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에밀 뒤르켐 / 민영사 / 1992.4.1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 1858 ~ 1917)은 사회학이 무엇을, 어떻게, 왜 연구해야 하는지를 처음으로 제시했으며 사회학의 종주 (宗主)로 불린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Les formes elementaires de la vie religieuse)는 뒤르켐 생전에 나온 마지막 책으로 ‘종교와 도덕의 관계’, ‘종교의 기원’ 등 그의 학문적·사상적 관심이 집대성되어 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종교의 일반이론을 탐구했다. 종교의 본질과 근거, 종교의 출현, 종교의 요소와 기능을 밝힌다.
종교에 대한 연구는 그가 말년에 갑자기 선택한 주제가 아니다. 뒤르켐은 전통적인 유대교 랍비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는 종교에 대해 “이론에 앞서 삶을 통해 먼저 경험” (16쪽)했다. 하지만 그는 성장하면서 유대교의 여호와,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은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에게 신은 인간들의 공동체, 즉 “사회에서 나온 집합 표상” (16쪽)이었다. 뒤르켐은 기본적으로 종교를 ‘사회적 사실’이라고 여겼는데, 인간사회에서 종교가 편재하는 것을 종교의 사회적 유용성이 드러난 것으로 이해했다.
그는 자신의 다른 대표작 ‘자살론’ (La Suicide)에서 ‘자살’이라는 사회적 사실이 나타나는 데 종교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상세히 논의했으며, ‘종교적 현상의 정의에 대하여’ (1899), ‘토테미즘에 관하여’ (1902) 등과 같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종교’는 그가 걸어온 학문적 길에서 중요한 주제였던 것이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를 주저 없이 뒤르켐의 대표 저작으로 꼽는 이유다.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Les formes élémentaires de la vie religieuse)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이 1912년에 출판한 책이다. 이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종교를 사회에 관계된 현상의 일종으로 분석하고 뒤르켐은 종교의 발달을 공동체다운 삶을 거쳐 얻는 마음이나 기분에 의한 안정이라고 하였다. 뒤르켐 학파의 종교 사회학의 기초를 구축하였고 애니미즘에 선행하는 것으로서의 토테미즘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나 종교와 사회의 관계를 대상으로 한 견해에는 문제점이 있어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뒤르켐은 ‘서론’에서 원시종교를 연구하는 의의는 종교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이라 하였고, ‘제1편 전제(前提) 문제’에서는 종교의 본질을 신의 관념에서 추구한 종래의 견해를 비판하여 그것은 성(聖)과 속 (俗)이라는 관념의 대치 (對置)에 있다고 하였다. 특히 종교의 원초 형태는 정령숭배 (애니미즘)나 자연숭배 (내처리즘)에 있다고 하는 견해를 비판하고 그것을 오스트레일리아의 씨족사회에 존재하는 토테미즘에서 구한다. 토테미즘이란 여러 씨족이 일정한 동물이나 식물을 숭배하여 그것을 자기 씨족의 상징으로 여겼고 자기들은 그러한 동물이나 식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 사실을 가리킨다. ‘제2편 원초적 신념’은 그러한 토테미즘의 연구에 할당된 것인데 그 토테미즘은 미개사회에 널리 볼 수 있는 ‘마나’라고 부르는 인격답지 않은 신비스러운 힘에의 신앙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토테미즘이 하나의 신비로운 힘이 있는 근원은 개인을 초월한 사회의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 지켜야 할 도덕에 관한 본보기에 부합한 힘에 있다고 하였다. 제3편에서는 원시종교의 의례(儀禮)가 연구되었다.
○ 목차
1. 예비적 물음들
2. 종교현상과 종교에 대한 정의
3. 원초적 종교의 중요한 개념들
4. 정령론, 자연 숭배론
5. 원초적 종교의 중요한 개념들
6. 원초적, 종교로서의 토테미즘
7. 문제의 역사/문제를 다루는 방법들
8. 원초적인 신앙들
9. 토템적 신앙-명칭과 상징으로서의 토템
10. 토템적 신앙-토템적 동물과 인간
○ 저자소개 : 에밀 뒤르케임 (Emile Durkheim, 1858~1917)
1858월 4년 프랑스 출생.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필수과목으로 제도화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프랑스 사회학자이다. 그가 평생을 통해 관심을 기울인 주제는 사회통합과 자유주의 이념의 확장을 통한 공화민주주의 모델의 완성이다. 1917년 사망할 때까지 소르본대학의 교육학 및 사회학 담당 교수로 재직했던 사회학자로서 뒤르케임은 대학의 상아탑에 안주하지 않고 당시 프랑스 사회의 개혁을 위해 학문과 연구와 실천을 이상적 형태로 종합한, 후대 인문사회학도들의 귀감이 되는 지성인의 삶을 살았다. ‘사회분업론’ 외에도 ‘자살론'(1897),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1912), ‘프랑스 교육 발달사'(1938), ‘직업집단의 윤리와 시민도덕'(1958) 등 많은 저작을 출간했다.
– 역자 : 노치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마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8년간 광주대학교 교수를 하다 현재 광주양림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이다. 『일제하 한국기독교 민족운동 연구』, 『한국 개신교 사회학』 등 다수의 책을 썼고 『교회분열의 사회적 배경』, 『사회학 입문』,『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신학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번역했다.
– 공역 : 민혜숙
민혜숙은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원여고와 대원외고에서 불어를 가르쳤고 1994년에 『문학사상』 중편소설 부분에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으며 전남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다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전남대학교, 광주대학교, 기독간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호남신학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겸임교수로 있다. 장로회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여 목사가 되었고 남원에 있는 용북중학교 교목으로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대 시지푸스』(1998), 『문학으로 여는 종교』(2002), 『황강 가는 길』(2005), 『한국문학 속에 내재된 서사의 불안』(2003), 『목욕하는 남자』(2013), 『중심의 회복을 위하여』(2014), 『세브란스 병원 이야기』(2014), 『돌아온 배』(2018), 『코리아 판타지』(2018, 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 『사랑론』(1986), 『법, 정의, 국가』(2003),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2020, 공역), 『프로이트 읽기』(2005), 『문학비평방법론』(1997), 『융분석비평사전』(2000)이 있다.
○ 책 속으로
“종교를 비롯한 모든 연구는 그 출발점이 가장 중요하다. … 따라서 현대 종교를 포함하는 모든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즉 어떤 지점에서 출발한 종교가 주어진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변화했는가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연구는 그 출발점이 되는 가장 원시적인 종교에서 시작해야 한다.” — p.24
“종교생활의 토대를 이루는 사회는 현실사회다. 즉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도덕적이고 법적인 조직으로서의 사회다. 이러한 사회는 수많은 오점을 지닌 불완전한 사회이기도 하다. 인간사회 속에 존재하는 위대함(이상적인 존재인 사회는 유기체적 존재인 개인을 넘어서고 위대한 신이나 조상 또는 영혼과 영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과 인간사회 속에 존재하는 저열함(종교에서 악, 악마, 신에게 거역하는 존재, 주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모두 종교를 통해 나타난다. 인간이 종교생활의 근거가 되는 이상을 꿈꾸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사회, 즉 집합적 생활의 결과다.” — p.107
○ 출판사 서평
– 종교연구의 목적, 방법, 대상
뒤르켐은 종교의 본질과 근거, 종교의 출현, 종교의 요소와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이 땅 위에 있는 다양한 종교를 연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적합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종교에는 수많은 ‘비종교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졌다. 예를 들어 가톨릭교회 속에는 정치, 경제, 사회, 가족, 교육, 예술 등 문명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가톨릭교회를 대상으로 비종교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종교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종교의 본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가장 단순한 종교, 즉 비종교적인 요소가 가장 적게 개입된 종교를 연구하는 것이 좋다.”(17쪽) 뒤르켐은 이러한 방법론을 근거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단순한 종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숭배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시 종족들은 문명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씨족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종교인 토템 종교는 가장 단순한 문명에 존재하는 종교로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 종교의 정의
뒤르켐은 종교에 대해 널리 알려진 정의, 즉 초자연적 현상이나 신성으로 종교를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 초자연적이라는 개념은 자연과학이 발달한 뒤에 생긴 개념이지만 종교는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따라서 그는 “초자연의 개념으로 종교를 정의할 수 없다”(18쪽)고 말한다. 또한 신성의 개념으로 종교를 정의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세계적인 종교 가운데 신 또는 영의 관념이 없는 경우도 있고, 존재한다 하더라도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종교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불교다. 따라서 초자연성이나 신성으로 종교를 정의할 수는 없다.
뒤르켐은 종교를 ‘성’(the sacred)과 ‘속’(the profane)의 개념으로 정의한다. 종교적 신앙이란 성스러운 사물과 속된 것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신앙이 형성되고 그 신앙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의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례를 혼자서 할 수 없다. 반드시 공동체나 씨족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앙, 의례, 공동체 이 세 가지가 종교의 본질적 요소다.”(18쪽) 이러한 요소에 근거해 종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종교란 성스러운 사물들이나 분리되고 금지된 사물들과 관련된 신앙과 의례가 결합된 체계다.”(31쪽)
– 종교의 근원
뒤르켐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숭배에서 목격할 수 있는 ‘거룩한 것들’을 고찰했다. 이를 통해 ‘토템 동식물’, ‘토템의 표상 (상징물)’, ‘토템 숭배에 참여하는 특정 토템 씨족의 구성원’이 거룩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거룩하게 여겨지는 여러 사물이나 사람 자체에는 특별히 거룩하게 여겨질 만한 속성이 없었다. 이러한 사물들은 어떻게 거룩하게 여겨지게 된 것일까?
뒤르켐은 이러한 사물들 속에 공통적인 요소가 있고, 그 공통적인 요소가 거룩함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토템 동물은 그 동물을 숭배하는 씨족을 상징한다. 다른 기호나 그림의 형태로 된 토템이 있다면 그 토템은 마찬가지로 그 토템을 숭배하는 씨족을 상징한다. 이처럼 거룩하게 여겨지는 사물들은 모두 씨족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씨족은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사회 (공동체, 집단)다. 거룩함의 출처가 사회인 것이다.
– 종교의 사회통합 기능
뒤르켐의 종교 이론은 종교가 지닌 사회통합 기능을 강조한다. 토템 숭배를 하는 씨족은 의례 행위를 하는 동안 성스러운 경험을 공유하고 이 경험은 집단을 통합시키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합시키는 전통과 역사, 언어와 관습, 도덕과 가치 등은 사회적으로 실재하지만 개개인의 참여와 수용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종교는 개인으로 하여금 통합의 여러 요소를 수용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숭배는 연관된 집합적 표상들 (조상, 전통, 씨족, 토템 동물, 토템 상징물)을 자신들의 삶에서 소중히 여기게 하고 그것들에 순종하게 한다. 이는 ‘사회적 이상’을 숭배하게 하는 것과 같다. 사회적 이상이 종교적 관념이나 의례를 통해 개인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사회적 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뒤르켐은 자신의 다른 책 ‘사회분업론’ (Division of Labor in Society)에서 사회통합의 원리를 제시한 적이 있다. 전통사회에서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은 ‘동일성’에 근거한 기계적 연대라고 했다. 또한 산업사회는 ‘분업과 상호의존’에 근거한 유기적 연대로 사회가 통합된다고 했다. 이때 종교는 ‘기계적 연대’가 나타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숭배는 같은 조상과 토템을 숭배하고, 모방의례를 행하면서 동일한 행동을 하고, 속죄의례를 행하면서 함께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계적 연대가 나타나게 되며 사회통합의 힘이 된다.
오늘날 종교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져가는 한국 사회에서 뒤르켐은 반종교적이면서도 종교를 옹호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의 이론은 어느 종교든 그 신앙 대상의 존재는 부정한다. 신의 실제적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뒤르켐의 종교이론은 반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 뒤르켐은 종교를 문명의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과학, 도덕, 예술과 같은 문명이 고대 종교와 그 종교가 지닌 ‘종교적’인 것에서 나왔으며 범주와 개념 같은 순수이성도 고대 종교와 ‘종교적’인 것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시대를 반영하는 집합표상으로서 특정 종교는 몰락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존재하는 한 종교와 ‘종교적인 것’은 영원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