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 실천문학사 / 2005.5.25
아르헨티나 의사 출신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전세계 전장을 뛰어다닌 체 게바라는 196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다.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긴 머리칼,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열정적인 눈빛, 굳게 다문 입술… 체 게바라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진 장 코르미에는 체의 아버지를 비롯해 체가 살아 생전 관계했던 모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그의 모습을 전하고 있으며, 그가 남겨놓은 편지글이나 잡문들 거의 대부분을 실어 체 게바라 전기의 최종본을 완성했다.

○ 목차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롤로그
천식을 앓는 아이
포데로사 2 를 타고
추키카마타에서 얻은 계시
마추픽추
나환자들의 빛 산파블로
플로리다에서
2. 일다 가데아와 피델 카스트로
아메리카의 병사가 가야 할 길
허니문
마리아 안토니아 집에서의 만남
일디타
3. 그란마 호에 탄 여든두 사람
갑판 위의 의사
알레그리아델피오 선택
미련한 군의관
쿠바 국민에게 고함
새로운 무기
대장의 별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
잘 싸우기 위해서는 잘 배워야 한다
4. 서쪽으로
공격개시
카밀로와의 전쟁놀이
산타클라라
5. 전쟁은 끝나고
아바나에서
이 방에 공산주의자가 있소?
장막에 가려진 부처
양대 블록 사이에서
타투 무간다
6. 볼리비아의 계략
체가 사라지다
볼리비아 일기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 저자소개 : 장 코르미에 (Jean Cormier)
장 코르미에는 “체 게바라” 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체 게바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자서전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특히 그가 1995년 출판한 「체 게바라」의 자서전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오랜 시간 세계 각국을 휩쓸었으며, 장 코르미에에게 “체 게바라” 전문가라는 인정을 받도록 만들었다.
장 코르미에의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오랜 기간 동안의 조사를 통한 체 게바라에 대한 신선했던 자료와 새로운 시각일 것이다. 그 동안의 체 게바라가 혁명의 영웅이며 완벽한 인간이었다면, 장 코르미에가 추적하고 그려낸 체 게바라는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친구이며 혁명가였다.
장 코르미에는 1981년 남미를 여행하다가 체의 아버지, 에르네스토 린치를 만난 것을 계기로 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체의 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10년에 걸쳐 가족, 친구, 지인 등 체가 관계했던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그의 모습들을 복원해나갔다. 또한 체의 편지글이나 잡문들까지 모두 모은 그의 노력은 이전까지 표면적으로만 그려졌던 체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인 영웅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게 했다.
– 역자 : 김미선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체 게바라 평전』,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 『마야, 잃어버린 도시들』, 『보르헤스와 아르헨티나 문학』, 『아이들이 너무 빨리 죽어요』, 『종이괴물』, 『지리의 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첫문장
1928년 6월 14일, 이폴리토 이리고옌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절에 아르헨티나에서는 후일 ‘체’라고 불리게 될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태어났다.
P.69
‘어쩌면 이런 상황이 논리적으로 당연하달 수 있어. 사람들이 상인이라 부르는 저 도둑들에게 물린 벌금은 그들 가게의 금고로부터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의 돈궤짝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니까. 그리고 또 거기로부터 크레올레 과두정치의 유력자들이나 세계 은행의 금고로 들어가겠지. 늘 그렇듯 어디에나 민중의 피와 땀을 수탈해서 자기네의 배를 불리는 자들이 있지. 사실 그 돈은 알코올의 달콤함이나 사냥의 즐거움이 뭐지도 모르는 민중을 교육시키는 국가의 예산을 늘리는데 쓰여야 할 돈이지만.’
P.96
그리고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 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뜨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 제1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제3장 추키마타에서 얻은 계시
P.210
˝우리는 열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카를로스 마누엘 데 세르페데스 – 제3부 그란마호에 탄 여든두 사람 _ 제12장 알레그리아델피오, 선택
P.279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자신감은 제때를 만났을 때 완전히 발휘된다. 이 일로 인해 나는 세상세서 가장 잘난 인간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279쪽
P.326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라.
베르그송 – 제3부 그란마 호에 탄 여든두 사람 _ 제18장 잘 싸우기 위해서는 잘 배워야 한다.
P.342-343
정부군의 대공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군인들에게 게릴라들은 도무지 눈에 띄지도 않고 붙잡을 수도 없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사실 지형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데다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연락용 암호 덕분에, 마구 고함을 질러대기만 하는 적들에 비해 훨씬 더 신중함을 가질 수 있었다. 마구 고함을 질러대고 자신들의 위치를 무전기로 알리고 처음부터 불을 피우는 군인들의 모습은 게릴라들을 안심시켰다. 그에 비해 게릴라들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거나 속닥거리기만 해도 되었다. 또한 그들은 숲 속에서 훤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나타나면 일렬로 서서 각각의 간격을 가급적 멀리 두고 행진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이것은 혹시 있을 적의 공습에 대비하여, 뭉쳐 있지 않음으로써 표적을 흐트러뜨리려는 계산에서였다.
P.428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가들은 정치질서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그 누구보다 비열해진다.
핸리 캐르보 로지(당시 미 상원의원) – 제5부 전쟁은 끝나고 _ 제23장 이 방에 공산주의자가 있소?
P.433
UPI 보도를 근거로 『라 라존』지에 실린 기사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동생이었던 밀턴 아이젠하워의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의 주장은 바티스타의 망명을 받아준 도미니카의 트루히요나 파라과이의 스트뢰스너, 그리고 니카라과의 소모사를 겨냥한 암시이기도 했다.
P.441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는, 기층민중을 헐벗게 만드는 자본주의와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지 몰라도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제물로 삼는다. 한편 공산국가는 자유에 관한 한 전체주의적인 개념 때문에 인간의 권리를 희생시킨다. 우리가 그 어느 것도 일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혁명은 쿠바만의 주체적인 혁명이어야 한다.’라고 카스트로는 썼다.
P.455
‘이 방에 경제전문가가 있소?’
그러자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체 게바라였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네가 국립은행 총재네.’
체 게바라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 방에 공산주의자가 있소?’라고 묻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인 ‘economista’를 공산주의자인 ‘communista’로 들었다는 얘기).
P.491
마르크스의 가치는 그가 사회사상사에 급격한 질적 변혁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를 해석하였고 그 역동성을 이해했으며 미래를 내다보았다. 그가 탁월하였다는 것은, 학문적 의무가 정지할 수 있었을 그 지점에서 다만 예측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혁명적 개념을 세웠다는 점에서이다. ‘자연을 해석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변형시켜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노예나 도구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의도에 따라 그것을 변형시켜 재조직해야 한다. 그 순간부터 마르크스는 과거를 고정시키려는 특별한 의도를 갖는 일체의 것을 적대시하는 입장 속에 자신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P.529
소비재는 바로 삶의 법칙이자 궁극적으로는 의식의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다른 체제의 옹호론자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볼 때 물질적 자극과 의식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용어처럼 보인다.
체의 마르크스주의에는’신성함’이란 게 없었다. 더 나아가 이론조차도 문제 삼아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 했다.
P.554
길이 없다 하여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차도(스페인의 시인) – 제6부 볼리비아의 계략 _ 제27장 체가 사라지다
P.584
‘길이 없다 하여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P.668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옮긴 이의 말 _ 진실에 대한 광적인 애정

○ 출판사 서평
1928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한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체 게바라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는 20대 초반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의학을 공부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남미여행을 통해 가난한 민중들의 삶의 지켜본 게바라는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혁명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세계의 모순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953년 과테말라로 간 그는 과테말라의 진보정당이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미국이 진보적 정부를 반대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멕시코로 간 게바라는 1956년 7월 카스트로 형제를 만나면서 구체적인 쿠바혁명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해 11월 쿠바에 상륙, 시에라마에스트라 산맥을 중심으로 게릴라 활동을 벌이며 혁명군을 모은다. 1958년 산타클라라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승기를 잡은 카스트로와 게바라는 1959년 1월 결국 수도 아바나에 입성한다. 그 뒤 게바라는 쿠바 정부에서 국립은행 총재, 공업장관 등을 역임했고, 공산권과 제3세계를 돌며 모든 종류의 제국주의, 식민지주의에 반대하는 외교활동을 벌인다. 이때부터 검은 베레모와 구겨진 군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러나 1965년 4월 쿠바에서의 2인자 자리를 버리고 당시 내전중이던 아프리카 콩고로 가 콩고혁명을 위해 노력했다. 1년 뒤 게바라는 볼리비아로 숨어들어갔다. 볼리비아는 남미 5개국과 접경을 이루는 요충지로서 이곳에서의 활동이 혁명의 불씨를 전남미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볼리비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한편 CIA 요원을 파견, 게바라를 체포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고, 결국 게바라는 1967년 10월 8일 체포된 뒤 처형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아르헨티나 의사 출신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전세계 전장을 뛰어다닌 체 게바라는 196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었다.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긴 머리칼,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열정적인 눈빛, 굳게 다문 그의 입술은 진보적인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여 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뒤 쿠바의 2인자 자리를 박차고 아프리카 콩고와 남미 볼리비아 등지에서 게릴라 활동을 계속하다 전장에서 숨진 게바라. 이 열정적 투사에 대해 당시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우리 세기에서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고 평했다. 쿠바를 ‘해방’시킨 뒤 국립은행 총재 등의 고위직에 있으면서도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하던 게바라의 모습은 가난한 민중들에게 성자로 추앙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체 게바라 열기는 그의 활동영역이 아니었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식지 않고 있다. ‘단지 그의 정치적인 입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시대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라는 수많은 회고담 속에서 잘 드러나듯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체 게바라는 언제나 살아 있다. 쿠바의 한 지도급 인사는 ‘세월이 흐를수록 체와 같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60년대라는 시대상과 그 시대를 불꽃같이 살다간 게바라와 같은 인물을 다시 기대할 수 없는 이상 게바라는 앞으로도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대표’로 남을 것이다.
‘죽은 게바라가 산 독재자를 물리친다’라는 말이 있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처형된 지 30여 년이 된 현재 그가 추진했던 혁명은 아직 미완일 뿐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바라의 죽음이 그 자체로서 남미 등 많은 지역의 반독재투쟁의 지표로 오늘날까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게바라의 후예들’은 그가 직접 활동했던 아프리카 콩고와 남미 볼리비아는 물론 멕시코,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 코르미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기작가이다. 그 동안 그는 체 게바라에 대한 많은 저술을 써왔고, 체 게바라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왔다. 게바라에 관한 자료들을 집대성한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고,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체 게바라에 대해 남겨진 모든 자료들을 일갈해서 엮어놓고 있다. 체의 아버지를 비롯해 체가 살아 생전 관계했던 모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그의 모습을 전하고 있으며, 그가 남겨놓은 편지글이나 잡문들 거의 대부분이 이 책에 실려 있다.
그 동안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은 수십 종이 출간되었으나, 67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더 이상의 체에 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을 만큼 체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해 놓은 이 책이야말로 ‘체 게바라’ 전기의 최종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