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인 아메리카
수전 손택 / 이후 / 2008.7.11
수전 손택의 생애 마지막 소설 『인 아메리카』. 이 소설은 세 나라로 쪼개진 조국 폴란드를 사랑했고, 무대에 서 있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으며, 현실 속의 이상향을 찾아 헤맸던 고귀한 여인 마리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택은 『인 아메리카』를 끝내기 위해서 자국육종 치료를 뒤로 미뤘고, 암이 재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손택은 이 소설에서 맨해튼의 가난한 뒷골목 풍경이나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비루한 현실, 서부 개척 시대 인디언과 갈등하는 이주민들의 모습 등 19세기 미국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에드윈 부스의 연극적인 대사를 통해 주인공 마리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손택은 투병 중에도 이 마지막 장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아이처럼 기뻐하며 소설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또한 마리냐가 연극에서 맡았던 배역들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줄리엣, 〈아드리엔 르쿠브뵈르〉의 아드리엔, 〈춘희〉의 마르그리트 고티에, 〈12야〉의 비올라, 〈겨울 이야기〉의 허미언까지, 문제작으로 회자되었던 연 극 속 여자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감사 인사
0장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옮긴이의 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나 있는 아메리카에서―임옥희
○ 저자소개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역자 : 임옥희
경희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공동대표이자 여성문화이론지 「여/성이론」의 편집주간이며, 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다. 1997년에 설립된 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모여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새로운 이론적 패러다임과 대안문화를 만들어 보고자 설립했다. 주로 세미나와 강의, 토론과 연구의 결과를 책으로 펴내는 등의 활동을 한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여/성이론>은 페미니즘 이론을 알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이론을 생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페미니즘 이론지이다. 한국어의 ‘성(性)’이란 단어에서는 젠더 (gender)와 성(sexuality)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 둘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 ‘여/성’에 빗금을 넣었다. 여성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에 균열과 틈새를 내겠다는 의미다.
○ 출판사 서평
– 손택의 생애 마지막 소설, 인 아메리카!
손택의 문학적 업적은 소설에서 시작해서 소설로 끝났다. 서른 살이 되던 1963년 실험적인 소설 The Benefactor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Death Kit, The Way We Live Now 등을 계속 발표했으며, 1992년 화산의 연인The Volcano에서 소설 작업의 정점을 이루게 된다. 실험적인 단편 작품들을 모아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I, Etcetera』로 묶어 내었으며 1999년, 67세 되던 해에 드디어 손택 소설의 대미를 장식할 『인 아메리카 : In America』를 발표하게 된다. 다음 해 (2000년) 전미 도서상 (National Book Award for fiction)을 수상하면서 자타 공인, 최고의 소설가로 자리잡았다. 손택 소설의 실험적인 화법은 다른 소설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세상에서 손택을 영화감독, 무대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 평론가, 사회 운동가 등등 무엇이라 평하든지 간에, 스스로는 자신을 소설가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소설 『인 아메리카』를 마무리하기 위해 자궁육종 치료까지 뒤로 미룰 정도로 이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 현실 속의 이상향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헬레나 모드제예브스카 (Helena Modrzejewska)라는 폴란드 국민 배우가 있었다. 자신의 조국이 열강들에 의해 지배되고 분리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저항 운동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결국 1876년, 남편 캐롤 츨라포브스키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무대를 버렸으나 뒤늦게 미국 무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배우였는데, 이 여인과 그 주변 인물들은 손택의 펜 끝에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푸리에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공동체를 미국 서부의 시골 과수원에서 실현해 낼 거라 믿었던 어느 여배우의 무모한 모험을 통해 손택은 19세기 미국 사회를 온전히 복원해 내는 데 성공했으며, 역사 속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조화롭게 소설을 구성하고 있다.
– 마리냐 잘레조브스키―헬레나 모드제예브스카를 모델로 한 여배우. 아들 표트르가 있다.
– 보그던 뎀보브스키―마리냐의 남편, 백작.
– 헨리크 티진스키―『쿠오바디스』의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가 모델. 마리냐의 친구.
– 마리냐의 공동체 동참자들―마리냐의 연인이자 신문기자 리샤드, 폴란드 봉기에 가담했다 다리를 잃은 화가 야쿱 골드버그, 바바라와 알렉산더 부부, 다누타와 시프리언 부부, 율리앙과 완다 부부 등이 있다.
– 『인 아메리카』의 특별한 매력 몇 가지
1. 19세기 미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하다
맨해튼의 가난한 뒷골목 풍경이나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비루한 현실, 서부 개척 시대 인디언과 갈등하는 이주민들의 모습, 적나라하게 드나는 어이 없는 편견의 실체까지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당대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2. 어느 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구성
소설 전체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대 인물인 ‘나’가 과거의 폴란드로 날아가 주인공들의 모습을 엿보는(0장) 환타지적 요소가 있는가 하면, 오로지 편지글로만 구성된 장(4장)도 있고, 마리냐 남편의 일기글이 가미된 장도 있다. 무엇보다 특별한 형식의 장은 마지막 장인데, 에드윈 부스의 연극적인 대사를 통해 주인공 마리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이런 파격적인 형식은 어떤 소설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으며, 손택 또한 이 마지막 장을 떠올리고는 아이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3.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의 교차
주인공 마리냐와 헨리크, 링컨 암살범의 형 에드윈 부스는 물론 손택이 몹시 사랑했던 헨리 제임스와 오늘날의 브로드웨이를 있게 한 흥행사들 또한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사람이 어떤 실존 인물에 빗대 창조된 인물인지 상상해 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겠다.
4. 화려한 연극을 맛보게 하다
마리냐가 연극에서 맡았던 배역들을 통해 연극 속 온갖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배역 속 인물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마리냐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줄리엣, 〈아드리엔 르쿠브뵈르〉의 아드리엔, 〈춘희〉의 마르그리트 고티에, 〈12야〉의 비올라, 〈겨울 이야기〉의 허미언까지, 문제작으로 회자되었던 여자 주인공들을 한자리에서 일별할 수 있다.
○ 추천평
단단히 발을 딛고 선 멋지고 대담무쌍한 책. – 뉴욕 타임스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여자의 멋진 이야기에 최면이 걸릴 정도다. – 팔로 알토 데일리 뉴스
스토리텔링의 모든 관습에 저항하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책.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적이고 쾌활하며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 샌프란시크고 크로니클
마지막 단어 하나까지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방대한 서사의 깃발을 나부낀다. – 시카고 트리뷴
인위적인 것을 숭배하는 문화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를 탐구한 매려적인 작품.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손택의 천재성을 전시하는 문학 논평이자 화려한 디테일에 대한 안목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 럭키 마운틴 뉴스
용감하고 아름답다. 우아하고 지적이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손택이 드디어 찾아냈다. –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대단한 걸작이다. 이데아와 단어들, 이미지와 진실의 연금술사가 이룬 마법적인 성취다. – 볼티모어 선
드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주제 모두가 고도의 지성과 더불어 엄청난 호소력과 결합되어 있다. – 뉴욕 타임스 매거진
생생하고 호기심 많고, 현란한 디테일의 무게가 실려 있는 과거로의 유쾌한 여행이다. 끝없는 호기심과 역사적인 상상력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 이코노미스트
○ 독자의 평
소설 0장부터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망설였다. 아니, 오히려 한기에 떨었다. 나는 호텔 객실 전용 식당에서 열리고 있는 파티로 불쑥 쳐들어갔다.
첫 문장이다. 그러나 화자는 인간이 아니다. 정령도 아니다. 작가의 눈일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노린 것인지. 영 구색이 안 맞는 글이다. 처음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참고 읽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빌렸고 포기하고 만다면 며칠을 두고 후회하고 나 자신에게 낙심하는 것을 어쩌랴.
만만한 책이 아니다. 그냥 맹송 맹송한 맹물로 쓴 글이 아니다. 피로 쓴 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문득 마그리트 유르스나르의 문체를 연상하게 하는 구절이 띄기도 한다. 솔직히 외국 책을 읽어 100% 완전무결하게 이해한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어차피 외국인들과 감각체계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니 이해하지 못한다고 억울해 할 것은 없다.
주인공 마리냐(헬레나 모드예스카)의 이력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시엔키비치가 아메리카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인터넷에서 확인됐다. 그 남녀가 폴란드에서 동시에 아메리카로 간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수전 손택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소설에 불과할까. 어디까지 소설이고 사실인지 밝혀낼 수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인터넷이 한갓 어린애 수준이라는 말에 긍정하고 싶다.
폴란드의 애국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공산주의식, 푸리에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다 실패한다. 농업에서 실패한 주인공 마리냐는 용의주도하게 2달간의 영어 발음 교습을 받고 연극으로 진출해 성공한다. 대대적인 성공. 따라서 소설은 소설이기를 거부한다. 연극이 되고 희곡이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연극의 주인공들이 소설 속에서 소설 속으로 횡단한다. 마치 소설 속에서 미국 대륙을 횡단하듯.
주인공은 무지무지한 복을 타고 태어난 여자다. 연극을 아는 전남편을 만나 희랍어를 배우고 섹스피어, 라신, 입센, 세계적 고전희곡을 섭렵한다. 처음부터 세계적 배우가 될 충분한 토양을 가질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그녀의 두 번 째 남편도 마찬가지다. 폴란드 백작이란 부유한 귀족, 배고픔에서 애초부터 해방된 여자다. 마지막 연하의 연인 리사드 – 시엔키비치의 화신. 그녀는 행운의 3명의 남자와 더불어 인생역정을 펼쳐 보인다. 아니 거기다 미국 굴지의 배우 에드윈 부스가 있다.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동생을 가진 형으로서의 부스. 그의 고독과 공포, 연민과 불행으로 점철된, 그러나 막대한 돈을 벌기도 하는 행운아로서의 일생과 그녀의 연극인으로 겹치는 그녀의 생.
소설은 그녀의 독백과 남편 보그던의 독백, 마지막 에드윈 부스의 독백이 한 없이 늘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희곡, 연극, 일기로 채워진 6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소설이다.
작가의 역량과 집요하게 써내려간 땀을 글 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좋은 글은 언제나 쉽게 써지지 않는다.
「당대비평」 2000년 봄호에 「청바지를 걸친 중세의 우화」라는 글을 싣는 등, 여러 매체에 페미니즘 관련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5년간 정신분석학을 연구해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한국의 식민지 근대와 여성 공간』,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주디스 버틀러 읽기 : 젠더의 조롱과 우울의 철학』등의 책을 썼다. 역서로는 『고독의 우울』, 『생각의 함정』,『여성과 광기』, 『심화와 의미』, 『티핑 포인트』, 『뫼비우스 띠로서 몸』, 『보이는 어둠』, 『아름다운 선택』, 『유리천장을 부숴라』,『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등이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