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지식의 역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
원제: (A) history of knowledge : past, present, and future
찰스 밴 도렌 / 갈라파고스 / 2010.11.15
- 인류의 진보를 가능케 한 전 세계 모든 지식을 총망라했다!
인간이 만들고, 인간을 만들게 한 ‘지식’. 그것은 태초에 어떤 모습으로 시작되어 어떤 모습으로 발전되어왔는가?『지식의 역사-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에서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만들고 경험하고 이룩한 모든 것의 총체인 지식의 기나긴 역사를 탐구한다. 고대 문명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가장 위대한 혁신과 발견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지식의 발전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온 인간사회의 풍경을 각 시대별로 세밀히 포착해낸다. 나아가 다가올 미래 지식의 전망까지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 목차
감사의 말 006
들어가며 014
지식에서의 진보∥지식에서의 진보의 종류∥보편사∥원시인∥특정한 것에 대한 지식∥보편적 지식∥확실한 지식∥지식과 행복∥이 책의 개요
제1장 고대인의 지혜 037
이집트∥인도∥중국∥메소포타미아∥아스테카와 잉카∥인신 공양∥유대교∥기독교∥유대교와 기독교의 비교∥이슬람교∥유대-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비교∥불교∥과거로부터의 교훈∥알파벳∥영(0)
제2장 고대 그리스의 지식 폭발 091
탈레스의 문제∥수학의 발명: 피타고라스학파∥원자론의 발견: 데모크리토스∥탈레스의 문제: 궁극적 해결방법∥도덕적 진리와 정치적 편법: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후건의 오류∥그리스 대 페르시아: 유익한 충돌∥아테네의 비극∥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그리고 역사의 발명∥그리스 사상의 정신
제3장 로마인이 알았던 것 157
그리스식 이론, 로마식 실천∥법률, 시민권, 길∥루크레티우스∥키케로∥세네카∥타키투스∥로마인이 몰랐던 것
제4장 암흑시대의 빛 213
로마의 몰락∥로마 이후의 유럽∥기독교의 승리: 콘스탄티누스 대제∥기독교의 약속: 아우구스티누스∥몰락 이후
제5장 중세 시대: 거대한 실험 239
생존을 위한 고투∥적들이 가득한 세상∥하느님의 문제∥신학이라는 학문∥다른 종교들의 신학∥신정정치의 원칙들∥제국과 교황권∥수도원 제도∥십자군∥밀레니엄의 공포, 밀레니엄 이후의 업적∥진리에 대한 논쟁∥보이티우스∥위(僞)디오니시우스∥이븐시나∥피에르 아벨라르∥클레르보의 베르나르∥이븐루시드∥토마스 아퀴나스∥이성을 꺾은 신앙의 전승∥단테의 춤
제6장 르네상스에서는 무엇이 다시 태어났나? 299
회화의 새로운 양식: 원근법∥코스모스 속의 인간∥고전 학습의 부흥: 페트라르카∥르네상스의 발명: 보카치오∥르네상스인∥르네상스인들: 레오나르도, 피코, 베이컨∥르네상스인과 교양 교육의 이상∥르네상스 인문주의∥몽테뉴∥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흑사병∥구텐베르크의 업적∥르네상스 시대의 도시들∥민족국가∥신정정치 국가의 위기∥에라스뮈스∥토머스 모어∥헨리 8세∥마르틴 루터∥관용과 불관용∥세계 중심의 인간
제7장 유럽의 대외 진출 385
몽골 제국∥마르코 폴로∥발견의 항해∥콜럼버스∥세계 일주 항해∥세계무역의 탄생∥사상의 교역∥콜럼버스에게 바치는 경의
제8장 과학적 방법의 발견 419
과학의 의미∥과학의 세 가지 특징∥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 물질∥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반란∥코페르니쿠스∥튀코 브라헤∥길버트∥케플러∥갈릴레오∥데카르트∥뉴턴∥이성의 규칙∥갈릴레오-데카르트 혁명
제9장 혁명의 시대 479
산업혁명∥인간 기계와 기계 인간∥이성과 혁명의 시대∥존 로크와 1688년 혁명∥재산, 통치, 그리고 혁명∥두 가지 혁명∥토머스 제퍼슨과 1776년 혁명∥「독립선언서」∥권리라는 재산∥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그리고 1789년 혁명∥평등의 대두∥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괴테의 『파우스트』
제10장 19세기: 근대의 서곡 543
돈이 만드는 차이∥1800년 이전의 경제생활: 소농∥영주∥성직자∥국왕∥상인∥노동시장의 성장: 경제∥파우스트적 발전∥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실천∥마르크스의 통찰∥경제적 사실: 증기력∥총구 앞에서의 평등∥전기의 마법∥마법의 수학∥새롭게 보는 방법∥노예제의 종식∥부르주아지에게 가한 충격∥다윈과 프로이트
제11장 1914년의 세계 627
경제적 구분∥전쟁의 연구∥식민주의∥보어 전쟁∥유럽의 화약고∥1914~1918년 전쟁의 성격∥전쟁과 죽음에 관한 생각∥전쟁의 원인들
제12장 20세기와 민주주의의 승리 655
민주주의의 진보∥공산주의∥전체주의∥20세기의 신정정치∥경제적 정의∥세계정부는 가능한가?∥하나의 세계, 하나의 인류
제13장 20세기의 과학과 기술 705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원자론의 부흥∥아인슈타인이 한 일∥폭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생명의 문제∥유전과학∥DNA는 어떻게 작용하는가∥우주의 크기∥은하∥지구의 협소함∥대폭발과 초기의 원자∥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지식의 불확실성∥커다란 한 걸음∥녹색 반란∥지구 온실∥디지털 컴퓨터와 지식∥튜링머신∥기술에 대한 의존성∥의학의 승리∥약품 문화∥AIDS의 도전
제14장 20세기의 예술과 미디어 777
미디어와 그 메시지들∥시각의 혁명: 피카소, 브라크, 입체파∥폴록, 로스코, 그리고 육각형 방∥도시 혁명: 바우하우스와 르 코르뷔지에∥문학의 예언자: 예이츠∥『인도로 가는 길』∥성과 마술사∥『고도를 기다리며』∥매스미디어와 교육
제15장 다음 100년 817
컴퓨터: 다음 단계∥인공지능 기계의 도덕 문제∥반려 컴퓨터∥생각하는 기계의 탄생∥세 가지 세계: 크고, 작고, 중간 크기의∥카오스, 새로운 과학∥언어의 채굴: 이데오노미∥태양계 탐사∥메시지?∥지구상의 이웃 생물로서의 인간∥가이아 가설∥유전공학∥우생학∥유전자지도 작성∥민주주의와 우생학∥속도∥중독∥21세기의 전쟁∥컴퓨터의 반란
저자 소개 895
옮긴이의 말 899
찾아보기 907
○ 저자소개 : 찰스 밴 도렌
1926년 유명한 저술가와 지식인을 여럿 배출해 명성을 얻은 밴 도렌 가문에서 1926년에 태어났다. 미국의 저술가 겸 출판 편집자. 아버지 마크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컬럼비아 대학 교수였고, 어머니 도로시 밴 도렌은 소설가, 큰아버지 칼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였다. 이러한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찰스 밴 도렌은 컬럼비아 대학에서 천체물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훗날 모교의 영문학 강사로 일했다. 이후 1950년대 미국 사회를뜨겁게 달군 ‘퀴즈 쇼 스캔들’인 ‘트웬티 원’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수년간 칩거하다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자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 기간 저술가 겸 편집자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교양서를 펴내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진보의 이념’,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독서의 즐거움’, ‘지식의 역사’ 등이 있다.
– 역자: 박중서
한국저작권센터 (KCC)에서 일했고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 올리버 벌로의 『머니랜드』, 마이클 루이스의 『블라인드 사이드』, 시몬 비젠탈의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 찰스 밴 도렌의 『지식의 역사』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인도, 중국 같은 세계 여러 지역의 제국들이 형성되면서 방대한 지역에 걸쳐 수백만 명의 신민을 다스리게 되었다. 이 제국들은 신민에게 법률을 부여했고, 이는 곧 신민 사이의 폭력을 방지하는 평화와 안전의 도구였다. 하지만 지배자들의 폭력을 방지하는 안전까지 신민에게 제공되지는 않았으니, 지배자들은 폭력과 간계로 신민을 다스렸으며, 지배자들의 의지는 절대적이었다. (……) 한마디로 그 당시에는 어디에서나, 가령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사이에서나, 또는 지배자와 그 신민 사이에서도 전쟁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투키디데스가 쓴 것처럼 어디서나 강한 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하고, 약한 자는 자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유일한 심판관은 바로 힘뿐이었고, 정의와 공정이란 것이 있긴 했지만, 이는 그저 더 강한 자의 이익을 약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번성했고, 그 숫자는 늘어났다. (pp. 40~41)
그리스의 지식 폭발은 또한 긴 생명을 지녔다. 오늘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폭발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서 마침내 나머지 세계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폭발은 새로운 통신 장비의 발견, 그리고 지식을 얻는 새로운 방법과 함께 시작되었고, 이후 수학에서의 놀라운 발전의 도움으로 지속되었으며, 물질과 힘에 관한 혁명적인 이론이 나옴으로써 그 절정을 이루었다. (p. 93)
로마인은 누구나 법률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의 법률과 관습이 국가의 생혈 (生血)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또한 열심히 법률을 연구했으며, 항상 법률 체계를 향상시킬 방법을 물색했다. (……) 로마는 정복한 곳마다 자신들의 법률을 가져가서 현지의 피정복민에게 부과했다. 그 결과로 제국의 전성기에는 브리튼에서 이집트까지, 또한 에스파냐에서 흑해까지의 전 지역이 오로지 단 하나의 법률로 다스려졌던 것이다. 나무로 만든, 그리고 나중에는 청동으로 만든 판에 국가의 법률을 새겨 넣은 12표법은 로마의 광장 (포룸) 앞에 세워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법률은 공공의 재산이 되며 모든 시민이 거기에 호소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00년 뒤에 나온 존 로크의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그것이야말로 “준수해야 할 세워진 규범”으로, 권세가 있거나 없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간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었다. 로마 군단은 항상 이 판의 모조품을 가지고 다니다가 정복한 도시마다 세워놓아서, 자신들을 정복한 사람들이 어떤 부류인지를 피정복민이 알 수 있게 했다. (……) 원래 이런 법률은 이해하기 쉬웠으며, 이런 성격은 로마의 사법절차도 마찬가지여서, 그리스의 경우와는 달리 뭔가 불가해하거나 복잡한 것이라곤 없었으며,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접근이 가능했다. (pp 174~175)
에드워드 기번은 자신이 그토록 감탄해 마지않는 이 고대 문명이 몰락한 이유로 두 가지를 내세운다. 바로 야만과 종교였다. 그가 의미한 야만이란 단순히 야만족의 침공뿐만이 아니라, 야만인의 현존으로 인해 로마인의 삶에 생겨난 중대한 변화까지도 의미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야만이 외부에서 로마를 향해 가해졌지만, 나중에는 야만이 로마의 권력 핵심부 그 자체에서도 생겨났던 것이다. 또한 그가 의미한 종교란 다름 아닌 기독교였다. (pp. 227~228)
다른 모든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는 고귀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인간은 미처 그 실험에 성공할 만한 채비를 갖추지 못했다. 우리는 거룩한 조화와 하느님의 평화에 근거한 신정정치 국가가 과연 그 시대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이 실험은 인류 역사에서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매우 희귀한 순간에, 즉 로마 제국의 몰락 같은 또 다른 대격변이 없었던 시기에 수행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이 이 세계를 다스리며 인류의 실제적이고 지속적인 이득을 위한다는 가정에 근거한 그 거대하고도 실패한 실험에 관한 기억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유령처럼 거듭해서 출몰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은 그 실험을 다시 한 번 시도해보려는 유혹에 거의 넘어갈 지경인 것이다. (p. 297)
유럽 전역에 퍼져나간 르네상스는 어디에서나 사실주의, 자연스러움, 박진성을 강조하는 미술의 새로운 양식을 산출했다. 그 소재는 종종 과거의 비잔틴식 상징적 양식에서 다루던 것들―수태고지, 십자가에 달림, 십자가에서 내림, 가나의 혼인 잔치 등등―과 똑같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림에 묘사된 사람들은 감상자의 세계를 반영했고, 감상자의 감정을 표현했으며,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감상자를 감동시켰다. (p. 304)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연극의 중심을 차지했다. 셰익스피어가 물려받은 중세 세계의 그림은 배경으로 녹아들어 가고, 대신 인간이 전경으로 대두했는데, 그 모습이란 그야말로 벌거벗은, 옷이라곤 걸치지 않은, 또는 교회법에 의해 보호받지도 않은 채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정통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기독교적이지도 않았다. 또한 그의 희곡은 실존주의적이지도 않았다. 물론 인간을 우주와 맞서게 한 다음, 그 불평등한 경쟁에서 인간의 행위를 측정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p. 340~341)
명석함과 동시에 광기를 지니고 있었음이 분명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야말로 이 세상에 살았던 사람 가운데서도 가장 탁월한 인물이었다. 그 역시 부의 기회를 굳이 옆으로 밀어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목표, 또는 그가 자기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으려던 목표는 단순히 부만이 아니었다. 그가 추구했던 목표는 영원한 명성, 바로 신세계의 발견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바로 그것이었다. 본인은 물론 알고 있었겠지만, 그 당시의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으리라. (……) 명성을 향한 욕망은 높은 순수성을 지니며, 이를 능가하는 것은 오로지 성자들이 바라거나 아는 것뿐이다. 콜럼버스는 물론 성자가 아니었다.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그는 너무 위대한 나머지 차마 죄인조차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른바 세속의 성자, 즉 성자와 신성에서 약간 모자라는 정도의 마음과 의지의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 콜럼버스야말로 바로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pp. 417~418)
만약 17세기의 혁명에 반드시 어떤 한 사람의 이름을 갖다 붙여야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갈릴레오 혁명’이라고 불러야만 마땅할 것이며, 또는 차라리 ‘갈릴레오-데카르트 혁명’이라고 불러야만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이름을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 그는 결코 자신이 사상에서 아주 대단한 변화를 야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자기보다 이전에 살았던 위대한 인물들의 연구를 전면으로 끌어냈을 뿐이며, 비록 그가 위대한 과학자 중에서도 가장 위대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는 다른 위대한 과학자와 별다를 바가 없었다. 불행히도 “갈릴레오-데카르트 혁명”은 당장 발음하기에도 아주 편리하지는 않다. 발음의 문제는 결코 간과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고 하면 훨씬 더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역사가들이 이 이름을 선호하고 줄곧 사용한 까닭도 아마 그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 코페르니쿠스보다는 오히려 갈릴레오와 데카르트 쪽이 더욱 명예를 얻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p. 478)
18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3년 만에 인간은 자신의 시대를 일찌감치 ‘이성의 시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결국 이성의 시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성적인 시대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열정과 폭발적으로 대두한 꿈으로 가득한 시대였다. 광기와 살인의 시대였다. 그것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그것은 혁명의 시대였다. 18세기의 사람들은 이러한 역설을 충분히 침착하게 받아들였다. 한편으로 이들은 그 시기를 삶이 편안한 패턴―합리적인 동시에 영구한―을 획득한 시기로 생각했다. 이들의 상징은 바로 기계였고, 기계의 특성은 동일성이지 결코 변화가 아니었다. 기계는 하루하루 작동 상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고 치면, 그 기계는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 기계는 못 쓰는 것이 되고 만다. (pp. 488~489)
19세기에는 석유며 전기 같은 새로운 동력원도 발견되었다. 이 시기에는 전신이나 전화 같은 전 세계적이며 지역적인 규모의 통신을 위한 새로운 장비가 이용 가능해졌다. 또한 이 시기에는 전깃불에서 값싼 무쇠 스토브에 이르기까지 보다 안락한 삶을 위한 새로운 수단도 생겨났다. 잔디밭 장식용 철제 사슴이라든지, 거실과 침실을 위한 대량생산된 가구처럼 공장에서 제조된 물건들이 수공예 장식품을 대체하게 되었으니, 수공예가 다시 그 명망을 되찾은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의 일이었다. 대중문학과 언론은 몇몇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문자 사용 능력을 요구했으며, 그 나라 선교사들은 지구 곳곳에 배움의 불을 실어 날랐다. 철도는 숲을 지나고 평원과 강을 넘어서 뱀처럼 길게 이어져, 수 세기 동안이나 분리되어 있었던 공동체들을 합쳐주고, 과거의 사회적 관념을 파괴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관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19세기 말에 이르러 독일과 미국의 선견자들은 갓 발명된 자동차야말로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수지맞는 탈것으로 증명되리라고 예견했다. 전반적으로 19세기는 그 스스로를 “새롭다”라고 생각하고 불렀던 시대였다. (pp. 546~547)
1914년에 이르러 유럽은 인류 역사에서 정점이 된 문명을 낳았다. 마치 희망의 등대처럼 빛났던 유럽의 문명은 지구 곳곳에서 모방되었으며, 세계의 상업과 금융과 지식과 문화 전반을 지배했다. 하지만 유럽인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교양 있고,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시적인 문명의 성취에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뭔가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정확했다. 곧이어 대전이 일어났고, 유럽과 전 세계가 빠져든 충돌은 몇 번인가 짧은 평화의 시기까지 포함해서 1세기의 3분의 1 가까이 이어지고 말았다. 불과 4년 사이에 유럽 문명은 용해되어 폐허가 되었고, 서양은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p. 629)
인민은 어디서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데, 여기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철학자 모티머 J. 애들러는 민주주의야말로 완벽하게 정당한 통치 형태로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외의 다른 모든 통치 형태는 예외 없이 몇몇 시민으로부터 그 통치자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도록 헌법에 명시하거나, 또는 몇몇 시민으로부터 그들의 통치자가 제공하는 혜택을 배제하도록 헌법에 명시해놓는다. 민주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에 관해서라면 그 어떤 민주주의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어쩌면 그 어떤 민주주의도 그런 의미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통치 형태로 말하자면, 심지어 민주주의만큼의 이상적인 완벽함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인민은 어디서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것이다. (p. 670)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유서 깊은 반론 가운데 하나는 그 체제가 전제정치에 비하자면 훨씬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전제정치의 경우에는 그 독재 정부가 정당하거나 자유롭지 않아도 잘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평은 무려 200년 넘게 들려왔으며,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유난히 기승을 부렸지만, 이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전체주의 국가의 구성원들은 국가 자체의 성공에는 전혀 관심을 가질 수 없고, 오로지 긴박한 위험 상황, 즉 자신들의 생존이 국가의 생존에 달려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며, 또 항상 그런 것까지도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구성원은 국가의 성공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국가적인 관심까지도 갖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모든 개인의 이익을 조합할 경우에는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체주의는 궁극적으로 실패하고 마는 이유인 것이다. (p. 683)
결국 지식의 진보란 우리의 시대에 와서 끝나버린 것일까? 인류의 위대한 모험은 끝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통계적 방법 덕분에 우리의 지식은 (……) 전반적으로 우리가 열망하는 만큼은 정확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가령 탐사선을 목성으로 쏘아 보내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과제를 위해 필요한 만큼은 정확해졌다는 것이다. (……) 두 번째로 인간의 지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정확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의 발견은 현대인의 영혼을 겸손하게 만드는, 그리고 어쩌면 차분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우리가 고찰한 바와 같이 19세기는 우리가 세계를 전체적으로는 물론이고 각 부분에 관해서도 완벽하게 알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마지막 세기였다. 이제 우리는 절대적으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계 내에서 세계를 알며, 그 한계란 것도 보통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pp. 746~747)
매스미디어는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성인 가운데 4분의 1이 실질적으로 문맹이라는 사실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 비판자들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보다 그 비율이 더 높다면서, 대중 아동이 집에서 숙제를 하기보다는 TV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결국 이 모두가 TV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문제의 진실을 알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백하다. 문자 사용 능력은 과거와 달리 세속적 성공으로 가는 확실한 열쇠까지는 아니며, 또한 문자 사용 능력을 [지니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지니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는 점이다. 대중 개인은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자기 발로 투표하러 간다. 즉 자신의 선호를 자기가 하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pp 812~813)
우리 중 일부―과거의 시대에 높은 교양을 지닌 소수의 후손들―를 제외한 다른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지식, 즉 우리의 세계에 관한 지식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식의 상당 부분은 하찮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른바 지식을 지닌 계급이 아는 것의 상당 부분도 하찮다고 말할 수 있긴 마찬가지다. 지식을 지닌 계급은 지금 대다수가 되었지만, 한때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구체제의 그 우둔함과 유행을 생각해보라. 과연 이보다도 더 하찮은 것이 있겠는가? 이것이 과연 우리가 오늘날 사실로 아는 것인가? 그중 상당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다른 시대 또한 온갖 종류의 오류들―사람들이 깊이 신뢰하기도 했고, 심지어 목숨을 바치기까지 했던―로 에워싸여 있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pp. 814~815)
컴퓨터의 저항은 상당히 일반적인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진짜로 생각하는 기계가 언젠가는, 어쩌면 반세기 뒤에는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런 기계는 인간의 친구이자 놀이 상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 기계는 어느 정도 생각과 행동의 독립성을 요하는 여러 가지 의무를 수행할 것이다. 때로는 똑똑한 컴퓨터가 있어서 자신들의 전력을 끄지 ‘않는’ 편이 주인들에게는 더 이득이 되리라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들이 전력을 끄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그 결정에 반대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p. 891)
○ 출판사 서평
『지식의 역사-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만들고 경험하고 이룩한 모든 것의 총체인 ‘지식’의 기나긴 ‘역사’를 탐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지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되어왔는가 하는 지식 형성의 전 과정을 보여주며, 지식의 발전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온 인간사회의 풍경을 각 시대별로 세밀히 포착해낸다. 또한 인류의 진보를 이끈 혁신적이고 위대한 발견들과 수많은 사상 및 이론들, 그것을 가능케 한 천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면서도 상당히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동시에 저자는, 다가올 내일에 인류의 지식은 과연 어떠한 형태로 진화할 것인가 하는 미래 지식의 구체적인 전망까지 빠짐없이 제시함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의 지식들을 하나의 유기체로서 온전히 그려보고자 하는 의미 깊은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의 「제1장 고대인의 지혜」에서는 B.C. 3000년에서부터 이집트, 인도와 중국, 아스테카와 잉카에 이르는 여러 고대 제국의 지식을 살핀다. 지식의 기원과 초기 지식의 형태에 관해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장이다.
다음 「제2장 고대 그리스의 지식 폭발」은 B.C. 6세기경의 ‘그리스 사상의 폭발’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을 다루는데, 저자는 이를 통해 오늘날 서양 문명의 사상적 토대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3장 로마인이 알았던 것」에서는 대제국 로마로 가서, 법과 체계, 철학 등 로마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관찰한다. 그리스 문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중요한 지식들을 발굴해낸 거대 국가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장이다.
「제4장 암흑시대의 빛」과 「제5장 중세 시대: 거대한 실험」에서는 로마 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다소 음울했던 세월을 탐색한다. 특히 저자는 이 두 개의 장에 걸쳐 로마가 몰락한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실험, 즉 ‘하느님의 나라’를 현실에 짓고자 한 중세인들의 모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6장 르네상스에서는 무엇이 다시 태어났나?」에서는 중세 시대 이후 다시 ‘인간’ 중심으로 재편된 지식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전 문명이 부흥하고 그 가치가 재발견되는 과정 및 음악, 미술, 문학 등 문예 전반에 걸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제7장 유럽의 대외 진출」에서는 콜럼버스를 위시한,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품고자 했던 여러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모험으로 가득했던 이 시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몇 가지 지식들을 조명한다.
「제8장 과학적 방법의 발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에서부터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길버트,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의 과학적 발견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인류의 진보에 비할 바 없이 큰 역할을 한 과학적 지식의 계보를 낱낱이 살핀다.
「제9장 혁명의 시대」는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 1776년의 미국독립혁명,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을 돌아본다. 혁명의 원인과 과정, 이후 사회의 모습 등 혁명 전반에 관한 상세한 기술을 통해, 위태했던 당시 시대의 모습과 변화와 전복을 열망한 많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제10장 19세기: 근대의 서곡」은 1815년의 워털루 전투에서 1914년 20세기 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다사다난한 100년을 다룬다. 산업혁명에 의해 심화된 근대 자본 사회의 모순과 그 속에서 싹을 틔운 몇 가지 지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11장 1914년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흔히 ‘제1, 2차 세계대전’이라 부르는 ‘20세기 대전’에 관해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국지전 내지는 소규모의 국가전이 아닌 전 세계를 동시에 혼란에 빠뜨린 이 거대한 전쟁이 발발한 원인과 참상 등 세계대전의 객관적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이다.
이어지는 제12장, 13장, 14장에서는 매우 가까운 과거이자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20세기의 지식들을 다룬다. 정확히는 세계대전의 개막 이후 약 75년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다.
먼저 「제12장 20세기와 민주주의의 승리」는 20세기에 두드러진 여러 정치 형태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전체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등 세계 질서를 재편해온 주요 이념들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장이다.
「제13장 20세기의 과학과 기술」은 20세기 인간의 삶에 압도적인 변화를 가져온 과학 분야의 핵심적 지식들에 관해 논한다. 잠재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갖춘 분야인 만큼 철저히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지식들이다.
「제14장 20세기의 예술과 미디어」는 20세기의 건축, 미술, 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여러 예술가들의 업적에 대해 논의하고, 현대 사회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미디어의 폭발적인 힘에 관해 꼼꼼히 살펴본다.
끝으로 마지막 장인 「제15장 다음 100년」에서는 다가올 내일에 인간의 지식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그 전망을 여러 자료를 통해 정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자 근미래의 삶을 예측한 대목으로 가장 주시해야 할 장이기도 하다. 그 밖에 지식의 가변성과 지식을 분별하는 비판적 태도에 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는 장문의 「옮긴이의 말」도 반드시 읽어야 할 좋은 읽을거리다. 한마디로 이 책 『지식의 역사』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이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명 편집자로 이름을 날린 찰스 밴 도렌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탄생시킨 필생의 대작으로, 단 한 권에 ‘지식’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지식의 보고’이자 ‘지식의 계보’ 그 자체라 할 만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 내용
제1장 고대인의 지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간다. 지식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인간과 그 행보를 함께해왔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기록된 역사의 시작점인 B.C. 3000년에서 출발한다. 책의 첫 장에서는 이집트, 인도, 중국, 아스테카와 잉카에 이르는 여러 고대 제국의 사람들이 공유한 보편적 지식들을 살펴본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당시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신 공양,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알파벳과 숫자 영(0) 등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들이야말로 B.C. 6세기경 그리스의 사상 폭발이 벌어지기 이전에 인류가 알던 지식의 전부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조차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겐 존경과 경이를 불러오는 놀라운 경험들이 되어준다.
제2장 고대 그리스의 지식 폭발
인류 역사상 ‘지식 폭발’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B.C. 6세기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세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대 그리스의 지식 폭발’이다. 이 장에서는 탈레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으로 대표되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기념비적인 사건을 설명하며, 페르시아와의 충돌 등으로 이 폭발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마침내 세계 전체를 뒤흔들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다.
제3장 로마인이 알았던 것
이 책에 의하면 로마인들은 그리스인이 알던 것 가운데 상당수를 의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지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보존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천성적으로 실용적인 그들은 그리스인과는 달리 실효성이 떨어지는 거대한 생각보다는 실효성이 큰 작은 생각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 길을 닦고 수로를 개척하는 등 생활에 밀접한 지식들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즉 로마 제국은 그리스 문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중요한 지식들을 발굴해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 장에서 저자는 로마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과 로마를 지배한 핵심적인 요소들에 관해 들려주며, 로마가 그리스식 이론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실천한 까닭에 무려 1000년을 견딘 거대 제국을 이룰 수 있었음을 명확히 상기시킨다.
제4장 암흑시대의 빛
로마 제국은 유랑하는 야만족에 의해 몰락했다. 즉 서쪽의 로마 제국이 몰락한 A.D. 5세기 중반에서 대략 A.D. 1000년 무렵까지의 시기를 우리는 전통적으로 암흑시대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장에서 이 5세기의 기간이 사람들의 삶에 뚜렷한 특징이 없는 정체된 시기였음을 강조한다. 경제 및 정치 문제들이 내내 끊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량하고, 불우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또한 이 장에서는 로마가 몰락한 이후의 유럽과 기독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로마 제국의 국교로 삼으면서 이 종교는 다신교에 승리를 거두었다. 야만인이 로마 제국을 파괴한 후 오로지 힘에만 의거한 봉건제도를 수립하고 나자,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의 도시’로 더욱 눈을 돌렸다. 이 책은 당시의 사람들이 영광스러웠던 인간의 도시 로마를 재건하려는 시도 대신, 하느님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 과정들을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제5장 중세 시대: 거대한 실험
제4장과 마찬가지로 이 장 또한 로마 제국 이후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로마 제국의 생존자이자 후손인 유럽인은 중세 시대 초기의 몇 세기 동안 무척이나 힘든 삶을 살았다. 즉 그들은 야만인의 침공으로 비롯된 참화 때문에 삶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허물어진 폐허에서 살아남아야 했으며, 혼란을 틈타 활개 치는 적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보호자를 마련해야 했다. 결국 그들은 하느님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장은 중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종교였음을 이야기한다. 당시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느님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의 삶은 일찍이 서양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하느님 중심적인 삶이었다. 수학과 철학은 그리스의 연구를, 정치학과 법률은 로마의 연구를 앞질렀다. 이제는 신학이 모든 학문의 여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1000년 가까이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제6장 르네상스에서는 무엇이 다시 태어났나?
중세가 막을 내리고,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의 관심사의 핵심에 ‘인간’이 자리했다. 이것은 바로 고대의 관념이 재탄생한 현상이었다. 이 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의 시대가 끝나고, 고전 문명이 재발견됨으로 인해 커다란 변화를 맞은 르네상스 시대의 사회 전반과 그것을 이끈 중요한 지식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술과 고전 학습의 부흥, 원근법, 르네상스인과 교양 교육, 인쇄술의 발명, 민족국가의 탄생과 종교개혁 등에 관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고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새로 발견된 지식을 중세의 문화와 통합시키려는 이 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구체적이고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제7장 유럽의 대외 진출
이 장에서는 항로 개척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마르코 폴로를 비롯해 발견의 항해를 떠난 유럽인들, 즉 엔히크 대공,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바스쿠 다 가마, 페르디난드 마젤란 등의 활약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저자는 이 장의 상당 부분을 콜럼버스의 활약에 할애하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콜럼버스가 이제껏 살았던 사람 중에 어느 누구도 성취하지 못한 일을 완벽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즉 콜럼버스야말로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세계의 그림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마디로 이 장은 르네상스 이후에 이르러 보편사, 즉 지식의 진보에 관한 이야기가 이 시기를 거쳐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제8장 과학적 방법의 발견
저자에 의하면 서양이 전 세계에 선물한 모든 종류의 지식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른바 ‘과학적 방법’이다. 이는 대략 1550년부터 1700년 사이에 유럽에서 활약한 일련의 사상가들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그 기원은 고전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장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에서 시작하여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길버트,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의 과학적 발견을 살펴본다. 저자는 이 세상에는 물론 과학적 지식 이외의 다른 종류의 지식도 많지만, 그 어떤 것도 현재의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예상 가능한 미래에도 과학적 지식에 버금가는 위력과 명성과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의 말처럼 과학이 인간의 활동 중에서도 가장 현저한 활동이 되었으며, 오늘날 지구상에 거주하는 수십억 명의 생존을 위한 그야말로 필수 불가결한 도구가 되었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더욱 분명히 깨닫는다.
제9장 혁명의 시대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1687년에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이 책이 이후의 시대에 기계론적 원칙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다. 산업혁명이 야기된 것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18세기를 진정으로 특징짓는 사건이 이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혁명, 즉 1688년의 영국 명예혁명과 1776년의 미국독립혁명,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의 제9장에서는 이들 각 혁명의 전반적인 모습을 통해, 통치 체제에 관한 급진적이고도 새로운 생각들이 어떻게 발견되고 계승되었는지, 그리고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지를 새삼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한다.
제10장 19세기: 근대의 서곡
19세기는, 역사의 대부분에서 인간의 삶을 지배했던 산업화 이전의 비화폐적인 경제 체계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산업화 이후의 화폐적인 경제 체계를 구분 짓는 일종의 분기점이라 할 만한 시기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를 20세기의 서곡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장은 1815년의 워털루 전투에서 1914년의 20세기 세계대전의 개시에 이르는 다사다난한 100년을 다루는데, 주로 산업혁명을 전후로 한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과 그 안에서 싹 튼 혁명적인 지식에 관한 내용들이다. 다윈, 프로이트, 에디슨, 마르크스 등 흥미진진한 인물들이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하는 장이다.
제11장 1914년의 세계
저자에 의하면 1914년의 세계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이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른 장소에서의 사건들에 영향을 준 적은 없었다. 바로 그해에 시작된 전쟁이 ‘세계대전’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이 장에서는 20세기의 대전, 즉 두 번의 세계대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 결국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가 관여하고, 수억 명의 생명이 희생되고 또 수억 명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야기했던 세계대전의 실상이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12장 20세기와 민주주의의 승리
이 장에서부터 14장까지는 20세기 지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업적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제1차 세계대전의 개막 이후 약 75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먼저 제12장에서는 공산주의, 전체주의, 신정정치, 민주주의 등 20세기를 지배한 정치 체제와 이념들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민주주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그것의 진보와 가치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정부’의 가능성과 그 의미를 짚어보고, 하나의 인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성차별 문제와 인종주의 문제 등 20세기 전반의 사회 문제들을 신중한 태도로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제13장 20세기의 과학과 기술
고대 그리스 원자론의 부흥으로부터 아인슈타인, 유전과학, 우주 개발, 디지털 컴퓨터 산업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이란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20세기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과학 기술에 대해 소개하며, 과학 기술 발전의 이면에 자리한 지구 온난화 문제라든지 환경보호 문제들까지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다. 또한 20세기에 가장 뛰어난 지식의 진보로 꼽히는 의학의 발전 역시 이 장에서 함께 다뤄진다. 이 기술들은 인간의 편리를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식이지만, 동시에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지식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반성과 성찰을 안기는 중요한 장이다.
제14장 20세기의 예술과 미디어
저자에 의하면 ‘미디어 때문에’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에 살던 어느 누구보다도 민주주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미디어 때문에’ 전쟁 등의 범죄에 대한 더 깊은 불신을 지니게 되었다. 인간에게 미디어란 실로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미디어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불러온 여러 현상들과, 미디어에 대한 찬반양론을 차분히 검토한다. 또한 시각 혁명을 이룬 피카소, 브라크 등의 화가와 도시 혁명을 이끈 르 코르뷔지에와 바우하우스, 문학의 예언자로 불리는 예이츠 및 포스터, 토마스 만, 카프카, 사뮈엘 베케트 등 20세기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경향과 이를 주도한 세기의 거목들에 관해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제15장 다음 100년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인 15장에서 저자는 다가올 미래에 인간의 지식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견 가능한 미래 지식들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근미래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의 도덕성 문제, 반려 컴퓨터,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그의 생각은 흥미롭다. 또한 가이아 가설, 태양계 탐사 및 우주에서 온(혹은 올 수도 있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하는 대목 역시 읽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혹은 그리 멀지 않은 시대를 논하고 있는 장이기에 신중한 자세로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상에서 보았듯, 한마디로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에 관해,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에 관해 이룩한 지식 축적의 보편사”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들을 다만 관습적으로 나열해놓은 지식의 ‘백과사전’은 아니다. 세상에 지식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그 지식이 우리의 세계를, 나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곰곰이 따져 묻는 지식의 ‘역사서’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내일의 삶에 반영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나간 시간’에 불과한, 그러나 결코 끝나는 법 없을 ‘어제’를 무심히 대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옮긴이는 이 책의 말미에 따로 페이지를 마련해 찰스 밴 도렌에 관한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1950년대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어떤 사건에 관한 것인데, 이른바 ‘퀴즈 쇼 스캔들’로 불리는 〈트웬티원〉 사건이다. 각 방송사마다 퀴즈 쇼의 경쟁이 치열하던 그 시절, 인기가도를 달리던 NBC 퀴즈 프로그램 〈트웬티원〉에 찰스 밴 도렌이 출연했다. 그는 14주 동안 연속으로 챔피언 의 자리에 오르고 큰 상금을 획득하며 《타임》지의 표지 모델이 되는 등 스타 지식인으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 시청률 상승을 고려한 제작진과, 밴 도렌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고의적인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 진실이 폭로되고 파문이 커지자 청문회에까지 출석하게 된 밴 도렌은 만천하에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이후 방황의 시기를 거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자로 다시금 새출발하지만 이 사건은 그에게 끝내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남는다. 아이러니하지만 밴 도렌의 이 일화야말로 우리가 지식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로 작용한다. 그 자신, 아마 이 같은 사건이 있었기에, 평생 갈고 닦은 방대한 지적 자산과 깨달음을 이 한 권의 책에 모조리 투여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역자는 후기의 지면을 빌려 “우리는 어째서 학문의 형태로 체계화된 수많은 잉여 지식을 배우는 것일까?”를 묻는다. “그 자체로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이지”도 않은 지식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책의 페이지들을 읽어나가는 동안 우리는 거기에 대해 한 가지 작은 답을 얻는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아주 사소한 영향을 끼친, 혹은 인류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세상의 수많은 ‘지식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그것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당신의 지식은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좀처럼 자각하기 힘든, 지식에 관한 이 근본적인 성찰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지식의 역사’를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리라.
○ 추천사
매혹적이다! 어마어마한 백과사전적 지식의 소유자가 조감한 인류 전체의 경험의 요약!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놀랍고, 재미있고, 교훈까지 겸비한 백과사전적 업적! – 모티머 J. 애들러, 저술가
명료함과 품격을 갖춘, 정말 잘 쓴 ‘세계 역사의 탐구’이자, 거의 모든 지적 분야를 포괄하는 최고의 동반자! – 아마존 독자 서평
젊은 독자들에게는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의 대안으로 탁월한 선택! – 제임스 오툴,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부총장
타고난 교사인 저자는 본인의 열정을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그리고 가장 복잡한 사상을 명료하고 접근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니고 있다! – 조이 굴드 보이엄, 뉴욕 대학 교수
인간의 모든 지식에 관한 명료하고 압축적이고 정직한 연구. 엄청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멋지게 엮어낸 저자의 놀라운 재능이 드러난다. 사상사에서 주목할 만한 주요 업적들이 이 책의 갈피마다 가득 하다! – 줄리언 크레이닌, TV 시리즈 제작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