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시간의식
에드문트 후설 / 한길사 / 2018.10.31
‘시간의식’은 후설(Edmund Husserl)이 창시한 선험적 현상학의 발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주제 자체가 ‘시간’이니만큼 얇은 책인데도 높은 수준의 철학적 논의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의 언어만으로는 세밀한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한 후설이 몇 가지 부사나 형용사를 엮어 새롭게 만든 철학 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번역이 까다로운 책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6년 국내에서 제1판이 출간된 후 옮긴이 이종훈(춘천교대 교수)이 꾸준히 개정판을 준비하며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간의 학문적 성과를 반영하면서도 가독성을 높여 더 많은 이가 후설 현상학을 접할 수 있게 했다.

– 목차
발생적 분석의 길잡이인 시간의식의 지향성│이종훈
편집자 서문
제1부 내적 시간의식에 관한 1905년 강의
서 론
1 객관적 시간을 배제함
2 ‘시간의 근원’에 관한 물음
제1장 시간의 근원에 관한 브렌타노의 학설
3 근원적 연상
4 미래를 획득하는 것과 무한한 시간
5 시간 성격에 따른 표상들의 변화
6 비판
제2장 시간의식의 분석
7 시간의 객체에 관한 파악을 순간적 파악으로 해석하는 것과 지속적 작용으로 해석하는 것
8 내재적 시간의 객체와 이것이 나타나는 방식들
9 내재적 객체가 나타나는 것에 관한 의식
10 경과하는 현상들의 연속체. 시간의 도표
11 근원적 인상과 과거지향적 변양
12 독특한 지향성인 과거지향
13 인상이 모든 과거지향에 앞서 선행해야 할 필연성.과거지향의 명증성
14 시간의 객체들의 재생산(2차적 기억)
15 재생산이 수행되는 양상들
16 과거지향 및 회상과 구별되는 현재화로서의 지각
17 재생산에 대립해 스스로를 부여하는 작용인 지각
18 지속과 계기에 관한 의식의 구성에 대한 회상의 의미
19 과거지향과 재생산(1차적 기억과 2차적 기억 또는 상상)의 차이
20 재생산의 ‘자유’
21 재생산의 명석함의 단계
22 재생산의 명증성
23 재생산된 ‘지금’과 과거의 것의 합치. 상상과 회상의 구별
24 회상에서 미래지향
25 회상의 이중적 지향성
26 기억과 예상의 차이
27 ‘이미 지각되어 있음’에 관한 의식의 기억
28 기억과 심상의 의식. 정립하는 재생산인 기억
29 현재의 기억
30 과거지향적 변화에서 대상적 지향을 유지함
31 근원적 인상과 객관적이고 개체적인 시점
32 하나의 객관적 시간의 구성에 재생산이 관여함
33 몇 가지 아프리오리한 시간의 법칙
제3장 시간과 시간의 객체들이 구성되는 단계
34 구성되는 단계들의 구별
35 구성된 통일체들과 구성하는 흐름의 차이
36 절대적 주관성인 시간을 구성하는 흐름
37 구성된 통일체인 초월적 객체들의 나타남
38 의식의 흐름의 통일성 및 동시성과 잇따라 일어나는 것의 구성
39 과거지향의 이중 지향성과 의식의 흐름의 구성
40 구성된 내재적 내용
41 내재적 내용의 명증성. 변화와 불변화
42 인상과 재생산
43 사물의 나타남과 사물의 구성. 구성된 파악과 근원적 파악
44 내적 지각과 외적 지각
45 비시간적인 초월적인 것의 구성
제2부 1905~1910년 시간의식의 분석에 대한 부록과 보충
1 근원적 인상과 그 변양된 것들의 연속체
2 현전화와 상상(Phantasie)?인상과 상상(Imagination)
3 지각과 기억의 연관적 지향들. 시간의식의 양상
4 회상 그리고 시간의 객체와 객관적 시간의 구성
5 지각과 지각된 것의 동시성
6 절대적 흐름의 파악. 지각의 네 가지 의미
7 동시성의 구성
8 의식의 흐름의 이중 지향성
9 근원적 의식과 반성의 가능성
10 시간의 객관화와 시간 속에 사물적인 것의 객관화
11 충전적 지각과 비충전적 지각
12 내적 의식과 체험들의 파악
13 내재적 시간의 객체인 자발적 통일체들의 구성.시간의 형태인 판단과 시간을 구성하는 절대적 의식
후설 연보
후설의 저술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후설은 1859년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세기 독일과 프랑스 철학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현상학의 창시자로서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와 더불어 현대사상의 원류라 할 수 있다. 1876년부터 1882년 사이에 라이프치히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철학과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했고, 1883년 변수계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84년 빈대학교에서 브렌타노 교수에게 철학 강의를 듣고 기술심리학의 방법으로 수학을 정초하기 시작했다. 1887년 할레대학교에서 교수자격논문 「수 개념에 관하여」가 통과되었으며, 1901년까지 할레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했다.
1900년 제1주저인 『논리연구』가 출간되어 당시 철학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확고한 지위도 얻었다. 많은 연구서클의 결성으로 이어진 후설 현상학에 대한 관심은 곧 『철학과 현상학적 탐구연보』의 간행으로 이어졌으며, 1913년 제2주저인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제1권을 발표해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를 형성했다. 1916년 신칸트학파의 거두 리케르트의 후임으로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교수로 초빙되어 1928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재직했다.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와 나치의 권력장악은 유대인 후설에게 커다란 시련이었으나, 지칠 줄 모르는 연구활동으로 저술작업과 학문보급에 힘썼다. 주저로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데카르트적 성찰』『시간의식』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등이 있다.
후설 현상학은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등의 실존철학자는 물론 가다머와 리쾨르의 해석학, 인가르덴의 미학, 카시러의 문화철학, 마르쿠제와 하버마스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데리다, 푸코, 리오타르 등 탈현대철학자들과 프루스트, 조이스, 울프 등의 모더니즘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역 : 이종훈 (李宗勳)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후설 현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대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가기』(2017), 『현대사회와 윤리』(1999), 『아빠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전 3권, 1994~2006), 『현대의 위기와 생활세계』(1994)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후설, 2010; 2019), 『논리연구』(전 3권, 후설, 2018),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전 3권, 후설, 2009),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후설, 1997; 2016), 『시간의식』(후설, 1996; 2018), 『현상학적 심리학』(후설, 2013), 『데카르트적 성찰』(후설·오이겐 핑크, 2002; 2016), 『수동적 종합』(후설, 2018), 『경험과 판단』(후설, 1997; 2016),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후설, 2008)이 있다. 이 밖에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컨퍼드, 1995), 『언어와 현상학』(수잔 커닝햄, 1994)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시간의식』은 후설(Edmund Husserl)이 창시한 선험적 현상학의 발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주제 자체가 ‘시간’이니만큼 얇은 책인데도 높은 수준의 철학적 논의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의 언어만으로는 세밀한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한 후설이 몇 가지 부사나 형용사를 엮어 새롭게 만든 철학 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번역이 까다로운 책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6년 국내에서 제1판이 출간된 후 옮긴이 이종훈(춘천교대 교수)이 꾸준히 개정판을 준비하며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간의 학문적 성과를 반영하면서도 가독성을 높여 더 많은 이가 후설 현상학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후설이 평생 걸어간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길
후설은 선험적 현상학의 창시자다. 그는 평생을 선험적 현상학을 완성하는 데 바쳤다. 임종을 앞두고서는 병상에 누워 구술로 선험적 현상학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풀어냈다. 그의 조교들이 이를 타이핑하고 정서해 원고로 정리했는데 후설이 죽은 후 정리해보니 유고 4만 5,000여 매, 수고 1만여 매, 장서 2,700여 권에 틈틈이 적어놓은 수많은 각주가 남았다. 이 자료들은 1950년부터 ?후설전집?으로 출간 중인데, 여전히 완간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후설이 평생 매달린 선험적 현상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는 보편적 이성으로 모든 학문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해명해 진정한 인간성을 실현할 철학으로 선험적 현상학을 꼽았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휩쓸고 곧이어 나치가 등장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암울한 시기였다. 역설적으로 학계에서는 과학만능주의와 심리학주의가 등장해 모든 것을 계량화·정량화·수치화할 수 있다는 인식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희망이 팽배했다.
이에 대해 후설은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모든 것을 하겠다’는 파시즘적·시대적 강령에 제동을 걸고 과연 그것이 타당한지 따져보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따져보고 비판하는 데서 진정한 인간성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게 후설의 생각이었다. 그 방법이자 철학이 바로 선험적 현상학이다.
선험적 현상학은 모든 학문이 타당할 수 있는 조건과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책임에 근거한 이론적 앎과 실천적 삶을 정초하려는 ‘엄밀학 학문’이다. 후설은 이를 ‘제일철학’이라고도 불렀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의 철학에서 시작하지도, 당시 유행하던 과학적 방법론에서 시작하지도 않는다. 모든 편견에서 해방되어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사태 그 자체’를 직관하고자 시도한다.

.선험적 현상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
후설의 첫 번째 연구조교 슈타인. 그녀는 철학적 관점의 차이와 종교적 이유로 후설을 떠나기 전까지 2년간 ?시간의식?을 비롯해 많은 원고를 정리하고 검토했다. 사진은 괴팅겐대학교 시절의 모습이다.『시간의식』은 되돌아가 묻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사태 그 자체를 직관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선험적 현상학에 따른 시간의식의 분석은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시간을 미리 상정한 다음 그 속에 체험의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주관적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의식에 주어진 것, 즉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내재적 시간 그 자체를 기술하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피아노 건반을 친다고 하자. 그는 ‘도’에서부터 ‘솔’까지 순서대로 치는데, 시간의식의 분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에서부터 ‘솔’까지의 음이 연주된다는 것이나(또는 그러한 연주가 진행되게 하는 시간이나) 나와 피아노 사이의 거리에 따라, 또는 내 청력에 따라 그것이 어떻게 들리게 된다는 것 따위를 따져보는 게 아니다. 그 연주되는 음이 내 의식에 주어지는 과정과 방식 그 자체를 파고들며 그래서 그 음들이 내 의식 안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분석한다. 단순히 어떤 경험이 발생했다(음을 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본질(음이 내 의식에 주어지는 과정과 방식)과 가능성(내 의식 안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을 해명하는 것이다. 후설의 분석대상이 ‘객관적 시간’이 아닌 ‘내재적 시간’인 이유다.
이러한 시간의식의 분석은 인식의 궁극적 근원을 해명하기 위해 부단히 되돌아가 묻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선험철학에서 가장 밑바닥 층으로, 새로운 의미의 ‘선험적 감성론’이다. 또한…… 지각이 단적으로 파악되고 해명되며 관찰되는 선술어적 경험을 분석해나간 선험논리학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층이다. 그리고…… 선험적 (상호)주관성의 구체적인 역사성을, 따라서 후설 현상학의 총체적 모습을 확연하게 밝혀줄 수 있는 핵심고리다. _ 49~50쪽
이처럼 『시간의식』은 선험적 현상학의 방법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후설은 이후 자신의 저술들에서 이 책을 명시하지는 않아도 그 내용을 매우 자주 인용한다. 즉 『시간의식』은 후설 현상학의 모든 발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이자 연결고리인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