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에드먼드 버크 보수의 품격
에드먼드 버크 / 좁쌀한알 / 2018.12.31
-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추앙받는 인물인 에드먼드 버크의 사상과 그 역사적 배경을 통찰할 수 있는 책
버크의 저작 중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런데 한국내에서는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만 번역·소개되었고 나머지 두 편은 번역되지 않았었다.
이 책은 그 두 편을 한 권으로 묶어 번역했다.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가 정치적 주제를 다루었다면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은 경제 현안에 집중한다. 따라서 이 두 저작을 함께 읽음으로써 에드먼드 버크 보수주의론의 정수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옮긴이 해제’에서는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친절한 해설을 실었고, 버크라는 프리즘으로 한국 사회의 보수에 대해 성찰해본다.
○ 목차
Ⅰ.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
-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로 휘그당과 결별한 버크 씨
- 민주주의 옹호와 프랑스혁명 반대가 모순된 것인가
- 명예혁명과 서셰브럴 재판에 관한 버크 씨의 해석
- 버크 씨를 공격하는 신 휘그의 신조
- 프랑스혁명의 다수 개념과 국민 개념의 올바른 이해
- 혁명적 사고방식의 극단주의 분석
- 정치적 사실과 인간 본성에 토대한 영국 헌정 체제의 이해
Ⅱ.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
서문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
옮긴이 해제 : 에드먼드 버크를 통해 생각해보는 보수의 품격
○ 저자소개 :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1730 ~ 1797)
18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문필가이다. 20대 후반인 1756년과 1757년에 각각 『자연 사회의 옹호』와 『숭고와 미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발표하였다. 특히 후자는 칸트의 『판단력비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30대 중반에 정치에 입문하여 30년간 휘그당 하원 의원으로 활약했다. 1770년대에는 영국 왕 조지 3세의 독재와 미국에 대한 과세를 반대하면서 미국 식민지인들의 저항을 지지했다. 1780년대에는 인도 총독 헤이스팅스와 동인도회사 직원의 비리와 범죄를 규탄하면서 헤이스팅스의 탄핵을 주장했다. 에드먼드 버크가 미국독립혁명을 지지하고 인도 총독 헤이스팅스의 탄핵을 주도한 것은 영국 입헌군주제의 정치 전통을 건강하게 계승하기 위해서였다. 1790년에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을 써서 프랑스혁명을 비판했다. 1791년 토마스 페인은 그에 대한 반론으로 『인권』을 썼고, 이로써 근대 보수-진보 논쟁의 원형이 된 논쟁이 시작되었다. 버크는 토마스 페인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인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를 써서 ‘전통을 지킨’ 영국의 명예혁명을 근거로 프랑스혁명이 ‘전통을 버린’ 것을 비판하였다. 이로써 버크는 근대 보수주의 사상을 대변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사상가가 되었다. 1794년 헤이스팅스 탄핵이 실패하자 하원의원직에서 사퇴하였다. 1795년 자신의 국가 경제학이라 할 경제정책 제안서인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을 썼다. 1797년에 별세하였다.
– 역자: 정홍섭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교수이다. 저서로 『채만식 문학과 풍자의 정신』, 『소설의 현실 비평의 논리 』, 『영어공부와 함께한 삶의 지혜를 찾는 글쓰기』, 편저로 『채만식 선집』, 『치숙』, 『원본비평정본 탁류』, 역서로 『코페르니쿠스: 투쟁과 승리의 별』, 『상상력과 인지학』, 『파르치팔과 성배 찾기』, 『생각을 확장하다』, 『신성한 씨앗』, 『감의 빛깔들』,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의 사회주의론』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그 권력을, 불운하게도 저다지도 사악한 당파가 이 나라에서 소유하게 된다면, 영국 국민이 얼마나 많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를 그들이 알게 해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든 잘못된 일입니까? 만일 가능하다면 저들이 피를 흘리는 것을 막는 것이 비인간적인 것이고 우리 자신의 유혈이 없도록 경계하는 것이 경솔한 일입니까? 그의 형제 의원들이 고의로 찬성할 리는 만무한 유형의 행위에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동조하지 말라고 정중하고도 우호적으로 그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당의 모든 공정한 원칙 또는 모든 상원 의원에 대한, 모두가 아는 우정의 의무 어떤 것에든 어긋나는 일입니까? (21쪽)
이 모든 광범위한 이해관계들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고, 비교되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조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에 봉사하는 의원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자유로운 헌정 체제라는 기관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치 있는 만큼 복잡하고 섬세한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대하고 유구한 군주제 속의 의원들입니다. 또한 우리는 군주의 실제 합법적 권리를 경건히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제국과 우리의 헌정 체제라는 고귀하고 잘 지어진 아치를 단단히 묶어주는 쐐기돌이기 때문입니다. 균형 잡힌 권력 관계로 이루어진 헌정 체제가 언제나 긴요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로 저는 헌정 체제의 그 부분에 관해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언급하고자 합니다. (61쪽)
한 나라 안에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낳는 어떤 사물의 구조를 일단 부여하면, 덕과 명예가 더 높은(virtute et honore majores) 사람들보다 머릿수가 더 많은(numero plures) 사람들의 이익이 아닌 판단력을, 자연과 이성이 자기 이익을 위해 뒤로 돌리는 원리가 자연과 이성에는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 다수는 (프랑스의 경우가 아닌 어떤 나라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항상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려의 대상 전체는 아닙니다. ‘신사들이 내게 갈채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satis est equitem mihi plaudere)’는 것은 연극보다 실제에서 더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습니다. (176-177쪽)
소비와 생산의 균형이 가격을 만든다. 시장이 가격을 정착시키고, 오직 시장만이 그 가격을 정착시킬 수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할 때, 시장은 이 양자가 만나서 협의하는 곳이다. 시장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깊이 관찰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필요한 것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는 사실과 정확성과 신속함과 일반적 공정성에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균형을 파괴하고 싶어 하고, 자의적 규제 법령에 의해 결함이 있는 생산품은 높은 가격으로 보상받지 못하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생산품 자체라는 뿌리에 곧장 도끼를 들이댄다. 그들은 심지어 그러한 잘못된 정책을 시행한 지 일 년 만에 헤아릴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281쪽)
보수주의의 원조 에드먼드 버크는 정작 보수 또는 보수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영국의 보수당도 버크 사후에 만들어진 당이다). 이것은 프랑스혁명의 파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보수해야 할 영국 정치의 전통을 그가 자명한 가치로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라는 개념이 자명하지 않은 것처럼, 유구한 세월을 거치며 아무런 역사의 우여곡절 없이 자명한 것으로 인정된 보수의 가치는 없다. 예컨대 버크는 영국 헌정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영국의 군주제를 역설하고, 그 군주제의 가치를 확인한 역사적 사건으로서, 왕족을 능멸한 프랑스혁명과 대조하며 자국의 명예혁명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약 140년 전, 영국은 청교도혁명의 와중인 1649년에 찰스 1세라는 자국 왕을 처형한 역사를 이미 가진 나라였다. “왕이 혁명 프로그램의 결과로 참수된 일은 세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48 요컨대 버크는 프랑스혁명이 던진 충격에 대응하면서 보수해야 할 자국의 진정한 전통에 관해 깊이 사유하게 되었고, 이것이 근대 보수주의론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344쪽)
○ 출판사 서평
에드먼드 버크에게 보수주의란 이런 것이다. 인간은 신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종교(교회)가 인간의 삶의 질서를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 국가의 형성 과정에도 신의 뜻이 들어 있다는 것, 왕과 귀족과 신사 계급으로 권력이 구성된 영국의 입헌군주제가 바로 신의 뜻에 따른 가장 모범적인 헌정 체제라는 것, 이 헌정 체제는 오랜 역사적 전통과 관습과 계약에 의해 정착되었다는 것, 인간의 본질적 한계를 알고 신의 섭리에 따라야 하며 오랜 전통과 관습을 지키면서 필요한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해야 하기에 겸손과 신중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그리고 겸손과 신중함이 몸에 배어 나타나는 인식 능력이 ‘선입견’2이라는 것), 따라서 프랑스혁명처럼 폭력과 파괴를 수반하는 모든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중도와 중용을 추구한다는 것, 민주주의는 무차별적 평등을 추구하여 다양성(=차별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은(!) 위험한 이념이라는 것.
버크의 저작 중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만 번역·소개되었고 나머지 두 편은 번역되지 않았었다.
그 두 편을 한 권으로 묶어 번역했다. 「신 휘그가 구 휘그에 올리는 호소」가 정치적 주제를 다루었다면 「궁핍에 관한 소견과 세부 고찰」은 경제 현안에 집중한다. 따라서 이 두 저작을 함께 읽음으로써 에드먼드 버크 보수주의론의 정수에 접근할 수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