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천주실의
마테오 리치 (이마두)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5.20
『천주실의』 (天主實義)는 1583년 명나라 말기에 중국으로 온 이탈리아 태생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중국 선비와 서양 선비, 즉 자신과의 대화 형식을 빌어 저술한 것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명나라 말 관료이며 대학자인 서광계나 이지조 등을 천주교도로 개종시키는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서학을 성립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일찍이 이수광이 이 책을 소개한 바 있으며, 이후 조선의 지식인 중에는 이 책을 통하여 천주교를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본 번역판은 지금까지 나온 판본을 비교하여 원전 비평을 했을뿐더러 불어판과 영어판을 구해 살펴보면서 가능한 한 원본에 가까운 직역을 시도했다.
○ 목차
머리말
일러두기
서문
『천주실의』 상권
『천주실의』 하권
발문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 저자 소개 : 마테오 리치 / 이마두 (Matteo Ricci, 利瑪竇, 1552 ~ 1610)
1552년 이탈리아 교황령 마체라타에서 태어나 1571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예수회는 성 이그나티우스 로욜라가 세운 가톨릭 수도회로서 뛰어난 지성과 건강한 육체와 함께 매력적이고 헌신적인 성품을 지닌 당대 엘리트만을 엄선해 가입시킨 조직이다.
1572년에는 예수회의 피렌체 기숙학교에서 인문과학을 공부했고, 1573년에는 로마대학교에서 철학과 기하학, 천문학 등을 공부했다. 리치가 중국 선교 활동 과정에서 탁월한 과학적 재능을 발휘했던 것은 이러한 지적 배경이 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580년에는 로마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가 로마를 떠나 외지 선교에 나선 것은 1578년이었고, 처음 도착한 곳은 인도의 고아 (Goa)였다. 그곳에서 리치는 4년간 머물다가 중국 포교의 명을 받고 1582년에 중국 마카오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조경 (肇慶), 소주 (韶州), 남창 (南昌) 및 남경 등을 거쳐 1601년에 북경에 입성했다. 신종 황제를 알현하고 천주교회 건립 허가를 받았다.
선교 외에는 1583년부터 1602년에 걸쳐 세계지도를 제작한 일이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그 밖의 나라들은 오랑캐라는 오만함에 사로잡혀 있던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었다.
이후 상하 계층을 막론하고 선교와 문화 교류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다 1610년 북경에서 생을 마쳤다.
– 역자 : 공역자
.송영배 (宋榮培) : 서울대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임금자 (任金子) : 수원 가톨릭대학교 교수
.장정란 (張貞蘭) : 덕성여대, 성신여대, 서강대 강사
.정인재 (鄭仁在) :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조광 (趙珖) : 고려대 문과대학 한국사학과 교수
.최소자 (崔韶子) :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 천주실의 개관
《천주실의》 (天主實義) 또는 《천주실록》 (天主實錄)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의를 변증한 기독교 변증서이며,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출간하였다.
– 역사
천주실의는 예수회 선교사인 마테오리치가 1584년 저술한 《천주실록》 (天主實錄)의 개정판이며, 1593년이나 1594년에 저술했다고 추정한다. 당시 선교사 저서는 해당선교지 책임자의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라틴어 요약본 형태로 1597년경 발리냐노와 일본선교 교구장 루이스 세르퀘이라 (Luis Cerqueira)에게 제출했었다. 하지만 라틴어 요약본이 검열에 통과하기도 전에 이미 《천주실의》는 고급 독서 문화가 있던 명나라 말기 사대부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독교 하나님이 유교의 상제와 같다는 주장과 기독교의 인간 이해가 양명학과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 지식인들의 관심으로 천주실의는 1594년 남창 (南昌)에서 초판을 인쇄했으며, 1601년 베이징에서 《1601년 베이징판 천주실의》를 출간했다. 선교책임자에게 출간을 승인 받은 마테오리치는 1603년 베이징에서 증보판 《천주실의》를 출간했으며, 1605년이나 1606년 항주(抗州)에서 《항주판 천주실의》를 출간했다.
천주실의 내용은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이를 유지하시는 하느님’을 소개하며,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교의 상제 (上帝)는 기독교의 하느님 (天主)이라고 주장했다.
.유교의 기초적 교리를 인정.
.하늘나라의 존재를 언급하고, 인간의 영혼 불멸성을 강조.
.인간의 영혼이 신령스러움을 중국 고전들을 통해 입증.
.하느님이 동물을 창조한 것은 인간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임.
.죽은 후에 천국과 지옥이 있음.
.성선설을 지지, 모든 행위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달림.
.천주교 사제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천주교해략》 을 읽을 것을 권함.
– 내용
모두 8편으로 나누어 174항목에 걸쳐 서사 (西士)와 중사 (中士)가 대화를 통하여 토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가톨릭교리서이며 호교서 (護敎書)이다.
중사는 중국사람을 대변하는 박학다식의 학자이고, 서사는 가톨릭사상과 스콜라철학을 겸비한 서양학자로 저자 자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전자의 입을 빌려 전통유학의 사상과 불교 · 도교를 논하게 하고, 후자가 스콜라철학과 선진공맹 (先秦孔孟)의 고전을 들어 천주교의 교리를 펴고, 그 사상을 이론적으로 옹위 (擁衛)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화형식을 빌려 진술된 문장은 사서육경과 그 밖의 경전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유교적 교양을 바탕으로 천주교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교서뿐만 아니라 불교·도교서도 자주 활용하여, 견강부회 (牽强附會)하지 않고 차근차근 타이르듯이 이끌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승복하지 않을 수 없게 꾸며져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마테오 리치가 중국 학예(學藝)에 얼마나 통달하였는가를 엿볼 수 있다.
고어 (古語)를 구사하고 성어 (成語) · 성구 (成句)는 가급적 오랜 원형을 찾아 사용하였고, 고사 (故事)의 내력을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을 편술한 시기는 1593 (선조 26)∼1596년으로 보이나, 정식 간행된 것은 저자가 북경 (北京)에 거주하게 된 뒤인 1603년의 일이다.
그 뒤 제2판이 발리냐노 (Valignano, 范禮安) 신부의 주선으로 광둥성 (廣東省) 사오저우 (韶州)에서 1604년에 간행되고, 1607년 쟝수성 (江蘇省)저장 (浙江)에서 이지조 (李之藻)에 의하여 제3판이 나왔다. ‘천주실의’라는 책이름은 ‘De Deo Verax Disputatio’를 번역한 것으로, 직역하면 ‘하느님에 대한 참된 토론’이라는 뜻이다.
내용은 천주교 신앙의 모든 문제를 다루지 않고 몇 가지 중요한 교리, 특히 본질적 문제만을 다루어 마침내 신앙과 계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론을 폈고, 이를 인간의 이성과 자연적인 식견으로 입증하며 전개해 놓았다.
상권의 제1편에서는 천주가 만물을 창조하고 그것을 주재하는 존재임을 논증하면서, 천주의 교의 (敎義)가 참된 교의임을 증명하고 있다.
제2편에서는 불교 · 도교를 논박하고, 유교에 대하여는 제1질료 (第一質料)라 할 태극설 (太極說)을 제하고는 대체로 찬동하는 논리를 폈다. 실체 (實體)와 우연을 설명하면서 신은 모든 완전성을 지닌 실체임을 역설하고, 중국 고대사상에서의 상제(上帝)의 성격을 11종의 중국 고대문헌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제3편에서는 천국의 필요성을 말하고 식물의 생장력, 동물의 감각력, 인간의 지적 영혼 (知的靈魂)의 차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것의 단성 (單性) · 영성 (靈性) · 불멸성 (不滅性)을 논증하고 있다.
제4편에서는 중국 고전에서 예를 지적해 가며 고대신령 (古代神靈)에 대한 신앙을 논증하여 인간 영혼이 신령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능과 불능의 차이를 보여주고, 악마와 지옥의 기원에 대한 범신론적 일신론(汎神論的一神論)을 논박하였다.
하권의 제5편에서는 윤회설의 창시자가 피타고라스 (Pythagoras)이며 불교가 그것을 채용하여 윤회설을 중국에 전한 것이라고 하고, 만물이 모두 인간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므로 불교에서 살생을 금함이 옳지 않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재계 (齋戒)의 동기와 본질을 설명하였다.
제6편에서는 참된 뜻에서의 소망과 두려움의 정당성을 밝히고, 그것은 사후 (死後)의 상벌로만 옳게 실현됨을 강조하고, 지옥·천국 및 연옥에 관한 교리를 설명하며 이에 대한 비방을 논증적으로 반박하였다.
제7편에서는 천주에 대한 인간성과 선악, 자유의지와 인간의 목적을 설명하고, 천주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주축으로 하는 그리스도교설을 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가장 확실한 지식이고, 사랑은 가장 고귀한 덕행임을 설명하고, 종교적 무관심주의의 오류를 갈파하였다.
제8편에서는 유럽의 관습과 천주교 성직자들의 독신제를 설명하고, 중국에서의 잡다한 종교생활을 개탄하면서 중국 고대는 사정이 달랐음을 밝히고 있다.
끝으로, 원죄 (原罪)를 말하고 천주강생 (天主降生)과 신법공포 (神法公布)를 설명하고, 진리의 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천주교해략 天主敎解略 Doctrina Christiana』으로 공부하고 천주교에 귀의하여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우주만물에는 창조주와 주재자가 존재하여 끊임없이 만물을 안양 (安養)하고 있으며, 둘째 인간 영혼은 불멸한 것으로 후세에 각자의 행실에 따라 상선벌악 (賞善罰惡)의 응징이 있음을 밝혔다.
셋째 불교의 윤회설을 배격하고 오로지 사랑의 그리스도교 신앙만이 구원을 가져다 주는 것이고, 중국 고경 (古經)에 이미 이와 같은 가르침이 밝혀져 있으니 공부하고 귀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의의와 평가
이 책은 동북아시아 유교전통사회에 가톨릭신앙을 심어 준 책이며, 중국 고대사상과 서구 윤리사상의 습합논리 (習合論理)의 첫 작품이었고, 동양문화권에 그리스도교 가치체계를 첨가하는 시발을 이룬 점에서 사상사·문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