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 : 탄생부터 발전까지 인물로 다시 쓴 심리학사
김태형 / 한울아카데미 / 2016.8.17
- 우리가 몰랐던 심리학의 진실을 밝히다!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은 우리가 관심은 있으나 그 역사는 자세히 몰랐던 심리학에 대해 비판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심리학 역사서이다. “우리가 친근하게 느끼는 심리학, 복잡한 인간관계나 연애심리를 재미나게 풀어줄 것 같은 심리학이 정말 인간에게 선하기만 한 학문일까?” 사회 역사적 시각에서 심리학 서적을 다수 집필해온 심리학자 김태형은 이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깊은 데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심리학이 진정 ‘인간을 위한 학문’이 되려면 심리학의 어두운 역사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심리학에 대한 상세하고 균형 잡힌 설명으로 심리학 역사를 깨우쳐주는 학술교양서로서, 비인간적인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심리학계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프로이트, 분트, 에리히 프롬 등 중요 인물에 초점을 둔 서술방식으로 역사서 특유의 무거움이나 어려움을 타파했다. 심리학을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목차
1부 근대 철학, 심리학의 토대를 마련하다
1장. 근대 영국의 철학
베이컨·홉스·로크·버클리·흄·하틀리
영국 경험론 철학의 시조: 베이컨 | 유물론적 전통의 계승자: 홉스 | 행동주의 심리학의 원조: 로크 | 성공회 주교였던 철학자: 버클리 | ‘연합의 법칙’을 제안하다: 흄 | 영국의 연합주의 심리학 | 연합주의 심리학의 시조: 하틀리
2장. 근대 프랑스의 철학
데카르트·라메트리·엘베시우스·몽테스키외·콩디야크
심리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 유물론 없이는 심리학도 없다: 라메트리 |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엘베시우스 |계몽주의 사상: 몽테스키외와 콩디야크
3장. 근대 독일의 철학
볼프·칸트·헤겔·포이어바흐
‘능력심리학’의 시조: 볼프 | 탁월한 절충주의자: 칸트 | 심리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다: 헤겔 | ‘인간학적 유물론’의 창시자: 포이어바흐
2부 ‘철학적 심리학’에서 ‘과학적 심리학’으로
4장. 과학적 심리학의 탄생
생물학, 진화론부터 게슈탈트 심리학까지
심리학 탄생의 전제 조건이 마련되다 | 생물학의 발전: 심리현상을 유물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다 | 관념론적 세계관을 무너뜨린 최종 병기: 진화론 | 반사에 관한 이론: 세체노프와 파블로프 | 신경 충동의 속도를 측정하다: 뮐러와 헬름홀츠 | 뇌 기능의 국재화에 관한 연구: 골상학과 브로카 영역 | 인식현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 베버와 헬름홀츠 | 심리학 연구에 수학적 방법을 도입하다: 수량화와 통계학 | 심리학의 탄생: ‘곁방살이’를 끝내고 독립한 심리학 | 철학의 테두리 안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다: 헤르바르트의 표상역학설 |실험심리학의 등장 1: 뮐러와 헬름홀츠 | 실험심리학의 등장 2: 베버|실험심리학의 등장 3: 페히너 | 과학적 심리학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다: 분트
5장. 심리학의 발전
지각심리학·사회심리학·마르크스주의 심리학
심리학 기초 분야의 발전 | 지각심리학의 발전: 헬름홀츠 | 실험적 연구를 촉진한 사람들: 브렌타노와 뮐러 | 심리학 영역의 확장 | 응용심리학의 발전 | ‘기억 연구’의 선구자: 에빙하우스 | 사고에 관해 연구하다: 뷔르츠부르크 학파 | 개인차를 연구하다 1: 크레치머의 성격 이론 | 개인차를 연구하다 2: 비네의 지능검사 | 사회심리학의 탄생: 분트와 맥두걸 |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의 발생과 발전 | 새로운 심리학의 시대를 열다 | 인간 심리와 의식의 본질에 관한 이론 | 인간 심리의 발생과 발전에 관한 이론 | 인간 심리와 인간 활동의 변증법 | 인식 과정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이론 |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의 제한성 |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의 계승자: 에리히 프롬
3부 현대 심리학의 형성과 발전
6장. 현대 심리학의 형성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의 철학부터 현대 심리학의 한계까지
현대 심리학의 뿌리 | 생의 철학: 쇼펜하우어 | 실존주의|철학: 키르케고르 | 실증주의 철학: 콩트 | 마흐주의 철학: 마흐 | 실용주의 철학: 제임스 | 신토마스주의 철학 | 현대 심리학의 일반적 특징
7장. 구성주의 심리학과 기능주의 심리학
현실과 동떨어진 ‘구성주의’, 지배계급의 도구로 전락한 ‘기능주의’
구성주의 심리학 | 구성주의 심리학: 티치너 | 구성주의 심리학의 발목을 잡은 내성법 | 기능주의 심리학 |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 | 심리의 기능만 알면 된다 | 듀이의 도구주의 | 기능주의 심리학의 본질: 실용주의와 적응주의
8장. 행동주의 심리학
‘심리가 없는’ 심리학에서 신행동주의가 되기까지
행동주의 심리학의 발생 | 심리에 관심이 없는 심리학 | 심리학에서 심리학 개념들을 추방하다 | 인간은 기계다: S-R 도식 | 행동주의 심리학의 비과학성: 실용주의 | 비교심리학과 행동주의 | 신행동주의 심리학 | 신행동주의, 심리를 되찾아오다 | S-R이 아니라 S-O-R | 지배층이 행동주의를 반긴 이유 | 급진적 행동주의: 스키너 | 현대 심리학의 특징: 융합주의와 생리학화
9장. 정신분석학
쇼펜하우어의 ‘생의 철학’부터 프로이트까지
심층심리학의 철학적 기초: 쇼펜하우어의 생의 철학 | 무의식과 억압 | 정신분석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들 | 심층심리학의 비과학성과 반민중성
10장. 게슈탈트 심리학
베르트하이머·레빈, 그리고 관념론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 베르트하이머 | 관념론의 늪에 빠진 게슈탈트 심리학 | ‘장 이론’의 주창자: 레빈
11장 사회심리주의
심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사회의 본질과 사회현상을 개인심리로 환원하다: 환원주의 | 무의식적인 본능적 충동: 비과학적인 심리학 | 염세주의와 비관주의, 그리고 인간 불신: 반민중적 이론 | 현대 심리학의 몰락과 진정한 과학적 심리학의 탄생
○ 저자소개 : 김태형
심리학자저자 김태형은 심리학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2005년부터 연구·집필·교육·강의 활동 등을 통해 심리학 연구 성과를 사회에 소개하고 있으며, 100회 이상의 심리학 강연과 20권 이상의 심리학 저서를 집필했다.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학문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심리학자이다.
지은 책으로는 『싸우는 심리학』,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심리학, 삼국지를 말하다』,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기업가의 탄생』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 『왜 아직도 프로이트인가?』,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무의식의 두 얼굴』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 (부제: 탄생부터 발전까지 ‘인물’로 다시 쓴 심리학사)』은 심리학 이론이 발생하고 발전해온 역사를 연구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여기에서의 심리학 이론에는 단지 근대 이후에 체계화된 심리학 이론들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인간의 정신, 의식에 대한 단편적인 사상들까지도 포함된다. 인간의 정신현상에 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에 철학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어서 철학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해왔다. 즉, 심리학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고대에서부터 발생하고 발전해온 인간의 심리, 의식에 대한 다양하고 단편적인 견해들에 토대를 둔 것으로 근대에 독자적인 과학으로서 등장했다. _5쪽
데카르트는 인간의 정서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정서가 동물 정기 (animal spirits)의 착란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정서가 심장의 열에 의존해 발생하기도 하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액체의 성질에 의존해 발생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서가 신체에 대한 이익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작용이라고 봄으로써 정서 본능설을 암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데카르트는 인간의 기본 감정에 관해서도 자기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경탄, 사랑, 증오, 욕망, 희열, 비애를 인간의 여섯 가지 기본 감정으로 지목했다. 나아가 정서가 기본적으로는 신체의 본질적 변화에서 기인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정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람이 과거에 보았던 사물을 다시 보았을 때 그 사물이 당시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_40쪽
라메트리는 물질과 의식, 심리와의 관계 문제를 유물론적 입장에서 해석했다. 그는 감각하고 사유하는 인간의 능력이 전적으로 육체에 의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메트리는 이를 ‘인간기계론’을 통해 증명하려고 했는데, 그는 인간 유기체를 가장 복잡한 기계에 비유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생리적 현상을 역학적인 합법칙성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정신현상을 생리적인 현상에 귀착시켜서 해석했다. 라메트리에 의하면 생리적인 현상은 신체의 기계적인 과정이며 용감함이나 비겁한 성질 등은 비장이나 간장의 상태와 관련된 것이다._47~48쪽
몽테스키외는 엘베시우스와 달리 사람이 자연지리적인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했는데, 그에 의하면 자연지리적인 조건은 정치형태뿐만 아니라 인종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북방인과 남방인의 성격에 차이가 나는 것도 기후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북방인이 정열적이고 호전적이며 용감하고, 인내력이 있고 자유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남방인이 나태하고 내성적이며 유약하고 종속적이며 악덕한 것이 기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기후가 인간의 감정, 사상, 지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민중의 풍속, 생활양식 등에도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 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몽테스키외에 의하면 추운 기후는 사람들의 원기를 왕성하게 해주어 좀 더 큰 힘으로 더 많은 결과를 거둘 수 있게 해주지만, 더운 기후는 사람들의 육체나 정신을 현저히 무력하게 만든다. 즉, “더운 나라 사람들은 노인과 같이 비겁하고 추운 지방 사람들은 청년과 같이 용감하기” 때문에 흔히 열대지방에서 노예제가 나타나고 한대지방에서 공화제가 나타난다고 보았다._53쪽
갈에 의하면 도벽 충동은 대뇌피질 측두엽에서 약 1인치 정도 올라간 부분이면서 귀의 앞부분에 위치한 ‘소유욕(또는 습득성)’의 기능이 지나치게 발달한 결과이다. 그러나 골상학은 잘못된 이론이었다. 이후의 연구들에 의해 대뇌의 특정 부위의 발달이 존경이나 동정과 같은 특정한 심리를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심리적 기능은 뇌의 특정 부위뿐 아니라 뇌의 상당히 많은 영역 또는 뇌의 대부분을 필요로 한다). 또한 해부학적 단위의 크기와 기능의 복잡성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특정 신경 부위가 크다고 해서 그것에 대응해 두개골이 함몰되거나 융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_88쪽
마르크스주의 이전까지의 심리학은 그 내용과 형성, 발전 과정에서 대체로 자본주의사회 지배계급의 이익과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었고 그 사상이론적 기초가 관념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다. 또한 사회생활 전반에서 자본주의제도를 변호하고 옹호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심리학을 부르주아심리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세기 후반기에 노동계급의 이익과 요구를 대변하는 학설인 마르크스주의가 발생·발전함에 따라 종전의 부르주아적 심리학과 구별되는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은 이전 시기의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심리학으로서, 독자적이고 새로운 사상이론적 기초와 현실적인 사회적 요인에 의해 탄생했다. (중략) 상당수 지식인들이 자본가계급의 편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나아가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민중의 이익과 지향을 대변하는 쪽에 설 수 있게끔 고무해주었다. _149~150쪽
프롬은 인간 본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프롬은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면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인간 이외의 생명체와 비교해서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며,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 중 가장 근본적인 특성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론에 따라 프롬이 발견한 인간 본성 중 하나는 바로 ‘자유’였다 (프롬은 자유에 ‘freedom from’뿐만 아니라 ‘freedom to’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 중에서 자유를 욕망하거나 추구하는 존재는 없다. 자유를 원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며 자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숱한 바람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이므로 ‘인간의 본성’이다. _172쪽
현대의 주류 심리학은 인간의 본성과 본질적 특징, 존엄과 가치를 왜곡하고 훼손하며 인간 심리, 정신에 대한 갖가지 비과학적·반민중적 견해를 유포하고, 사람들을 개인이기주의와 패륜패덕으로 오염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자본주의제도를 개혁·변혁하려 들기는커녕 사회에 불건전한 사상적 조류와 생활방식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공포와 불안에 빠뜨려 반인간적·반민중적·반역사적 현대 자본주의제도를 유지하고 공고화하는 데 복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 심리학의 거의 모든 학파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건전한 의식을 갖지 못하고 민중의 혁명성과 창조성을 유린, 말살하는 자본주의제도와 자본가계급을 옹호하는 데 복무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_195쪽
왓슨은 이러한 맥락에서 “내게 건강한 유아 10여 명과 그 유아들을 키울 수 있는 특정한 세상을 제공해준다면, 나는 어떤 아이라도 그의 재능, 취향, 버릇, 능력, 천성, 인종에 관계없이 의사, 변호사, 예술가, 기업가 심지어는 거지나 도둑까지도 포함해 내가 선택하는 어떤 유형의 전문가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의식을 가진 조종하는 자는 왓슨이고 의식이 없는 조종당하는 자는 유아들이다. 이렇게 행동주의 전통은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심리학적으로 합리화함으로써 자본주의제도를 변호했다. 그러니 어찌 지배층에게 환영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_237쪽
스키너의 전형적인 실험에서 쥐는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학습하는데, 이것은 쥐가 환경에 한 어떤 작용에 대해 보상이 주어진 것이므로 레버를 누르는 쥐의 행동은 강화된다. 반대로 쥐가 레버를 눌러도 더 이상 먹이가 주어지지 않거나 도리어 전기 충격이 가해질 경우, 쥐는 레버를 누르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때는 행동에 대한 일종의 처벌이 뒤따른 것이므로 레버를 누르는 쥐의 행동은 소거된다. 스키너는 이러한 원리를 잘 이용하면 쥐는 물론이고 사람까지도 서커스의 동물처럼 조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_239쪽
프로이트주의 심리학은 타락한 지배계급과 착취계급의 심리를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인 것처럼 과도하게 일반화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건전한 인간관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자본주의사회에서 나타나는 온갖 사회악을 은폐하고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또한 프로이트주의 심리학은 사회악의 사회적 근원을 외면하고 그것이 마치 ‘성적 욕망’과 사회적 환경 사이의 갈등, 모순의 산물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거의 모든 심리현상을 성적 본능에 귀착시켰다. 정신분석학은 사람들을 저속한 본능, 성욕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자본주의사회의 모순과 부패성을 은폐했으며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이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자본가계급에 의해 널리 유포되고 장려되었다. 정신분석학은 전쟁을 일으킨 사회적·계급적 원인에는 눈을 감고 전쟁이 마치 죽음 본능과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 또는 집단적인 성적 욕망의 좌절과 관련된 필연적인 현상인 것처럼 왜곡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의 대변자 노릇을 했다. _253쪽
사회심리주의자들은 전쟁을 자연적인 것으로 변호하면서 미제국주의의 침략 전쟁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는데, 어떤 학자들은 전쟁의 원인을 심리적 현상, 본능적인 것, 신경계통의 병적 상태라고 주장했고 또 어떤 학자들은 미국의 세계 제패 야망을 ‘호전성’의 발현으로, ‘의식 이전의 영원한 본능’의 발현으로 묘사했다. 이것은 전쟁의 사회 계급적 원인을 부정하고 그것을 생물학주의적으로 왜곡, 합리화하는 것이다. _275쪽
○ 출판사 서평
침략 전쟁을 옹호한 심리학 이론이 있다? 현대 심리학은 사회적 불평등을 부추긴다? 이 시대 주류 심리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 인물로 쉽게 풀어 쓴 ‘심리학 역사기행’ 복잡한 심리학 역사를 한 줄기로 엮어내다
‘심리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생활을 위한 인간관계 심리학인가? 아니면 행복한 연애를 위한 남녀 심리학인가?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파악하는 학문이기에 이러한 주제들도 물론 다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이 이러한 선에서만 다뤄진다면, 학문으로서의 소속이 불분명해지고 만다. 심리학은 어느 범주에 속하는 학문일까? 철학일까, 과학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명백히 과학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은 철학의 한 분야에서 연구되기 시작해, 19세기 자연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독자적인 과학으로 자리 잡았다. 즉, 심리학은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이론이 꿴 구슬처럼 이어져 탄생한, 복잡한 역사를 가진 학문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방대한 심리학 역사를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은 턱없이 부족했다. 연성화된 주제를 벗어나 좀 더 자세히 심리학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개론서를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개론서는 각 심리학 이론에 대한 좁고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하나의 큰 그림으로 심리학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심리학, 올바른 심리학’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심리학자 김태형은 ‘쉽게 읽는 심리학 역사서’로서 이 책을 집필했다. 심리학이 철학에서 과학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각 이론의 특징과 한계 등을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엮어냈다. 1부는 베이컨, 데카르트, 몽테스키외 등 철학가들이 논했던 심리학에 대해, 2부는 심리학이 과학이 된 과정에 대해, 3부는 현대 심리학의 특징과 한계에 대해 논의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슈탈트 심리학, 마르크스주의 심리학, 구성주의 심리학 등 각 심리학 이론에 대한 도식화 설명을 곁들였으며, 인물을 시대별로 따라가는 구성을 취해 어렵지 않게 심리학 역사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 인종차별을 합리화한 사회심리학, 독점자본가계급의 도구인 기능주의 심리학 : 심리학의 명암을 낱낱이 밝히다
심리학이 사람 간의 원활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 쓰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심리학이 사랑과 평화의 편에 서서 인간 심리를 풀어가는, 어느 현인의 말보다도 지혜로운 해결책을 선사해주는 ‘선한 학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한때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겼던 어두운 역사가 너무 깊다. 현재에도 심리학이 철저하게 지배층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문제들을 심리학적 코드로 명쾌하게 분석해 주목받아온 심리학자 김태형은 심리학이 늘 인간을 위한 학문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진정 인간을 위한 심리학’이 등장하려면 ‘올바른 역사적 비판’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각 이론에 내포한 비과학성, 반민중성 등을 파헤친다.
이성을 신이 내려준 것이라고 본 베이컨의 이중진리설, 지리적 환경에 따라 인간의 심리가 달라진다는 지리적 결정론 등, 초기의 심리학은 신학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거나 관념적, 비과학적인 경향을 보였다. 그 후 생물학의 발전,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객관적이고 유물론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여러 유의미한 이론들과 함께 19세기에 과학적 심리학이 탄생했으나, 두개골 형태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한 골상학이나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의 지능검사 등은 인종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 후 현대 심리학에서는 구성주의 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 등 인간을 구분 짓고 나누는 이론들이 출현했고,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여왔다.
이 책은 이렇듯 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심리학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각 이론의 명암을 드러낸다. 독자들은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섭렵하게 됨은 물론, 심리학의 현재 모습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통찰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태형은 “심리학을 비판적으로 통찰한 뒤에는, 한 개인을 치유하고 긍정감을 심어주는 데서 나아가,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심리학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올바른 비평에서 시작한 심리학이야말로 인간과 사회를 위한 학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심리학을 진단하고,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