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인간론 : On Man
토마스 홉스 / 지만지 / 2013.5.17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인간론』은 『리바이어던』과 함께 토머스 홉스의 철학 체계를 대표하는 『철학의 원리들』 3부작 중 하나다.
정신 작용을 유물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17세기 철학자 홉스의 인간 개념, 기계론적 인간관과 근대적 개인관을 확인해 볼 수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헌사
X. 언어와 학문
XI. 욕구와 혐오, 만족과 불만 그리고 그 원인에 관해
XII. 정념, 또는 정신의 동요에 관해
XIII. 기질과 태도에 관해
XIV. 종교에 관해
XV. 인공 인간에 관해
옮긴이에 대해
– 저자소개 :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
스스로 공포와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하는 홉스는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갈망했던 17세기 근대 정치과학 설립기의 대표적 정치철학자이다. 베이컨의 영향으로 기계론적 세계관 위에서 인간계도 자연계와 같은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하였다.
1588년 영국 서남부 맘스베리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을 마치고 윌리엄 카벤디쉬 가문의 가정교사로 인연을 맺어 거의 평생을 이 가문에서 일했다. 1929년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번역판을 첫 출간한 이후, 1642년 『시민론』 라틴어본을 출간했다. 1640년 찰스 1세와 의회의 대립이 격화되자, 왕당파로 의심받은 홉스는 1640년 프랑스로 피신하여 1652년 초까지 머물렀는데,『리바이어던』은 이 망명기에 집필되어 1651년 런던에서 출간되었다. 영어판 출간 후 이단(異端) 혐의로 모든 영어 저작의 출판금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의 주저로 알려진 『리바이어던』과 『시민론』 영어본을 먼저 출간했던 것은 당시 영국 국내의 내란 및 파벌다툼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한다. 원래 홉스는 『물체론』(1655)과 『인간론』(1658)을 집필한 뒤에 마지막으로 『시민론』을 집필하려고 했다. 하지만 혼탁한 정치적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의 정치철학이자 사회철학이 담긴 『시민론』을 먼저 출간했던 것이다. 만년에는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번역했으며, 『비히모스』(Behemoth)와 『철학자와 영국관습법 학생의 대화』(A Dialogue between a philosopher and a student of the common laws of England)를 유고집으로 남겼다.
.역자 : 이준호
동의대학교 철학과와 경북대학교 철학과 석사 과정을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문학 박사)을 졸업했다. 서양근대철학회 부회장, 동아대학교 철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데이비드 흄』(살림출판사), 『공학윤리』(공저, 철학과현실사), 『흄의 자연주의와 자아』(박사 학위 논문, 울산대출판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데이비드 흄의 『오성에 관하여』(서광사), 『정념에 관하여』(서광사), 『도덕에 관하여』(서광사), 토머스 홉스의 『시민론』(서광사)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동물은 배고프지 않는 한 탐욕스럽지 않고, 자극을 받지 않는 한 잔혹하지 않은 반면, 인간은 앞날의 배고픔 때문에도 허기를 느낀다.— p.34
선과 악은 욕망함과 회피함 등과 서로 관련이 있다. 공통의 선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해 공통적으로 선한 것, 즉 많은 사람에게 유용하거나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때로는 건강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어떤 것을 전적으로 선이라고 할 수 없다.— pp.42-43
다른 어떤 사람에게 일어난 나쁜 일을 보는 것은 만족스럽지만, 그 까닭은 그것이 악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죽음과 위험에 처한 비참한 광경을 신속하게 떠올리는 데 익숙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사람의 좋은 것은 불만스럽다. 그것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의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p.51
그들은 언제나 신의 지혜인지 신의 친절인지 의심하는 것처럼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가 쉽게 헤아릴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종류의 예언에 어지러워하는 까닭이다. — p.101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홉스의 『인간론』과 『시민론』을 합본한 『인간과 시민(Man and Citizen)』(translated by Charles, T. S. K. Scott-Craig, and Bernard Gert, The Anchor Books edition, 1972)에 수록된 『인간론』을 완역한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생물학을 언급하는 1장과, 인간에 대한 직접적 논의와 무관한 광학을 다루는 2∼9장을 제외한 저본을 따라 10∼15장을 옮겼다.
10장은 ‘언어의 기원과 의미 그리고 언어와 학문의 관계’를 다룬다. 홉스에게 인간의 언어는 학문과 기술의 진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유용한 발명품이지만, 오류와 망상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어의 유용성을 최대화하고 그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의미가 모호한 경우에 분석적 방법을 통해 그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홉스의 입장이다. 11장은 ‘정념과 선악’의 문제를 다루는데, 모든 정념의 기초는 자기 보존과 자기 확장이다. 모든 존재는 자기를 보존하며 자기 영역이나 능력을 확장하려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을 욕구하며, 그 반대의 것을 혐오하고 기피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나 학문도 그 유용성 때문에 선하다. 따라서 홉스에게 이성적 인식의 대상으로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선이나 악의 의미는 없다. 오히려 모든 욕구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선악의 문제 역시 경험적 차원에서 논의될 뿐이다.
12장은 ‘다양한 정념들이 발생하는 과정’을 생기(animal spirits)의 작용을 통해 설명한다. 이것은 정신을 신체와 독립적인 실체로 생각했던 심신 이원론과 대비된다. 홉스는 정념은 두뇌의 생리적 반응이면서 동시에 정념들 상호 간의 인과적 반응이라고 언급한다. 더욱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서도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는 오늘날 신경생리학이나 심리학에서 정신 문제에 접근하는 것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13장에서는 ‘개인의 기질이 형성되고 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을 언급하며 기질과 태도의 문제를 도덕 측면에서 설명한다. 홉스가 말하는 기질은 개인의 고유한 성향이다. 이 성향은 체질과 습관, 경험이나 교육, 가문과 같은 선천적 요인 등을 통해 형성되는데, 기질이 좋은 태도를 형성하면 덕이고 나쁜 태도를 형성하면 부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덕과 부덕을 곧 도덕의 문제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홉스는 개인적 덕과 도덕적 덕을 구별하는데, 이것은 개인을 자연체(natural body)의 측면과 정치체(body politic)의 측면으로 구별해 해석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14장에서는 종교 문제를 기적과 연관 지어 다룬다. 기적을 행하는 개인이 더 이상 없다면, 종교는 개인에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신앙의 문제는 학문의 영역이 될 수도 없다. 학문은 기적의 영역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홉스는 신학적 논쟁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사이비 논쟁으로 몰아붙여 버린다. 학문을 가장해 이런 논쟁이 진행되는 만큼 오히려 신에 대한 신앙만 해친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신에 대한 신앙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장에서는 인공체로서 인격의 의미와 종류를 거론하며 논의를 마무리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인격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개인이 아니다. 개인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설정된 다양한 역할에 따라 다양한 인격으로 규정된다. 또 개인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집단이나 무생명체조차 국가의 법률에 따라 인위적으로 규정된 사회적 존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인간론』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을 다루는 『시민론』의 영역에 훨씬 가까우므로, 홉스는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민론』에서 다룰 것이라며 『인간론』을 마무리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