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음악의 ABC : 입문자를 위한 음악 기초 문법
이모겐 홀스트, 벤저민 브리튼 / 포노 PHONO / 2018.5.15
– 한 권으로 만나는 음악의 기초, 간추린 서양 음악사
악보를 읽지는 못하지만 이미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음악 이론 공부는 지루하고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음악 이론에 무지한 채 그저 악기를 다룰 수 있다고 그 음악을 제대로 연주한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음악 듣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음악의 구조를 전혀 모르면서도 그 음악을 제대로 들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음악의 기초를 알아야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영국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 교육자의 한 사람이었던 저자 이모겐 홀스트는 방송 프로그램의 도입부로 즐겨 인용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현악 모음곡 〈행성 The Planets〉을 작곡한 구스타브 홀스트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지만 건강 때문에 음악 교육 및 기획자로 방향을 바꾸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브리튼을 도와 올드버러 음악제를 궤도에 올려놓았고 예술 감독으로도 일했다. 이후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힘썼으며 브리튼에 관한 전기를 집필하기도 하는 등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로서 많은 음악적 업적을 남겼다.
『음악의 ABC』는 그가 1963년에 집필한 음악 교육서의 고전으로, 음악의 기초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음악의 간략한 역사와 자신의 음악 철학을 한데 담았다. 이 책은 음악 전공자와 입문자, 애호가는 물론,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어려운 악상 기호와 그에 대한 설명으로 빼곡한 일반적인 음악 이론서와는 달리, 『음악의 ABC』는 친절한 에세이에 가깝다. 200여 곡에 달하는 악보를 예로 들어가며 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돕는다.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들은 책 말미의 찾아보기를 통해 언제든 손쉽게 되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 목차
서문
저자 서문
1부 _ 음악의 알파벳
1장 음악의 소리 | 2장 기보법 | 3장 악절 | 4장 선법 음계
2부 _ 리듬과 템포
5장 박자와 음가 | 6장 사분음표와 이분음표 박자 패턴 | 7장 점음표와 팔분음표, 홑박자와 겹박자 | 8장 빠른 음표와 느린 음표 | 9장 쉼표 | 10장 반복 | 11장 박자표 요약 | 12장 조금은 낯선, 이외의 박자표들
3부 _ 긴장과 이완
13장 표현 및 셈여림과 연관된 여러 기호 | 14장 음정 | 15장 협화음과 불협화음
4부 _ 대위법
16장 대위법의 시초 | 17장 르네상스 시대의 대위법 | 18장 불협화음의 완화 | 19장 도약
5부 _ 화음
20장 삼화음 | 21장 마침 | 22장 자리바꿈
6부 _ 조성 간의 관계
23장 조옮김 | 24장 관계 단조 | 25장 5도권 | 26장 조바꿈
7부 _ 화성붙임
27장 18세기 화성법의 불협화음 | 28장 반음계적 화성
8부 _ 16세기 및 17세기 음악의 형식과 텍스처
29장 음악의 형태 | 30장 16세기의 형식과 텍스처 | 31장 16세기와 17세기의 춤곡 형식
32장 17세기의 여러 변주곡 형식 | 33장 트리오 소나타 | 34장 콘티누오 | 35장 오페라의 시작 | 36장 장식음
9부 _ 18세기 초반의 양식
37장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 38장 바로크 협주곡과 소나타 | 39장 모음곡 | 40장 칸타타 | 41장 푸가
10부 _ 18세기 후반의 양식
42장 여흥용 음악 | 43장 소나타 형식 | 44장 사중주, 교향곡, 협주곡 | 45장 고전시대 빈의 교회음악과 오페라
11부 _ 19세기 음악
46장 고전시대에서 낭만시대로: 양식상의 변화 | 47장 묘사적인 음악 | 48장 낭만시대의 오페라, 음악극, 발레
12부 _ 오늘날의 오케스트라
49장 목관군 | 50장 금관군 | 51장 타악군, 첼레스타, 하프 | 52장 현악군 | 53장 악보 읽기에 유용한 용어 및 약어
13부 _ 20세기: 전통과의 결별
54장 조성에서 멀어지다 | 55장 12음 음렬주의 음악 | 56장 전자장치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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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이모겐 홀스트, 벤저민 브리튼

– 저자 : 이모겐 홀스트 (Imogen Holst)
영국의 작곡가, 지휘자, 음악 교육자. 관현악 모음곡 <행성 The Planets>을 작곡한 구스타브 홀스트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작곡과 연주에 재능을 보였다. 피아니스트를 희망했지만 건강상 문제로 작곡과 지휘, 교육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왕립음악대학에서 랠프 본윌리엄스로부터 작곡과 지휘를 배웠으며 여러 작곡상을 받았다. 영국 민속무 민요 협회의 전임 기획자로서 많은 민요를 편곡했고 다팅턴 홀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1950년대 초 벤저민 브리튼의 초대로 올드버러에서 지내며 올드버러 음악제의 운영을 도왔다. 이후 1956년부터 1977년까지 20년 동안 올드버러 음악제 예술 감독으로 일했다. 1964년부터는 작곡을 재개하고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집중했다. 이모겐의 작품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후인 2009년과 2012년에 발매된 첫 음반들은 비평가들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음악 작품 외에도 아버지 홀스트와 브리튼의 전기, 교육서 등 음악책을 남겼다.
– 저자 : 벤저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금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치과 의사 아버지와 음악 애호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9세 때 현악 사중주곡을 쓸 만큼 천재성을 드러냈다. 재능을 인정받아 12세부터 프랭크 브리지에게서 작곡을 배웠고 1929년 왕립음악대학에 입학하여 존 아일랜드와 랠프 본윌리엄스에게 사사했다. 1937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초연된 의 성공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41년에는 첫 오페라 <폴 번연Paul Bunyan>을 발표했다. 평생의 동반자인 테너 피어스와 여러 작업을 함께하였으며 그를 염두에 두고 오페라를 작곡했다. 피어스가 주연을 맡은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는 1945년에 런던에서 초연되어 압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퍼셀 이래 영국 오페라의 재흥으로 평가받았다. 브리튼은 피어스 등과 함께 ‘영국 오페라 그룹’을 결성, 그 중심인물로서 기획을 맡았다. 1947년부터는 영국 올드버러에 정착, 1948년부터 올드버러 음악제를 개최하였다. 브리튼은 민족주의 경향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취향에 맞는 음악 기법을 종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고 시도한 음악가로 현대 음악에서 독특한 존재이며, 종신 작위(올드버러 남작)를 받은 최초의 작곡가였다.
– 역자 : 이석호
보성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한 뒤 그라모폰 코리아의 편집 기자를 거쳐 EMI 뮤직의 클래식 부서에서 일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음악과 예술 전반에 관련된 좋은 책을 쓰고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왜 말러인가』, 『바그너, 그 삶과 음악』, 『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 『버르토크, 그 삶과 음악』, 『로드리고, 그 삶과 음악』, 『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가 있다.

○ 책 속으로
알고 지내는 젊은 친구가 올해로 몇 년째 기타를 배우고 있다. 소질이 많은 친구다. 악기 소리를 느끼는 감각이 탁월하고 기교를 부리는 재능도 남다르며, 열심히 정진하는 인내심까지 갖췄다. 그런데 이 친구가 못하는 게 있다. 악보 읽는 법을 모르고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어둡다. 그런 것들을 배우면 어떻겠냐는 제안에는 언제나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다. “너무 지루하고 까다로운 데다 배워봐야 별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강변이다. 친구는 악보 읽는 법을 몰라도 크게 지장이 없는 춤곡을 연주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본격적인 기타 음악, 특히 다울랜드의 류트 음악에 대한 관심 또한 각별하다. 이 책이 출간되면 우선 그 친구에게 한 권 보내려고 한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악보 읽는 법과 음악 문법을 배우는 일이 지루하거나 까다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면, 또한 악보 읽는 법이 사실은 쓸모가 무척 많다는 점을 아울러 깨달았으면 한다. _ 6p 벤저민 브리튼의 서문 중
음악 언어란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담긴 규칙의 나열에 국한되어서는 죽은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제 아무리 프랑스어나 독일어 문법에 관한 지식이 많아도 대화에 소용되지 않는다면 무슨 쓸모이겠습니까. 본문에 설명된 음악 문법 규칙 역시 교과서의 차원을 넘어 독자 한 분 한 분이 훨씬 폭넓게 적용하실 것을 기대하고 썼습니다. 아직 ‘왜?’라는 질문을 품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염두에 둔 독자층은 학생 말고도 다양합니다. 이 책은 악보를 읽는 솜씨가 아직 시원시원하지 못한 아마추어 합창단원이나 악단원, 그리고 귀에 들리는 소리를 깊이 탐험하고 싶어 하는 일반 감상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어질 본문이 목표하는 바는 더욱 살아 있는 노래와 연주, 그리고 듣기 경험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_ 9p 저자 서문 중
소리란 우리가 듣는 모든 것입니다.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 언덕배기를 올라가는 자동차가 변속하는 소리,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 옆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길 건넛집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모두 소리입니다. _ 17p
노랫소리는 말하는 목소리보다 더 먼 곳까지 들립니다. 옆방에 있는 사람에게는 “어디 있니?” 하고 나직이 물어도 들리겠지만, 넓은 들판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고 치면 평소보다 높은 음성으로 외쳐야 할 겁니다. 각각의 음절을 길게 잡아 늘여서 또박또박 힘을 주어 아래와 같이 말이지요. “어 ─ 디 ─ 있(^)─ 니 ──?” 목소리를 높이면 단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들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대한 대답 또한 본능적으로 질문의 억양을 따라 소리의 높이를 구분해서 아래와 같이 할 겁니다. “가(^)─ 요 ─ !” 이것이 바로 노래입니다. _ 18p
안타깝게도 우리는 음악의 ‘박자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처럼 자연스러워야 할 연속성을 잃곤 합니다. 악보는 낯선 난관으로 가득해 보입니다. 잔뜩 불안한 마음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집니다. 그 결과 팽팽하게 긴장하는 근육은 쓸모없는 고깃덩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일단 난점을 모두 극복하고 나면 우리의 팔과 다리는 다시 정상 동작이 가능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그제야 비로소 ‘박자를 지키는 일’이 걷고 뛰는 일만큼 수월해지는 것이지요. _ 43p
서로 다른 두 개의 음표가 동시에 소리를 내더라도 듣는 이는 이를 한 번에 들어낼 수 있습니다. 굳이 시차를 두고 하나하나 따로 듣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두 갈래의 소리가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채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두 음 사이의 음높이 차이를 음정이라고 합니다._93p
음악 형식은 건축 형식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음악은 제자리에 정지하기를 거부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음악가가 노래하고 연주할 때뿐입니다. 마지막 음표가 사라지면 음악도 함께 사라져버리지요. 그러나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뭔가가 남습니다. 설사 세부적인 내용은 이미 잊힌 뒤라 해도 말이지요. …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경제성’이라고 말이지요. 필요한 만큼의 음표로만 이루어진 경제적인 선율은 단 한 번 들었을 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만족스러운 형태감을 느끼게 합니다. _ 185p
음악가들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그들의 예술을 묘사하는 데 소용되는 적절한 단어가 드물다는 결핍감을 항상 느끼며 삽니다. 텍스처, 혹은 질감이라는 단어 역시 그래서 더 자주 쓰게 되는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님에도 음악가들은 ‘이 곡은 색채가 어둡다’고 말합니다. 손가락 사이에 넣고 느낄 수 있는 예술이 아님에도 음악가들은 ‘이 작품은 질감이 가볍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텍스처’는 대위법에서 수평 선율이 서로 갈마드는 양상을 말할 때도 쓰이고, 수직으로 쌓이는 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의 간격을 말할 때도 쓰이는 용어입니다. 음색은 서로 다른 악기나 음성의 소리 속성을 묘사하는 데 쓰는 단어입니다. ‘색채’는 연주나 노래의 음악적 표정을 표현하는 데 쓸 수 있는 용어입니다. _ 186-187p
19세기 벽두를 즈음해 음악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전시대가 추종하던 완벽한 균형⁸미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상적 목표가 되지 못했던 것이지요. 대신 그와는 아주 다른 종류의 활력이 불었습니다. 그 견인차 역할을 한 작곡가가 베토벤이었습니다. 격렬한 성정답게 18세기 후반의 균형 잡힌 통제의 고삐를 끊어버린 천재가 바로 그였지요. _ 259p
20세기 초반, 작곡가들은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바그너가 남긴 반음계적 시퀀스와 정주하지 못하고 ‘헤매는’ 화음들 덕분에 음악이 팽창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그때까지 이어져온 조성 체계가 흔들리게 된 것이죠. 바그너의 직계 후배들은 흔들리는 조성 체계와 조성 간 관계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단음계를 구성하는 음표라는 재료를 대체할 뭔가 새로운 음정으로 구성된 원료를 찾아낼 필요가 그들에게 생겼던 겁니다. _ 305p
전자기기에 의한 음향이 품고 있는 매혹적인 잠재력은 날카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작곡가들을 실황 공연 음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렬음악과 조성음악 사이의 간극은 날이 갈수록 넓어져 가고 있지요. 그러나 음악은 이미 과거부터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고, 소위 ‘이행기’라 불리는 단계에서 빛을 발한 위대한 천재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악의 배움을 구하는 이들은 50년 전 사람들에 비해 형편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우선 음악을 듣는 여건이 무척 편해졌습니다. 집을 떠나지 않아도 슈베르트 교향곡과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를 들을 수 있고, 바흐의 수난곡과 이탈리아 오페라 초창기 실험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_ 312p
음반이나 방송을 통해 음악을 접할 기회가 흔해져서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한 가지만 유념합시다. 지금의 복된 형편에서도 정작 음악 감상의 중요한 차원은 놓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연주자와 관객 간의 주고받음이 음악 감상의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음반을 몇 번이고 거듭해 듣다 보면 거기 담긴 연주가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느낌이 희석되게 마련이지요. 음악은 고정불변의 운명을 거부합니다. 음악은 매번 노래하고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음반만 듣기보다 박자도 음정도 맞추지 못하는 서툰 솜씨라도 직접 노래하고 연주하는 편이 음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13

○ 출판사 서평
– 악보를 읽지 못하지만 악기를 충분히 다루는 연주자나 그저 음악 듣기를 즐기는 애호가 모두, 악보와 가까워지면 음악을 더 깊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 교사 가운데 한 사람 이모겐 홀스트가 들려주는 음악의 기초 문법 강의, 음악 교육서의 고전!
“이 책이 출간되면 우선 그 친구에게 한 권 보내려고 한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악보 읽는 법과 음악 문법을 배우는 일이 지루하거나 까다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면, 또한 악보 읽는 법이 사실은 쓸모가 무척 많다는 점을 아울러 깨달았으면 한다. … 아니, 그에게만 이 책을 보낼 게 아니라 아마추어 그룹에 속해 리코더를 불고 노래를 하면서 이따금씩 ‘자기 자리를 놓치고 헤매느라’ 고초를 겪는 많은 내 친구들에게도 한 권씩 보내야겠다.” _ 벤저민 브리튼
– 한 권으로 만나는 음악의 기초, 간추린 서양 음악사
악보를 읽지는 못하지만 이미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음악 이론 공부는 지루하고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음악 이론에 무지한 채 그저 악기를 다룰 수 있다고 그 음악을 제대로 연주한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음악 듣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음악의 구조를 전혀 모르면서도 그 음악을 제대로 들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음악의 기초를 알아야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영국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 교육자의 한 사람이었던 저자 이모겐 홀스트는 방송 프로그램의 도입부로 즐겨 인용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현악 모음곡 〈행성 The Planets〉을 작곡한 구스타브 홀스트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지만 건강 때문에 음악 교육 및 기획자로 방향을 바꾸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브리튼을 도와 올드버러 음악제를 궤도에 올려놓았고 예술 감독으로도 일했다. 이후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힘썼으며 브리튼에 관한 전기를 집필하기도 하는 등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로서 많은 음악적 업적을 남겼다.
『음악의 ABC』는 그가 1963년에 집필한 음악 교육서의 고전으로, 음악의 기초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음악의 간략한 역사와 자신의 음악 철학을 한데 담았다. 이 책은 음악 전공자와 입문자, 애호가는 물론,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어려운 악상 기호와 그에 대한 설명으로 빼곡한 일반적인 음악 이론서와는 달리, 『음악의 ABC』는 친절한 에세이에 가깝다. 200여 곡에 달하는 악보를 예로 들어가며 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돕는다.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들은 책 말미의 찾아보기를 통해 언제든 손쉽게 되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 소리부터 음표, 리듬, 선율, 화성, 텍스처, 시대적 변모까지…
『음악의 ABC』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영어 공부의 알파벳과 같은 기초 음표 하나에서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가듯 이야기한다. 어떻게 소리가 우리에게 인지되어 기록되고, 어떻게 음표가 리듬의 도움을 얻어 선율이 되고, 어떻게 선율이 화성을 만들어 내고, 어떻게 화성이 확장된 형식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형식이 음악의 텍스처와 관계를 맺고, 어떻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음악의 텍스처가 변모해왔는지를 설명한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음악의 기초인 소리와 리듬, 템포와 셈여림에 대해 말한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낯선 용어를 늘어놓기보다 음악적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떻게 음악의 기본음(도레미파솔라시)이 되는지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이 지레 겁먹지 않고 다가서게 한다. 소리를 익히고 기초 이론으로 한 발짝 들어섰다면 조금 더 본격적인 이론으로 나아간다. 4부 대위법부터 7부까지, 전공자들도 어렵게 느끼는 대위법과 화음의 종류, 조성 간의 관계와 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역시 홀스트의 설명을 곱씹으며 따라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가 음악의 기초 이론이었다면 후반부는 음악의 시대적 배경과 흐름을 이야기한다. 8부에서 11부에 이르기까지, 16~19세기의 음악 형식과 텍스처에 대해 말한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형식과 그러한 형식이 나타나게 된 사회적 배경을 통해 음악의 본질로 들어간다. 다양한 춤곡 형식과 소나타가 유행하며 오페라가 시작되는 16~18세기 초반까지는 오페라가 발전하는 시기였고, 빈 고전시대로 불리는 18세기 말은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빈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음악가들의 음악은 동시대 건축물처럼 뚜렷한 특징이 있다.
19세기는 음악계에 변화가 감지되던 시기였다. 고전주의시대와는 다른 종류의 활력이 붙기 시작했고 묘사적인 음악, 낭만주의시대의 오페라와 음악극, 발레 등이 등장했다. 낭만주의 음악은 음악의 형식과 텍스처, 어법에서 18세기 고전주의 음악과 차이를 보였다. 19세기 작곡가들은 음악에 반음계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다채로운 색채 음악에 탐닉했다. 19세기 후반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바그너의 미해결된 불협화음과 끝없는 선율과, 오페라와 발레 음악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베르디와 차이콥스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음악은 또 한 번 변화하기 시작했다. 12부와 13부에서는, 오늘날의 오케스트라의 악기 구성과 변천사, 20세기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쇤베르크를 필두로 한 무조성 음악이 등장한 시기로 12음 기법과 전자음악이 도입되던 때였다. 이 장을 통해 전자음악과 구체음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음악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다.
음악의 언어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이모겐 홀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매번 노래하고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음반만 듣기보다 박자도 음정도 맞추지 못하는 서툰 솜씨라도 직접 노래하고 연주하는 편이 음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_ 313p
우리가 음악의 기초 이론을 알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음악의 언어를 이해하고, 좀 더 깊은 음악의 세계로 안내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