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소설의 이론
게오르크 루카치 / 문예출판사 / 2007.7.20
헝가리 태생의 사상가 게오르크 루카치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루카치는 이 책에서 소설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면서 이를 역사철학적ㆍ미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소설을 현대의 문제적 개인이 본래의 정신적 고향과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서는 동경과 모험에 가득찬 자기인식에로의 여정을 형상화 하고 있는 형식이라고 정의한다. 부록에 실린 두 편의 글에서는 도예프스키의 작품에서 루카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 목차
Ⅰ. 전체 문화가 완결되어 있는가 아니면 문제적인가 하는 점과 관련해서 본 대(大)서사 문학의 형식들
1. 완결된 문화들
2. 형식들의 역사철학적 문제
3. 서사시와 소설
4. 소설의 내적 형식
5. 소설의 역사철학적 제약과 의의
Ⅱ. 소설 형식의 유형론 시론(試論)
1. 추상적 이상주의
2. 환멸의 낭만주의
3. 종합의 시도로서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4. 톨스토이, 그리고 삶의 사회적 형식들을 넘어서기
부록 1.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혼 현실
부록 2. 마음의 가난에 관하여- 한 편의 대화와 한 통의 편지
– 저자소개: 게오르크 루카치 (Gyorgy Lukacs,게오르그 루카치)

1885년 4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계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루카치는,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언어와 폭넓은 사유를 이 세상에 남겼다. 약관을 갓 넘은 나이에 집필하기 시작한 글들로 구성된 『영혼과 형식』으로 현대 실존주의의 원형을 제시한 그는, 몇 년 뒤 발표한 『소설의 이론』을 통해서는 형식과 역사의 내적 연관성을 중시하는 소설론 계보의 초석을 놓았다. 그가 혁명적 공산주의자로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통째로 바꾼 뒤 본격적으로 매진한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정치적 실천 경험이 바탕에 놓인 『역사와 계급의식』은, 그에게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라는 위명을 부여했다. 1920년대 말 헝가리 공산당 내 분파투쟁에서 패한 뒤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이론적·비평적 작업을 통해 공산주의 운동에 복무하는 이데올로그로서의 삶을 살아나갔다. 1930~40년대에 그는 “위대한 리얼리즘”에 대한 요구로 수렴되는 문학담론과 『청년 헤겔』, 『이성의 파괴』 등의 집필을 통해 명시적으로는 파시즘 및 그것으로 귀결되는 서구의 비합리주의 전통에 맞서면서, 은밀하게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적 요소를 스탈린주의적 왜곡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루카치는 스탈린주의와의 근본적 단절과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적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른 성과는 미학에서 『미적인 것의 고유성』과 『미학의 범주로서의 특수성』으로, 철학에서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하여』와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로 묶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제안인 『사회주의와 민주화』와 문학비평인 『솔제니친』이 태어났다. 그의 “삶으로서의 사유”, “사유로서의 삶”은 1971년 6월 4일, 그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자 : 김경식
연세대학교 독어 독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게오르크 루카치-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게오르크 루카치-맑스로 가는 길』, 『미적 현대와 그이후-루소에서 칼비노까지』를 번역하였다. 현재 비평동인회 ‘크리티카'[에서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동인지 「크리티카」를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 쓴 글로 『맑스주의 미학의 아포리아』, 『’리얼리즘의 승리론’을 통해 본 루카치의 문학 이론』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문학론과 미학, 철학과 정치사상 등 여러 영역에 걸친 방대한 사유 작업을 통해 20세기 서구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헝가리 태생의 사상가 게오르크 루카치.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소설의 이론’을 20여 년 만에 다시 번역 출간했다. 소설의 형식에 관한 철학적, 미학적 탐구서로서 우리나라에서 80년대 세상의 문학적 변혁을 꿈꿨던 젊은이들의 필독서이기도 했던 ‘소설의 이론’의 새로운 번역은 출판사가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오랫동안 루카치 사상을 연구해온 김경식 씨(연대, 독문학)를 통해 이루어졌다.
루카치의 수많은 저작들 가운데 가장 폭넓고 두터운 독자층을 가졌던 이 책은 일찍이 서구의 근대적 장편소설(Roman)에 대한 미학적 담론으로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아도르노는 “철학적 미학의 한 척도”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설의 이론’은 ‘소설’의 ‘이론’을 목표로 쓴 것이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를 다루는 본격적인 저작의 준비 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루카치가 쓰고자 구상했던 ‘본론’이자 목표지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 즉 ‘루카치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록에 실린 두 편의 글(‘도스토예프스키의 영혼 현실’, ‘마음의 가난에 관하여 – 한 편의 대화와 한 통의 편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루카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소설’의 ‘이론’으로서 각별한 주목을 받아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어디에도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한 민감한 영혼이 탁월한 지성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통찰들이나 절망의 밑바닥에서 전심전력으로 새 세상을 갈구할 때 생겨날 수 있는 매혹적인 문체의 힘”을 비롯해 “근대 소설을 이론적 고찰의 대상으로서 역사적 콘텍스트 속에 확정한 최초의 작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고, 나아가 “소설이 근대의 대표적 장르로 부상하는 현상을 근거 짓는 데 성공”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만으로도 이 책이 거둔 성취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기존 반성완의 번역본과 비교해볼 때, 새로운 번역본은 원문 자체의 뜻에 보다 충실하게 번역하려고 시도한 점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곁들인 풍부하고 상세한 옮긴이 주가 눈에 띈다. 아울러 옮긴이 후기의 형식으로 실린 짧은 논문 ”소설의 이론’을 읽기 위하여’에는 루카치의 생애와 ‘소설의 이론’의 성격과 집필 과정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특히 유명한 이 책의 첫 구절은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로 번역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