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연애론
스탕달 / 홍신문화사 / 1990.11.1
저자 스탕달의 실제로 사랑했던 여인 마틸다와의 사랑경험담을 기초로해서 쓰여진 것이다.
연애론은 이런 ‘한손을 암벽에 대면서 걷는 벼랑길’과 같은 괴로운 연애를 하면서 머리가 맑을 때 두서 없이 쓴 단편들로 구성된다.
○ 목차
- 제1부
- 제2부
- 단장
- 보유
- 추가
○ 저자소개 : 스탕달 (Stendhal, 마리 앙리 벨; Marie Henri Beyle)
발자크와 함께 프랑스 근대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탕달은 1783년 프랑스 그르노블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신과는 성향이 매우 달랐던 가족과의 불화 속에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소설 외에 문예평론 · 여행기 · 평전을 남겼다. 문필활동 말고는 나폴레옹시기에 군인 · 군무원을, 7월혁명 이후에 외교관을 지낸다.
1800년 용기병 소위로 임관받아 이탈리아로 떠난 이후 스탕달은 나폴레옹 제정의 관료로서 몇 차례의 승진과 함께 출셋길에 오르고 나폴레옹 원정군을 따라 알프스를 넘지만, 1814년 나폴레옹 몰락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면서 본격적인 문필생활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이탈리아 회화사』, 『아르망스』 등을 집필했다. 1819년 메칠드와 생애 최고의 연애를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경험은 뒷날에 평론 『연애론』(1822)을 탄생시킨다. 1821년 파리로 돌아와 문필활동을 계속하며 1825년 『라신과 셰익스피어』를 발표하여 낭만주의운동의 대변자가 된다.
첫 소설 『아르망스』(1827)는 성적 불능자를 주인공으로 한 특수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7월혁명 이후 대표작 『적과 흑』(1830)을 출간하며 처음으로 ‘스탕달’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그 밖에 미완성 장편소설 『뤼시앙 뢰방』, 『라미엘』, 사후에 ‘이탈리아 연대기’로 간행되는 『카스트로의 수녀원장』 등 중·단편들을 모은 『한 만유자의 메모』(1838)를 발표한다. ‘이탈리아 연대기’의 연장인 『파르마의 수도원』(1839)은 그의 생애를 매듭짓는 걸작이 된다.
이처럼 발상과 기법의 참신함 때문에 작가 생전에는 많은 이해를 얻지 못하지만, 죽은 뒤 스탕달의 작품은 점점 많은 독자를 얻어 세계적인 명작으로 발돋움한다. 스탕달은 1842년 파리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유해는 몽마르트르 묘지에 안장되었다.
그가 일생 동안 쓴 작품은 전집으로 70여 권에 이르며 이것은 “잉크로 종이를 새까맣게 물들이는 것만이 가장 큰 쾌락”이라는 그의 말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 역자: 권오석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보를 졸업했고, 「신태양사」·「동서문화사」 편집위원을 역임헀다. 저서 및 역서로는 『세계사상전집』, 『세계문학전집』, 『이것이냐 저것이냐』, 『시지프의 신화』, 『C.G.융 심리학 해설』 외 다수가 있다.
○ 책 속으로
여자는 이지보다는 정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습관으로는 여자는 가정 안에서 아무런 사업에도 종사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성은 그녀들에게 있어 쓸모가 없다.’ 그녀들은 이성이 무엇인가에 도움이 된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그녀들에게 있어 이성은 언제나 해로운 것이다. 이성은 언제나 어제 즐거운 쾌락을 누렸다 하여 그녀들을 꾸짖든가, 내일은 그러한 시간을 갖지 말라고 명령하기 위해서밖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소유지 가운데 일부를 맡고 있는 소작인과의 교섭을 아내에게 맡겨보라. 장부정리에 관한 한 여러분들보다 휠씬 잘하리라는 것을 보증하겠다. — p.23
○ 출판사 서평
연애 비법이나 기술 등을 다룬 책 또는 컨텐츠 등은 오늘날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한때 화성과 금성간의 우주적인 연애역학이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주제와 특히 혈액형으로 대변되는 여러가지 이론들이 범람하고 있다. 주로 이러한 내용들을 필요로 하는 세대의 특성상, 이와 관련된 고전이나 본질적 접근을 다룬 텍스트는 정작 필요한 계층에는 읽혀지지 않는다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사랑에 관한 고전 등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렇게 많이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신속성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부족한 책읽기 풍토가 어쩌면 우리에게 잘못된 혹은 재미 위주의 정서만을 주어 ‘오독 (誤讀)’할 위험이 있을수있다는 염려가 든다. 스탕달은 ‘스탕달신드롬’으로 유명한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 섬세하고 날렵한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오스카 와일드처럼 극단적 탐미주의가 아닌 매우 기품있고, 귀족적 체신을 중시 여긴 느낌이 엿보인다. 스탕달 역시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고, 냉정한 현실에서 아픔을 보게 된다. 이 글은 스탕달이 산문 형식으로 쓴 글을 엮은 것으로 우리 내면속에 가장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의 기작과 시간/상황에 따른 변화에 대해 놀라운 이론들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요즘 나오는 연애비법서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시대가 큰 차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은 가이드 북이 아니라는 점과 어줍잖은 몇가지 테크닉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발생하는 상황과 감정 그리고 단계에 따른 또는 관계성에 대한 면밀한 과정적 검토는 이 작가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갖게 한다. 여기에 나오는 결정 (結晶) 작용이나 우뢰, 각종 문학작품들의 예시, 작가의 비유 등은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 해도 큰 재미를 부여한다. 더구나 우리가 느끼는 알지 못하고, 무엇일지 모르는 사랑의 모호한 감정과 관계적 변화에 대해 그 어떤 책보다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랑은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란 말을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마음의 언어를 따라 풀이해 나가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결정작용에 의한 관계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회용품 사용 설명서 같은 연애비법서들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을 달리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니체처럼 많은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어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는 너무나 어려우나 인간적 특질에 부합되는 사랑의 본질적 요소와 그 작용들을 매우 고혹적인 문체로 풀어나가는 스탕달의 저작은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탕달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과 어떻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고 발걸음을 내딘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 프랑스가 낳은 사랑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고전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제29권에서는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의 『연애론』을 살펴본다. 이 책의 원제는 ‘de i’amour’이다.
스탕달은 연애의 종류를 열정적인 연애, 취미적인 연애, 육체적인 연애, 허영적인 연애 등 네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 하나하나는 짧지만 매우 특징적인 표현으로 묘사되고 그것에 어울리는 실제적인 보기로 설명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속도감 있고 반짝이는 듯하며 명랑하고 비창적인 서술방식이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연애의 여러 가지 형태가 다른 나라들의 풍토, 교육, 풍속, 종교, 관습의 영향하에 흥미로운 진기한 방법으로 묘사된다.
스탕달은 이 책에서 ‘연애를 취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며, 프랑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떤 종류의 광기의 정확하고도 과학적인 기술이다’라고 그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집필 동기는 어디까지나 마틸드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다.
마틸드 (라고 그는 그 일기 등에서 불렀다)가 실제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가? 오늘날까지 스탕달 연구가의 견해에 따르면 그것은 부정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일생 동안 마틸드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로서, 1825년 그녀가 죽고서부터는 ‘다정하고 슬픈 망령처럼 언제나 나타나 착하고 바르며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그를 인도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스탕달은 『뤼시앙 루뱅』의 샤테레르 부인, 『파르므의 승원』의 클레리아 등에서 마틸드의 초상을 추구한다. 『연애론』은 이런 ‘한 손을 암벽에 대면서 걷는 벼랑길’과 같은 괴로운 연애를 하면서 ‘머리가 맑을 때’ 두서없이 쓴 단편들로 구성된다. 주요 부분은 1819년 12월 29일부터 1820년 6월 3일까지 비어졌던 것 같다 (제59장까지와 단장의 ‘실패’ 항목까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