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아주 짧은 소련사 :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순식간에 사라진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현장
실라 피츠패트릭 / 롤러코스터 / 2023.9.12
-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 체르노빌 원전… 20세기 말 갑자기 사라져버린 소련이 세계 정치 최전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함께 1980년대까지 초강대국으로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세계를 양분했던 소련은 1991년 갑자기 몰락했다. 소련의 유령은 소련이 붕괴할 때처럼 불현듯 사라질까? 그럴 리 없다. “소련의 몰락을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던 푸틴에 의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화하여 2023년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사회주의 혁명, 제2차 세계대전, 냉전으로부터 현재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련사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소비에트연방의 탄생, 레닌의 통치와 후계투쟁, 스탈린주의, 전쟁, 집단지도체제와 흐루쇼프 시대, 브레즈네프 시대,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연방의 몰락, 푸틴까지, 최고의 소련 전문가가 탁월한 구성으로 압축한 소련의 아주 짧은 역사가 바로 여기서 펼쳐진다.
- 목차
서론
1장 소비에트연방의 탄생
2장 레닌의 통치와 후계 투쟁
3장 스탈린주의
4장 전쟁과 그 여파
5장 ‘집단지도체제’에서 흐루쇼프까지
6장 브레즈네프 시대
7장 몰락
결론
감사의 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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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실라 피츠패트릭 (Sheila Fitzpatrick)
호주의 역사학자로, 주로 소련 역사와 현대 러시아 역사를 연구하고 강의한다. ≪러시아혁명 1917~1938≫, ≪스탈린주의 의 일상Everyday Stalinism≫, ≪미슈카의 전쟁Mischka’s War≫, ≪스탈린 팀과 백러시아인에 관하여 On Stalin’s Team and White Russians≫, ≪붉은 위험Red Peri≫ 등을 썼고, 〈런던 리뷰 오브 북스 London Review of Books〉에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 미국역사학회 학술공로상, 멜로 재단상 등 여러 차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현재 호주 가톨릭대학교 교수이자, 시카고대학교와 시드니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 역자: 안종희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환경대학원,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른번역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스위스 메이드≫, ≪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분열의 시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선택 설계자들≫, ≪성장 이후의 삶≫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역사가들은 속성상 역사적 사건들을 불가피했던 것처럼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 설명이 훌륭할수록 독자들은 다른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인류 역사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삶이 그렇듯이 인류 역사에서 불가피한 사건은 거의 없다고 본다. 우연한 만남, 세계적인 대변동, 죽음, 이혼, 세계적인 유행병을 제외하면 상황은 항상 다르게 전개될 수 있었다. 더욱이 소련의 경우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과 상대해야 한다. 이들은 특정 역사적 단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략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_ 16쪽 ‘서론’ 중에서
레닌이 “요리사도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부르주아’들이 종종 비판하지만 그가 실제로 언급한 내용은 달랐다. 그는 어떤 요리사도 훈련 없이 곧장 나서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고, 또한 특권층으로 태어난 사람들만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편협하지도 않았다. 볼셰비키의 전략은 ‘의식화된’ 산업노동자를 행정 관료 인력의 모집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요리사들은 일단 교육 훈련을 받고 의식 수준이 올라간 뒤에야 승진할 수 있었다 _ 64~65쪽 ‘레닌의 통치와 후계 투쟁’ 중에서
스탈린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우둔하지도 않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1920년대 정책 논쟁에서 더 빛나는 역할을 했다면,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단순명료한 결론을 내린 사람은 스탈린이었다. 레닌은 10월의 정치혁명에서 당을 지도했지만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경제혁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탈린은 경제혁명을 지도할 사람이었다. _ 89쪽 ‘레닌의 통치와 후계 투쟁’ 중에서
전쟁 전에 소련은 국제무대에서 버림받은 국가와 비슷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소련은 새로운 초강대국이 되었다.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는 1945년 2월 크림반도 얄타에서 회담을 갖고 전후세계 질서의 윤곽을 그렸다. _ 142쪽 ‘전쟁과 그 여파’ 중에서
흐루쇼프가 가장 야심차게 사회복지 사업을 벌인 분야는 도시주택이었다. 1920년대 이후 사실상 새로운 주택이 건설되지 못했고, 도시민들은 매우 혼잡한 공동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학생이나 농촌에서 새로 이주해 온 독신 노동자들은 기숙사ㆍ막사 등에서 살았다. 흐루쇼프가 조립식 건축 자재를 이용해 대규모 건축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956~ 65년에 1억 명 이상이 새로운 아파트로 이주했다. _ 173쪽 ‘집단지도체제’에서 흐루쇼프까지’ 중에서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몰락할 운명인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였다. 따라서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소련 지도자나 시민들에게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이 경쟁 국가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역사는 사회주의의 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리고 겉보기에 뚜렷한 이유 없이 역사가 엉뚱하게 흘러갔다 _ 125쪽 ‘몰락’ 중에서
학교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운 훌륭한 소비에트 시민으로서 푸틴은 한때 역사적 필연성을 확고하게 믿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믿지 않는다. 1989~91년에 발생한 비상사태라는 억누를 수 없는 결정적인 힘을 본 이후로 그는 달라졌다. 그는 2000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다시피, 불가능하고 믿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쾅! 소련에서 일어난 일을 보세요. 소련이 그렇게 간단히 붕괴할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_ 284쪽 ‘결론’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나라, 지금도 매혹적인 격동의 시대 : 탁월한 구성과 뛰어난 통찰, 50컷의 풍부한 이미지로 보는 최고의 소련 역사서! 최고의 소련 전문가가 생생하게 담아낸 75년 공산주의 통치와 제국의 붕괴
1980년, 소비에트연방이 탄생한 지 58년째 되던 해, 마침내 소련은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브레즈네프의 안정적인 지도 체제 아래서 국내 상황은 정상으로 회복했고, 더 나은 시대가 도래할 것이 확실했다. 국제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누구나 인정하듯 미국 버금가는 초강대국이 되었으며, 군사적으로는 마침내 대등해졌다. 미국에서 열린 소련학 학회에서는 “소련이 정치적 민주주의 체제가 되거나, 가까운 장래에 붕괴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데 주류 학자들이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그후 근대 역사에서 가장 놀랍고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1991년, 소련의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굴복하여 붕괴한 것이다. 러시아연방을 비롯한 15개의 새로운 국가가 갑작스럽게 자유의 빛 속으로 등장했다.
소련 사회사 분야를 개척하고 고전이 된 여러 선구적 연구를 진행하여 소련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저자는 혁명과 레닌에서부터 스탈린의 대숙청까지,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까지 75년 공산주의 통치와 제국의 붕괴를, 생생하고 매력적인 소련 입문서로 정리해냈다. 특히 저자는 소련 역사 논의에서 흔히 간과되는 비러시아계 공화국의 운명을 보여주고, 핵심적인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제공한다. 아울러 소련 제도의 산물이지만 소비에트 향수에 전혀 젖어 있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등장을 포함한 소련의 예상치 못한 몰락의 결과를 추적한다.
또한 저자는 소련의 사회주의 실험 역사를 기술하며,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정치철학적 관점이 아닌 역사인류학적 관점에서 다룬다. 사회주의의 원칙적인 의미가 무엇이든, 1980년대에 어설프게 명명된 ‘실존하는 사회주의’가 소련에 실제로 등장했고, 그것을 겪어낸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 없이는 소련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사회주의 혁명과 레닌, 스탈린까지
러시아혁명은 유럽 전역에 혁명을 확산하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1920년 초, 전후 유럽의 혁명 물결은 사라졌고 러시아는 홀로 길을 가야 했다. 혁명으로 집권한 볼셰비키들은 소비에트연방 사회주의공화국을 탄생시켰다. 수도는 모스크바였으며 러시아제국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2의 도시가 되었다. 상징은 망치와 낫이었고, 표어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였다.
레닌과 볼셰비키들은 구 통치 세력, 지주 계급, 도시 부르주아 등 ‘계급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체카’라는 반혁명 단체를 설립하고, 사회 정의라는 명분으로 부르주아와 귀족들의 재산을 강제로 몰수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새로운 체제를 운영하기 위해 분투하던 수뇌부 사이에서 파벌 싸움이 일어나, 레닌 사후 엉뚱한 이가 권력의 후계자가 되었다. 레닌은 10월의 정치혁명에서 당을 지도했지만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경제혁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경제혁명을 지도할 사람은 스탈린이었다.
스탈린의 경제 전환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점은 이를 혁명과 비슷한 수단을 통해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탈린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당과 지지자들을 동원해 반대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한 폭력성은 1937년의 대숙청으로 폭발했다. 스탈린은 초기부터 완전 고용을 달성해 실업 문제를 해결했으나, 중공업에 자본을 투입하느라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농업 집단화는 크게 실패했다. 집단화는 소비에트 농업의 발전을 수십 년 동안 가로막고, 농민을 소외시키고, 도시 지역에 식량 부족 문제를 유발했다.
그리고 전쟁이 다가왔다. 유럽 중심부에서 반공산주의와 반소비에트를 강하게 주장하는 새로운 권력인 나치 독일이 등장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갑작스러운 몰락
전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갔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초강대국 간 국제적 긴장이 꾸준히 증가했다. 공산주의의 세계 확산을 두려워한 미국 공화당은 얄타협정을 거부하고 공산주의 블록에서 ‘포로가 된 국가들’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소련을 침략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1953년 3월 5일, 스탈린이 사망하여 소련 정치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스탈린 사후 주도권을 쥔 것은 흐루쇼프였다. 그가 1956년 당대회에서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비밀 연설’이 서구 사회에 급속도로 퍼졌다. 흐루쇼프는 오랜 기간 소련의 가장 위대한 경제적 성공을 이끈 열정적인 혁신가였다. 그의 시대에 국민 총생산이 크게 늘어 1920년대 크게 앞섰던 미국을 따라잡을 날이 가까워졌고, 문화적 해빙기를 맞았다. 소련이 서구 사회를 곧 따라잡고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실제로 그럴듯하게 보였던 유일한 시기, 소련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의기양양한 의식이 생겼다.
그러나 정치국은 ‘동지적 협력 원칙 위반’이라는 사유를 들어 흐루쇼프를 해임했고, 브레즈네프의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했다. 브레즈네프 시대는 평범한 소련 시민들에게 좋은 시기였다. 그때는 소비에트 통치 초창기부터 약속했던 보편적인 ‘복지국가’로서 보장이 충분히 실현되어, 최저임금과 연금이 인상되었고 사회적 격차가 줄어들었다. 브레즈네프는 사회주의가 위협받으면 언제나 ‘사회주의’를 구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소비에트 블록 안에 있는 모든 국가가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브레즈네프 독트린 속에서 여러 나라들의 불만이 싹텄다.
한편 브레즈네프 이후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재건)와 글라스노스트 (개혁과 개방)을 내세웠으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태가 발생했고 그의 권력 기반 중 하나인 공산당의 평판과 사기가 급속히 떨어졌다. 고르바초프와 소련 체제의 정당성이 추락하자 당연하게도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러시아공화국 수반인 옐친은 공화국 영토 내에서 공산당 활동을 중지시켰다. 옐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공화국 지도자들을 비밀리에 모아 소련 체제를 대폭 축소된 독립국가연합 체제로 바꾸고 군대는 단일하게 유지하지만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나 의회는 없애자고 합의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강력한 군대와 경찰, 약 200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집권당이 있어 겉보기에 안정된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은 붕괴를 막기 위해 총 한 발 쏘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했다.
- 추천사
.슬라보예 지젝 : 《아주 짧은 소련사》는 학술서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은 전체적인 개관과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소련학 연구에 대한 간결하고도 균형 잡힌 총정리를 원하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1922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의 전체 역사를 읽기 쉽게 요약하고 갖가지 일화와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풍성하게 제시하면서도 가장 수준 높은 학문적 기준에도 부합한다. 아울러 극단적인 정치적 격정을 피하면서도 직감적인 도덕의식이 곳곳에 스며 있다. 상황이 정말로 끔찍할 때는 블랙 코미디만이 상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비극을 불쌍하게만 느끼는 것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런 점에서, 내가 스탈린주의자라면 이 책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노동수용소형에 처하거나 아니면 1~2년쯤 혹독한 재교육을 받게 할 것이다!
.최 채터지Choi Chatterjee (《세계사 속 러시아Russia in World History》 저자) : 실라 피츠패트릭은 세계 최고의 소련 역사 전문가다. 이 책에서 그는 놀라운 글쓰기와 확실한 구성으로 수많은 탁월한 정보를 매우 읽기 쉬운 문장으로 압축해놓았다 .
.알렉시스 페리Alexis Peri (《안에서 본 전쟁: 레닌그라드 포위전에 관한 일기The War Within: Diaries from the Siege of Leningrad》) : 쉴라 피츠패트릭은 단 한 권의 책으로 소련의 전체 역사와 소련 붕괴 이후 역사까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게 다룬다. 소련 역사에 대해 명확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매우 읽기 쉽고 간결하며, 통찰로 가득하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