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요재지이 제1~6 전권
포송령 / 민음사 / 2002.1.1
- 중국 8대기서의 하나로 온갖 귀신과 사물의 정령이 펼치는 무한한 동양적 상상력의 세계를 담은 포송령의 요재지이 완역본
더없이 기이한 소재와 현란한 문체 속에서도 인간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통찰력이 녹아있어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 갖가지 예술 장르 속에 응용되고 재생되어 (영화 천년유혼의 원작도 요재지이 중 한 이야기다)왔다.
환상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숱한 기기괴괴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저자의 시선은 언제나 인간에 머물러, 사람사는 도리를 엄숙한 설교가 아닌 해학을 통해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 목차
– 요재지이 1
포송령 자서 1. 고성황(考城隍) – 성황신 시험 2. 동인어(瞳人語) – 눈동자 속의 난쟁이 3. 화벽(畵壁) – 벽화 속의 미인 4. 종리(種梨) – 배나무를 심는 도사 5. 노산 도사(勞山道士) (…) 50. 향옥(香玉) 51. 대남(大男) – 착한 첩과 그 아들 52. 석청허(石淸虛) 53. 증우우(曾友于) 형제 싸움 주 해제, 포송령과 <오재지이> 옮기고 나서
– 요재지이 2
- 가평공자 2. 묘생 : 호랑이가 된 사내 3. 저매역가 : 뒤바뀐 신부 4. 번승 : 외국 승려 5. 이사갑 : 저승에서 내린 벌 6. 보주 : 용사 보주 7. 수재 : 물난리 8. 제성모갑 : 웃다 죽은 남자 9. 희액 : 장난이었는데… 10. 아섬 : 생쥐 며느리 11. 서운 : 명기 서운 12. 용비 상공 13. 산호 : 효부 14. 오통 : 오통 15. 우 : 오통 16. 신씨 : 좀도둑 17. 항낭 : 애정 심리학 18. 갈건 : 모란꽃 19. 황영 : 국화 남매 20. 서치 : 책벌레 21. 제천대성 22. 청와신 : 청개구리신 23. 우 : 청개구리신 24. 만하 용궁염사 25. 백추련 시인 백상어 26. 김 화상27. 개승 : 어떤 탁발승28. 칩룡 : 잠자는 용 29. 소계 : 여우의 상투 30. 곽생 : 아무리 농담이지만…
– 요재지이 3
- 전칠랑 : 사나이 의리 2. 나찰해시 3. 공손구낭 4. 호련 : 여우의 대련 5. 편편 : 구름 옷짓는 선녀 6. 촉직 : 귀뚜라미 싸움 7. 향고 : 복수의 집념 8. 합이 : 비둘기 애호가 9. 강성 : 악처 10. 팔대왕 : 자라대왕 11. 소구낭 : 첩살이 12. 공선 : 소맷자락 안의 세상 13. 매녀 : 이승과 저승 사이 14. 곽 수재 : 어깨 밟 기 15. 아영 : 앵무새의 보은 16. 우성장 : 부정 17. 청아 : 신기한 호미 18. 아두 : 기생이 된 여우 19. 여덕 : 용궁의 물독 20. 봉삼낭 : 규방 동무 21. 호몽 : 꿈 속의 여우 22. 장앋단 : 귀신의 죽음 23. 화고자 : 향기로운 연인 24. 서호주 25. 오추월 : 아버지의 예언 26. 연화공주 27. 녹의녀 28. 하화 삼낭자 29. 김생색 : 망자의 복수 30. 팽해추 : 신선의 뱃놀이 …

– 요재지이 4
- 종생 : 효성의 보답 2. 천궁 : 천상의 여인 3. 원옥 : 고문의 진실 4. 유 부인 5. 신녀 : 신의 딸 6. 상군 : 저승에서 데려온 첩 7. 나조 : 나조의 출가 8. 귤수 :감귤나무의 사랑 9. 목조 미인 10. 김영년 : 팔순에 본 자식 11. 효자 12. 사자13. 재동령 : 재동 현령 14. 가봉치 : 신선세계에 다녀온 동안…. 15. 삼생 : 삼 대에 걸친 악연 16. 장정 : 장인과 사위가 앙숙인 이유 17. 석방평 : 저승도 무전유죄?! 18. 소추 : 아름다운 우애 19. 교녀 : 못생긴 여인 20. 마개보 : 머저리 공처가 21. 운취선 : 배은의 말로22. 안씨 : 여자도 출세할 수 있다! 23. 소사 : 귀신 글방24. 혜방 :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 25. 소칠 : 소씨 자매 26. 고생 : 눈 감으면 딴 세상이… 27. 주극창 : 귀신이 대신 해줬어! 28. 파양신 : 파양호의 신 29. 전류 : 동전으로 이루어진 냇물 30. 양파안:흉터 난 여우 …
– 요재지이 5
- 설위낭 : 귀신의 중매2. 전자성 : 주사위 놀이 3. 왕계암 : 꿈길로 찾아간 사랑… 14. 기생 : 굼길로 찾아간 사랑 25. 저수량 :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6. 공손하 거들먹대더라니… 7. 인침 : 외로운 여인들 8. 환후 : 장비의 말 9. 분접 : 신선과 거문고 10. 금슬 : 귀양 온 선녀 11. 방문숙 : 씨받이 귀신 12. 환사 : 뱀탕 끓이는 절13. 광생 : 사또의 술동무 14. 손필진 : 천벌받는 사람15. 장불량 : \’불량\’의 의미 16. 홍모전 : 화랑인의 담요 17. 부시 : 목 따로 몸통 따로18. 국악여 : 날아간 지팡이 19. 도호 : 도둑놈 호적 20. 투도 : 복숭아 도둑질 21. 구기 : 목소리 명인 22. 왕란 : 귀자여로 23. 해 공자 : 고석도의 전설 24. 정전계 : 손님 대접도 잘 하면… 25. 의서 : 뱀과 싸운 생쥐 26. 시변 : 강시와의 숨바꼭질 27. 분수 : 물 뿜는 노파 28. 산소:산도깨비 29. 교중과 : 메밀밭의 괴물 30. 왕육량 : 고기잡이의 신 …
– 요재지이 6
- 기귀 : 바둑귀신 2. 두곤 : 떼굴떼굴 3. 과보 : 인과응보 4. 용육 : 용고기 5. 염앙 6. 무효렴 : 배신자, 배신자여! 7. 염왕 : 염라대왕의 경고 8. 포객 : 포목상 9. 농인 : 농부와 여우 10. 정치 여자 : 소녀와 도시 11. 토우 : 흙인형 서방님 12. 여씨 : 좋다가 말았네! 13. 유씨자 : 아들로 태어난 빚쟁이 14. 상선 15. 후정산 : 원숭이 신선 16. 곽생 : 여우 선생님 17. 소사매 : 전생의 기억 18. 소임치 : 악처 다스리기 19. 염라홍 : 염라의 죽음 20. 전도인 : 꼴불견 망신 주기 21. 귀령 : 귀신의 주령 22. 염라연 : 염라의 잔치 23. 화마 : 족자에 그린 말이… 24. 방접 : 나비 날리는 원님 25. 귀처 : 귀신 아내 26. 의술 : 엉터리 명의 27. 하설 : 여름에 내린 눈 28. 하선 : 예언의 신 29. 노령 : 악령 수령 30. 하간생 : 술 훔치는 여우 …

○ 저자소개 : 포송령 (蒲松齡, 1640 ~ 1715)
저자 포송령 (蒲松齡, 1640 ~ 1715)은 명말 청초의 역사적 격변기를 보낸 인물로 산동 지방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되던 해에 처음으로 동자시 (童子試)를 치러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붓끝에 신기가 어리고 글에서는 기이한 향내가 난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당시는 팔고문 (八股文)만이 문학의 정통이고 시는 마도 (魔道)로 간주되던 시절이었지만 포송령은 시에 대한 조예도 상당히 깊어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붙들고 시상을 읊조리는 모임을 갖곤 하였다.
서른한 살 나던 해에는 고향을 떠나 막객으로 생활을 하며 회수 (淮水) 등지를 떠돌면서 민초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로는 훈장 노릇을 하며 경사 (經史)나 철학, 문학뿐만 아니라 천문, 농상 (農桑), 의약에 관한 책들까지 두루 섭렵했다.
향년 일흔다섯에 세상을 하직했으며, 저작으로는 요재지이 외에 요재문집, 요재시집, 농상경, 약수서 (藥書) 등이 있다.
– 역자: 김혜경
역자 김혜경(金惠經)은 1962년 대전 출생에서 출생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교 국문연구소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있었으며, 현재 한밭대학교 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출판사 서평
중국 문학사의 대작,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가 민음사에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에서는 명대에 출간된 사대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에 다시 청대의 요재지이, 유림외사(儒林外史), 홍루몽(紅樓夢), 금고기관(今古奇觀)을 합쳐 팔대기서(八大奇書)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 요재지이는 약 500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유일한 단편소설집으로, 중국인의 구어인 백화(白話)가 아니라 전통적인 문어체인 고문으로 씌어진 문언단편소설의 최고의 경지에 있는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요재는 저자인 포송령의 서재 이름으로 책의 제목을 풀이하면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온갖 귀신과 여우, 사물의 정령들이 출현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저자인 포송령은 필생의 정력으로 대작을 완성시킨 중국 문학사의 거인으로 칭송된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요재지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화나 TV 드라마, 동화, 회화, 만화, 소설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에서 끊임없이 응용되고 재생되어 왔다. 왕조현과 장국영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 (1권에 수록, 원작 섭소천)을 비롯하여 칸 영화제 고등기술대상을 받은 바 있는 킹 후 감독의 협녀 (1권에 수록, 같은 제목)도 그 저본은 이 책 안에 있다.
또한 모택동 같은 인물도 틈만 나면 이 책의 원전을 탐독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책은 중국 문학의 보배일 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문학의 위대한 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쓰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도 만년에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 현실을 향해 토로한 고독과 울분
포송령은 명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태어나 청나라 초기 병란과 재난이 잇따르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이 시기는 중국의 봉건 사회를 비판하는 새롭고 진보적인 사회문화 사상이 출현하면서 민본주의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던 때였다.
당시의 사대부들처럼 포송령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여 현실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패가 만연하던 당시의 과거 제도 하에서 그는 꿈을 펼칠 수가 없었다.
권세가에 아부하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던 그가 몰두할 대상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요재지이의 창작이었다.
포송령은 스스로를 ‘소광(疏狂)’하고 ‘광치(狂癡)’하다고 일컬으며,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세속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작품을 써나갔다.
포송령은 요재지이를 ‘고분지서(孤憤之書)’라고 불렀는데 그의 ‘고독과 울분[孤憤]’은 현실로 인해 일어난 것이면서 현실을 향해 발해진 것이었다.
즉 정의가 통하지 않는 당시 사회를 향한 통박이었다.
포송령은 젊은 시절부터 요재지이에 몰두하였는데, 강희 18년(1679) 처음으로 책의 면모가 갖추어져 자서를 쓰기도 하였다.
자서에도 썼듯이 그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즉시 붓을 휘둘러 기록해 두곤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이야기들 또한 더욱 풍성하게 쌓여나갔다.
이렇게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보충해 나갔으며, 마침내 엄청난 분량의 대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 현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이한 환상의 세계
포송령은 현실이 불만스러웠지만 그것을 바꿔보겠다는 이상을 실현시킬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그는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빌려 자신의 감정과 뜻을 기탁했고, 자신의 의지에 부합되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정신의 만족을 찾았다.
이리하여 현실에 기초하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세계가 창조될 수 있었다.
요재지이는 분량으로 미루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히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데, 당대의 사회상 및 가정 생활, 남녀간의 애정, 천상의 세계, 자연물들의 신기한 변화, 자연 재해 등등 온갖 사건과 현상들을 망라하고 있다.
궁중에서 귀뚜라미놀이를 즐겨 향리의 서민들이 받는 고통을 그린 촉직이라든가 과거 시험장의 폐단이 저승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신랄하게 파헤친 석방평, 고급 관료의 악덕을 그린 속황량 등의 작품에는 부패하고 혼란스런 당대 현실을 향한 작가의 울분이 고스란히 토로되어 있다.
남녀의 진실한 사랑을 묘사하여 봉건 예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안씨, 황영, 교나, 편편, 청봉 등의 작품에서 작가는 여성을 멸시하던 당대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고귀한 품성과 재능을 지닌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과감한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고 묘사한다.
귀신이나 여우가 사람과 다름없는 성품을 지니고 사람과 어우러지는 등 환상적인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본성을 긍정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한편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일화와 민담들은 그대로 당시의 야사가 되어 명말 청초 격변기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중요한 사료로 취급된다.
지금의 역사가들은 민초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서도 이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 정서적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상상력의 발현
요재지이는 중국 문학사에서 ‘발분하여 지은 글 [發憤著書]’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의 전통을 잇고 있다.
포송령은 자서에서 언급하고 있듯 굴원 (屈原)과 이하 (李賀)처럼 세속에 영합하여 수식을 가하지 않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쓴 글을 높이 평가하였는데, 요재지이 역시 그러한 작품의 하나이다.
또한 때때로 중국 사전 (史傳) 문학의 전통을 이어 ‘이사씨는 말한다 [異史氏曰]’라며 때론 논단하는 말투로, 때론 서정적인 언어로 명확하게 작가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로써 더욱 뚜렷하게 작품에 작가의 감정적 색채가 드러난다.
한편 포송령은 진의 지괴나 당의 전기 소설의 형식적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거기에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더해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냈다.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요재지이에는 고대의 문학 언어가 창조적으로 운용되어 있으면서도 당시의 방언이나 속어가 대량으로 삽입되어, 우아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언어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풍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환상 속의 인물이면서도 주변에 실재하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나 곳곳에 충만한 시적인 이미지 또한 작품에 예술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요재지이가 작가의 생존 당시 필사본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었으며, 시대를 초월하여 공전의 인기를 누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 원문을 바탕으로 10년에 걸쳐 세심하게 번역한 완역본
요재지이는 고문으로 씌어 있어 오랜 세월 학문과 언어를 연마한 사람이 아니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지식인 문학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고급 문체를 제대로 소화하여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기존의 판본들은 중문학자가 번역했다 해도 선집에 그치거나, 완역이라 해도 역자들이 충분한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요재지이의 면모를 제대로 되살려주기에 불충분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판본은 60년대에 완역된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출간되는 완역본이다.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중문학자 김혜경 선생이 원문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완역하였으며, 약 10년에 걸친 번역과 퇴고 과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손대강 화백의 화보 그림 15점과, 유단택 화백의 본문 그림 100점도 짬짬이 재미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 포송령의 <요재지이>(聊齋志異)
- 격조있는 괴담의 보물창고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과장이 심하다. 무협영화를 봐도 그렇다. <촉산전>의 영웅호걸들은 수백년씩 수련을 쌓으며 신선이 되고, 하늘을 나는 것은 기본에 손짓 하나로 태산을 움직인다. 워낙 넓고 다양한 민족이 사는 대륙이다보니, 상상력까지 함께 광활해진 것일까?
중국인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흔히 8대기서를 꼽는다. 명대의 4대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에 청대의 <유림외사>(儒林外史), <홍루몽> <금고기관>(今古奇觀) 그리고 <요재지이>(민음사, 전 6권)가 그것이다.
어느 것이나 당대의 생활상은 물론 천의무봉한 상상력까지 맛볼 수 있는 책들인데, 그중에서도 <요재지이>는 ‘요정이나 신선, 여우, 귀신 등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색적인 내용을 기록한 지괴서 (志怪書)로 유명’하고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 영감을 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장국영 주연의 <천녀유혼>도 <요재지이>에 담긴 <섭소천>을 각색했다.
<요재지이>는 청대의 작가 포송령이 중국의 괴담과 설화를 모아 집필한 문언단편소설집이다.
남녀의 자유연애, 과거제도의 폐단, 사회의 부패상과 탐관오리들의 만행을 폭로하는 이야기부터 여러 가지 이문 (異聞)들, 조수충어 (鳥獸蟲魚)와 초목죽석 (草木竹石)의 황당한 변화, 민간의 기이한 풍습, 기묘한 자연 재해까지 온갖 것들을 담고 있다.
포송령이 <요재지이>를 쓰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릴 때부터 문재를 날리고 첫 동자시에서는 단연 일등을 하였지만, 그뒤의 과거에서는 계속 낙방하게 된다.
포송령의 문장을 알아볼 시험관이 없었고, 있다 해도 뇌물에 매수된 탐관오리들뿐이었다.
결국 과거를 포기하고 지방에서 막료생활을 하던 포송령은 관리들의 부패상이나 세도가의 잔혹함,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며 <요재지이> 창작에 몰두하게 된다.

포송령의 자서 (自序)에는 <요재지이>를 쓰는 심정이 이렇게 담겨 있다. ‘담쟁이를 입고 향초를 허리에 두른 산귀 (山鬼)는 굴원의 영감을 자극하여 <초사>라는 위대한 문학을 낳았고, 쇠 귀신과 뱀 요괴의 환상적인 변환은 이하가 그의 시에서 즐겨 다루던 소재였다.
그들은 모두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대로 시를 지었고 세속에 영합하여 자신의 글에 수식을 가하지 않았는데, 좋은 글이란 대체로 이렇게 지어진 것이다.
… 신기한 이야기의 수집을 좋아했고, 취미는 또 항주로 귀양갔을 때의 소식과 흡사하여 남들이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를 퍽이나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얻어듣게 되면 그 즉시 붓을 휘둘러 기록해두곤 하였는데, 그것이 쌓이다보니 마침내 이렇듯이 두꺼운 장편 대작이 되었다.’ 세상의 모순에 분노하면서 또 절망한 포송령은 자신의 모든 정열과 욕망을 <요재지이>에 쏟은 것이다.
포송령은 단순히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요재지이>의 황당한 이야기들은 ‘격조있는 문언, 시, 사, 사부, 의론문, 변려문, 팔고문이 삽입되고 구어와 속어가 어우러진 대화들로 중국 언어예술의 보고’인 동시에 ‘기이한 소재와 정교한 스토리 구성, 이채 찬란한 인물들의 형상은 평범하고 통속적인 설화들과는 다른 <요재지이>만의 독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능력은 있지만 알아줄 이 없어 초야에 묻힌 포송령은 ‘육도는 끝간 데 없이 멀지만 결국은 정해진 운명임이 어찌 아무 근거도 없이 허황된 말이라 하겠는가?
… 진정 나를 알아줄 이는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귀신들이런가?’라고 자문하며 <요재지이>에 자신의 사상과 영혼을 담은 것이다.
그 덕에 중국 ‘이야기’의 보고인 <요재지이>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기괴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감탄한다. 역시 고통과 절망이 위대한 예술을 낳는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_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