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 2016.09.15
작가로서 명실공히 도스또예프스끼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든 후기 5대 장편 가운데 첫 작품. 속기사이자 두 번째 아내가 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또옙스까야의 도움으로 1866년 1월부터 12월에 걸쳐 ‘러시아 통보’에 연재된 뒤, 1867년에 약간을 수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겉으로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탐정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 가난한 대학생의 범죄를 통해 무엇보다도 죄와 벌의 심리적인 과정을 밝히며, 이성과 감성,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 환경과 개인적 도덕의 상관성, 혁명적 사상의 실제적 문제 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 목차
제1장 위험한 계획
제2장 어머니의 편지
제3장 두 번의 살인
제4장 악몽
제5장 잘못된 증거들
제6장 다시 노파의 집으로
제7장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제8장 다시 만난 가족
제9장 의심
제10장 넘어서는 안 될 선
제11장 소냐의 발에 입을 맞추다
제12장 의외의 자수
제13장 미심쩍은 선행
제14장 고백
제15장 나는 미국으로 간다네
제16장 속죄
제17장 에필로그
○ 줄거리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Raskolnikov)는 서구적인 합리주의자·무신론자이다. 빈곤에 허덕이고 고독에 짓눌린 그는 한결같이 추상적 사색에 몰두한다. 그의 예리한 지성은 이 고독의 사색에서 전인미답의 독창적 이론-초인사상-을 체계화시킨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류는 ‘나폴레옹’과 ‘이(蝨)’로 분류된다. 즉 선악을 초월하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바로 법률이나 다름없는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과 인습적 도덕에 얽매이는 약하고 평범한 다수인간으로 분류한다. 그는 자신이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인다. 그리고 또한 그 장면을 목격한 여동생, 리자베타도 같이 죽이게 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라스콜니코프는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자신이 나폴레옹이 되어 다수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상은 뒤로 미뤄둔 체 죄도 없는 리자베타를 죽인 양심에 대해서, 자신을 잡으려는 사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러다 이를 죽여 나폴레옹이 되고자 했던 자신과는 달리 자신을 죽여 생계를 유지하는 매춘부 소냐를 본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그릇되었음을 깨닫고 소냐에게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고하게 된다. 소냐는 네거리 광장으로 나가 자신이 더럽힌 땅에 키스를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노파를 죽였다고 알리라고 하고 그에 라스콜니코프는 즉각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소냐는 작자가 이상으로 여긴 복음서적인 사랑과 인종의 사도이며 무신론자 라스콜니코프에 대립되는 구원의 담당자로 묘사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그녀의 감화에 의한 주인공의 종교적 갱생과 정신적 부활이 그려지고 있다. 합리적 원리와 비합리적인 원리와의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에 직면한 주인공의 심각한 고민은 투철한 심리분석과 극적인 박진력으로 훌륭히 묘사되고 있다.
○ 저자소개 :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세계에 존재하는 불변의 진리를 종교·철학·사상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20세기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며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심리적 통찰력으로, 특히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20세기 소설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모스크바 말린스키 시립병원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로서 사형 집행 몇 분 전에 특사를 받은 바 있었고, 4년간의 시베리아 유형생활과 불치의 간질병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질곡과 고난을 다 겪으며 살았다.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왔던 그였지만, 인간 내면의 추악함에만 집착하지 않고 영혼의 아름다움과 궁극적인 정화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집필한 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상적 기조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모순되는 선과 악의 투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죄와 벌』『백치』『악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 그의 장편소설들은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데 예술이 매체로 이용된 뛰어난 본보기이며, 그에게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의 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모스크바 빈민구제병원 의사의 차남으로 태어나 15살 때까지 생가에서 지냈다. 공병학도와 작가 시절을 보낸 페테르부르크는 이야기의 무대로서 여러 편의 작품에 등장한다. 1846년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비평가 펠린스키로부터 ‘제 2의 고골리’라는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였다. 데뷔 전에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직접 작품을 건네받아 읽었던 네크라소프는 감동을 받은 나머지 밤중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데뷔는 화려했을지 모르나, 이어서 발표한『이중인격』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 후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 주재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황제의 명으로 특별 사면되어(이 일련의 특사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시베리아에 유형을 가는 것으로 감형되었고, 옴스크에서 1854년까지 유배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지하실의 수기』를 펴냈다. 그 밖에도 『백치』 등의 작품에 사형집행 직전의 심정을 묘사하는 등 이 사건 이후 그의 작품 색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형을 마치고 군대에서 사병으로 근무한 후 1858년에 페테르부르크로 귀환한다. 이 무렵에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에서부터 기독교적 인도주의자로의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스테판치코포의 마을』 『학대받고 멸시받는 사람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후 유럽 여행을 떠난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때 도박에 빠져 빚에 시달리면서도 계속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악어』 『도박사』 『영원한 남편』 등을 써내려갔고,『백치』『악령』을 잡지『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했다. 또한 그 시기에 그를 세계적인 대문호로 만들어준 작품『죄와 벌』을 발표하였고 호평을 받았다.
1858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온순한 여인』을 비롯한 몇 작품들을 모아『작가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했다. 『우스운 자의 꿈』은 이듬해에『작가일기』에 추가되어 발표되었다. 1878년부터 1880년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한다. 1881년 1월 28일, 고질적인 폐질환이 악화되어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유해는 같은 달 31일에 페테르부르크 소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사원 묘지에 안장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돈’이라는 코드로 재해석 하기도 하였다. 지주 출신인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등 다른 작가가 돈에 초연했던 것과 달리, 그는 돈에 얽힌 작가의 개인사와 소설 속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풀어내었으며, ‘가난한 사람들’부터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에 이르기까지 돈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중심 모티브라고 분석하였다.
○ 출판사 서평
– 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심판하고 그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가?
– 카뮈와 베케트로 이어지는 ‘고독의 문학’을 연 선구적 작품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가운데 맨 처음 쓰이고 발표된 작품이다. 발표와 동시에 엄청난 문학적 사건이 되었던 이 소설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직선적인 플롯 전개, 극적으로 잘 짜인 스토리, 그리고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의 일관된 플롯 속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이 인상적이어서 비교적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한 개별적 묘사를 넘어서는 깊이와 문제인식을 지닌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범죄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범죄자의 의지를 통해 역사철학적이거나 도덕적인 이념이 범행에 나타나고, 범행이 질병과 세대의 위기 징후일 때인데, 이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들은 시대 비판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연구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그전까지 쓰고 발표한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높이와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 묘사의 대상으로부터 묘사 주체로 올라서는 인물들, 인물에 밀착된 서술 방식,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의도적인 다의성, 감춰진 생각과 말해진 생각 간의 게임, 군중 장면, 대립적인 여러 심리적 요소들의 투쟁에 의해 구성되는 인물의 성격, 상호대립적인 세계관을 논쟁적으로 다루는 방식 등, 이전의 작품들에서 이미 사용되었던 여러 방법, 장치, 모티프들은 『죄와 벌』에서 그때까지의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작용력을 획득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초기 작품들을 지나 이 장편 소설에서 비로소 그의 작가적 정체성과 역량을 확실하게 펼쳐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나폴레옹을 꿈꾸던 오만에 가득 찬 젊은이의 실존적 방황을 그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걸작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온 도스토예프스키는 여전히 사회개혁을 꿈꾸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혁명과 사회주의, 유물론을 거부하고 러시아의 대지와 러시아 민중, 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그의 신념은 바뀌어 있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이 도드라진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죄와 벌』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인간 존재에게 동일한 타당성을 갖는 방향타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죄와 벌』은 절대 가치에 대한 이반으로부터 그것에로의 귀의로, 존재의 분열로부터 존재의 통일성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경멸로부터 존재 일반의 가치에 대한 인정과 사랑으로 건너가는 인간을 보여 준다. 이 과정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극단적인 오만과 사회에 대한 경멸이 드러나게끔 한다. 『죄와 벌』은 사회에 대한 권력의 장악이 그의 이념이고 전제주의가 그의 성격인 주인공이 자신의 이념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만, 결국에는 영혼의 요구와 심리적 필연성에 의해 벌의 필연성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작가가 여기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형법 질서의 유지가 아니라 신적인 도덕률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삶의 공동체 속으로의 재통합 가능성을 국가적, 공적인 조치에서 심리적, 내면적 차원으로 옮겨서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인간 영혼의 모든 깊이를 묘사함으로써 ‘보다 높은 의미의 리얼리즘’에 이르고 있다.
이 작품의 리얼리즘적인 요소는 작품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소설 속의 압도적인 공간은 프롤레타리아가 몰려 사는 페테르부르크의 더러운 거리와 골목, 좁은 다락방, 초라한 셋방, 불결한 음식점과 술집, 싸구려 여관방, 곰팡이 냄새와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는 구역 경찰서 사무실이다. 주인공이 관 같은 그의 다락방을 나서서 만나게 되는 것은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한 가난한 사람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상품으로 거래되는 사람들, 창녀들이다. 서구 문화의 첨병인 페테르부르크는 물질주의적인 악에 침식되어 있으며, 화려한 거리, 궁전, 다리 등이 묘사될 때에도 오히려 강조되는 것은 그 환영과도 같은 표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냉기와 부패, 불행, 죽음이다. 같은 시대의 페테르부르크 주민들이라면 소설 속의 사건이 그들이 살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가난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지금도 마치 20세기의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주인공과 함께 돌아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러한 치밀하고 세밀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역사 이래 계속해서 이어져 온 ‘죄와 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에도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서적, 특히 문학 작품은 내 자신의 것을 포함해서 모두 불살라 버려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만은 예외다. 그의 작품은 모두 남겨 두어야 한다. –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느 과학자보다도, 위대한 가우스보다도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 아인슈타인
.비참한 상태에 있을 때, 고통의 한계까지 시달렸을 때, 삶 전체를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하나의 상처라고 느낄 때, 절망을 호흡하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을 때,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 한다. – 헤르만 헤세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