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 세계 혁명가 25인의 최후진술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저 / 이매진 / 2006.7.30
이 책의 목적은 지난 2세기에 걸쳐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정치재판 기록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또 이 책에서는 각 사건들의 법률적 측면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지니는 정치적 측면이다.
이 책은 혁명투쟁의 모든 가능성이 반영된 정치교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모범적이며 추상적인 혁명이론을 제시하고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혁명투쟁에서 나타나는 ‘정확’하고 역사적인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책에서 합법적인 개혁주의를 배척했지만, 어떤 교조주의적인 편협함에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는 과격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폭동선동가, 민족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볼셰비키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 자료가 허용하는 한 제3세계의 해방운동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데, 거기에서 우리는 혁명이 항상 맑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식민지에서 혁명은 특히 종교문제와 민족문제가 중요한 동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는 여러 혁명들의 공통점뿐만 아니라 차이점도 알 수 있게 된다. ― 저자 후기 중에서
○ 목차
최초의 공산주의자 그라쿠스 바뵈프 프랑스, 1797
살인자로서의 순교자 냇 터너 미국, 1831
혁명의 연금술사 루이 오귀스트 블랑키 프랑스, 1832
혁명 선언자 칼 맑스 독일, 1849
제도보다 인간을 신뢰한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 러시아/독일, 1850
파리코뮌의 보헤미안 샤를 테오필 페레 프랑스, 1871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선구자 빌헬름 립크네히트 독일, 1872
무정부주의의 아버지 표트르 크로포트킨 러시아/프랑스, 1883
미국 노동운동의 신화 어거스트 스파이스 미국, 1886
메스를 쥔 혁명가 베라 피그네르 러시아, 1884
평화주의 테러리스트 알렉산드르 울랴노프 러시아, 1887
붉은 기를 든 무정부주의자 르베이예 프랑스, 1891
냉소적 혁명가 알렉산드르 파르부스-헬판트 러시아, 1906
위대한 예술가라는 이름의 혁명가 트로츠키 러시아, 1906
독일 공산당의 어머니 로자 룩셈부르크 독일, 1914
삼일천하 소비에트의 지도자 오이겐 레비네 독일, 1919
책을 믿지 않는 고집 센 좌파 아마데오 보르디가 이탈리아, 1923
인도네시아 독립의 주역 모하마드 하타 인도네시아/네덜란드, 1928
약관의 반파시스트 게오르기 디미트로프 불가리아/독일, 1933
쿠바혁명의 화신 피델 카스트로 쿠바, 1953
맑스주의에 얽매이지 않은 맑스주의자 코스로 루즈베흐 이란, 1958
반인종차별의 변호인 아브람 피셔 남아프리카, 1966
게바라의 눈을 가진 정치이론가 레지 드브레 프랑스/볼리비아, 1967
동유럽 혁명의 선구자들 야첵 쿠론과 카롤 모젤레프스키 폴란드, 1965
후기
○ 저자소개 : 한스 마그누스 엔체스베르거
1929년 11월 독일 카우프보이렌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은 뮌헨에 살고 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엔첸스베르거는 정치문화비평, 문학비평, 철학, 번역, 희곡, 영화, 라디오 드라마, 오페라, 르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몇 권의 소설과 아이들을 위한 책들을 펴냈다. 그의 에세이들과 정치분석들, 특히 제3세계에 관한 정치담론들은 그를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문학계 인사로 꼽히게 만들었다. 1978년작 사회비평 <가라앉는 타이타닉>이 가장 대표작으로 꼽힌다.
저서로는 <늑대들의 변명>, <모국어> 등의 시집과 <각각의 것들>, <정치와 범죄> 등의 평론집, <하바나의 심문>, <무정부의 짧은 여름>, <정치 단상> 등이 있다. 1961년 처음 쓴 동요 모음집 <알러라이라우> 를 통해 아동문학가로서의 명성을 굳히게 되었으며, 어린이를 위해 쓴 책으로 <수학귀신>과 <로베르트 너 어디 있었니> 등이 있다.
– 역자 : 김준서
연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 출판사 서평
- 혁명적 반론들, 역사적 이름들
체 게바라가 팬시상품이 되고 맑스가 털보분식점 간판에 내걸린 지금을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는 트로츠키, 칼 맑스, 로자 룩셈부르크, 어거스트 스파이스, 피델 카스트로 등 격동의 시대에 혁명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혁명가 25인의 법정 최후진술과 변론을 담은 책이다.
- 최후진술과 변론을 통해 부르주아 법치국가의 허구성을 고발한다
지난 세기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혁명가들에 대한 재판은 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행해졌다. 리용의 섬유노동자봉기에서 파리코뮌 붕괴에 이르기까지, 시카고의 메이데이에서 페테르부르크의 피의 일요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재판은 순식간에 대량학살과 살육으로 바뀌었다. 정치적 형사재판은 부르주아 법질서의 산물이었으며, 이 책은 이러한 부르주아 법치국가의 허구성을 고발하고 있다. 혁명가들은 변칙적인 재판으로 범죄자가 되어 곤경에 빠지지만, 그들을 처벌하는 판결은 지배세력이 혁명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자행하는, 정의와는 무관한 일종의 정치적 보복행위였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최후의 심판은 역사가 내릴 것이다. 혁명가들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될 것인가.
- 혁명투쟁의 모든 가능성이 반영된 정치교본
각각의 혁명가의 변론 뒤에는 엮은이의 해설이 달려있다. 엔첸스베르거는 혁명가들의 삶과 재판이 있게 된 배경정보를 알려준 뒤 그들에 대해 엄중하고 날선 평가를 내린다. 그가 혁명가들의 법정진술을 모으고 그 진술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내리며 이뤄내려 했던 것은 혁명투쟁의 모든 가능성이 반영된 한 권의 정제된 정치교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맑스주의뿐 아니라 무정부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족주의, 볼셰비키 등 다양한 진영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고, 엔첸스베르거는 이들의 진술과 그 바탕이 되는 이념, 그들의 행적에 대해 교조적이거나 편협하지 않으면서도 예리한 평가를 하고 있다.
- 지금·여기에서 억압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1989년에 국내에 같은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원전에서 12명만을 추려 엮어낸 선집이었다. 이번에 새로 발간되는 판본은 독일어판 원전에 실린 25명의 진술을 모두 실은 완역본으로, 맑스주의에 경도되고 제3세계의 상황에 인색했던 기존의 번역과 편집을 털어내어 세계 곳곳의 다양한 혁명적 흐름과 이 진보적 목소리에 대한 엮은이의 평가가 제대로 드러나도록 했다.
누군가는 지난 세기(바뵈프의 진술은 1797년에 행해진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세기에 걸쳐 있기는 하다)의 법정진술들을 모아 책으로 내는 것을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 지나치게 낭만적인 일이며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명가들은 법의 존엄성과 잃어버린 정당한 삶의 가능성, 다시 말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들이 말하는 진실과 정의는 지금·여기에서도 여전히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엔첸스베르거는 이렇게 말한다.
“혁명가들은 우선 자신이 아니라 항상 억압당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앞장섰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혁명가들의 진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