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창백한 푸른점
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 2001.12.10
‘창백한 푸른점’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 외곽인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 모습이다.
우주와 행성 탐험 역사의 기록인 동시에 우주 여행이나 외계인과의 조우 등 단지 꿈으로만 여겨져온 것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전망을 다룬 안내서이다.
○ 목차
옮긴이의 말 … 7
서문 : 방랑자들 … 11
1장 우리는 여기에 있다 … 21
2장 빛이 빗나간다 … 29
3장 엄청난 격하 … 43
4장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 59
5장 지구 위에 지적 생명체가 있는가 … 77
6장 보이저 호의 개가 … 99
7장 토성의 위성들 … 119
8장 최초의 새로운 행성 … 139
9장 태양계 외곽의 우주선 … 153
10장 성스러운 암흑 … 173
11장 태백성과 샛별 … 187
12장 땅이 녹는다 … 201
13장 아폴로 호의 선물 … 221
14장 다른 천체들을 탐사하여 지구를 보호한다 … 235
15장 낯선 세계의 문이 열린다 … 249
16장 하늘의 측량 … 281
17장 행성간 공간의 혼돈 … 305
18장 카마리나의 늪 … 327
19장 행성을 다시 만든다 … 347
20장 어둠의 세계 … 369
21장 하늘로! … 385
22장 은하수를 발끝으로 누비며 … 397
참고문헌 … 424
찾아보기 … 429
저자에 대하여 … 436
○ 저자소개 : 칼 세이건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국 우주 계획의 시초부터 지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50년대부터 NASA의 자문 조언자로서, 여러 행성 탐사 계획에서 실험관으로 활동했으며, 최초의 행성 탐험 성공(마리너 2호)을 목격했다. 또한 핵전쟁의 전 지구적 영향에 대한 이해, 우주선에 의한 다른 행성의 생물 탐색, 생명의 기원으로 이끄는 과정에 대한 실험 연구 등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그는 1975년 인류 복지에 대한 공헌으로 성 조셉 상, 1978년 『에덴의 공룡 The Dragons of Eden』으로 문학부문 퓰리처상, 미국우주항공협회의 존 F. 케네디 우주항공상, 소련우주항공가연맹의 치올코프스키 메달, 미국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수많은 책과 논문,기고문을 남겼는데, 그 중 『코스모스 Cosmos』는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과학 서적 중 가장 널리 읽힌 책으로, TV시리즈로 방영되어 현재까지 60개국 5억의 시청자를 매료시켰으며, “까다로운 우주의 신비를 안방에 쉽고도 생생하게 전달했다”라는 평가를 받아 에미 상 및 피보디 상을 수상했다. 대중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칼 세이건 특유의 문체는 온갖 과학지식과 인문학적 상식을 종횡으로 엮어 우주라는 거대한 주제를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그는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 행성연구실험실의 소장,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제트추진실험실의 초빙교수, 세계 최대 우주 애호가 단체인 행성협회의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을 역임하였고, 1996년 12월 골수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주요 저서로는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우주의 지적인 생명체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 』『대지의 속삭임 Murmurs of Earth 』『브로카의 두뇌 Broca’s Brain 』『우주의 관계 Cosmic Connection 』등 30권이 넘는 책을 남겼다. 코넬 대학교의 행성 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 과학 교수, 행성 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다. 행성 탐사의 난제 해결과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 NASA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소련 우주 항공 연맹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 훈장, 미국 천문 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미국 국립 과학원의 최고상인 공공복지 훈장 등을 받았다. 평생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일구던 그는 1996년 12월 20일에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을 부르는 명칭이다.
61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파랑색 동그라미 속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이 사진은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촬영했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하며, 작은 점으로 보인다. 촬영 당시 보이저 1호는 태양 공전면에서 32도 위를 지나가고 있었으며, 지구와의 거리는 61억 킬로미터였다. 태양이 시야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좁은 앵글로 촬영했다. 사진에서 지구 위를 지나가는 광선은 실제 태양광이 아니라 보이저 1호의 카메라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생긴 것으로, 우연한 효과에 불과하다.
같은 제목의 책, ‘The Pale Blue Dot’ (국역본: 창백한 푸른 점)은 저자 칼 세이건이 이 사진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저술한 것이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계획의 화상 팀을 맡았고 이 사진도 칼 세이건의 주도로 촬영된 것이었다.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이런 의도로 그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을 수 있었고 이 사진들은 ‘가족 사진’이라고 불린다. 다만 수성은 너무 밝은 태양빛에 묻혀 버렸고, 화성은 카메라에 반사된 태양광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지구 사진은 이들 중 하나이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사진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2006년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의 마지막 부분에 이 사진이 삽입되었다. 사진과 함께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했다. 고어는 지구 온난화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사진을 사용했다.
○ 독자의 평
–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 인류의 꿈과 희망
영화 <마션>은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화성에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의 생존 분투기를 그린 영화다. 불모지인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크는 분자를 결합해 물을 만들고 감자를 재배해서 식량을 조달한다. NASA 본부에서 구조가 오기까지 1년 6개월. 비록 절망할 때도 있었지만 마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결국 성공리에 지구로 귀환한다.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화성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설정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소재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류 화성이주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가능성 여부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인류는 삶의 터전을 지구에 국한하지 않고 외계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 따르면, 우주 탐사는 인간의 본능적인 탐험 욕구가 발휘된 것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처음 출현했을 당시, 지구의 대륙은 하나로 연결되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하면서 사냥과 채집을 하던 고대 인간은 가축을 기르고 식물 재배와 식량 보관법을 알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한다. 더 이상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식량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탐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교통수단 발달로 국외로 손쉽게 갈 수 있게 되자, 탐험 본능은 지구 여행에서 우주 탐사로 확장되었다. 중세에 작은 망원경으로 시작한 우주 과학은, 무인로봇이 우주에서 직접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깨달았다. 지구는 우주의 작은 점에 지나지 않으며, 그 점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한낱 티끌 같은 존재라는 것을.
그렇다고 우주 탐사를 단순히 탐험 본능의 발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가며 우리가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가 살아가는 ‘창백한 푸른 점’, 즉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다. 책은 금성에서부터 명왕성까지, 태양계 행성의 탄생·모양·기후·위성 등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황산 가스로 가득 찬 금성은 마치 지옥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는 화성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지구의 하늘은 대기와 태양광선의 상호작용으로 파랗게 보이지만, 대기가 없는 달의 하늘은 까만 우주 그 자체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 때문일까? 초보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 지식인데도 이해하기 쉬울뿐더러 문장에서 문학적 감수성마저 묻어나온다.
많은 행성의 정보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렇게 수집된 타 행성의 정보들은 지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다른 천체들을 탐험하는 것과 이 천체를 보호하는 것과의 연관성은 지구의 기후와 우리의 공업기술이 기후에 주기 시작한 위협을 연구하는 데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 다른 행성들은 지구에 가해져서는 안 될 만행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p.239)
우주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른 행성의 기후와 환경을 관찰하여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금성의 대기를 연구하다가 염화불화탄소(CFC)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것을 알아냈고, 화성의 대기구조와 기후를 통해 지구의 온실효과와 핵겨울의 심각성을 밝혀냈다. 그 후 냉장고와 에어컨에 쓰이는 염화불화탄소는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제한되었고, 온실효과와 핵겨울을 막기 위한 연구와 법령 정비도 계속 되고 있다. 이처럼 “행성 과학은 다가오는 이런 큰 환경 재해를 발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넓은 관점을 육성한다. 다른 행성에서의 일을 경험하게 되면 행성 환경의 취약함과 전혀 다른 환경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얻게 된다.” (p.245)
지구의 미래를 위한 우주 탐사 그 중심에 보이저 1호와 2호가 있다. ‘태양계 탐사’라는 임무를 가지고 1977년에 쏘아올린 보이저호는 본래 임무를 마치고 지금은 성간 임무를 수행중이다. 이미 동력은 바닥이 났고 지금은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자유롭게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이들이 보내오는 사진은 앞으로도 행성 연구에 중대한 자료가 될 것이다. NASA는 보이저호에 특별 제작한 금제음반을 실었는데, ‘지구’라는 행성과 인류의 존재를 외계에 알릴 수 있는 정보들을 압축해서 기록해두었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발견하면 ‘창백한 푸른 점’에 지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그 희망을 안고 인류는 앞으로도 우주 탐험을 계속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지구라는 이 세계를 이처럼 망쳐 놓은 우리들이 다른 세계들을 맡을 수 있을까?”(p.364) 저자의 날카로운 질문은 그동안 인류가 저질러놓은 만행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환경파괴, 지구 규모의 전쟁, 국제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된 우주과학 등등. “긴급성의 선후를 고려한다면 인류가 다른 세계에서의 육지 조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는 우리가 우리 세계를 제대로 바로잡았을 때부터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이해와 약속의 깊이를 시험해볼 기회가 된다. 태양계 개조공사의 첫 단계는 지구의 거주 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이다.”(p.364) ‘자신들이 살고 있는 유일한 터전을 함부로 훼손하는 인류가 정말로 지성을 지닌 존재인가’라고 묻는 저자의 뼈아픈 지적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독자로 하여금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광활하고 베일에 쌓인 우주에서 인류의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것. 그 희망은 ‘국제적 우주탐사단체’를 설립하는 데서 시작한다. 우주 과학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살상무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과학 기술을 전 세계가 공동으로 출자하고 역할을 분담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제적 화합과 소통만이 인류의 번영을 지속시킬 수 있다. 앞으로도 우주는 영원히 확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상들이 했던 방랑생활의 양식을 계속하게 된다. 먼 미래에는 다른 행성에서 안정적으로 새로운 터전을 꾸리게 될 날도 올 터다. 그 때 우리 후손들은 “밤하늘을 우러러 창백한 푸른 점을 찾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나약한 존재”가 일궈놓은 업적에 경탄하리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