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 소비사회가 잠식하는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 현암사 / 2016.2.2
- 소비사회에 잠식된 인간 삶의 미래와 향방
불평등이 가속화되면서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명문대 졸업장도 더 이상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고, 소비사회에서 개인은 어떤 정체성보다 ‘소비자’라는 정체성으로 규정되어 ‘돈 쓰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소비사회와 교육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한 세대 전체가 낙오자의 대열에 휩쓸리는’ 세대에 주목하며 우리가 다시 연대하며 인간적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사회학자 지젝, 리처드 세넷, 아도르노, 헨리 지루,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 교육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사 누스바움 등 여러 분야의 저작을 폭넓게 인용하며 주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이들의 역저와 함께 지금 여기의 문제와의 접점을 유지하게 하는 일간지, 주간지,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 등의 텍스트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유동하는 세계, 확실했던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 … 교육은 과연 소비사회의 덫에 걸린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 터치 몇 번, 지문 하나로 결제하는 손쉬운 쇼핑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과잉, 낭비, 중독, 빈곤, 소모, 빚… 소비지상주의의 유혹에 굴복한 자발적 노예사회의 미래와 향방을 묻는다.
‘유동하는 근대’라는 프레임으로 사회현상을 꿰뚫어,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해온 지그문트 바우만이 이번에는 소비사회와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바우만에 의하면 소비사회에서 개인은 다른 어떤 정체성보다 ‘소비자’라는 정체성으로 규정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돈 쓰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소비사회는 과잉과 낭비, 폐기를 동력으로 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도록 쉽게 만들고, 소비자는 또 그렇게 쉽게 사고 버린다. 기업은 계속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계속 상품을 사면서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가 돈을 쓰면 쓸수록 불행한 소비자가 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소비주의에 맞서 최근 최소한의 물건으로 단순하게 살아가자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 목차
- 혼성 애호와 혼성 혐오 사이
- 주제 사라마구와 기쁨을 찾는 법
-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교육 3단계
- 닫힌 마음을 열고 ‘영구 혁명’으로
- 거대한 떡갈나무와 아주 작은 도토리
- 진정한 ‘문화 혁명’을 찾아
- 퇴폐는 박탈의 가장 교묘한 전략
- 오랫동안 쌓아온 것들이 파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
- 소비자 산업의 첨병으로서의 젊은이
-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창조성의 풍부한 원천이 된다
- 실업자도 복권은 살 수 있지 않나요?
- 정치적 문제로서 장애, 비정상, 소수의 문제
- 분노하여 벌 떼처럼 일어나는 정치적 집단들
- 결함 있는 소비자와 끝없는 지뢰밭
- 리처드 세넷과 차이에 관하여
- 라캉의 ‘자본주의’에서 바우만의 ‘소비지상주의’로
- 지젝과 모랭, 유일신교에 관하여
-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소비지상주의
- 땔감, 불씨, 불
- 성숙기에 이른 글로컬라이제이션
주

○ 저자소개 :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 1925 ~ 2017)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 1925 ~ 2017)은 1925년 폴란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소련으로 도피한 후 소련군이 지휘하는 폴란드 의용군에 가담해 바르샤바로 귀환했다. 폴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후에 바르샤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54년 바르샤바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1968년 공산당이 주도한 반유대 캠페인의 절정기에 교수직을 잃고 국적을 박탈당한 채 조국을 떠나,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가르쳤다. 1971년 리즈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영국에 정착했고 1990년 정년퇴직 후 리즈대학과 바르샤바 대학 명예교수로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2017년 1월 9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리카르도 마체오
에릭슨 출판사 (Edizioni Erickson)의 편집자다. 출판사의 모체가 되는 에릭슨 연구소는 1984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다리오 이아네스 (Dario Ianes)와 파비오 폴게라이테르 (Fabio Folgheraite)가 공동으로 설립한 에릭슨 연구소는 교육 및 사회복지 분야에 특화된 연구 및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며, 에릭슨 출판사를 통해 교수법, 난독증, 언어장애, ADHD, 부모교육, 심리학 등의 다양한 교육서를 출판하고 있다.
– 역자 : 나현영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사야 벌린의《낭만주의의 뿌리》(공역), 스티브 풀러의《쿤/포퍼 논쟁》, 데이비드 뱃스톤의《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팀 보울러의《블러드 차일드》, 로버트 베번의《집단 기억의 파괴》, 존 케이지의《사일런스》 등을 옮겼다.

○ 책 속으로
벌을 받은 수백만 명 중에는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사다리 꼭대기의 공간은 무한정 넓으며 거기 다다르는 데 필요한 것은 대학 졸업장이 전부라고 믿거나, 믿는 척 행동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이들이죠. 그 과정에서 쓴 대출금을 상환하는 일은 일단 그 꼭대기에 도달함으로써 신용도가 새롭게 달라질 것을 감안하면 유치하다 싶을 만큼 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직면하게 된 미래란 회신 받을 가망이 없는 입사 지원서를 쓰고 또 쓰면서 기약 없는 실업 상태를 견디거나, 꼭대기 한참 밑의 미래가 없는 불안정한 직업을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 p.40
서핑 기술은 바다의 수심을 재는 기술보다도 유용하고 바람직한 최상위의 기술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빨리 잊는 것이 기계적인 속성 학습의 결과라고요? 그럼 (단기의 순간적이고 얄팍한) 속성 학습을 오히려 환영해야죠! 결국 당신이 내일의 사건에 대한 내일의 논평을 구성해야 한다면, 그제의 사건에 대한 기억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또 기억 용량은 서버 용량과 달리 마음대로 늘릴 수 없으니, 기억력이 -즉, 장기 기억력-이 좋으면 오히려 흡수하고 빨리 동화하는 능력이 제한될지 몰라요. — p.69
지금 이른바 ‘노동 시장’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이 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부모의 성공담을 뛰어넘고 앞지르는 것이 일생의 과업입니다. 이들은 이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잔인한 운명의 장난이나 충분히 교정할 수 있는 본인의 부족함을 제외하면) 완전히 자기 능력에 달린 일이라고 믿도록 준비되고 연마되었어요. (중략)
지난 수십 년은 모든 형태의 고등교육이 무제한으로 확대되고 학생 집단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시기였습니다. 대학 학위는 근사한 직업과 부와 영광을 약속했으며, 학위를 소지한 계층의 점진적 확대와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착실히 증가했죠. 학위의 수요 공급이 미리 정해진 방침에 따라 거의 자동
적으로 확실히 조절되는 것처럼 보였기에 이 유혹을 뿌리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유혹에 굴복했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몽땅 좌절한 군중으로 전락했어요. — p.80~81
이들이 -가까스로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일회성의 운명에서 벗어나 어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현재 소비자 수요에 기여하고 있으며, 장차 더 많이 기여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의 대열이 줄지어 등장한다는 것은 손이 타지 않고 경작을 기다리는 ‘처녀지’가 끊임없이 공급됨을 의미하죠. 이런 땅이 없다면 경제 성장은 고사하고 자본주의 경제의 단순 재생산마저 어려워질 겁니다. 젊은이는 상품화되고 착취될 ‘또 하나의 시장’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셈이에요. — p.92
지금 우리는 모두 소비자입니다. 다른 무엇이기보다 먼저 소비자며,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예요. 실제로 2001년 9월 11에 있었던 대참사 직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다시 쇼핑을 계속하라.”라고 주문했습니다. 사회적 지위와 성공 경쟁에서 얻은 점수를 측정하는 주요 척도는 쇼핑 활동의 정도, 그리고 얼마나 쉽게 하나의 소비 대상을 처분하고 ‘더 새롭고 향상된’ 대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입니다. — p.143
그럼으로써 쇼핑은 일종의 도덕적 행위가 됩니다. (또는 반대로 도덕적 행위를 하다 보니 상점으로 인도된다고 말할 수도 있죠.) 지갑을 탈탈 털거나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는 행위는 타자가 요구하는 도덕적 책임인 자기 포기와 자기희생을 대신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어요. 소비자 시장은 상업화된 도덕적 진통제를 광고하고 유통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가 쇠퇴하고 시들고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기죠. 이 유대를 무너뜨리는 힘들에 저항하는 데 일조하기보다, 유대가 약화되고 점차 파괴되는 과정에 협력하는 거예요. — p.183
소비지상주의는 우리를 유혹해 행동하게끔 자극합니다. 더 정확히 말해, 강제의 주된 목적이 틀에 박힌 일상과 규율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유혹의 목적은 태만하지 않고 이윤 창출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소비지상주의의 유혹에 굴복한 결과 우리는 자발적 노예가 됩니다. 최신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자기주도적pro-active’ 노예화라고 할까요. 이것은 아마 유혹의 덫에 저항하기가 이토록 어렵고 덫을 해체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이유일 것입니다. — p.198

○ 출판사 서평
- “혼자가 아니기 위해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고독 solitary’이라는 끔찍한 단어에 ‘t’ 대신 ‘d’를 집어넣어 ‘연대 solidary’라는 단어로 바꿀 정도의 노력이면 된다”
젊은이들을 ‘또 하나의 시장’으로만 취급하는 몰인간적 소비사회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위한 거장의 세심한 진단과 통찰이 리카르도 마체오와의 ‘지적 대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불평등이 가속화되면서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명문대 졸업장으로도 더 이상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 “한 세대 전체가 낙오자의 대열에 휩쓸리는” 세대에 거장 지그문트 바우만은 주목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연대하며 인간적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작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특유의 은유적 화법에 있다. 5장 “거대한 떡갈나무와 아주 작은 도토리”, 19장 “땔감, 불씨, 불”과 같은 소제목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막상 읽고 나면 가장 적확한 표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슈퍼마켓은 우리의 사원(寺院)”이라는 조지 리처(George Ritzer)의 말을 받아 “쇼핑 목록은 성무일도서(기도문)며, 쇼핑몰을 따라 걷는 것은 순례”라고 덧붙인다. 또한 달라진 교수 환경과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교육 3단계에 대해서는 ‘탄도 미사일’과 ‘스마트 미사일’을 비유로 하여 설명한다. 날카롭게 질문하며 대담을 이끌어가는 리카르도 마페오의 역량도 돋보인다.
또한 사회학자 지젝, 리처드 세넷, 아도르노, 헨리 지루,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 교육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사 누스바움 등 여러 분야의 저작을 폭넓게 인용하며 주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이들의 역저와 함께 지금 여기의 문제와의 접점을 유지하게 하는 일간지, 주간지,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 등의 텍스트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독서 경험이 된다. 이렇게 정제된 사상가의 언어는 읽는 사람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나’의 문제, ‘우리’의 연대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취업난, 학자금대출, 치솟는 집값, 저성장시대, 장기불황 등의 징후를 매일 마주하며 희미하게나마 위기의식을 느껴왔던 20~30대들에게, 또한 유럽과 제3세계의 교육 및 사회경제학적 이론와 사례를 찾는 독자들에게 지그문트 바우만은 ‘목소리’를, ‘언어’를 제공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