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 수전 손택이 쓴 최초의 희곡
수전 손택 / 이후 / 2007.7.20
윌리엄 제임스와 유명한 소설가였던 헨리 제임스를 오빠로 둔 집안의 막내 딸로 태어나 부족할 것이 없이 자랐으나 그 풍요가 오히려 독이 되었던 앨리스 제임스.
재능이 있으나 펼치지 못했고, 세상의 벽을 깨지 못하는 한계가 독이 되어 내면에 고였던 여인 앨리스 제임스를 통해 손택은 너무 빨리 피어난 꽃은 시대와 화해하지 못하고 제풀에 꺾여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손택은 여성들의 고통과 격정, 내적 승리와 삶의 한계를 잘 버무려 이 한편의 희곡에 담아 냈다.
○ 목차
희곡에 대하여
절망 속에 살다 간 앨리스 제임스를 위하여 – 수전 손택
등장인물배경 소개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 6장 / 7장 / 8장
옮긴이의 글 – 앨리스, 분노하는 영혼의 춤 _ 배정희
○ 저자소개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역자 : 배정희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한양대를 거쳐 현재 경성대에서 독일문화, 예술, 영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주관심분야는 비교문화학, 비교미디어문화학이다.
○ 책 속으로
마가렛 내 생각은 이런 거야. 넌 원해야 해. 네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요구해야 해.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깨끗해지는 거야. 그런 삶을 지향하면서 사는 거지.
앨리스 인생은 용기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
마가렛 아니야, 그래.
에밀리 (앨리스에게) 난 네가 상당히 용감하다고 생각해.
미르타 너, 어떻게 그 속에서 참을 수 있니? 한 방에서.
앨리스 넌 모를 거야. 눈을 감았을 때 내가 얼마나 끔찍한 것들을 보는지. 그 무시무시한 것들을 보지 않으려면 죽을 수밖에 없어.
마가렛 난 눈을 뜨면 무서운 것들을 보는데.
미르타 한 방에서. 하나의 무덤 속에서.
쿤드리 (테이블 위로 떨리는 손을 뻗어 앨리스에게) 네 손을 줘.
앨리스 뭐가 보여?
앨리스가 손을 뻗는다. 쿤드리가 손을 잡아 자기 이마에 갖다 대고, 키스르 한 뒤, 빙글빙글 돌리며 손을 돌려준다.
쿤드리 쿤드리가 보는 것들이 가장 끔찍해. 가장 무서운 것들이지. 난 벌을 받아야만 해. 내 육체가 원하지만, 난 원하지 않아. 육체는 원하고, 육체는 강하고, 난 할 수 없고, 난 하고 싶지 않은데, 몸은 원하고, 몸은 나를 그렇게 만들고, 하지만 난, 우선은… 그 다음에야 원하지… (잠들기 시작한다.)
그들이 날 놓아 주면, 내가 느끼지 않게 되면, 그럼 난 원할 수 있을 텐데…
○ 출판사 서평
‘뉴욕 지성계의 여왕’ 수잔 손택이 쓴 최초의 희곡.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큰 명성을 얻은 오빠들에게 가려져 살아 있는 동안 그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19세기 여성 ‘앨리스 제임스’를 통해, 여성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본다.
앨리스는 오빠들의 사회적 성공을 그저 뒤에서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빼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여자였기 때문에 세상의 양지 쪽으로 걸어나오지 못했다. 열아홉 살 때부터 마흔네 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병과 싸워야 했다. 끝없는 자살 충동 속에서도 결코 생을 포기하지 않았고, 죽기 전까지 정갈한 문체로 자기 내면을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작품은 젊은 날의 대부분을 침대 속에서 보내야 했던 앨리스의 고통스러운 일상, 건강한 사람들을 향한 동경, 무겁게 삶을 짓누르는 불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릴 거라는 슬픈 예감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속으로 로마를 여행하고, 영혼의 자유를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1993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라예보에서 손택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렸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그녀는 연극을 통해 세계가 외면하는 사라예보 참상의 현장으로 눈길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또한 분명한 집필 의도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