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초끈이론의 진실 : 이론 입자물리학의 역사와 현주소
피터 보이트 / 승산 / 2008.10.27
- 이론 입자물리학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한 연구서『초끈이론의 진실』
이론체계를 실험으로 검증할 결과를 내놓지 못한 초끈이론이 현재 이론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를 논리정연한 필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수학자인 저자는 초끈이론이 체계적으로 잘 정의된 이론이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희망사항의 집합체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초끈이론의 위상과 그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먼저 표준모형 완성에까지 이르는 100년간의 입자물리학 발전사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특히 학문 발전은 이론과 실험이 서로를 검증하며 보완할 때 이루어진다는 점과, 수학이 물리학 발전에 끼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과학, 철학, 미학, 사회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 초끈이론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과학이론으로서 실격요소를 지닌 초끈이론이 이론물리학의 중심에 진출하게 된 이유를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물리학계의 권력 구조와 같은 뒷이야기들과 함께 밝히고 있다. 초끈이론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 목차
감사의 글
입문
이 책에 대하여
1장 새 천년을 맞이한 입자물리학
2장 생산도구
기본 원리
실헙 입자물리학의 대략적인 역사
현재의 가속기들
입자가속기:앞으로의 전망
3장 양자이론
양자이론의 역사
4장 양자장이론
5장 게이지대칭과 게이지이론
6장 표준모형
표준모형:약전자기 상호작용
표준모형:강한 상호작용
7장 표준모형의 쾌거
8장 표준모형의 문제점
9장 표준모형을 넘어서
대통일이론
테크니컬러
초대칭, 그리고 초중력
10장 양자장이론과 수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
에드워드 워튼
양-밀스 이론과 수학에 등장한 순간자
격자 게이지 이론
큰 N
비정상성과 양자역학적 대칭붕괴
위상수학적 양자장이론
11장 끈이론:역사
S-행렬 이론
최초의 끈이론
초끈이론의 1차 혁명기
초끈이론의 2차 혁명기
12장 끈이론과 초대칭:과학적 평가
초대칭
초끈이론
끈이론과 초대칭, 그리고 수학
13장 아름다움과 어려움
14장 초끈이론은 과연 과학인가?
15장 보다노프 사건
16장 마을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게임:끈이론의 권위와 영광
17장 끈이론의 경치
18장 다른 관점들
19장 결론
옮긴이 후기
후주
찾아보기
○ 저자소개 : 피터 보이트 (Peter Woit)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서,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1979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의 이론물리연구소와 버클리의 수리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을 거쳤으며, 현재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수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다.그는 이 대학에서 1989년부터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양자장이론과 표현론, 미분기하학 등을 가르쳐왔다.
– 역자: 박병철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KAIST)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약 30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번역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엘러건트 유니버스》, 《평행우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마음의 미래》,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 《뷰티풀 퀘스천》 등 과학 서적 80여 권이 있다. 번역 부문에서 2005년에 한국출판문화상을, 2016년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학센터(APCTP)에서 주관하는 우수과학도서에 7회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별이 된 라이카》가 있다.
○ 책 속으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게임
2001년에 뉴욕타임스 과학부 기자인 제임스 글랜츠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끈이론’이라는 제목으로 다음 같은 기사를 실었다.
… 과학자들은 최후에 완벽한 이론을 구성하리라 기대되는 파편 이상을 아직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끈이론학자들은 실험에 성공한 학자에게 돌아가야 할 전리품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유명한 상, 교수의 정년보장 등)을 거의 싹쓸이해 간다. 데이비드 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끈이론학자는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태가 완전히 달라져서, 젊은 학자가 ‘끈이론’이라는 간판을 달기만 하면 모셔가려는 학교가 줄을 서지요.”
1981년부터 시작된 맥아더상의 수상자 명단을 훑어보면 이러한 세태가 더욱 확연해진다. 그 동안 맥아더상을 수상한 이론 입자물리학자는 모두 9명인데, 1982년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을 제외하고 모두 한결같이 끈이론학자들이었다 (다니엘 프리단, 데이비드 그로스, 후안 말다세나, 존 슈바르츠, 네이선 사이버그, 스티븐 셴커, 에바 실버스타인, 에드워드 위튼).
성공가도를 달려 온 끈이론학자들은 연구기금을 모으고 연구소를 짓는 데에도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맥킨지 경영자문회사의 전 회장은 최근 들어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 이론물리학과에 프레데릭 글룩 석좌교수직을 신설하기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현재 그 자리는 데이빗 그로스의 차지이다. 당시 발표된 관련기사를 보면, 기부자가 얼마나 끈이론에 매혹되어 있는지 짐작이 간다.
글룩과 그로스의 접점이라면 (연구 성과나 업적이 아니라) 끈이론 뿐이다. … 번개를 맞은 듯이 감화되어, 글룩은 버넘우드 골프 클럽에서 설명회를 열 정도로 끈이론의 공식 전도사가 되었다.
초끈이론학자가 자신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1~2주 동안 방문할 만한 연구기관을 찾는다면, 30여 곳의 후보지 중 하나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국적인 풍취가 물씬 풍기는 휴양지 근처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02년에 아스펜 물리학센터에는 방문신청자들이 너무 많아서 일정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그 해에 초끈이론학자들은 샌타바버라와 칠레, 트리에스테 Trieste, 제노바, 흑해 Black Sea, 코르시카, 파리, 베를린, 벤쿠버, 서울, 중국, 심지어 아제르바이젠의 바쿠 Baku까지 선택의 폭이 매우 넓었다.
이 목록이 말해 주듯이, 초끈이론의 권위와 영광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미국에 본거지를 두지만, 미국 문화가 세계로 힘을 뻗치도록 만든 글로벌화 현상이 초끈이론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끈이론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내용을 세간에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나의 동료이자 재능 있는 과학자, 해설가, 연설가, 그리고 작가이기도 한 컬럼비아 대학교의 브라이언 그린은 두 권의 베스트셀러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를 집필하여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2003년 ‘노바’라는 3시간짜리 TV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며, 무려 35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미 과학재단에서 일부 부담했다. 초끈이론과 초끈이론학자들은 언제부턴가 대중매체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각 매체와 대중들은 초끈이론을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종교에 가까워져 가는 초끈이론
…. 초끈이론은 ‘한번 시도해 볼 만’ 하다는 게 그간 이론물리학계의 공론이었으므로, 초끈이론은 위 기준에 의거한 검증과정을 꾸준하게 거쳐 온 셈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과학적인 결론이 아니라 다수의 과학자들이 선호하는 ‘사회적 결론’에 가깝다 (비록 ‘모든’ 이론물리학자들이 선호하지는 않을지라도). 이젠 많은 물리학자들은 초끈이론의 가설이 틀렸거나 ‘예견 가능한 이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긴다. 초끈이론학자들은 이것이 물리학계의 논쟁거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초끈이론이 여전히 아무것도 예견하지 못한다면 ‘과학적 이론’으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그렇게 구박받으면서도 살아남아 온 초끈이론의 믿음이 혹시나 종교적 도그마로 변하지는 않을까 하고 우려한다. 글래쇼는 초끈이론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초끈이론이 중세 신학에 등장하는 천사를 칼라비-야우 공간으로 대치한 새로운 신학으로 변질될 것 같아 염려스럽다. 과민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태를 보면 곳곳에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신념이 과학을 대신하는 순간을 또 다시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주변 물리학자들로부췅 “초끈이론이 위튼을 구루guru로 삼는 일종의 종교단체처럼 변해 간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다. 앞에 실렸던 ‘M-이론에 대한 마게이주의 언급’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일부 끈이론학자들은 후안무치하게도 초끈이론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종교적인 언어로 표현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의 한 초끈이론학자는 사람들에게 전자메일을 보낼 때 “초끈이론/M-이론은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의 언어이다”라는 문구를 메일의 끝 부분에 항상 첨부하며, 끈이론학자이자 교양과학서적 작가로 유명한 미치오 카쿠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신의 마음은 11차원 초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몇몇 물리학자들은 “초끈이론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믿음의 이끄심으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고 농담조로 평한다. 종교와 과학의 화합을 목적으로 설립된 템플턴 재단에서는 얼마 전부터 초끈이론학자들을 위한 학술회의를 후원해 왔다. 초끈이론이 종교적 색채가 짙어져 간다는 글래쇼의 염려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초끈이론은 아무것도 예견하지 못하면서 이리저리 핑계만 둘러댄다.” – 리처드 파인만, 물리학자
“현재 끈이론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이론으로 진화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 에드워드 위튼, 초끈이론학자
초끈이론을 열렬히 숭배하는 사람들도 M-이론의 ‘M’이 무엇의 약자인지 모른다. M은 어머니 Mother인가? 아니면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막 Membrane을 의미하는가? 내가 보기엔, 자위 Masturbation가 그 뜻에 가장 어울린다. – 주앙 마게이주, 우주론학자
이 책에서 저자 피터 보이트는 물리학계에서 초끈이론이 가지는 위상과 그 실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먼저 표준모형 완성에까지 이르는 100년간의 입자물리학 발전사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학문 발전은 이론과 실험이 서로를 검증하며 보완할 때 이루어진다는 점과, 수학이 물리학 발전에 끼친 중요성이다. 물리계에서 수학적 대칭이 가지는 의미와 그 중요성을 현란한 비유 대신 엄밀한 정의로 우직하게 설명하는 그의 정공법은, 『엘러건트 유니버스』로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같은 대학의 교수 브라이언 그린보다는 인기가 없을지 몰라도 그 가치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수학자라는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초끈이론은 수학의 아름다움에만 치중한 나머지 ‘검증 가능한 계산결과’를 25년이 지나도록 단 하나도 내놓지 못한 채로 자원과 인력을 잡아먹어 가는 이론물리학계의 천덕꾸러기이다. 이런 초끈이론이 이론물리학의 중앙무대에 진출하게 된 ‘진실’을 그는 당시 시대 상황과 물리학계의 권력 구조 같은 다양한 뒷사정들과 함께 낱낱이 밝혀 낸다.
올해 9월 유럽 입자물리연구소가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 가동에 성공하면서 이론물리학에서 제안한 모형을 검증할 수단이 드디어 물리학자들의 손에 주어졌다. 초끈이론학자들이 자신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요구하는 그의 외침은, 이미 주변인의 참견 수준을 넘어서 입자물리학계에서 서서히 대두하는 조용하지만 확고한 목소리가 되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