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민음사 / 2008.9.1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가십거리를 쥔 기자의 주도면밀함과 인생의 암호를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함으로 비밀스러운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 작가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한 소설로, 1981년 발표되어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지에서 100만 부 이상 출간되어 중남미 출판계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산띠아고 나사르에게 순결을 빼앗긴 앙헬라 비까리오. 그녀의 쌍둥이 오빠들은 가족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비까리오 형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살인 장소와 시간, 동기까지 공공연히 알리지만 누구도 산띠아고 나사르에게는 그 사실을 말해 주지 않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범행 자체보다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불사하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서술하면서, 명예와 죽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우스워져도 상관없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명예와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마르케스의 잔혹극!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1982년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 마르케스가 1981년에 펴낸 작품이다.
마르케스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꼽은 이 소설은 그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바닷가의 작은 마을, 나사르에게 순결을 빼앗긴 앙헬라의 쌍둥이 오빠들은 가족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형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살인 장소와 시간, 동기까지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지만 누구도 나사르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마을은 명예와 복수, 폭력과 무관심, 거짓 증언과 오해로 얽힌 비극적 사건에 휩싸이는데…
이 소설은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후, 진실을 찾기 위한 회상으로 시작된다.
현실을 변장시키는 특유의 솜씨로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은 작가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하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바라본다.
그리고 범행 자체보다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목차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옮긴이의 글

○ 저자소개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ia Marquez, 별명 : Gabo)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이 황당할 정도로 뒤섞여 있지만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있게 드러내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대중적 인기,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아라카타카란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마르케스는 12남매 중 장남이었으며, 태어난 후 8년 간을 외조모부의 집에서 살았다. 1946년에 마르케스는 보고타 근처의 시파키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국립대학에서 잠깐 동안 법학을 공부했다. 그 후 1950~1965년까지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다. 보고타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기자로 유럽에 체재하였다. 그 후 멕시코에서 창작활동을 하였고, 쿠바혁명이 성공한 후, 쿠바로 가서 국영 통신사의 로마 · 파리 · 카라카스 · 아바나 · 뉴욕 특파원을 지내면서 작품을 썼다.
1955년, 카리브해에서 10일 간 표류한 콜롬비아인 선원의 고통스런 체험에 대해 기사를 쓰며 그가 콜롬비아 해군을 비판했기 때문에 신문사는 문을 닫게 되었고, 그는 파리에서의 외국 통신원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쿠바 혁명이 끝난 후 그는 쿠바 통신사인 ‘프렌사라티나’에 들어가 보고타, 뉴욕, 멕시코시티에서 일하는 한편, 광고 회사에도 다니고 영화 대본도 썼다.
마르케스가 결정적으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서였다고 한다. 그 소설을 읽고 마르케스는 이런 일들도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 데, 그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라면 자신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고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법학 공부를 때려치우고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한다.
당시 그가 좋아했던 작가들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스탕달, 발자크와 같은 리얼리즘 작가들이었다. 마르케스의 청년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카탈란의 현자’로 묘사되기도 했던 학자 라몬 비녜스였다. 이 문학적 스승이 주재하는 소모임에서 그는 현대적인 작가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존 스타인 벡, 테어도어 드라이저, 윌리엄 포크너와 같은 영미작가들이었다.
마르케스의 주제와 본질적 기교는 그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과정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케스는 기괴한 것을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주의와 결합시키는 자신의 서술 방식과 지역 신화 및 전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모두 외할머니 덕분으로 돌린다. 한편 외할아버지는 1890년대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가했던 인물로서 외손자인 마르케스가 위대한 등장 인물을 창조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며 또한 그를 콜롬비아의 세르반테스 (Cervantes)라고 일컫게 한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 (Macondo)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하여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기의 콜롬비아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마르케스는 금세기 최대의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서 중남미의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신화적인 수법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현대의 중남미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혈육들의 모습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1981년에는 ‘신고된 사망자 연대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1982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 이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95년 ‘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의 불어판을 파리에서 출간하였다. 1999년 림프암 진단을 받았고, 2014년 4월 17일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중·단편소설 「낙엽 : La hojarasca」(1955),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1961),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 Los funerales de la Mam Grande」(1962), 「암흑의 시대 : La mala hora」(1962) 등과 장편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 Cien a os de soledad』(1967), 『예고된 죽음 이야기 : Cr nica de una muerte anunciada』(1981) 등 다수가 있다.
– 역자 : 조구호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까로 이 꾸에르보 연구소와 하베리아나대학교에서 문학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와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에서 각각 포스트 닥(Post Doc.) 과정을 이수했다. 배제대 교수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백년의 고독’, ‘사랑의 모험’, ‘칠레의 모든 기록’, ‘항해지도’,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룰루의 사랑’, ‘터널’, ‘암피트리온’,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마르케스 자서전’, ‘과학의 나무’ 등이 있다.
○ 줄거리
카리브 해 근처 작은 마을에 외지 청년 바야르도 산 로만이 찾아와 앙헬라 비가리오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신혼집으로 가서 첫날밤을 보내는데 아내 앙헬라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바야르도는 그녀를 친정으로 보내 버린다. 앙헬라는 부자 청년 산띠아고 나사르에게 순결을 잃었다고 가족들에게 고백한다. 그녀의 쌍둥이 오빠 뻬드로와 빠블로는 가족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온 마을 사람들에게 그를 죽일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그 후 바야르도와 앙헬라는 각각 마을을 떠났고, 23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는 종결된다.
“친구들이 가르쳐 준 대로는 절대 하지 않았어. 생각하면 할수록 그 모든 게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되고, 운 나쁘게 나와 결혼하게 된 그 가엾은 남자에게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치사한 짓이라는 마음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은 그 두려움, 즉 세상사가 그녀에게 가르쳐 준 두려움을 모두 털어 버린 채 불이 환히 켜진 침실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벗어 버렸다. “아주 쉬운 일이었어. 죽기로 작정을 했으니까.” (116쪽)

○ 출판사 서평
– 노벨상 수상 작가 마르케스의 화려한 잔혹극, 마르케스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꼽은 소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분량은 짧지만 그 문학적 가치는 자타가 공인한 최고봉 수준이다. 그는 스스로 이 작품을 자신의 최고작이라 꼽았으며, 평단은 짧은 이야기 속에 문학적 가치를 밀도 있게 담아 낸 이 작품을 ‘작은 걸작’이라 극찬했다. 이 소설은 1981년 발표되어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지에서 100만 부 이상 출간되어 중남미 출판계에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가십거리를 쥔 기자의 주도면밀함과 인생의 암호를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함으로 비밀스러운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묘한 아름다움.
– 죽음에 대한 묵직한 화두 : 명예와 죽음, 우스워져도 괜찮은 것은 어느 쪽인가?
산띠아고 나사르에게 순결을 빼앗긴 앙헬라 비까리오. 그녀의 쌍둥이 오빠들은 가족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비까리오 형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살인 장소와 시간, 동기까지 공공연히 알리지만 누구도 산띠아고 나사르에게는 그 사실을 말해 주지 않는다. 명예와 복수, 폭력과 무관심, 거짓 증언과 오해로 얽히고설킨 비극적 사건으로 바닷가 작은 마을은 슬픔에 휩싸이고,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후 진실을 찾기 위한 회상이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범행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보다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명예를 훼손한 상대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폭력은 정당한가? 소설 속에서 어떤 이는 명예란 지체 없이, 주저 없이 복원되어야 하기에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위는 정당할 뿐 아니라 의무라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선뜻 제지하지 못한 것도 명예에 대한 이러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작가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불사하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서술하면서, 명예와 죽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우스워져도 상관없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무관심한 자, 모두 유죄 : 인간 소외에 대한 불우한 자화상
이 소설에서 끝내 밝혀지지 않은 궁금증은 왜 사람들은 그 살인을 막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 범죄 행위를 양심에 따른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명예는 기다리지 않는 법이니 그 살인을 백분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리의 대부분은 살인 사건이 그저 놀라울 뿐 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마을 사람들은 가면을 쓴 피에로처럼 살인 현장 주변을 맴돈다. 하지만 살인 사건 후의 시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애잔하다. 끔찍한 살인 사건 후, 나만 그러지 않았다는 집단적 광기 뒤로 꽁무니를 빼거나, 모든 것이 어찌할 수 없는 계시였다는 숙명주의의 그림자 속에 숨어 버린 사람들. 그들은 이내 방조자의 혐의를 스스로 지울 수 없어 시름시름 앓고, 병이 들고, 죽어 간다.
텔레비전을 보는 일과 창문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별다르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 내 일이 아니면 일단 지켜보고만 있는 일이 죄스럽지 않은 시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시대를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사건 후 27년이 지나서야 산띠아고 나사르가 도대체 왜 죽어야 했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꼭 파헤치고 싶었던 화자처럼 우리도 이제는 답이 필요한지 모른다.

– 세계를 변장하는 마술사 : 실재인 듯 환영인 듯 펼쳐지는 이야기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현실을 마술처럼 변장하는 재주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어느 특이한 죽음의 사건 위에 이야기 한 편을 꽃피웠다. 한 여자를 첫날밤 쫓겨나게 한 범인이라는 이유로 미남 의대생이 살해당하고,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사건을 이야기로 쓰고 싶은 욕망에 밤낮으로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 일어난 일이기에 두말할 나위 없는 ‘현실’에서 이야기의 몸체가 자라 나오는 것을 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취한 듯한 상태로 몰아간 화려한 마을 축제, 바닷가 작은 마을을 기대로 가득 차게 한 주교의 방문. 작가는 이러한 배경들 속에 처참한 비극이 희극적으로 펑 터져 아이러니하게 끝나 버리도록 했다. 분주한 들끓음 속에 마을 사람들은 작가 자신이 조종하는 피에로처럼 다가오는 살인에 대한 감각을 잃어 간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하면서도 사실성에서는 달아나는 맛이 있다. 실화보다 더 드라마 같은 소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시공간은 흔들림이 없다.
이 소설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하게 사용된 소설적 장치는 사건을 취재해 가는 수사 형식이다. 이 소설에 대한 각별한 애착으로 ‘마르케스’라는 이름의 화자로 직접 분한 작가는 기자 생활을 한 이력답게 놀라운 취재력을 보여 준다. 작품 속 화자는 27년 전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복구하기 위해 과거의 마을로 다시 찾아가 사람들의 다양한 증언과 증거로 삼을 만한 정황들을 모은다. 증인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을 파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화자는 이야기가 자신만의 몫이 되지 않게 하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사건 자체의 극적인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작품에서 화자는 기자처럼 사건을 좇지만 그 결과물은 너무나 소설답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어머니의 의지는 몇 초 상간에 산띠아고 나사르를 문밖에서 피신해 들어갈 수 없는 딱한 처지로 만들어 버린 치명적 실수가 되어 버렸다. 우연히 벌어지는 예고된 살인을 위한 필연의 사건들. 그것들이 완벽하게 꿰맞추어진 궤도는 거대한 운명으로 치닫는 호기심의 연결 고리가 되어 작품의 긴장감을 높인다.
○ 추천평
매우 낯설지만 번뜩이는 발상 _ 뉴욕 타임스
작가 특유의 혜안으로 꿰뚫은 집단 무의식의 불우한 자화상 _ 워싱턴 포스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어떤 작품보다 사랑스럽고 진실한, 잊히지 않을 작품 _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폭발력 있는 메시지. 명예를 위한 살인은 정당한가? _ 타임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