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 진화론을 낳은 위대한 지적 모험 1822-1859
찰스 로버트 다윈 / 살림출판사 / 2011.7.11
‘진화론’이라는 이론으로 지성사의 영역을 넘어서 인류의 행보를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은 다윈. 그는 학창 시절과 비글호 여행을 제외하면 거의 고향을 떠나지 않은 채 조용히 은둔의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열정적인 자연사학자로서 관찰 노트와 초고, 스크랩한 자료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았던 수집가였던 한편 평생 2,000명의 사람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활발한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했다.
살림출판세에 2권으로 기획된 찰스 다윈의 서간집 『기원 : 진화론을 낳은 위대한 지적 모험 1822-1859』과 그 후속편 『진화 : 진화론이 던진 거대한 충격 1860-1870』는 다윈이 남긴 편지를 통해 다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학생 출신으로 유물론적 진화론의 주창자가 된 과정, 자연선택의 아이디어 발견 후 『종의 기원』출간까지의 20년 등 우리가 다윈의 전기를 보면서 느꼈던 궁금증이 그의 편지에서 드러난다. 다윈은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 학교를 다닐 때나 비글호 항해를 떠났을 때 그는 누나를 비롯해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써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안부를 물었다. 평생에 걸쳐 사귄 지기인 폭스나 후커는 일상사부터 학문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한편으로 스승 라이엘이나 경쟁자 월리스, 추종자 헉슬리는 좋은 동료로서 서간을 통해 다윈의 학문적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외에도 다윈은 무수한 친우들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질문을 던졌으며 그의 독자들로부터의 편지에 답을 했다.
사소한 일화들부터 진지한 논쟁까지, 이 서간집은 그의 역동적인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해 그의 문장력은 편지 모음집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독자들은 이 편지를 읽어가면서 곳곳에서 반대자에 대한 신랄한 평과 조롱이나 애정이 배어 나오는 다정한 안부, 예의바른 정중함과 함께 보기 드물지만 재기 넘치는 다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 목차
추천의 글 : 은자(隱者) 다윈?
서문 : 편지가 전하는 삶의 드라마
들어가며
슈루즈베리
에든버러
케임브리지
제안
비글호 항해 : 남아메리카, 동부해안
비글호 항해 : 남아메리카, 서부해안
돌아오는길
1837년
1838년
1839~1843년
1844년
1845~1846년
1847년
1848년
1849년
1850년
1851년
1852~1854년
1855년
1856년
1857년
1858년
1859년
옮긴이의 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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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출처 목록
참고 문헌
추가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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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찰스 로버트 다윈 (Charles Robert Darwin, 1809 ~ 1882)
찰스 로버트 다윈 (Charles Robert Darwin, 1809년 2월 12일 ~ 1882년 4월 19일)은 슈롭셔의 슈루스베리에서 의사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831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고 1831년 대영제국의 군함 비글호(HMS Beagle) 항해에 무보수 생물학자로 참가해 진화론의 발판을 만든다. 1938년 영국 런던 지질학회 총무가 됐다. 1859년 11월 『종의 기원』을 발간했다.
1882년 4월 사망하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아이작 뉴턴 옆자리에 매장되었다.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 개념을 논증한 3부작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비롯해, 『비글호 항해기』,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 등의 책을 썼다.
– 편자 : 프레드릭 버크하르트
베닝턴 대학 학장을 비롯해 평생 동안 교육가 및 교육행정가로 학문 발전에 기여한 버크하르트는 은퇴 후 학문의 기초 연구를 위한 문헌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해 다윈 서간 프로젝트를 창설하고 30년 넘게 이 거대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19권짜리 전집을 편집했으며 32권으로 예정된 “다윈 서간 전집”에서 17권까지의 편집을 담당했다. 다윈 서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원』과 『진화』 2권의 서간 선집을 출간했다.
– 역자 : 김학영
경기대학교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과학 분야의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편집된 과학의 역사』 『슈퍼 사이언스』 등이 있다.

– 감수 : 최재천 (崔在天)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 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 책 속으로
내 책이 그저 요약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게. 너무 축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지성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읽어야만 한다네. 어떠한 비평도 기꺼이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 하지만 자네가 내가 나아갔던 깊이만큼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지. 내가 개종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네. 물론 내가 지독하게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사실들을 몇 가지로 크게 분류하여 설명한 내 이론이(내 생각에는 확실하게 설명했는데) 다 틀렸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네. 오늘까지도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야.
나머지 더 중요한 부분들도 이미 다 써 두었으니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만 허락된다면 생략하지 않은 완본을 출판하고 싶네. 현재 출판된 원고는 요약일 뿐이라네.
……
머레이 씨에게서 오늘 내 책의 초판이 다 팔렸다는 말을 들었다네. 곧 다음 판을 출판하고 싶다더군. 교정도 거의 볼 수 없을 텐데 좀 당황스럽더군. 한 친구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조프리 드 생틸레르라는 이름을 잘
못 쓴 것 같다더군. 내 기억엔 아닌 것 같네. 타이틀 페이지를 보고 좀 알려 주게.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하네.
자연선택의 진실성에 대한 자네의 전반적인 감상을 듣고 싶다네. 단 몇 줄이라도 말이야. 언젠가 자네가 길고 긴 비평을 하더라도 무한히 기쁘게 받아들이겠네. 자네 의견을 내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지 않나.
서둘러 주게. 이번 신판을 준비하느라 죽을 만큼 고달프다네. — p.460

○ 출판사 서평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지적 모험의 여정” 최초로 소개되는 인간 다윈의 내면과 삶, 가족과 우정,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치열한 열정과 교류의 기록!
– 당대 지성계의 커뮤니케이터 다윈,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모든 것
역사적 인물의 진면목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그에 관련된 자료를 충실히 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유고와 편지 등의 문서는 공식적인 출판물의 배경을 설명하고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는 연구의 보고이다. 위인들이 남긴 이러한 자료들을 모은 공동의 아카이브 (문서고)를 만들어 학자들의 학문적 역량을 모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고, 지성사의 영역을 넘어서 인류의 행보를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은 다윈이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윈은 학창 시절과 비글호 여행을 제외하면 거의 고향을 떠나지 않은 채 조용히 은둔의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열정적인 자연사학자로서 관찰 노트와 초고, 스크랩한 자료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았던 수집가였던 한편 평생 2,000명의 사람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활발한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했다. 그동안 뛰어난 다윈 평전이 여러 권 나올 수 있던 이유는 이 모든 자료들이 거의 대부분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지만 우리의 출판 환경에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직접 독자들이 볼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2권으로 기회된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 진화론을 낳은 위대한 지적 모험 1822-1859』과 그 후속편 『진화 : 진화론이 던진 거대한 충격 1860-1870』는 국내 출판계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이며 독자들에게 인류 지성사의 최대 거인 중 한 명인 다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윈에 대한 전기는 공통적으로 몇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학생 출신으로 유물론적 진화론의 주창자가 된 다윈은 자신의 종교적 전환에 대해 고뇌하는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단호한 개종자였을까. 자연선택의 아이디어를 발견한 후 『종의 기원』의 출간까지 20년이 걸린 것은 정말로 그가 우유부단한 탓이었을까? 아니 누군가의 평처럼 다윈은 친구와 동료들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지키고 주장을 방어했던 교묘한 책략가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을까? 우리는 이러한 수수께끼와 논쟁의 실마리를 그가 남긴 편지들에서 찾을 수 있다. 학자의 편지란 그의 일상과 내면, 학문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만화경이기 때문이다.
– 인류 지성사의 최대 거인 다윈, 그의 삶과 내면을 육성으로 직접 듣는다
다윈은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 학교를 다닐 때나 비글호 항해를 떠났을 때 그는 누나를 비롯해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써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안부를 물었다. 평생에 걸쳐 사귄 지기인 폭스나 후커는 일상사부터 학문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한편으로 스승 라이엘이나 경쟁자 월리스, 추종자 헉슬리는 좋은 동료로서 서간을 통해 다윈의 학문적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외에도 다윈은 무수한 친우들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질문을 던졌으며 그의 독자들로부터의 편지에 답을 했다.
그래서 이 편지들에서 드러나는 다윈의 모습은 입체적이고 다채롭기 짝이 없다. 대학 공부에는 실망을 맛보면서도 자연에 매료된 어린 자연사학자인가 하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 다윈이 거기에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예의바르면서도 거절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자신을 도울 것을 부탁하는 외곬수 자연사학자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친구에게 자식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 평범한 가장 다윈도 볼 수 있다. 한편 학자로서의 다윈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 확신을 드러내는가 하면 출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신중한 모습도 보여준다. 자칫 경쟁자에게 선점의 명예를 뺏길까 신경이 곤두선 모습을 드러내곤 후회하는가 하면 어느새 자신의 명성과 성취로부터 얻은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 대가가 되어 있기도 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연구와 집필 기획을 이야기하는 열정적인 탐구자의 모습이 또 거기에 있다.
사소한 일화들로부터 진지한 논쟁이 뒤엉켜 있는 이 편지 모음집이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역동적인 삶을 여과되지 않은 생생한 날것으로 접할 수 있는 동시에 다윈의 문필력 덕분일 것이다. 상대와 내용, 시기와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문체나 태도는 『기원』편의 서문을 쓴 스티븐 제이 굴드와 감수를 맡은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서간 문학의 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독자들은 이 편지를 읽어가면서 곳곳에서 반대자에 대한 신랄한 평과 조롱이나 애정이 배어 나오는 다정한 안부, 예의바른 정중함과 함께 보기 드물지만 재기 넘치는 농담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 다윈 연구의 정점을 찍는 다윈 서신 프로젝트의 결정판!
평생에 걸쳐 쓴 수만 통의 편지를 엄선한 다윈 서간 선집은 캠브리지 대학 도서관에 있는 다윈 서간 프로젝트 (Darwin Correspondence Project)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레드릭 버크하르트 (1913-2007)가 총 책임을 맡은 이 프로젝트는 수만 통에 이르는 다윈의 편지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동시에 주해를 달고 책으로 출간하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거대한 사업이었다. 비록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긴 했으나 탁월하고 성실한 역사가 버크하르트는 이 편지들 중에서 중요한 것을 엄선해 주석을 달았다. 그는 『종의 기원』이 출간된 1859년을 기점으로 나누어 『기원』과 『진화』의 2권으로 기획함으로써 앞의 책이 학문적인 정점에 이르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뒤의 책은 『종의 기원』 출간 이후의 논쟁과 다윈의 끝없는 탐구에 초점을 두었다.
이 서간집의 가치는 각 권에 서문을 쓴 필자들의 면모에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기원』편은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리고 『진화』 편은 데이비드 아텐보로 경이 서문을 썼다. 굴드가 리처드 도킨스와 더불어 진화생물학 논쟁을 이끌어온 탁월한 진화생물학자였으며, 아텐보로 경이 지난 50년 간 생명과 환경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자연사 분야의 뛰어난 안내자였다. 다윈 서간집의 추천자로서 이보다 더 훌륭한 조합을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어 번역본을 감수한 최재천 교수 역시 한국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서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빛내주고 있다.
○ 내용 소개 : 『기원』편
– “곤충의 관찰을 즐기던 소년이 『종의 기원』의 저자가 되기까지” 비글호의 항해로부터 『종의 기원』의 탄생에 이르는 역사를 바꾼 위대한 지적 여정의 기록(1822~1859)
이 책은 곤충의 관찰을 즐기던 소년시절부터 자연선택을 바탕으로 한 진화론을 세운 위대한 저서 『종의 기원』을 출간할 때까지 다윈이 가족 및 지인들과 나눈 교류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비글호 항해에 올랐던 청년 자연사학자 다윈과 함께 가족을 아끼고 사랑했던 자연인으로서의 다윈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은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당대의 학자들과 쌓아갔던 교류와 함께 완벽을 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자신의 이론을 갈고 닦았던 위대한 지적 여정의 기록일 것이다.
연대순으로 편집된 이 편지들은 고향 슈루즈베리의 어린 시절에 형제들에게 쓴 편지부터 시작되어 에든버러와 캠브리지 대학에서의 학창 시절로 이어진다. 독자들은 비글호 항해에 참여하기 위해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하는 청년 다윈의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자연사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던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통해 학자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누나들에게 보낸 편지들 곳곳에는 독자적인 가설을 내세우고 입증해 보이려는 청년 학자의 모습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 항해를 끝내고 돌아와 보고서를 출간하고 지질학회에서 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만각류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시기가 이어진다. 연구자들이나 독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다윈은 언제 진화론을 확립했는가?”라는 것인데, 이 편지들에서 성 선택이나 자연 선택의 아이디어가 언제부터 등장하는지를 주의 깊게 찾아 보는 것은 읽는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끈기있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탐구에 몰입하는 다윈의 모습은 독자들에게는 가장 덜 알려진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다윈은 진화론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이미 뛰어난 자연사학자이자 지질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윈의 다양한 주제들을 훑어보는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긴 하지만 아무래도 진화론의 대강을 요약하고 월리스의 논문을 읽고 난 뒤에 자신의 우선권을 입증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마침내 일이 잘 해결되어 『종의 기원』이 출간된 후, 초판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는 시점에서 이 책은 끝나고 그 바통은 『진화』편으로 넘긴다.
○ 추천평
찰스 다윈은 과학사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보다도 우리의 지적 세계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변화시켰으며, 위대한 통찰의 기쁨으로 (오래된 심리학의 희망과 사회적 전통들에 대해서는) 가장 고통스러운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핵심적인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윈이 쓴 풍성하고 폭넓은 편지글들은 서구 역사에서 하나의 위대한 드라마라고 볼 만하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고생물학자, 진화생물학자, 『다윈 이후』의 저자)
『기원』과 『진화』는 다윈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의 두 대표 이론인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정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사적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필가로서 다윈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극히 예의 바르지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도록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설득력 있는 글쓰기 능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다윈의 매력에 푹 빠져드리라 확신한다. _ 최재천 (이화여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21세기 다윈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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