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
알렉시 드 토크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3.21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로 세인의 주목을 받은 알렉시 드 토크빌의 불후의 역작으로, 앙시앵 레짐의 상태와 프랑스 혁명의 전개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였다. 프랑스 전역에서 수집한 문서를 토대로 앙시앵 레짐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로부터 촉발된 프랑스혁명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격변을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기본 원리인 자유와 평등의 길항 관계를 추적해 보고, 자유 속에서 평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기존 저술에서 볼 수 없었던 당시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한편, 과거를 보는 역사가의 식견과 현실을 고민하는 사상가의 안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지나간 역사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주는 고전이다.

○ 목차
서론
제1부
제1장 대혁명이 발생했을 당시 대혁명에 대한 상충된 판단들
제2장 어떤 면에서 대혁명의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목적은 흔히 믿고 있듯이 종교 권력을 파괴하고 정치권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는가
제3장 어떻게 프랑스혁명은 정치혁명이면서 종교혁명의 양상을 띠게 되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제4장 어떻게 유럽의 대부분이 동일한 제도들을 갖게 되었으며, 이 제도들이 거의 모든 곳에서 파괴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5장 프랑스혁명의 고유한 업적은 무엇인가
제2부
제1장 봉건적 부과조들이 다른 곳보다 프랑스에서 더 가혹하게 여겨진 이유는 무엇인가
제2장 어떤 면에서 행정의 중앙집권화는 흔히 말하듯이 대혁명이나 제정의 산물이 아니라 앙시앵 레짐의 제도인가
제3장 어떻게 오늘날 행정 감독이라고 불리는 것은 앙시앵 레짐의 제도인가
제4장 어떤 면에서 행정 재판과 공무원 면책은 앙시앵 레짐의 제도인가
제5장 어떻게 중앙집권화는 옛 권력체들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며, 그것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밀쳐 낼 수 있었는가
제6장 앙시앵 레짐의 행정 습속들
제7장 어떻게 프랑스는 유럽에서 이미 수도가 지방을 가장 잘 압도하고 영토 전체를 가장 잘 흡수한 나라가 되었는가
제8장 어떤 면에서 프랑스는 사람들이 서로 가장 닮은 나라가 되었는가
제9장 어떻게 그토록 닮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서로 낯설고 무관심한 소집단으로 나뉘게 되었는가
제10장 어떻게 정치적 자유의 파괴와 계급의 분리가 앙시앵 레짐을 붕괴시킨 거의 모든 폐단을 낳았는가
제11장 앙시앵 레짐에서 나타난 자유의 유형과 그것이 대혁명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제12장 어떻게 문명이 진보했는데도 프랑스 농민의 처지가 13세기보다 18세기에 이따금 더 나빠졌는가
제3부
제1장 어떻게 18세기 중엽에 문필가들은 주요 정치 인사가 되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제2장 반종교적 감정은 어떻게 18세기 프랑스에서 일반적이고 지배적인 열정이 될 수 있었으며, 대혁명의 특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제3장 어떻게 프랑스인들은 자유를 원하기에 앞서 개혁을 원했는가
제4장 어떤 면에서 루이 16세의 치세는 옛 군주정에서 최고의 번영기였으며, 바로 이 번영이 어떻게 대혁명을 앞당겼는가
제5장 어떻게 인민의 고생을 덜어 주려다 인민을 격앙시켰는가
제6장 인민에 대한 혁명 교육을 완수하는 데 보탬이 된 정부의 몇몇 관행들
제7장 어떻게 정치혁명에 앞서서 거대한 행정혁명이 발생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제8장 어떻게 대혁명은 앞선 사실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했는가
부록 신분회 지방들, 특히 랑그도크
토크빌의 주해
알렉시 드 토크빌과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 / 조르주 르페브르
앙시앵 레짐 행정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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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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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알렉시 드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역사가다.
1805년 파리에서 출생했다.
노르망디의 귀족 출신으로 1831년 미합중국을 여행한 후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전 2권, 1835∼1840)를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후 여러 차례 영국을 오가며 존 스튜어트 밀 등 자유주의자와 교류했다.
1848년 2월혁명 직후 제헌의회 의원으로 선출되고 1849년부터 외무장관을 지냈으나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반대해 정계에서 은퇴했다.
마지막 대작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1856)을 남긴 후 1859년 폐결핵으로 타계했다.
– 역자 : 이용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Panthe?on-Sorbonne)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웅만들기: 신화와 역사의 갈림길≫(공저, 휴머니스트, 2004), ≪함께 쓰는 역사≫(공저, 동북아역사재단, 2008), ≪프랑스의 열정: 공화국과 공화주의≫(공저, 아카넷, 2011)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소유란 무엇인가≫(아카넷, 2003), ≪유럽의 탄생≫(지식의풍경, 2003), ≪폭력에 대한 성찰≫(나남, 2007)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자유만이 금전에 대한 숭배와 잡다한 개인사에서 시민을 구해 낼 수 있으며 그들의 옆 또는 위에 조국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자유만이 때때로 안락에 대한 애착을 더 강렬하고 더 고상한 열정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부의 획득을 넘어선 숭고한 목적들에 대한 야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인간의 미덕과 악덕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주는 빛을 제공할 수 있다. —p. 15
어떤 국민은 온갖 역경과 위험에도 끈질기게 자유를 갈구한다. 그들이 자유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가져다줄 물질적 이득이 아니다. 그들은 자유를 매우 소중하며 인간 행복에 필수적인 그 무엇으로 간주한다. 그들에게는 자유의 상실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가치도 있을 수 없다.
반면에 어떤 국민은 번영을 구가하게 됨에 따라 자유에 싫증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안락이 조금이라도 손상될까 두려워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 이들이 진정한 자유인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유인이고자 하는 진실한 취향 바로 그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으리라. 그러나 나에게 이 숭고한 취향을 분석하라고 요구하지 말라. 그것은 논리 이전에 느낌의 문제다. 요컨대 그것은 신의 은총을 입은 위대한 심성의 소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신의 은총을 입지 못한 비루한 영혼의 소유자들은 결코 그것을 누리지 못하리라. —pp. 295~296
혁명이란 반드시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압제적인 정부 아래에서도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는 듯이 별 불평 없이 잘 참아 내던 사람들이 그 압력이 완화되는 순간, 정부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혁명으로 파괴된 체제는 대개 바로 그에 앞선 체제보다 더 낫게 마련이다. 그리고 부패한 정부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일반적으로 그 정부가 스스로 개혁을 시작했을 때라는 사실을 역사는 가르쳐 준다. 오랫동안 학정을 일삼은 후에 시민의 운명을 개선해 주려 하는 군주들이 권좌를 보존하려면 아주 탁월한 정치적 수완이 요구될 것이다. 한때는 불가피한 것으로 체념하고 감내하던 폭정도 일단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즉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억압으로 여겨지게 된다. 왜냐하면 일부 폐단이 시정될 경우 아직 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폐단은 더욱 참기 힘든 것으로 돋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고통을 덜 받는 만큼 감수성이 더욱 예민해지는 것이다. —pp. 308~309
이 책을 읽으면서 18세기의 프랑스를 주의 깊게 살펴본 독자라면 당시에 두 가지 중요한 열정 (passion)이 자라나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열정이 반드시 존재하거나 동일한 목표를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 하나는 보다 뿌리가 깊고 기원이 오랜 것으로, 불평등에 대한 격렬하고 꺼질 줄 모르는 증오심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면서부터 불평등을 몸소 보고 겪음으로써 자연적으로 그것에 대한 증오심을 몸에 익혔다. 그리하여 프랑스인들은 중세 제도의 잔재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그 대신에 모든 사람이 서로 동질적이고, 가능한 한 조건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지속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의지를 오래전부터 간직해 왔다.
다른 하나는 보다 새롭고 뿌리가 덜 박힌 것으로서, 평등하게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다. —p. 357

○ 출판사 서평
1848년 프랑스에서 2월혁명이 발발하기 한 달 전 의회에서, 지배층이 스스로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민중의 분노가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닥쳐오는 혁명의 노도를 예견한 고고한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정치적 불평등과 빈부의 양극화에 따른 심각한 사회 불안이 결국은 프랑스혁명을 또 한 차례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가 바로 알렉시 드 토크빌이다.
토크빌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평등에 대해 양면적인 태도를 지닌다. 약자를 강자의 대오로 이끌어 주는 ‘평등을 위한 씩씩하고 정당한 열정’과, 약자로 하여금 강자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하는 ‘평등을 위한 타락한 취향’이 그것이다. 토크빌은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 민주 사회의 추세를 고찰하는데, 불행하게도 둘째 속성이 첫째 속성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습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평등을 위한 타락한 취향’에서 비롯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는 국민으로 하여금 안락을 위해 기꺼이 자유를 내주게 함으로써 정치권력의 비대화를 가져오는 한편, 공공 정신을 좀먹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다. 국민이 자신의 이해득실에 유리한 인물을 지도자로 뽑으려 함에 따라서, 정치는 당파적 이해의 각축장이 되고 정치가의 자질은 저하된다.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에 편승해서 누구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설 때,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가 출현하리라는 것이 토크빌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해악과 폐단을 근절할 수 있는 치유책을 ‘정치적 자유’의 복원에서 찾는다. 정치적 자유만이 공동체의 성원을 개인적 무기력과 정치적 무관심에서 구출해 미덕과 책임으로 충만한 공공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쓴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에 따르면, 프랑스혁명은 절대 왕정과 봉건 귀족에 맞서서 자유의 원리를 내세움으로써 국민에게 민주주의 의식을 고취하고 주권자로서 외양을 부여했는데, 이러한 정치권력의 평등화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평등화를 동반했다. 그러나 프랑스혁명은 평등에 대한 인민의 지나친 욕구와 정열로 말미암아 오히려 자유를 확립하는 데는 실패했다. 혁명 초기에 타도되어 자취를 감춘 듯 보였던 낡은 권위의 원리들이 되살아나서 급기야 나폴레옹의 군사독재를 불러들였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 책은 앙시앵 레짐의 상태와 혁명의 전개를 설명하는 단순한 연대기적 개설서를 뛰어넘는다. 토크빌은 파리와 지방의 문서보관소를 드나들면서 당시의 저술·공문서·회의록·진정서 등을 낱낱이 들춰 보았으며, 앙시앵 레짐의 정치 구조를 비교·연구하기 위해 직접 독일로 답사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등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4년을 바쳤다. 따라서 기존 저술에서 볼 수 없었던 당시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한편, 과거를 보는 역사가의 식견과 현실을 고민하는 사상가의 안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지나간 역사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주는 고전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