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세속도시 : 현대 문명과 세속화에 대한 신학적 전망
하비 콕스 / 문예출판사 / 2010.8.25
– 하비 콕스가 말하는 현대 문명과 세속화, 그리고 인간의 삶
1965년부터 44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민중신학, 해방신학을 제창해온 하비콕스 박사의’세속도시’는 그의 수많은 책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1965년 처음 출간된 후부터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팔려온 가히 현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출간 당시 저자의 관점은 다소 센세이셔널할 정도로 대담하고 선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전혀 낡은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콕스는 세속화를 종교적·형이상학적 속박에서 인간이 해방되는 과정으로 보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도시화를 “성서 신앙의 진정한 귀결”로 규정한다. 그에게 세속화는 인간의 성숙 과정이자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속화와 도시화기 인간화 작업을 위한 신의 역사적 개입이므로 교회는 과거의 종교 가치를 보호하는 수동적인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신이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신념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신학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논하면서 교회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 목차
저자 서문 : 『세속도시』출간 후 25년
개정판 서문
서론 세속도시의 시대
1부 세속도시의 도래
Chapter 1 세속화의 성서적 원천
-세속화 대 세속주의
-세속화의 차원 : 자연의 탈주술화로서 창조/ 정치의 비신성화로서 출애굽/ 가치의 속화로서 시나이산 언약
Chapter 2 세속도시의 형태
-익명성 : 거대한 스위치보드에 있는 인간/ 율법에서의 해방으로서 익명성
-이동성 : 입체교차로에 있는 인간/ 야훼와 바알
Chapter 3 세속도시의 양식
-존 F.케네디와 실용주의
-알베르 카뮈와 불경성
-틸리히, 바르트 그리고 세속 양식
Chapter 4 교차문명의 전망에서 바라본 세속도시
-뉴델리와 인도
-로마와 서유럽
-보스턴과 미국
2부 세속도시에서의 교회
Chapter 5 사회 변화 신학을 향해
-하느님의 나라와 세속도시
-혁명신학의 해부
Chapter 6 하나님의 전위대로서 교회
-교회의 선포 기능 : 권력 장악을 널리 알리는 것
-교회의 봉사 기능 : 도시의 균열을 치료하는 것
-교회의 코이노니아 기능 : 눈에 보이는 인간의 도시를 만들기
Chapter 7 문화적 악령 추방자로서 교회
3부 도시의 악령 추방 여행
Chapter 8 세속도시의 일과 놀이
-일하는 장소와 주거의 분리
-노동의 관료적 조직
-종교로부터 일의 해방
Chapter 9 성과 세속화
-부족주의의 잔재
-마을 미덕의 잔재
Chapter 10 교회와 세속 대학
4부 신과 세속적 인간
Chapter 11 신에 대해 세속적인 방식으로 말하기
-사회학적 문제로서 신에 대해 말하는 것
-정치 쟁점으로서 신에 대해 말하는 것
-신학적인 질문으로서 신에 대해 말하는 것
참고문헌
역자후기
찾아보기

○ 저자소개 : 하비 콕스 (Harvey Cox)
1929년에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1년간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면서 동독 교회와 하버드대학 간의 연락 책임을 맡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기독학생운동(SCM)과 흑인민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보스턴 흑인 거주 지역에서 흑인해방과 민권운동을 위해 노력했다. 1965년 이후 하버드신학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쳤다.
1965년 출간한 『세속도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14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독일 마부르크대학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 신학 서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비 콕스는 또한 1988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대 신학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향력 있는 신학자가 되었다. 『세속도시』 이후 콕스는 교회가 교회 체제보다 사람들의 신앙과 실천에 중심을 두어야 하며 사회 변화에 앞장서야 주장한다.
하비 콕스는 해방신학과 같은 제3세계 기독교 운동에 관심이 많으며,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2009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하비 콕스는 다양한 종교들을 함께 다루는 강의를 개설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세속도시』(1965) 말고도 『신의 혁명과 인간의 책임 God’s Revolution and Man’s Responsibility』(1966), 『바보제 The Feast of Fools』(1966), 『영혼의 유혹 The Seduction of the Spirit』(1973), 『세속도시에서 종교 Religion in the Secular City』(1985),『하늘에서 내린 불 Fire from Heaven』(1994), 『예수, 하버드에 오다 When Jesus Came to Harvard』(2004), 『종교의 미래 The Future of Faith』(2009) , 『우리 인간의 종교들』 등 많은 책을 썼다.
– 역자 : 이상률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니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막스 베버의 『유교와 도교』 『직업으로서의 학문』, 칼 뢰비트의 『베버와 마르크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등이 있으며, 『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를 편역했다.

○ 책 속으로
세속화는 “메시아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속화가 반그리스도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위험한 해방이다. 세속화는 위험부담을 높이면서 인간의 자유와 인간의 책임의 범위를 엄청나게 늘린다. 세속화는 그것이 대체하는 것보다 더 큰 수준의 위험을 제기한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기대가 위험보다 더 크며, 아니 적어도 한번 모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p.29
세속화의 육성이 가장 애매모호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와 윤리의 영역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행위의 경계선은 분명하다. 물론 어느 집단도 자신들의 가치가 궁극적이라고 주장하는 데서 방해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을 타당화하기 위해 국가권력이나 문화적 강제를 이용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미시시피 카페의 주인이 흑인들은 함의 저주 때문에 고난을 당한다고 믿는 권리를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종교적 억지 주장을 빌미로 국가가 보호하고 규제하는 소유권을 이용해 흑인을 모욕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 p.83
비종교적인 동료 시민들을 마주 보는 미국 기독교인들의 의무는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세속적인 것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전제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신앙주의, 즉 세속주의라는 편협한 종교로 변질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학교는 종교에 대해서 가르치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캘리포니아 주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교육위원회는 교사들이 “종교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과 강제 예배를 행하는 것을 구분할 만큼 유능하다”고 말함으로써 교사들을 두둔했다. 의미심장하게도 교육위원회는 “특정한 종파를 권장하는 것이 그러하듯 하나님을 부정하는 관점을” 가르쳐도 마찬가지로 불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p.171

○ 출판사 서평
– 세계적인 종교학자 하비 콕스의 역작-현대 문명과 세속화, 그리고 인간의 삶
1965년부터 44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민중신학, 해방신학을 제창해온 하비콕스 박사의 책이 2010년 문예출판사에서 새로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세속도시』는 그의 수많은 책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1965년 처음 출간된 후부터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팔려온 가히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이 이렇게 생명력을 가지고 오늘날까지도 신학자와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출간 당시 저자의 관점이 다소 센세이셔널할 정도로 대담하고 선구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 보아도 전혀 낡은 개념이 아니며, 기독교인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가 서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첫 번째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고 전국기독교학생연맹(NSCF)이 5,000부를 구입한다는 조건으로 맥밀란 출판사에서 10,000부를 발행했을 때만 해도 이 책의 고무적인 성공은 아무도 점치지 못했다. 출판 당시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도 책은 빠르게 팔려나가고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독일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한국어, 심지어 카탈루냐어로도 번역되어 2, 3년 만에 백만 부가 판매되었다. 그것은 하비 콕스가 지적하듯이 종교에 대한 진지한 책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으며, 평범한 신도들도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려는 열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2010년 대한민국은 ‘세속도시’인가?
200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 4740만 명 가운데 22퍼센트인 1072만 명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그 중 개신교 신자가 861만 명, 천주교 신자가 514만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한국에서 교회 속 세속도시의 모습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통찰력 있게 분석, 탐구하며 저자의 명백한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며, 우리의 현실과 연관 지어 흥미롭게 읽힐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가 무리한 이슬람권 선교, 대형교회와 교권 세습 문제, 성장제일주의, 대형화 경쟁, 불투명한 재정 운영, 권력과의 유착 등으로 비판받는 현실에서 진정한 기독교 신앙의 의미와 실천,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 등을 이 책을 통해서 성찰할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2009년 12월 9일 ‘국민일보’와의 대담에서 하비 콕스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11년 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것을 다시 언급하고 싶다. 당시 한국인 크리스천들이여, 자신의 소리를 가지라! 한국인의 소리, 아시아인으로서의 소리를 갖고 좀 더 넓은 신학적 대화로 나오라고 했다. 지금까지 서구 중심의 신학적 대화는 암울한 소리였다. 이제는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한국 기독교의 소리를 세계에 들려주어야 한다. 하버드대 교과목 중 한국 신학에 관한 것이 있는가? 지역 연구로 한국학 연구나 한국어 과목은 있지만. 하나의 통일된 한국 신학이 아니라 한국 신학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적인 교회가 몰려 있는 한국교회는 한국 신학의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 하비 콕스가 말하는 ‘세속화’, ‘도시화’
콕스에 따르면 세속화란 종교적·형이상학적 속박에서 인간이 해방되는 과정이며, 아울러 인간의 관심이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즉 내세에서 현세로 그리고 지금(이 현재의 시대)으로 향하는 것을 말한다. 세속화는 또 다른 한편으로 도시화를 부추기는데, 도시화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도시 문명의 발전을 뜻한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세속화와 도시화에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콕스는 그것들을 “성서 신앙의 진정한 귀결”, 성서 신앙의 역사화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보면서 오히려 환영한다. 세속화와 도시화는 반(反)종교적인 운동이 아니라 인간의 성숙 과정이자 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세속화와 도시화는 인간화 작업을 위한 신의 역사적 개입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과거의 종교 가치를 보호하는 수동적인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이 세계 안에서 신이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즉 사회 변화의 선두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세속도시』의 이러한 논지는 교회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는 “사회 변화의 신학Theology of Social Change”을 제창하게 하며, 더 나아가서는 남미의 해방신학의 발전에 큰 밑거름을 주게 된다.
1. 세속도시의 형태 – 도시사회 제도의 특징인 익명성과 이동성은 종종 비판받는다. 하지만 익명성과 이동성은 도시에서 인간 삶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도시인은 농촌공동체처뎷 모든 사람과 교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사람만을 선택해서 친교를 맺는다. 콕스는 도시인에게 전통 사회의 친밀성과 공동체 정신을 회복시키려는 교회는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도시인은 익명성 속에서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아니라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과 사귀면서도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며 교회는 종교, 인종, 이념, 계급의 차이를 뛰어넘는 세속도시에 걸맞은 기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 세속도시의 양식 – 하비 콕스는 현대인에게서 실용주의와 불경성을 제거하려는 어떤 노력도 잘못된 것이며 실용주의와 불경성은 오히려 도시인으로 하여금 복음의 요소들을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성서의 진리관과 창조관은 세속도시의 양식과 유사하다. 신학은 살아 있는 정신으로, 인간이 의존, 두려움, 종교성으로 후퇴하라고 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도시성과 세속성을 부르며, 이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의 문제를 창조자의 선물로 받아들일 것, 기술시대의 인간으로서 이 시대를 모든 이들이 살아갈 인간적 거처로 만들라고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 콕스의 주장이다.
3. 세속도시와 교회 – 하비 콕스는 교회의 오류와 우상을 파괴하고 본래적인 복음의 회복을 주장하며, 교회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가난한 자의 권리를 찾는 데 힘쓸 것을 기대한다. 종교가 세속도시 안으로 들어와 바람직한 세속도시의 완성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3세계의 민중종교운동에 많은 기대를 한다. 도시 세속 생활에서 교회는 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널리 선포하고, 도시의 균열을 치료하고 봉사하며, 눈에 보이는 희망, 즉 인간의 도시를 만드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 추천평
“종교의 형이상학의 마술로부터 해방된 현대 도시인이야말로 부족과 마을 문화 속에 살던 사람들과는 달리 종족적으로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하느님을 경험한다. 또한 세속적인 형식으로 하느님을 얘기한다는 것은 현대 도시인이 여전히 종교적인 물음을 자신의 궁극적인 관심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콕스가 보기에 현대인은 종교에 관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녀, 직업, 장래 희망으로부터 사회 정의와 세계 평화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관심한다. 그러므로 콕스는 신학의 기능을 종교나 교회에 국한시키지 않고 오늘의 세계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해방을 위한 하느님의 혁명에 세속인간이 참여하도록 초청하는 데까지 확대한다.” _ 박종천 (감신대 교수)

○ 독자의 평 1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입장에서 현대 사회의 도시화를 진단하고 기독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1965년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고, 잘 알려진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에 그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치관과 사고관의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으며, 왜 ‘세속도시’가 반백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계속 읽히는 고전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하비 콕스의 역사 인식에 기반을 둔다. 그는 인간의 시대를 부족시대, 마을시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도시 시대로 크게 삼등분한다. (정확히 원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각 시대별로 종교와 사회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부족시대에 인간은 신화나 주술을 믿었고 샤먼과 같은 마법사에 의해 종교 의례가 주관되었다. 신들은 그리스ㆍ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신이며, 인간과 같은 성품을 지닌 특징을 가진다. 농경사회에 기초한 마을시대는 신화나 주술은 경전과 교리로 대체되고, 샤먼의 지위는 사제들로 바뀐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신들은 보편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최고의 신으로 바뀐다.
마을시대는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속도시’의 시대로 이어진다. ‘세속도시’는 익명성과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화 위에서 나타난다. 원래 세속화라는 의미는 유럽 봉건주의 시절 교회가 관리하던 대학, 병원 등의 기관이 국가의 관리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했지만, 오늘날 세속화라는 의미는 주로 문화적 측면에서 종교의 역할이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치, 교육, 문화 등에서 교회의 역할, 특히 미국에서는 개신교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배제되는 현상을 전통적인 기독교회는 세속화라고 비판을 한다. 세속화 자체가 악이고 나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세상에 물들지 말고, 전통적인 교회의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속된 세상과 거리를 두거나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하비 콕스는 전통적 교회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도시화와 세속화가 악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성서의 견해에 일치하는 발전 단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교회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하지 말고, 대신 새로운 사회에 맞는 교회와 성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교회의 직업관, 성, 대학에 대한 견해와 역할과는 전형 상반되는 주장을 한다. 칼뱅의 소명의식에 따른 직업관을 부정하며,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교회의 문제점, 대학을 교회 안에 지속적으로 묶어 놓으려는 시도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속도시’의 이 같은 주장을 하면서, 전통적 교회의 역할에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매우 위험할 수 있음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보다 인간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하비 콕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화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 전통적 교회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 상당수는 ‘하비 콕스가 기독교인일까?’ 라는 의구심을 표할 정도로 과감한 내용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수 있는 내용이 나 같은 한국의 기독교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회가 전통적인 가르침에만 집중하여 성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많은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은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거에 비추어 악하고 속되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다가 세속화가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으로 교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면 가치관에 충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마치 혁명과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비 콕스의 주장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하비 콕스 자신이 저자 서문에서 밝히듯 자기 스스로 많은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것들이 악하고 더러우니 거룩한 교회 안에 몸을 숨기지 말고, 변화에 적응하여 보다 성숙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라는 저자의 말은 모든 시대에 적용될 진리일 것이다. 어차피 과거 초대 교회 성도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교회의 모습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교리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이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서 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이라는 것을 모든 기독교인들은 알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교회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처하여 변화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교회와 성도가 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_ 2010년 10월 26일
○ 독자의 평 2
하비 콕스는 20세기에 대표적인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라인홀드 니버와 폴 틸리히의 영향을 받아 현실 속에서의 책임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1965년 이 책 ‘세속도시’를 출간하여 신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이 책이 그렇게 주목 받을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이 책은 전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고, 20세기 최고의 신학서적에 뽑힐 만큼 매우 큰 인기를 누렸다. 동시에 당대 미국 신학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콕스는 ‘세속도시’에서 먼저 ‘소속화’와 ‘세속주의’를 구분한다. 그에 의하면 “‘세속화’는 사회와 문화가 종교적 지배와 폐쇄된 형이상학적 세계관의 감독을 벗어나는 거의 되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을 의미한다. … 반면에 ‘세속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즉 신흥종교와 비슷한 기능을 매우 많이 하는 새로운 폐쇄적 세계관의 이름이다. ‘세속화’는 그 근거를 성서 신앙 자체에서 찾으며 어느 정도는 성서 신앙이 서양사에 끼친 영향의 진정한 결과인데 반해, 세속주의는 … 세속화가 낳은 개방성과 자유를 위협한다. … …”(69p)고 말한다. ‘세속주의’는 경계를 하는 반면 ‘세속화’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한 세속화에 콕스는 ‘자연’, ‘정치’, ‘가치’를 포함시킨다. 세속도시의 형태로 ‘익명성’, ‘이동성’을 들며 그것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콕스는 하나님의 활동을 세속도시 안에서 찾으며 그 도시 안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한다. 더불어 그는 교회, 그리고 하나님을 세속도시와 연관시킴으로 오늘날의 세속도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게 했다.
콕스의 책 세속도시는 오늘날의 세속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하고, 교회가 그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시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할만하다. 비록 그 안에 담긴 여러 주장으로 인해 많은 논쟁이 일긴 했지만 그로 인해 세속도시와 세속화에 대한 문제를 취급하는 동기를 제공해 준 점은 높이 칭찬 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