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염상섭 문장 전집 1~3
염상섭 / 한기형, 이혜령 엮음 / 소명출판 / 2013.5.30
- 소설가 염상섭, 그의 ‘문장’을 주목하다
『만세전 (萬歲前)』, 『삼대 (三代)』, 「표본실의 청개구리」, 「두 파산 (破産)」 등 염상섭은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을 일관되게 추구해 온 소설가’로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공적을 새겼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소설이 아니다. 『염상섭 문장 전집』(소명출판, 2013)은 염상섭의 소설이 아닌 그의 ‘문장’에 주목한다. 다소 낯설지 모르는 ‘문장’이라는 용어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소설 이외의 다양한 성격의 글을 하나로 표현한 용어다. 이 책의 편자는 ‘염상섭의 소설 작품도 그렇지만, 특히 그의 적지 않은 ‘문장’들이 전모가 지금까지 채 드러나지 않았고, 따라서 충분한 독해의 대상이 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염상섭 ‘문장’ 정리 작업은 시작되었고, 올해 결실을 맺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문장’을 읽는 것은 20세기 한국인이 지녔던 지적 사유의 심부에 접근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독자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 『염상섭 문장 전집』 제1, 2, 3권
현재의 표기 방식을 준수하면서도 염상섭 언어 사용의 맛을 살린 책이다. 염상섭의 글들은 표면적 형식들과 무관하게 사유의 긴밀한 내적 소통 속에서 씌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안의 맥락에 대한 심각한 고뇌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상가로서의 염상섭을 만날 수 있다.
○ 목차
- 염상섭 문장 전집 1 (1918-1928)

책머리에
1918
부인의 각성이 남자보다 긴급한 소이所以
현상윤玄相允 씨에게 여與하여 「현시現時 조선청년과 가인불가인可人不可人을 표준」을 갱론更論함
비평, 애愛, 증오憎惡
1919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
격檄
조야의 제공에게 호소함朝野の諸公に訴ふ
삼광송三光頌
상아탑 형께 – 「정사丁巳의 작作」과 「이상적 결혼」을 보고
1920
머리의 개조와 생활의 개조 – 안방주인마님께
백악白岳 씨의 「자연의 자각」을 보고서
이중해방二重解放
자기학대에서 자기해방에 – 생활의 성찰
조선인을 상想함
조선 벗에게 정呈하는 서書
노동운동의 경향과 노동의 진의眞義
여余의 평자적評者的 가치를 논함에 답함
김 군께 한 말
법의法衣
상여想餘
폐허에 서서
1921
저수하樗樹下에서
정情의 오吳 군
월평月評 – 7월 문단
『오뇌의 무도』를 위하여
부득이하여
남궁벽南宮璧 군의 사死를 앞에 놓고
1922
개성과 예술
지상선地上善을 위하여
역자의 말 – 「사일간四日間」
여자 단발문제와 그에 관련하여 – 여자계女子界에 여與함
별의 아픔과 기타
이끼의 그림자
니가타현新潟縣 사건에 감鑑하여 이출노동자에 대한 응급책
민중극단의 공연을 보고
1923
문인회 조직에 관하여
자서自序 – 『견우화』
세 번이나 본 공진회
문단의 금년, 올해의 소설계
1924
고뇌의 갑자甲子를 맞자
필주筆誅
경과經過의 대략大略
동인기同人記
문인인상호기文人印象互記
「이년 후」와 「거치른 터」
돌상은 방方 선생님께서 – 나는 『천자문』 한자만
선후選後에
역자의 말 – 『남방南方의 처녀』
1925
계급문학시비론 – 작가로서는 무의미한 말
조선문단 합평회 제1회 – 2월 창작소설 총평
처녀작 회고담을 다시 쓸 때까지
최육당崔六堂 인상
먼저 가정을 정리하고
어떤 날
조선문단 합평회 제2회 – 3월 창작소설 총평
내 일
조선문단 합평회 제3회 – 4월 창작소설 총평
조선문단 합평회 제4회 – 5월 창작소설 총평
감상과 기대
『조선문단』 및 그 합평회와 나
조선문단 합평회 제5회 – 6월 창작소설 총평
하련荷蓮이나 구경하자
1926
계급문학을 논하여 소위 신경향파에 여與함
프롤레타리아문학에 대한 P씨의 언言
국화菊花와 앵화櫻花
6년 후의 동경에 와서
지는 꽃잎을 밟으며
잡지와 기고
1927
문단 침체의 원인과 그 대책
민족, 사회운동의 유심적 고찰 – 반동, 전통, 문학의 관계
문예와 생활
문단시평文壇時評
나에게 대한 반박에 답함
의문이 왜 있습니까
2월 문단시평
문예만담 – 4월 창작 월평
시조와 민요 – 문예만담에서
작금昨今의 무산문학無産文學
문예文藝 만비키萬引
배울 것은 기교 – 일본문단 잡관雜觀
정신적 승화가 남녀 풍기風氣의 취체取締일까
여름밤
병중病中의 도향稻香
작자의 말 – 『사랑과 죄』
추야단상秋夜斷想
민족 호패戶牌 – 『아시조선兒時朝鮮』을 읽고
1928
소설시대=사대사상
내게도 간신히 하나 있다
조선과 문예, 문예와 민중
세 가지 자랑
소설과 민중 – 「조선과 문예, 문예와 민중」의 속론續論
문예가의 사회성
들리는 대로 비치는 대로
답안
축사祝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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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상섭 문장 전집 2 (1929-1945)

책머리에
1929
현하現下 조선예술운동의 당면문제 – 강담講談의 완성과 문단적 의의
무엇이나 때가 있다
자미없는 이야기로만
소년 때 일 – 중소학생中小學生을 위하여
건전健全, 불건전不健全
빵과 나르키소스
독선과 위선
노쟁勞爭과 문학
망우亡友의 작품
작품의 명암
‘토구討究, 비판’ 3제題 – 무산문예ㆍ양식문제ㆍ기타
문학상의 집단의식과 개인의식
염상섭廉想涉 씨와 일문일답기一問一答記
이역異域에서 병들어
내가 좋아하는 1. 작품과 작가, 2. 영화와 배우
소설작법 강화講話
염상섭廉尙燮 씨 신혼가정 방문기
패성浿城의 봄
활자 장옷
소시지의 거리
축복
옛 터의 옛 사람
남궁벽 군이 갔을 길
명일明日의 길 – 다시 기계정복에
박람회 보고 보지 못한 기記
작자의 말 – 『광분狂奔』
소냐 예찬
‘학생문단’의 본의本意 – 투고 제군에게 촉망하는 바
아내! 애인! – 내 애인 공개 모募
해몽하여 주시오
1930
문단 10년
원탁회의 조선문예운동
과거 10년에 한 일, 장래 10년간에 할 일
4월의 창작단
문학과 미인
『만세전』과 그 여성
5월 창작 단평
천진天眞
『개벽』으로에
호평, 악평
이렇게 권하고 싶다
근작단평近作短評
최근 학예란의 경향
‘특종’의 양면
문단은
『조선어철자법강좌』 – 장지영 씨의 신저新著를 읽고
비둘기 네 넋을 위하여
작자의 말 – 『삼대三代』
1931
신춘문예 현상작품 선후감選後感 – 소설
신춘문예 현상작품 선후감選後感 – 시조, 동요, 기타
신춘문예 현상작품 선후감選後感 – 문자보급가, 한글기념가
기자생활과 문예가
불교와 문학
일문일답
도회생활과 빈곤과 전당
등하불명의 3월
5조건 전부 필요
현대인과 문학 – 「소설의 본질」의 서언緖言으로 비문단인을 위하여 씁니다
작자의 말 – 『무화과無花果』
기적과 신비와 현실
1932
각각 제 길을 밟을밖에
소위 ‘모델’ 문제
농촌으로 간다면
곡哭 최서해崔曙海
조선의 정치적 장래를 비관호悲觀乎ㆍ낙관호樂觀乎 – 반도의 현상과 금후 10년의 관측
1934
문예 연두어年頭語
작자의 말 – 『모란꽃 필 때』
문인과 묘지
서해曙海 3주기에
우보牛步와 새 생명
통속ㆍ대중ㆍ탐정
농촌청년의 독물讀物
철자법 시비 사견私見
역사소설시대
소설과 역사
성격
1935
조선의 문학을 위하여
위인과 여성애
실제로 본 한자
한자의 복잡성
의상의 색채
공상과 과장 – 『소설의 본질』 소고小考
횡설수설
염상섭廉尙燮 씨의 편지
문필생활 15년
식모
도향稻香의 묘비
한련旱蓮 꽃구경
모든 문학은 민족문학
주세酒稅
탁주론濁酒論
일 노동자의 이태리 – 에티오피아?관觀
소설은 무엇인가
원망은 사랑에서
루쉰魯迅의 말
예술은 길다
『예술론』과 『인생론』
조선의 연극
1936
금년에 하고 싶은 문학적 활동 기記
영어 우又는 에스페란토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보내고 싶은 우리 작품
작자의 말
언어는 제2차적
『불연속선』 작자로서
1939
깊이 없는 생활
1941
서序 – 『싹트는 대지』
1944
서序 – 『북원北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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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상섭 문장 전집 3 (1946-1962)

책머리에
1946
폭력행위를 절멸絶滅하자
노안老眼을 씻고
무위無爲의 일 년은 아니었다
1947
이건혁李健赫 편술編述 [돈과 물건?
부문별 위원회 설치와 실질적 이양
축사
김동리金東里 단편집 [무녀도?
가을의 소리
신문학운동의 회고와 전망-김동인, 염상섭 양 씨氏에게 문학을 듣는 좌담회
작자의 말-[효풍曉風?
1948
UN과 조선문제
문일평文一平 편저編著 [조선사화朝鮮史話?
3?1 전후와 문학운동
축사-비약을 기대
‘민족문학’이란 용어에 관련하여
사회성과 시대성 중시
마해송馬海松 저著 [편편상片片想?
‘자유주의자’의 문학
해방 후의 나의 작품메모
김영기金永基 저著 [조선미술사?
열탑냉어熱榻冷語
백철白鐵 저著 [조선신문학사조사朝鮮新文學思潮史?
나의 소설과 문학관
현 문단 창작평-질質의 문제
문단의 자유 분위기
가두만필街頭漫筆
부기附記
1949
정부에 대한 문화인의 건의-예술원, 저작권 등
지상紙上 좌담회-건국과 함께 자라나는 문화
나와 소설
불능매문위활不能賣文爲活
설문
우리말의 갈 길-표준어 사용과 인조어의 물시勿施
아까운 그의 조세早世
1950
나와 민족문학
민족문학 수립의 이념
문화교류와 평론에 힘쓰라-현現 문단에의 제언提言
작자의 말-[난류暖流?
남한문단의 신전기新轉機
물 가난
어느 날
나의 문학수련
1952
군인이 된 두 가지 감상
한국의 현대문학
작자의 말-[취우驟雨?
1953
작가와 분위기-정치소설이 나와도 좋을 때다
3?1운동과 신문학
‘원로’ 사퇴의 변辯
40년 문단 회고 좌담회
신진에게 바람-[조선일보?의 현상懸賞 단편 모집에 기寄한다
해제
1954
나와 [폐허]시대
3?1운동 당시의 회고
만세萬歲 전후의 우리 문단
나의 창작생활-가끔 공허를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초기 작품시대
소설과 현실-[미망인?을 쓰면서
남궁벽南宮壁 군
1955
연재소설의 금석今昔
소설 천후평薦後評
해방 10년의 걸음
작자의 말?[젊은 세대?
나와 자연주의
안경
문학소년시대의 회상
1956
미흡한 작품-자유문학상 수상작가의 소감
병중수상록病中受賞錄
10년이라는 세월
1957
불사춘不似春
횡보橫步의 변辯
문인의 한국언론관-비약을 약속하는 현상
문학의 생명
횡보 염상섭 씨의 종횡담縱橫談
우리 문학의 당면과제
김 의관議官 숙질叔侄
도悼 인간 최남선-그는 이 겨레와 함께 길이 숨 쉬고 있다
무제록無題錄
육당六堂과 나-현대사의 비극을 몸소 기술한 육당의 편모片貌
제야만언除夜漫言
1958
새해 문화계에 대한 요망要望-원자력, 한자, 외서번역 문제 등
복조리
신인다운 야심이 부족
어머님 회상
기미운동과 문학정신
머리를 깎고 기르고
짓밟힌 저작권-단체적인 권익옹호를 먼저
문학도 함께 늙는가?
씨족의식과 감투욕
소설과 인생-문학은 언제나 아름답고 젊어야 한다
자기완성 위해 새출발하자-건국 10주년 광복절 이날 아침에
독나방 제1호
별을 그리던 시절
비타협과 대중성-문학은 대중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1959
전기적轉機的 정리와 새 약동-눈살을 펴고 반가운 인사부터 나눌 수는 없는가? 새날 아침에……
새해의 첫 인사
작가생활 40년에 잊히지 않는 일 세 가지
여론의 단일화냐
민족정신의 통일이 급하다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혼란기에 있던 일
공부를 해야겠어!
술은 어디서 먹든지
허장許張과 자과자찬自誇自讚이 아닌 봉사의 문학-S지紙 인터뷰기사와도 관련하여서
1960
[폐허廢墟?
창간 당시 정치부 기자로
대도大道로 가는 길
학생들의 공은 컸다-사회적 면에서 살핀 4?19 위업
무료한 실직자
답보와 진일보
일요방문-염상섭廉想涉
서로 듣고 이해하고
덜 삭은 민족감정-고사카小坂 일본 외무성이 한국을 다녀가고 나서
외부내빈外富內貧
머리말
1961
오자誤字 노이로제
빚은 성과 있이 쓰려나
이농離農을 막아야 한다
세 부인이 다녀간 뒤
전업유래기轉業由來記
승부
수주樹州 먼저 가다
나의 창작 여담餘談-사실주의에 대한 일언一言
고삽苦澁?난삽難澁?치밀緻密
혁명과 문인
독자성 가지도록
1962
만주에서-환희의 눈물 속에
횡보문단회상기橫步文壇回想記
부록
조선문단의 현재와 장래
혹은 맵실는지요
서序를 대신하여
‘백색白色’ 10년?‘철옹성’의 세제언歲除言
명가名家의 좌우명
김기진金基鎭 인상
나는 이 꽃을 사랑합니다
효두曉頭의 사변정가沙邊停駕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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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염상섭
189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횡보 (橫步)이다. 1920년 <폐허> 창간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21년 ‘개벽’에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다.
동아일보 기자, ‘동명’ 편집장, 조선일보 학예부장, 만선일보 주필 및 편집국장, 초대 서라벌예대 학장을 역임했다.
1954년 서울시문화상, 1956년 아시아 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이심>, <목단꽃 필 때>, <삼팔선>, <해방의 아들>, <만세전>, <백구>, <효풍>, <광분> 등이 있다.
- 엮음: 한기형
한기형은 1962년 충남 아산생 ,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 취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 엮음: 이혜령
이혜령은 1971년 서울생,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 취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 출판사 서평
- 소설가 염상섭, 그의 ‘문장’을 주목하다
『만세전(萬歲前)』, 『삼대(三代)』, 「표본실의 청개구리」, 「두 파산(破産)」 등 염상섭은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을 일관되게 추구해 온 소설가’로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공적을 새겼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소설이 아니다. 『염상섭 문장 전집』(소명출판, 2013)은 염상섭의 소설이 아닌 그의 ‘문장’에 주목한다. 다소 낯설지 모르는 ‘문장’이라는 용어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소설 이외의 다양한 성격의 글을 하나로 표현한 용어다. 이 책의 편자는 ‘염상섭의 소설 작품도 그렇지만, 특히 그의 적지 않은 ‘문장’들이 전모가 지금까지 채 드러나지 않았고, 따라서 충분한 독해의 대상이 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염상섭 ‘문장’ 정리 작업은 시작되었고, 올해 결실을 맺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문장’을 읽는 것은 20세기 한국인이 지녔던 지적 사유의 심부에 접근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독자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 사상가로서의 염상섭을 보다

사상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 혹은 그것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억압되었던 20세기 한국에서 염상섭은 문학이라는 대중언어를 통해 자기가 처한 시대의 곤혹에 대해 지속적인 사유와 해석을 시도했다. 그런 의미에서 염상섭의 문학은 사상의 형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인식은 시대의 주류들에 대한 불화와 비타협의 정신으로 표현되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불화했던 대상은 누구보다 반세기 가까이 한국을 점령했던 제국의 식민자들이었다. 그러나 염상섭은 단성적인 언어와 사고방식을 고집했던 일부 프롤레타리아 비평가들, 자신의 언어조차 갖지 못했던 우익 이데올로그들의 편협과 나태에 대해서도 신랄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비유컨대 근대 한국의 사상적 정황 속에서 염상섭은 상반되는 양쪽 모두를 비추는 야누스의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독선과 자기애의 포로들에 대한 가혹한 멸시야말로 염상섭이 지녔던 지성의 본질이었다. 나르시즘과 동물성에 대한 그의 명징한 자의식은 아직도 한국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치부의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염상섭은 불청객 취급을 받고 경원시되더라도 끊임없이 말을 거는 두터운 신경의 소유자였다. 그는 『만세전』의 이인화처럼 듣고자 하는 인내심이 출중했던 청자이기도 했다. 프롤레타리아 문학비평가들과 가장 열띤 논전을 벌인 문인이 염상섭이라는 사실은, 그가 절충주의자라거나 민족주의자라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사회주의와 사회주의 운동세력의 역사적 존재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음을 뜻한다. 그것은 사회주의를 잉태한 세계의 전체 안에 자신도 거하고 있다는 공통성의 감각에 기초해 있었다. 염상섭은 진정으로 응답하는 자였다.
세계공황 이후 맹위를 떨치던 프로문학이 침체에 빠져들고 이른바 ‘사상의 동요’가 확산되던 1934년 초 염상섭은 “조선에는 엄정한 의미로 ‘우익’은 없다. 자본주의가 발달 안 된 조선, 따라서 독자(獨自)의 자본주의적 문학이 생성치 못한 우리의 문학이란 것은 다분(多分)의 모방일지는 몰라도 완전한 부르주아 문학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예술지상주의에까지 올라가지도 못하였거니와 물론 파쇼화한 경향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에서 구태여 이름 짓자면 ‘중간파’와 ‘좌파’는 있어도 ‘우익’이라는 것은 좀 부당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언급은 그 자신에게 붙여진 부르주아 문학자니 하는 규정에 대한 유감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체성과 그것에 기반하여 생성되어야 할 삶과 사유의 공통성에 대한 환기였다. 하지만 반이성(反理性)의 배중률(排中律)이 지배했던 한반도 현대사에서 염상섭의 본뜻은 충분히 이해받지 못했다.

오사카 한국노동자 일동 대표 (「독립선언서」)로 3ㆍ1운동에 참여했던 염상섭은 1947년 임화와 김남천 등이 모두 월북한 즈음에서야, 즉 사상 통제가 가혹해진 8ㆍ15해방의 끝자락에서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가 자발적 의사로 가입했다는 사실은 1947년 11월 1일, 2일에 『중앙신문』에 실린 「조선문학을 어떻게 추진할까」라는 대담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김동인, 백철과 함께 한 『중앙신문』 좌담회에서 염상섭은 조선문학가동맹의 ‘정치주의’와 전조선문필가협회의 ‘순수성’이라는 양극단을 버린다면 ‘합류(合流)의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강조했다. 38선 이남에서의 정세가 좌우를 똑같이 저울질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한 것은 이념과 정국의 비대칭적 기울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필사적 기투였다. 염상섭의 해방기 문학 활동이 모두 그 낯설고 추상적이며 동시에 직접적이었던 38선에 대한 사유에 바쳐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염상섭은 민중주의적 가치를 신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더 삶의 고난과 고통, 운명의 아이러니, 역사적 질곡의 무게와 같은 인간들이 직면해 있는 한계상황에 예민했다.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은 서로의 삶을 자기 명분의 실현도구나 수단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염상섭의 문장은 놀랍도록 현재적이다.
『염상섭 문장 전집』은 현재의 표기 방식을 준수하면서도 염상섭 언어 사용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원문 텍스트를 존중하여, 그가 있던 시대의 문채(文彩)를 살려내었다. 또한 염상섭의 막내 따님 염희영 여사가 제공해준, 귀한 자료들로 채워진 화보는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구성요소다.
필자는 이 책을 엮으면서 비평이니, 평론이니, 정론이니, 수필이니 하는 꼬리표를 달아 대상 자료를 분류하기보다 그 모두를 통칭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또한 염상섭의 글들은 표면적 형식들과 무관하게 사유의 긴밀한 내적 소통 속에서 씌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대의 징후를 드러내고 사태의 전말을 끌어내는 염상섭의 심후한 문장들을 하나의 전체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염상섭 문장 전집』을 통해 사안의 맥락에 대한 심각한 고뇌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상가로서의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