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수사학 / 시학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아리스토텔레스 / 숲 펴냄 / 2017.2.25
– 국내 최초 희랍어 원전번역 ‘수사학’과 2017년 새 번역 ‘시학’을 한 권으로 묶었다.
민주정치와 토론이 활발하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타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논박하는 것이 시민의 일상이었다. 정치인들도 민중을 상대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 정치적 제안, 선동가에 대한 논박을 해야 했다. 청중들의 감정을 고양시키는가 하면 가라앉히는 기술이 필요했고, 그러자면 인간 감정의 종류와 그 개개의 특성들, 설득의 말은 그 시작과 끝이 어떠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이 일반적이고 흔했기에 법적인 원리와 사실에 입각해서 논리적으로 죄를 증명하거나 논박하려면 수사학에 기대지 않고는 배심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었다.
설득력을 전제하지 않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하거나, 비판이 아닌 비난을 동원하는 주장은 모두 억지거나 일종의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간파한 것일까. 그는 ‘수사학’에서 자기 논지를 주장하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나 정치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논의 문화를 재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연설’에 관한 가장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저서, 2400년 동안 읽히고 연구되어 온 ‘설득의 기술’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과이다. 정의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수사학’은 그 정점에 있는 저술이다. 왜냐하면 수사학은 그가 제시한 변증학을 기반으로 자신의 윤리학과 정치학을, 대중 연설과 법정에서 현실 정치로 구현해내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논증 수사학, 문예 수사학, 기호론적·언어학적 수사학에 의한 담론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수사학이 관심 받고 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2,400년 동안 수사학 체계에서 ‘논증’ 이론에 관한 성찰의 기본서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로마의 키케로와 퀸틸리아누스를 거쳐 중세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빼놓고 새로운 수사학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소피스트들은 정의와 윤리를 다 배제한 채로 오직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여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변증학적 기초 위에서 어떤 것이 국가에 이롭고 정의로우며 훌륭한 것인지를 개연적으로 증명해내는 수사학이야말로 ‘설득의 기술’로서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에서는 전체적으로 내용을 개관한 후에, 연설가가 사용해야 할 설득 수단이자 수사학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 중 논리적 추론에 해당하는 ‘로고스’와 관련한 전제들을 집중 설명한다. 제2권에서는 ‘에토스’와 ‘파토스’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3권은 연설가가 신경 써야 할 추가 문제, 즉 문체와 배열, 그리고 전달의 문제를 다룬다.
– 국내 최초 희랍어 원전번역의 수사학과 시학을 만나다!
‘수사학 / 시학’은 희랍어 원전번역 ‘수사학’과 2017년 새 번역 ‘시학’을 함께 엮은 책이다. 설득력을 전제하지 않는 근거 없는 주장은 일종에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자기 논지를 주장하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아르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연설을 셋으로 나눈다. 이 세 가지 연설을 위아여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히 논한다.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확고한 신념은 예술은 본질적으로 모방이고, 인간 삶의 모방은 시뿐 아니라 음악, 무용, 그림, 조각 등 모든 예술 형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원천이며, 예술가는 유사점들을 지적하여 이를테면 이것은 그것을 그린 것이로구나 하고 헤아려 알게 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 목차
옮긴이 서문 5
주요 연대표 14
일러두기 18
참고문헌 453
수사학 Techne rhetorike 19
시학 Peri poietikes 337
– 수사학 차례
제1권
제1장 수사학의 본성 (1354a~1355b)
제2장 수사학의 정의 (1355b~1358a)
제3장 수사학의 종류 (1358a~1359a)
제4장 심의 범위 (1359a~1360b)
제5장 행복 (1360b~1362a)
제6장 좋음 (1362a~1363b)
제7장 상대적 유용성 (1363b~1365b)
제8장 정체들 (1365b~1366a)
제9장 과시용 연설 (1366a~1368a)
제10장 불의 (1368b~1369b)
제11장 즐거움 (1369b~1372a)
제12장 범죄 심리 (1372a~1373a)
제13장 범죄와 처벌 (1373b~1374b)
제14장 상대적으로 중대한 범죄들 (1374b~1375a)
제15장 기술(技述) 외적 설득 수단들 (1375a~1377b)
제2권
제1장 감정과 성격의 역할 (1377b~1378a)
제2장 분노 (1378a~1380a)
제3장 차분함 (1380a~1380b)
제4장 우정과 적개심 (1380b~1382a)
제5장 두려움과 자신감 (1382a~1383b)
제6장 수치심 (1383b~1385a)
제7장 호의 (1385a~1385b)
제8장 연민 (1385b~1386b)
제9장 분개 (1386b~1387b)
제10장 시기 (1387b~1388a)
제11장 경쟁심 (1388a~1388b)
제12장 성격, 청년기 (1388b~1389b)
제13장 노년기 (1389b~1390a)
제14장 한창때 (1390a~1390b)
제15장 출생 (1390b~1390b)
제16장 부(富) (1390b~1391a)
제17장 권력 (1391a~1391b)
제18장 공통된 논제들 (1391b~1392a)
제19장 가능성의 문제 (1392a~1393a)
제20장 예증 (1393a~1394a)
제21장 금언 (1394a~1395b)
제22장 생략삼단논법 (1395b~1397a)
제23장 증명하는 논제들 (1397a~1400b)
제24장 실체 없는 논제들 (1400b~1402a)
제25장 논박 (1402a~1403a)
제26장 확대와 축소 (1403a~1403b)
제3권
제1장 역사적 개관 (1403b~1404a)
제2장 명료성 (1404b~1405b)
제3장 무미건조함 (1405b~1406b)
제4장 직유 (1406b~1407a)
제5장 정확성 (1407a~1407b)
제6장 숭고 (1407b~1408a)
제7장 적절성 (1408a~1408b)
제8장 리듬 (1408b~1409a)
제9장 문장론 (1409a~1410b)
제10장 재치와 은유 (1410b~1411b)
제11장 생생함 (1411b~1413b)
제12장 장르에의 적합성 (1413b~1414a)
제13장 진술과 증명 (1414a~1414b)
제14장 도입부 (1414b~1416a)
제15장 선입관 (1416a~1416b)
제16장 진술 (1416b~1417b)
제17장 증거와 반증 (1417b~1418b)
제18장 반문(反問) (1418b~1419b)
제19장 맺는말 (1419b~1420a)
– 시학 차례
PART 1 모방의 주요 형식으로서 비극과 서사시와 희극에 관한 예비적 고찰
제1장 시는 사용 수단에 의해 구별된다
제2장 시는 그 대상에 의해 구별된다
제3장 시는 모방 양식에 의해 구별된다
제4장 시와 그 여러 종류의 기원과 발전
제5장 희극과 서사시
PART 2 비극의 정의와 그 구성 법칙
제6장 비극의 정의와 그 질적 요소의 분석
제7∼11장 플롯
제7장 극의 배열과 길이
제8장 행동의 통일성
제9장 시인은 있을 법한 것과 보편적인 것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제10장 단순한 플롯과 복합적인 플롯
제11장 급반전·발견·수난
제12장 비극의 양적 요소
제13∼14장 플롯은 어떻게 구성해야 비극의 효과를 가장 잘 낼 수 있는가
제13장 비극의 주인공
제14장 비극적 행위
제15장 비극에서 등장인물 성격에 관한 법칙들, 무대 위 기계 장치 사용에 관한 주의 사항
제16∼18장 플롯의 고찰에 대한 여론
제16장 발견의 여러 형태
제17∼18장 극의 구성에 대한 부칙
제19장 비극의 등장인물의 사상
제20∼22장비극의 조사(措辭)
제20장 언어의 궁극적 구성 요소
제21장 조사의 종류
제22장 조사의 특징
PART 3 서사시의 구성 법칙
제23장 서사시는 행동의 통일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24장 서사시와 비극의 유사점과 차이점
제25장 서사시 또는 비극에 대한 가능한 비판과 이에 대한 답변
제26장 비극은 서사시보다 더 우수한 예술이다

○ 저자소개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322)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위인이다. 1998년 저명한 현대 철학자들이 뽑은 “서양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의 목적”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년에 북부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의 스타게이로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니코마코스는 왕의 주치의였다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릴 때 죽었다. 그가 17살 때 어머니마저 죽은 뒤 후견인인 프록세노스에 의해 아테나이에 있는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로 보내졌고, 거기에서 20년간 머물렀다.
기원전 347년에 플라톤이 죽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카데메이아를 플라톤의 조카인 스페우시포스에게 맡기고, 철학의 후원자였던 소아시아 아소스의 왕 헤르메이아스에게 갔다. 거기서 그는 헤르메이아스의 조카인 피티아스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다. 기원전 345년에 헤르메이아스가 페르시아인들에게 살해되자, 그는 레스보스 섬의 미틸레네로 갔고, 거기에서 수제자이자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된 테오프라스토스를 만났다. 기원전 342년에는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의 초청으로 나중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된 왕세자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기원전 335년에 그는 다시 아테나이로 돌아와서, 자신의 독자적인 교육기관인 리케이온을 세웠고, 이것이 소요학파의 기원이 된다. 이 시기가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가 쓴 책들과 글들 다수는 이 기간에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지성과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가 다룬 분야들은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심리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미학, 동물학, 식물학, 자연학, 철학사, 정치사 등으로 아주 폭이 넓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형이상학』, 『자연학』, 『정치학』, 『범주론』, 『명제론』, 『수사학』, 『시학』 등이 있다.
기원전 323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자, 아테나이에서는 반마케도니아 정서가 강해지고 그는 불경죄로 고발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에우보이아의 칼키스로 떠났고, 그 다음 해 6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 역자 : 천병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 검정시험 (Graecum)과 라틴어 검정시험 (Großes Latinum)에 합격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로,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로마의 축제들』,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메난드로스 희극』, 『그리스 로마 에세이』,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플라톤전집,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연설을 셋으로 나눈다. 대중을 상대로 무엇을 권유하거나 만류하는 심의용 연설 또는 정치 연설이 그 첫 번째이다. 두 번째로는, 축제나 추도식 등의 행사에서 누군가를 찬양하거나 집회에서 누군가를 탄핵하는 연설로 과시용 연설이라 불렀다. 세 번째로,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변론하는 법정 연설이 있다. 청중 또는 재판관에게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우선 자기는 어떤 성격 (ethos)의 소유자이고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밝히고 나서 청중 또는 재판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들의 감정 (pathos)에 호소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logos) 설명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연설을 위하여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세세히 논한다.
수사학 자체는 민주주의와 성쇠를 같이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로마의 키케로와 퀸틸리아누스 (Quintilianus)를 거쳐 중세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수사학’을 출발로 삼지 않고서 새로운 수사학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Peri poietikes)은 서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체계적인 문예 창작 이론서로 간주되지만, 어떻게 하면 훌륭한 비극을 작시 (作詩)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저술되었다. 마치 그의 ‘수사학’이 연설에 대해 가장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론서이지만, 어떻게 하면 듣는 사람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저술된 것과 같다. 여기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논하고 있는 ‘시’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가 아니라 ‘그리스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 시대에는 문학이란 개념조차 없었지만 그의 그리스 비극 창작론은 오늘날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서사 예술 (소설, 연극, 영화) 전반에 유효한 이론을 담고 있다.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확고한 신념은 예술은 본질적으로 모방이고, 인간 삶의 모방은 시뿐 아니라 음악, 무용, 그림, 조각 등 모든 예술 형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원천이며, 예술가는 유사점들을 지적하여 이를테면 이것은 그것을 그린 것이로구나 하고 헤아려 알게 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플라톤이 모방의 부정적 기능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통 이상의 인간을 모방하느냐 보통 이하의 인간을 모방하느냐에 따라 (비극은 보통 이상의 인간을, 희극은 보통 이하의 인간을 모방한다), 그리고 서술하느냐(서사시) 실제로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시를 구분한다. 그는 비극과 희극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나서,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듣기 좋게 맛을 낸 언어를 사용하되 이를 작품의 각 부분에 종류별로 따로 삽입한다. 비극은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서술 형식을 취하지 않는데,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실현한다”고 비극을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비극의 구성 요소 여섯 가지는 플롯, 성격, 조사, 사상, 볼거리, 노래인데, 비극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플롯은 일정한 크기를 가진 단일한 행위를 재현해야 하며, 시인의 목표는 재현을 통해 (남들을 위해) 연민과 (자신을 위해)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관객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훌륭한 사람이 억누르고자 하는 감정들을 북돋운다고 하여 비극을 깎아내렸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정신건강에 유익할 수도 있다고 완곡히 주장한다.
‘시학’의 새 번역은 옥스퍼드 클래시컬 텍스트 (Oxford Classical Texts)에서 이미 폐기된 바이워터 (I. Bywater)의 교열본 대신 카셀의 교열본을 할리웰 (S. Halliwell)이 다시 교열한 것을 대본으로 삼아 번역하였다.

○ 독자의 평 1
민주정치와 토론이 활발하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타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논박하는 것이 시민의 일상이었다. 정치인들도 민중을 상대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 정치적 제안, 선동가에 대한 논박을 해야 했다. 청중들의 감정을 고양시키는가 하면 가라앉히는 기술이 필요했고, 그러자면 인간 감정의 종류와 그 개개의 특성들, 설득의 말은 그 시작과 끝이 어떠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이 일반적이고 흔했기에 법적인 원리와 사실에 입각해서 논리적으로 죄를 증명하거나 논박하려면 수사학에 기대지 않고는 배심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었다.
……..
다른 철학자나 인문학자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야기하는 건 뻔질나게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책을… 정확히는 플라톤의 저서를 몇 권 사긴 했지만 … 사는 것으로 그쳤는데요.. 어디선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급발진해서 이참에 보자 하고 구매했어요. 한달동안 천천히 읽었는데요 이 책의 반전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역자의 노고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특히 시학은 재미있게 강의들은 기분이고요 수사학은… 읽고있다보면 가끔은 내가 지금 처세술 서적을 읽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현웃이 터지기도 했어요. 재미있게 읽었고 읽고나서도 뿌듯하고 남는 거 많은 좋은 책이었고 번역도 만족스러웠습니다.
…….
훌륭한 인물 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는 특히 철학과 논리학이 발달되어 있어서 말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 되었다. 물론 지금의 시대에도 말을 잘하는 능력과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수사학은 우리에게 생소한 학문 분야이고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쉽게 말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원전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고전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일 것이다. 생각하는 힘이 커야 말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읽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읽다보면 재미 있을 것이다. 일독을 추천한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독자의 평 2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의 3요소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그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론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책 ‘수사학’ (The art of Rhetoric)에서 거론한 3요소,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에 주목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피스트’들이 각종 분쟁에 개입해서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해 주며 많은 수입과 존경을 받았다.
소피스트들이 아고라 (Agora) 광장에서 배심원들을 앞에 놓고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펼치면 배심원들은 더 설득력 있는 소피스트 앞에 작은 돌멩이를 놓는다. 돌멩이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말을 조리 있게 하고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사학’은 그리스 시대부터 중요하게 여겨졌고, 중세유럽에서도 대학의 중요 과목으로 인정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설득의 3요소 중 첫 번째가 로고스 (logos)다.
원래 log는 통나무를 의미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옛사람들은 통나무에 글자를 새겨넣었다. 여기서 비롯된 말인 ‘logos’는 ‘글, 논리’를 지칭하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상대방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를 일컫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합리적인 이치에 근거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논리와 증거를 갖추지 못하면 설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김 씨는 정말 배은망덕한 사람이야!”라고 아무리 소리 높여 얘기한다 해도 왜 배은망덕한 지에 대한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면 사람들은 설득되지 않는다.
두 번째 설득의 요소는 파토스 (pathos)다.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말한다. 상대방의 심리 또는 감정 상태는 설득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쁘고 호감을 느낄 때의 판단은 고통과 적의를 느낄 대의 판단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A가 B를 만났는데 B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이 많이 충혈돼 있다.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A로서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다.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이 충혈된 것은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서 그런 겁니다. 제가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식품을 알고 있는데,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B는 과연 A의 말에 설득이 될까?
B가 재수를 한 아들이 이번에도 또 수능시험을 못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게 되어 마음이 괴롭고 잠도 못자고 있는 상태다. 그런 B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건강식품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라는 A의 설득은 번짓수를 완전히 잘못 찾은 것이다.
세일즈 관련 책에 자주 나오는 ‘누군가에게 부탁하러 갈 때 11:30 보다는 13:30에 가는 것이 좋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배가 고플 때 신경이 날카로와지지만 포만감을 느끼면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상대방의 심리상태, 즉 PATHOS를 고려하라는 것과 관련 있다.
세 번째 설득 요소는 에토스 (Ethos)다.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품, 매력도, 카리스마. 진실성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화자(話者)를 신뢰해야만 설득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신뢰한다면, 그 사람이 비록 설득력이 떨어지고 (로고스의 부족), 예민하게 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도 (파토스의 부족), 그 사람에게 설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기둥도 예뻐 보인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이 논리적이고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좋고 훌륭해서’ 그 사람의 말에 설득된다는 것인데, 아리스토 텔레스는 세가지 설득요소 중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치 세계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C는 골수 야당지지자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라, 야당 후보와 여당 후보가 치열한 유세전을 벌인다.
어느 날 여당 후보가 유세를 하다 실언을 하고 말았다. C는 분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최근 뉴스 봤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어”라고 비난했고, 인터넷에도 그와 같은 취지의 댓글을 여러개 달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2주일 후, C가 지지하는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와 비슷한 실언을 어느 유세장에서 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C는 당황했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린 뒤 야당 후보 선거 캠프 게시판에 댓글을 달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실언할 수도 있습니다. 사과하고 적극 해명하면 됩니다.”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C는 야당 후보에게도 비난을 퍼부어야 한다. 하지만 C는 그러지 않는다.
왜? C는 야당 후보를 ‘좋아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보통 정치나 종교와 관련한 논쟁이 이성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은 로고스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에토스 (호감,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듯, 에토스는 한 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지속적으로 적금을 넣듯 마일리지를 쌓는 방식으로 증가된다.
‘에토스를 이루는 요소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기업체 강의를 갈 때 수강하는 분들에게 에토스를 간단히 설명하고 ‘여러분 조직에서 가장 에토스 지수가 높은 사람이 누구일지 무기명 투표를 해보겠습니다’라고 제안한다. 투표결과는 항상 한두 명에게 집중된다. 이는 에토스의 정확한 실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호감과 진정성을 느끼는 대상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이제 결론부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성공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에토스 -> 파토스 -> 로고스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행동을 통해 나의 호감도와 진정성을 인지시키고 그 사람과 신뢰의 다리를 구축한 다음 (에토스),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일 마음 상태일 때 (파토스), 논리적으로 설득을 진행 (로고스)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아무런 신뢰관계도 구축되지 않고, 상대방의 심리상태도 파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논리로 무장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실패하게 된다.
과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에토스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