의 밑바탕에는 ‘냉철한 현실주의’가 깔려 있고, 헤겔은 인간이 역사에서 실현해야 할 자유라는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주체적인 인간의 노력과 투쟁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헤겔에 의하면 시대 구속적인 개인의 행위를 의미 있는 역사로 승화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지나간 것을 망각하지 않는 ‘기억’이다. ‘기억’은 발생한 일을 ‘나의 것’으로 직시하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명료한 의식이고, 흘러가 버린 과거를 망각하지 않는 것은 동물과 생각하는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에 의해 기억된다는 조건에서만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로서의 현재’에 참여할 수 있다.
○ 독자의 평
‘세계사의 철학’ 그리고 ‘철학적 세계사’. 이 둘은 같은 말이며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세계사에서 철학적 요소를 찾아보는 과정이고, 후자는 세계사를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헤겔은 이 책에서 이 둘을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헤겔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보편적 세계사 자체를 바라보기 원합니다. 세계사에 관한 보편적 반성이 아니라, 세계역사 자체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덧붙이면 “세계사는 오직 정신의 자유라는 개념으로부터 비롯되는 필연적 전개”이며 “보편 정신의 펼침과 실현”이라고 주장합니다.
헤겔에게 「세계사」는 깊은 숙제였던 듯합니다. 그의 다른 저서 《법철학강요》에서 역시 세계사 전개의 네 가지 원리와 그에 상응하는 네 가지 단계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신이 최초로 직접 현현된 상태에서 실체적 정신과 일체화한 정신의 형태이며, 둘째는 실체적 정신이 앎의 단계로 들어서서 정신이 적극적이고 충실한 내용을 갖춤으로써 실체적 정신의 생동하는 형식으로서의 자각적 존재, 즉 아름다운 인륜적 개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지적인 활동을 하는 자각적 존재가 객관세계와 무한히 대립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며, 넷째는 이 대립이 반전해서 정신이 스스로의 내면으로 진리와 구체적인 본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객관세계 속에서 편안히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동양세계, 그리스 세계, 로마 세계, 게르만 세계라는 역사적 발전 단계에 대응하는 것으로 서술된다고 합니다.
헤겔은 근원적 역사에서 전설, 민요, 전승되어 온 것들과 시가 (詩歌)들은 제외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 같은 전설, 전승되어 온 것들은 아직도 흐릿한 방식들이며, 의식의 측면에서 아직도 흐릿한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흐릿한 의식을 지닌 민족들이나 그들의 흐릿한 역사는 “근원적 역사의” 대상이 아니며, 적어도 철학적인 보편적 세계사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 철학적인 보편적 세계사는 역사 속에서 이념의 인식을 목적으로 하며, 자신의 원리를 의식하면서 자신들이 어떠하며 무엇을 행하는 가를 알 수 있는 민족들의 정신들로 이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제대로 된 역사는 발생한 것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하며, 명료한 의식으로서 기억은 구체적으로 ‘자유의 실현’ 으로서 국가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고, 기억이 가능함으로써 비로소 역사 기술, 즉 역사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계사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국가가 없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수많은 민족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싫건 좋건 세계사의 주역으로 기억되는 민족은 언제나 강성한 국가를 이루어 그 시대를 지배한 민족입니다. 헤겔은 이러한 민족을 세계정신의 구현으로서 ‘시대정신’이라 부릅니다. 흐릿한 역사의 예로 인도를 들고 있습니다. 인도는 매우 오랜 전통을 가진 민족이고, 언어 등에서 게르만 민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도 인정되지만, 그들이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인도에서는 카스트제도와 같이 자연적으로 확정된 질서의 항구성이 지닌 ‘부자유’로 인해, 어떤 진보나 발전의 궁극목적도 부재하며 ‘기억’의 대상도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헤이든 화이트에 의하면 헤겔이 《역사철학 강의》에서보다도 《백과전서》나 《미학강의》를 통해서 더 풍부하게 역사 서술과 역사 전반에 관한 문제를(역사철학과는 다른 의미에서)다루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거의 주목된바가 없다고 합니다. 《역사철학 강의》에서 정립하려고 했던 역사‘과학’은, 그의 개념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실제로 ‘반성적’ 역사가들이 형성한 업적 위에서 이루어진 후대의 역사의식이나 철학적 성찰의 산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헤겔은 《미학강의》에서 역사 서술 자체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는데, 그는 역사 서술을 일종의 언어 예술로 보았으므로, 미의식에 예속된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헤겔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며 세계사도 이성적으로 진행되어왔고, 세계사는 좀 더 나은 상태, 완전한 상태를 향한 부단한 발전의 과정이며, 인간 속에는 ‘좀 더 좋고 완전한 것을 향한 변화 능력’이, 다시 말해 ‘완전성을 향한 추동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역사발전이 그냥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겹고도 고통스러운 투쟁과 노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과연 사실에 입각해서 쓰인 역사인가?를 확인해봐야겠지요. 헤겔은 이런 경우 전문적인 역사가에게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독일의 역사가들 중에도 역사에 선험적인 날조를 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최초에 가장 오래된 한 민족이 있었고, 이 민족은 직접 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완전한 통찰력과 지혜로 살았고, 모든 자연법칙과 정신적 진리를 꿰뚫어 아는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는 이런저런 성직자 무리들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좀 더 특별한 것을 언급하자면, 로마의 영웅서사시가 있었다는 것 등등[이 그러한 날조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헤겔의 역사관은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단순한 숙명론이나 낙관적 역사관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헤겔의 역사관의 밑바탕에는 ‘냉철한 현실주의’가 깔려 있고, 헤겔은 인간이 역사에서 실현해야 할 자유라는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주체적인 인간의 노력과 투쟁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헤겔 (1770~1831)은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출생했습니다. 튀빙겐 신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정신현상학》, 《논리학》, 《엔치클로페디》 , 《법철학 강요》, 《미학강의》, 《세계사의 철학 강의》, 《종교철학 강의》 등이 있습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