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
존 듀이 / 박영스토리 / 2019.4.22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의 1부와 2부는 존 듀이의 Experience and Education. New York: The Macmillan Company. 1938과 The Child and The Curriculum.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02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부록으로 실은 ‘존 듀이를 위한 한 편의 변론’은 역자가 듀이의 교육이론을 해설하고 평가할 목적으로 쓴 논문인 ‘지상에서 추방당한 존 듀이의 천상의 교육학'(2001년)을 수정한 것이다. 1부와 2부 본문에서 [ ] 속의 글은 저자인 듀이가 원문을 보충하기 위해서 써넣은 것이며, ( ) 속의 글은 역자가 원문의 문맥을 자연스럽게 잇기 위해서, 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별도로 써넣은 것이다.
1부와 2부의 본문 하단에 실려 있는 주석은 역자가 별도로 붙인 것으로 다소 까다로운 이론적 설명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건너뛰고 본문만 읽어도 무방하다.

○ 목차
제1부 경험과 교육
제1장 전통적인 교육과 진보적인 교육 3
제2장 경험 이론의 필요성 14
제3장 경험의 준거 26
제4장 사회적 통제 55
제5장 자유의 본질 71
제6장 목적의 의미 78
제7장 교과 내용의 진보적 조직 88
제8장 교육의 수단이자 목적인 경험 113
제2부 아동과 교육과정
아동과 교육과정 119
제3부 존 듀이를 위한 한 편의 변론
제1장 존 듀이의 비애: 그를 둘러싼 오해와 혼동 159
제2장 프래그머티즘과 실용주의의 혼동 167
제3장 교육의 가치와 교과의 가치에 대한 혼동 176
제4장 교과의 진보적 조직이라는 아이디어의 오해 187
제5장 존 듀이 다시 읽기: 교육본위론적 재해석 198
역자 후기 213
참고 문헌 218
색인 221

○ 저자소개 : 존 듀이 (John Dewey)
미국의 철학자, 심리학자, 교육운동가로서 기능심리학을 주창하였으며 미국의 학교 제도에 막대한 영향을 준 진보주의를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존 듀이는 미국 버몬트 주 버링톤에서 태어났으며 1879년 버몬트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철학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1884년 그곳에서 헤겔의 순수 이성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졸업 후 조지 실버스터 모리스의 도움으로 미시건 대학교의 교수진으로 임용되었다.
1894년 시카고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지식에 대한 경험주의적 신념과 학교 제도에 대한 실용주의적 주장을 펼쳤으며 시카고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존 듀이는 네개의 주요한 저작을 발표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시카고 실험 학교를 창립하여 자신의 주장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 기간에 발표된 그의 주요 저작은 1903년 『논리이론에 대한 연구(Studies in Logical Theory)』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후 콜럼비아 대학교로 이직하였으며 이 후 평생동안 이 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 역자 : 엄태동
1965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2000년부터 청주교육대학교에서 교육이란 무엇인지를 고심하며 그 성과를 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로티의 네오 프래그마티즘과 교육』, 『초등교육의 재개념화』, 『하이데거와 교육』, 『거장들의 만남과 헤어짐』 같은 책들을 썼다.

○ 출판사 서평
– 저자 서문
모든 사회적인 운동에는 갈등이 수반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갈등은 지적인 논쟁의 형태로 표출되고는 한다. 만약 교육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실제적이거나 이론적인 논쟁이 이루어지는 장(場)이 되지 않고 있다면, 이를 결코 건강한 징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론적인 관점, 적어도 교육철학을 구성하는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적인 갈등은 물론이고, 그러한 갈등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논쟁들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로 맞서고 있는 양 진영 가운데 어느 한편에 가담하기보다는, 먼저 갈등이 초래되는 원인을 조사해야 된다. 그리고 각 진영이 주장하는 실천과 이념이 보여주는 것보다는 좀 더 깊이가 있고 폭넓은 관점에 서서 교육과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된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을 학문적으로 이론화할 때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다.
교육철학의 과제를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교육철학이 서로 상반되는 생각을 지닌 학파들 사이에 서서 타협점이나 중도적인 입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모든 학파로부터 이것저것 요점을 끌어모아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 실천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는 바로 이 부담 때문에 낯익은 전통이나 관습에서 벗어나 종전의 것과는 다른 교육철학을 구성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된다. 새로운 개념의 체계에 근거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관례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이론의 체계와 그러한 이론에 근거한 실천을 모색하던 운동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기세가 꺾인 나머지, 좀 더 쉬어 보이고 좀 더 기본적인 것처럼 보이는 과거의 이론과 실천으로 거의 예외 없이 되돌아가고 마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도 이러한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지금도 고대의 그리스나 중세 시대의 교육원리들을 다시 되살리려는 시도가 교육계에서 왕왕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 역시 새것을 버리고 옛것으로 회귀하려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나는 이 작은 책자의 끝부분에서 새로운 사회 질서가 현재 요구하고 있는 바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 운동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려는 사람은 교육을 교육 그 자체로 보아야 하며, 진보주의까지도 포함하여 갖가지의 ‘주의’(ism)에 근거하여 교육에 대해 사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떠한 교육 운동이든지 간에, 특정한 주의(ism)에 입각하여 교육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고 실천을 모색하게 되면, 그것에 반대하는 다른 주의들(isms)로부터 반발을 초래하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궤도를 이탈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 운동은 실지로 존재하는 교육과 관련된 요구나 문제, 가능성 등을 포괄적이고 건설적으로 조사하여 교육의 원리를 마련하는 대신에 다른 주의들(isms)에 대항하여 교육의 원리를 모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이 작은 책자에 실려 있는 논설의 가치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은 교육과 관련된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문제에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러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적절한 틀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_ 존 듀이

– 편집자 서문
『경험과 교육』은 카파 델타 파이(Kappa Delta Pi) 학회의 강좌 총서 가운데 처음 십 년간 출판된 총서 시리즈를 완결하는 마지막 저서이다. 듀이 박사는 우리 학회의 첫 번째 강좌를 담당한 강사이자, 총서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열 번째 강좌를 담당한 강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저서는 우리 학회와 그런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듀이 박사를 기념하기 위한 출판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록 저자의 다른 저서들에 비하면 분량이 적기는 하지만, 『경험과 교육』은 교육철학 분야의 기념비적인 저서이다.
상호 적대적인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난립하는 등의 혼란이 미국의 교육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교육을 위해 하나로 결집되어야 하는 힘이 이리저리 분산되는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나온 이작은 책자는 교육이 통일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에 필요한 분명하고도 확실한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새교육을 신봉하는 교사들이 듀이 박사의 가르침을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실천에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 실험, 목적이 있는 배움(purposeful learning), 자유 등과 같은 진보적인 교육의 유명한 개념들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듀이 박사 자신이 이러한 현재의 교육 실천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카파 델타 파이의 집행 위원회는 사회의 급변으로 인하여 혼란에 빠진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 교육계의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때, 오히려 미국의 교육계를 양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몇몇 난제들에 대하여 논의해 줄 것을 듀이 박사에게 부탁하였다. 이는 교육의 문제를 분명히 이해하고, 교육계의 힘을 결집한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경험과 교육』은 전통적인 교육과 진보적인 교육 양자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과 진보적인 교육 각각의 근본적인 결함도 이 책자에 기술되어 있다. 전통적인 학교가 교과의 내용으로 전통적인 교과목이나 문화적인 유산을 강조하고 있다면, 새로운 학교는 학생의 내적인 욕구와 흥미,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양쪽 진영이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는 것들은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과목이나 학생 가운데 어느 한 쪽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양자가 모두 교육에 있어서는 본질적이다. 건전한 교육적 경험은, 무엇보다도, 학생과 학생이 배우는 것 사이에 계속성과 상호작용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전통적인 교육과정(敎育課程)이 아이들의 타고난 역량과 흥미를 무시하고, 대신 엄격한 통제와 훈육을 중시해왔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유형의 학교교육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하여 종종 또 다른 극단, 즉 충분히 조직되지 못한 교육과정, 과도한 개인주의, 자유의 지표라고 오해되고 있는 방종(放縱) 등이 조장되고 있다. 듀이 박사는 전통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새교육도 모두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양자 모두 신중하게 개발된 경험 철학의 원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책자의 상당 부분은 경험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경험이 교육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할애되고 있다.
교육계에 분열과 대립을 낳고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는 파벌들을 비판하면서, 듀이 박사는 교육을 인간이 세계를 연구하는 데에 활용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해석한다. 비판적인 탐구를 수행하고 지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다양한 의미들과 가치들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는데 과학적인 방법은 그러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는 방법으로서 곧 교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과학적인 탐구란 체계적인 지식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 때 과학적인 탐구가 추구하는 지식의 체계는 이후의 탐구를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과학자는 문제들이 발견되는 대로 이를 탐구하기만 하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러한 문제들의 성격,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시대적 배경, 문제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조건들, 문제들의 의의 등을 연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과학자는 관련된 지식들이 축적되어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러한 지식들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할 때, 결국 교육은 (과학자들이 지식을 탐구하는 데 사용하는 과학적 방법에 충실하게) 교과를 진보적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 하며, 학생들이 그렇게 조직된 교과를 공부하다가 보면 저절로 문제들의 의미와 의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과학적인 연구는 우리를 경험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켜 준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은 의미 있는 지식과 계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경우에만, 그리고 지식이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태도와 기능 등을 적절하게 변모시키거나 개선하는 경우에만 교육적인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지는 장면 속에는 종적(縱的)인 차원과 횡적(橫的)인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역사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이다. 또한 그것은 질서가 있으면서도 역동적이다.
교육과 관련하여 신뢰할 만한 가르침을 진지하게 추구하고 있는 오늘날의 수많은 교육전문가들과 교사들은 이 책자에서 그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과 교육』은 교육전문가들과 교사들이 합심해서 미국의 교육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확고한 토대를 제공해 준다. 물론 그러한 교육 체제는 모든 경험의 원천을 존중하여야 하며, 경험과 교육에 대하여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철학에 근거하여야 한다. 경험과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철학의 안내를 받음으로써 미국의 교육자들은 그들의 적대적인 파벌을 해소하고, 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견고한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_ 알프레드 L. 홀퀘스트 (카파 델타 파이 출판 편집자)

– 역자 후기
교육에 대해 이론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적당한 것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이 가져다주는 물질적인 효용에만 예민할 뿐, 정작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너무도 둔감한 세태에 비추어보면, 교육학자인 나에게 이들은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 이리저리 책들을 뒤적여 보지만, 그들의 남다른 열정이나 지적인 관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읽을거리는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교육학을 예비교사들을 위한 교직과목이라 생각하고, 수업용 교재 쓰는 일 정도를 자신들의 소임으로 여기는 교육학자들의 손에서 일반 교양인들이 원하는 작품이 나올 리 만무하다. 대형서점의 교육학 코너에 꽂혀 있는 책들은 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은 교육학 교재들 일색이며, 일반인들의 교육에 대한 이론적 관심과 지적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내용이 턱없이 빈약하다.
그래도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몇 권의 책들을 추천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듀이의 책이 한두 권 정도는 꼭 끼어있었다. 그러나 듀이의 책을 읽을 만하다고 권하면서도 마음이 편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듀이가 교육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일과 관련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인물이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듀이는 교육에 이론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늘 옆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어야 할 만큼 중요한 교육이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읽어보라고 추천도 한 것이다. 그런데 왜 마음이 불편했을까?
듀이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공감할 터이지만, 그의 책은 읽기가 도통 쉽지 않은 글들로 쓰여 있다.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써서 퇴고가 쉽지 않은 시대였음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영문으로 된 그의 글은 어떤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하나의 문장과 그 다음 문장 사이에 몇 개의 문장들이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생략이나 비약이 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듀이의 책을 영문으로 직접 읽다가 끝내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어버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듀이의 책이지만, 그래도 꼭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경험과 교육』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를 결코 편하게 만들지 않는 듀이의 글쓰기 솜씨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아무리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으려고 해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듀이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이 교육이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거의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책이 단지 읽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독서목록에서 빠진다면, 너무도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독자들이 듀이의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꽤 오래전에 『경험과 교육』을 번역해서 출간한 적이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때 나는 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훼손되지 않는 이상, 영문으로 된 그의 글을 우리말로 직역하기보다는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우리글로 옮겨야겠다는 원칙을 세웠었다. 듀이가 쓴 영문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그것은 영문으로 된 듀이의 글을 읽는 것 이상으로 독자들을 고통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도대체 듀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인인 듀이가 아니라 한국의 어느 학자가 쓴 책을 읽고 있다고 독자들이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번역을 시도하다 보니 꽤 힘이 들었다. 번역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고, 출간과 동시에 다시는 남의 글을 번역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경험과 교육』을 읽으면서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도 끊이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문을 닫은 출판사를 대신해서 박영사가 『경험과 교육』의 번역본을 다시 출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오탈자를 바로잡는 정도로 가벼운 수정을 해서 책을 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원고 수정을 위해 번역본을 읽다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부드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번역하겠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우리말 번역문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영문을 우리말로 직역하는 편한 번역의 유혹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곤혹감을 생각하니 이대로는 출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는 번역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을 가지고 또 한 번 번역을 하는 흔치 않은 일을 하게 되었다. 원래의 번역본과 대조해보면 알겠지만, 『경험과 교육』의 상당 부분을 새로 번역했다. 듀이가 말하고자 한 바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독자들이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옮기려고 무진 애를 썼다.
『경험과 교육』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의 2부로 같이 실은 듀이의 논문인 「아동과 교육과정」의 번역도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처음부터 다시 번역하였다. 『경험과 교육』보다 36년 먼저 나온 글이기는 하지만, 「아동과 교육과정」은 『경험과 교육』에 등장하는 듀이 교육이론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과 해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논문을 새로 번역한 글을 『경험과 교육』의 새로운 번역과 함께 읽는다면 듀이 교육이론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부록으로 「존 듀이를 위한 한 편의 변론」을 실었다. 이 논문은 듀이의 『경험과 교육』을 번역해 내놓으면서 역자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듀이의 교육이론을 소개하고 그를 둘러싼 논란과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쓴 「지상에서 추방당한 존 듀이의 천상의 교육학」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듀이의 교육이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쓴 이 글은 발표한지 거의 19년이 흘렀다. 듀이의 교육이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커다란 변함이 없지만, 그를 대하는 역자의 애정이 이전과 똑같을 수는 없다. 역자는 이제 교육에 대해서 듀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듀이의 교육이론을 옹호하는 글을 처음 쓰던 당시에는 천상의 교육학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이제 나에게 그의 교육이론은 더 이상 천상의 교육학이 아니다. 이처럼 지금 역자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글은 듀이의 교육이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부분적인 수정과 함께 원제목이 갖고 있던 다소 과장된 찬사를 뺀 제목인 「존 듀이를 위한 한 편의 변론」으로 고쳐 다시 실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허망한 이야기들이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에 교육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다시 묻는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끊이지 않고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흔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