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울리히 벡 / 새물결 / 2000.8.31
뮌헨 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인 울리히 벡의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21세기의 새로운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그는,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함께 “자본주의와 복지국가 그리고 민주주의의 역사적 대동맹이 해체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통찰한다.
저자 울리히 벡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진단을 통해 현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신세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의 문화, 그리고 소위 비정치주의와 이기주의 등을 분석한 ‘자유의 아이들’이라는 탁월한 논문부터 시작해 ‘가족과 적을 잃어버린 군대’,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유대인화의 메커니즘을 밝힌 글(이것은 우리 나라의 지역감정의 조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을 거쳐 환경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 영역에 가두지 말고 정치화하자는 제안까지 벡의 제안과 생각은 오늘날 우리 한국의 문제와 고민에 대한 처방과 제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간 우리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급속도로 이뤄진 사회의 변화에 대해 삼행시니 하는 등의 담론 말고는 그리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적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화의 개인화가 초래하는 온갖 변화상들이 만화경처럼 얽히고 있는 지금, 벡의 이 책은 우리의 본 모습과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늠하게 해줄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다.
○ 목차
1. 서문
2. 자유의 아이들
3. 탈근대(성) 이후에는 무엇이오는가? 두가지 근대(성)간의 갈등
4. 연대(성)의 소멸 : 공동체 없는 장소들과 장소들 없는 공동체
5. 노동은 문화적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가는가
6. 노동 없는 자본주의 또는 시민 사회의 도래
7. 가족의 민주화 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유로운 결사의기술
8. 성찰성에 대한 오해 : 성찰적 근대를 둘러싼 논쟁
9. 성찰적근대화에서의정치의르네상스 : 정치가들은 응답해야 한다
10. 열린도시 : 성찰적 근대와 건축
11. 어떻게 이웃이 유대인이 되는가 : 성찰적 근대화 시대에
12. 적이 사라진 민족 국가 : 냉전 종식 후의 군부와 민주주의
13. 환경 마키아벨리즘 개론 : 아래로부터의 녹색 민주주의
14. 자유냐 생존이냐 : 절제의 유토피아
15. 감사의 말
16. 옮긴이의 말
17. 참고문헌
○ 저자소개 : 울리히 벡 (Ulrich Beck, 1944 ~ 2015)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1944년 당시 독일 포메른 주의 슈톨프 (현재 폴란드의 스웁스크)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법학, 사회학, 철학, 정치학 등을 수학하였다. 뮌헨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뮌헨 대학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 뮌헨 대학 사회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런던정치경제대학 (LSE) 초빙교수로 있다. 1995~97년 독일 바이에른 및 작센 자유주 (州) 미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서로 『정치의 재발견』(거름, 1998), 『위험사회』(새물결, 1999),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공저, 새물결, 1999),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세계』(생각의나무, 1999), 『지구화의 길』(거름, 2000),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새물결, 2000),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공저, 평사리, 2005), 『위험에 처한 세계와 가족의 미래』(공저, 새물결, 2010), 『글로벌 위험사회』(도서출판 길, 2010),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도서출판 길, 2011), 『경제 위기의 정치학』(돌베개, 2013), Das Kosmopolitische Europa (2004), Nachrichten aus der Weltinnenpolitik (2010) 등이 있다.
– 역자 : 정일준
○ 책 속으로
반공주의를 위해 일치 단결하는 바람에 보수주의 진영 내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모순적인 경향들이 은폐되어버렸는데, 이제 이것들이 사방으로 분열하고 있다. ‘보존하다’ 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가치지향적 보수주의자들은 따라서 시장지향적 보수주의자들과 모순되는 입장을 취하게 되는데, 후자의 보수주의자들은 질적으로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경제 성장을 자극하며 이를 통해 해체와 파괴를 낳는 1차 산업 기구를 가열시키게 된다. 하지만 다시 이들은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자들과 갈등하는데, 후자는 다른 보수주의자들이 양산하는 불안과 투쟁하기 위해서 민족주의적이고 군사적인 건반을 두드린다.
흥미롭게도 자본주의적 계산과 군비 증강 간의 이런 모순에 주목해서 이를 비난한 사람은 엥겔스였다. 물론 그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비군국주의적'(슘페터) 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는데, 하지만 이것은 두 차례의 유혈적인 세계대전을 통해서 논박된 바 있다. 군사 부문에 대한 죽음의 투자와 전 지구적으로 열려 있는 시장과 국경을 지향하는 자본의 국제(주의)적 이해관계 간의 모순은 고전적 민족의식 속에서는 동결된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라도, 특히 국고가 텅 비는 경우에는 언제라도 활성화될 수 있다. — p.217
○ 출판사 서평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모든 것이 ‘북한’ 또는 ‘남한’이라는 적에 대한 대결을 중심으로 짜여져온 우리의 50년 근현대사가 정말 적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지금 우리의 새로운 사유를 위해 너무나 절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체제 대결은 국가 체제나 이데올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각 개인의 심성마저도 지배해온 기본적인 사유 체제였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어떻게 다 함께 만들 수 있는가는 전혀 미지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역설적이고 당혹스런 상황에 마주친 적도 없을 것이다. 즉 한편에서는 50년 만에 남북간이 분단의 철책을 헐고, 남북한의 이산 가족이 눈물바다를 만들고 있는 꼭같은 날 서울의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노총이 폭력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의사들은 총파업을 일으켜 나라를 ‘대란’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비추는 가장 좋은 거울이 될 것이다. 울리히 벡이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사회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상식의 허를 찌르는 그의 진단은 숲에서도 시야에서 나무를 놓치지 않고 숲 밖에서는 숲 전체의 미로들을 궤뚫는 통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세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의 문화와 소위 비정치주의와 이기주의 등을 분석한 「자유의 아이들」이라는 탁월한 논문부터 시작해 가족과 ‘적을 잃어버린 군대’,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유대인화의 메커니즘을 밝힌 글(이것은 우리 나라의 지역감정의 조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을 거쳐 환경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 영역에 가두지 말고 정치화하자는 제안까지 벡의 제안과 생각은 거의 오늘 여기서의 우리 문제와 고민에 대한 처방과 제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13편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논문들은 학술적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문체로 쓰여져 있어 그의 생각을 종합적이고 읽기 쉬운 형태로 제시하는 정점을 갇고 있다.
지난 9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이념적 논쟁 이후 우리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삼행시니 하는 등의 담론말고는 그리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적은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화의 개인화가 초래하는 온갖 변화상들이 만화경처럼 얽히고 있는 지금 벡의 이 책은 우리의 본 모습과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늠하게 해줄 수 있는 말끔한 거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