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소피스트 (Sophistes)
플라톤 / 이창우 역 / EJB / 2011.12.29

소피스트 기술에 관한 비판보다는 소피스트의 정체 규명에 더 역점을 두고 있는 이 책은 ‘테아이테토스’의 마지막 대화 상황을 드라마적으로 이어 받는다.
소크라테스에 의한 자기 방어(즉 변론) 에피소드가 핵심이슈가 되어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인지 아닌지를 방어하는 텍스트로 이어진다.
이 책은 특정 소피스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소피스트에 관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목차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펴내며
작품 해설
본문과 주석부록
옮긴이의 글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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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플라톤(Platon)
플라톤은 그 유명한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된 지 4년째 되는 해, 그리스 아테나이에서 태어났다.
전쟁은 기원전 404년 아테나이의 패배로 끝났으므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했다.
플라톤 집안은 비교적 상류계급이었고 그러한 배경의 귀족 출신 젊은이답게 정계 진출을 꿈꾸었지만, 믿고 따르던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고 철학을 통해 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기로 결심한다.
자주 외국 여행길에 올라 이집트·남이탈리아·시칠리아 등지로 떠났던 플라톤은 기원전 4세기 초 아테나이로 돌아와 서양 대학교의 원조라 할 아카데메이아 학원을 열고 철학의 공동 연구, 교육, 강의를 시작했다.
그곳을 통해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을 배출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한다.
주로 스승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대화를 주도하는 철학적 대화편을 집필하는데, 그러한 대화편이 무려 25편에 달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이온』 『프로타고라스』 『메논』 『파이돈』 『파이드로스』 『국가』 『향연』 『필레보스』 『소피스트』 『정치가』 『티마이오스』 『법률』 등을 남겼다.
– 역 : 이창우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거쳐,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철학과 초빙교수로 지냈으며, 현재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Oikeiosis: Stoische Ethik in naturphilosophischer Perspektive,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1: 인문ㆍ자연 편》(공저), 《동서양 철학 콘서트: 서양철학 편》(공저), 《아리스토텔레스: 최선의 삶이 곧 행복이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피스트》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테오도로스 : 소크라테스여,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어제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여기 한 손님을 데려왔습니다. 그는 엘레아 출신으로,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의 동료 중 한 사람이며, 대단히 철학적인 사람입니다.
소크라테스 : 테오도로스여, 호메로스의 말처럼, 당신은 당신 자신도 모르게 어떤 손님이 아니라 어떤 신을 데려왔구려. 호메로스는, 정의로운 수치심을 공유하는 인간들에게는 다른 신들도 동반자가 되지만 특히 낯선 자를 보호하는 신이 그런 인간들의 동반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지요. 이 신들은 인간의 오만한 혹은 질서 있는 행동을 지켜보기 위해 동반자로 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동반하고 있는 여기 이 사람은 우리보다 우월한 어떤 자로서 왔을 겁니다.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를 논박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논박의 신으로서 말입니다. 우리는 토론에 있어서 약하니까 말입니다. — p.27-28
손님 : 그럼 소피스트 기술의 능력의 놀라운 점은 무엇일까요?
테아이테토스 : 어떤 점에서 놀랍다는 거죠?
손님 :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그들 자신이 모든 사람 중에서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해서 가장 지혜롭다는 믿음을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지게끔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죠.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반박을 똑바로 못 하거나 젊은이들이 볼 때 똑바르게 반박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렇게 보인다 하더라도 이런 말다툼을 통하여 슬기로운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말한 대로, 이들에게 돈을 주면서 바로 이들의 학생이 되고자 원하는 이는 거의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확실히 거의 아무도 없죠.
손님 :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은 이를 원하죠?
테아이테토스 : 물론입니다.
손님 : 내 생각에 그것은, 소피스트들은 그들이 반박하는 바로 그 주제들에 관해 그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p.64-65
손님 : 친구여, 모든 것을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는 다른 점에서도 안 맞을 뿐 아니라 정말이지 전적으로 교양과 철학을 결여한 자나 하는 일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왜 그렇죠?
손님 : 각각의 것을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모든 말에 대한 완전한 파괴입니다. 형상들 상호 간의 엮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이 생겼으니까요.
테아이테토스 : 맞습니다.
손님 : 그럼, 우리가 지금 그런 사람들과 적절한 때에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어느 하나가 다른 것과 섞이는 것을 허용하도록 적절한 때에 그들에게 강요하였다는 사실을 고찰하십시오. — p.137
손님 : 모순을 만드는 기술에서, 위장하는 기술에서, 믿음에 의존하는 기술에서 나온 모사자 그리고 유사 닮음을 만드는 종족에서, 모상 제작술에서 나와서 신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을 제작하는 부분 그리고 말로써 볼거리를 만드는 부분으로 구분된 자, 바로 “이런 가계와 혈통으로부터” 진정한 소피스트가 나왔노라고 누군가라도 주장한다면, 그는 가장 진실된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테아이테토스 : 전적으로 그렇습니다. — p.161

○ 출판사 서평
드라마로서의 ‘소피스트’는 전날에 있었던 ‘테아이테토스’의 마지막 대화 상황을 드라마적으로 이어 받는다. 이 두 드라마적 사건 사이에는 소크라테스에 의한 자기 방어(즉 변론) 에피소드가 끼여 있다. 소크라테스의 자기방어 사건에서 핵심 이슈가 되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인지 아닌지의 여부이다. 소크라테스의 자기방어라는 사안 때문에, 플라톤은 ‘소피스트’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대화 리더 역할을 주지 않는다. 소크라테스에게 대화 리더 역할을 주지 않는 이유는, 철학자와 소피스트의 중첩 현상의 불가피성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즉 두 사람이 나타나는 모습은 여럿일 뿐만 아니라 자주 교차되기(예컨대 논박하는 자, 교육하는 자, 정화하는 자) 때문이다. 늑대와 개는 서로 닮았듯이 소피스트와 철학자는 서로 닮았다. 둘은 구분되어야 하지만 이 일은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이 간단하지 않은 대화 상황에서 리더 역할은, 소크라테스가 아닌 변증술의 탄생지인 엘레아에서 온 손님이 맡는 것이 적합한 것이다.
‘소피스트’에서 정작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역사적 인물은 소피스트가 아니라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이다. 파르메니데스는 대화 리더 역할을 하는 손님의 스승이자, 존재 물음을 첫 번째로 던진 첫 번째 철학자이다. 존재에 관한 파르메니데스의 통찰은 틀렸음이 입증되지 않고서는, 소피스트의 정체 문제, 나아가 닮음의 문제는 해명되지 않는다. 소피스트를 그물로 잡기 위해서는 파르메니데스의 칼을 부수어야 하는 것이다. 소피스트를 붙잡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기술이 모든 것들에 관련해 있다는 데에 있다. 그는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자로 나타난다. 한 사람이 모든 것들에 관한 앎을 가지고 있고 이를 다른 사람 앞에서 과시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을 이해하는 길은, 그 사람을 모든 것들을 만들어 내는 자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소피스트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사람, 즉 존재의 제작자(시인)이다. 플라톤에 있어서 ‘소피스트’만 소피스트에 관한 텍스트인 것은 아니다. ‘소피스트’에서 특정 소피스트는 거론되지 않는다. ‘소피스트’는 보편적 소피스트에 관한 것이다. 플라톤은 ‘소피스트’에서 소피스트 기술에 관한 비판보다는 소피스트의 정체 규명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 내용 개요
소크라테스의 중재에 의해 대화 참가자들은 엘레아의 손님이 소크라테스 대신 대화 리더 역할을 떠맡는 것으로 합의하며, 바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1) 도입 및 분할 연습(낚시꾼 추적) : 소피스트를 포획하는 일을 착수하기 전에 손님은 테아이테토스를 대화 파트너로 선택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소피스트 사냥을 하기 전에, 두 사람은 이를 위한 연습으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낚시꾼을 사냥한다. (216a-221c)
2) 획득기술로서의 소피스트 : 소피스트는 “획득하는” 자로 나타난다. 소피스트는 다섯 번의 분할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다섯 번의 분할 결과들 모두는 획득 기술에 속한다. (221c-226a)
3) 분리기술로서의 소피스트 : 소피스트는 여섯 번째 분할에 의해 가사 노동(걸러 내기, 체질하기, 빗어 다듬기, 북으로 베를 가르기)을 하는 분리 기술자와 같은 위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별히 그는, 배움을 방해하는 의견과 믿음을 제거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논파하는, 철학자와 비슷한, 영혼의 정화 기술자로 나타난다. (226a-231b)
4) 반박하는 논쟁 기술과 모상 : 소피스트에 관한 여러 무더기 규정들이 주는 혼란스러움으로 인하여 손님과 테아이테토스는 소피스트 기술의 한 측면, 즉 반박하는 논쟁 기술에 집중하기로 합의한다. 반박적 논쟁 기술은 만들기, 즉 제작 기술로 나타난다. 반박적 논쟁 기술은 모든 것들에 관해서 말로 된 이미지, 즉 말로 된 모상을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231b-236d)
5) 있지 않음과 파르메니데스 : 그러므로 이미지, 즉 모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심 문제로 떠오른다. 모상이 있다는 말은, “있지 않은(~이지 않은) 것이 있다(~이다).”라는 말을 전제한다. 이미지는 비(`)존재의 존재를 전제한다. (236d-242b)
6) 있음에 관한 주장들 : 있지 않음의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은 결국 있음 자체에 관한 검토를 요구한다. 소피스트를 사냥하는 여행길의 한가운데는 있음의 문제가 차지한다. 있음은 있지 않음 만큼이나 그리고 소피스트만큼이나 식별하기 힘들다. (242b-252c)
7) 형상들과의 결합 : 이 일련의 파괴적 논파들은, 대화 참가자들로 하여금 존재문제에 관한 새로운 가정을 검토하게끔 만든다. 손님과 테아이테토스는 세 가지 큰 종류들 존재, 정지, 운동 이 서로 섞이기도 하고 섞이지 않기도 하는 방식을 철자술 유비를 통해 검토하기 시작한다. (252c-259d)
8) 생각과 말 그리고 거짓 : 손님과 테아이테토스는 있음과 있지 않음의 사태적 연결이 어떻게 언어 차원으로 확장되는지를 추적한다. 소피스트 기술의 매개는 언어이고, 또한 거짓을 만들어 내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 추적은 필요하다. (259d-264b)
9) 마지막 분할 : 이제 손님과 테아이테토스는 다시 분할 작업 속으로 되돌아가서 마지막 분할, 즉 일곱 번째 분할을 착수한다. 소피스트는, 유사 닮음을 제작하는 기술자 중에서도,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믿으면서 모사(모방)하는 기술자, 즉 현명한 사람에 대한 거짓 이미지로 드러난다. (264c-268d)
○ 옮긴이의 도서 소개 글 중에서
‘국가’ 이후의 많은 대화편이 그렇듯이 ‘소피스트’도 “전문적” 철학을 다루고 있다. ‘소피스트’는 플라톤의 학생들이나 아카데미아 구성원들을 아마도 일차적으로 염두에 두고 쓴 텍스트로 보인다. ‘소피스트’에서 대화를 이끄는 사람은 엘레아에서 온 손님이다. 이런 화자 설정은, 대화편의 핵심 주제와 이 주제의 파르메니데스적 기원의 밀접한 관계를 상징한다. 대화편의 핵심 주제는, “있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비존재의 언명 가능성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지의 비현실성 문제와 거짓 문장의 이해가능성 문제도 함께 제기한다. 이에 대해 플라톤이 검토하는 문제 해결책은, 철학적 논리학에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가령, 일반적 술어화와 동일성 술어화는 구분된다는 아이디어 그리고 주어와 술어의 기능은 문장 구문론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 및 동사 “있다”에 대한 분석, 나아가 이 분석과 함께 가는 이미지 혹은 닮음 문제에 대한 천착은, ‘소피스트’를 20세기 이후 가장 매력적인, 즉 우리의 지적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 중의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