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최후의 인간 1, 2
원제 : The Last Man (1826년)
메리 셸리 / 아고라 / 2014.7.10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후반의 가상 세계에서 원인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고, 따라서 치료법도 없는 전염병이 발생해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가족과 동료를 모두 잃고 그 자신도 전염병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 홀로 남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인간 멸종 또는 지구 종말을 다루는 ‘종말 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우리의 본성이 가지는 불가사의한 부분”을 다루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 메리 셸리는 그리스 비극과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전통 위에 괴기소설의 요소를 결합해, 종말 앞에 선 인간의 고독과 광기를 우아하면서도 충격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설로 그려냈다.
그후 아서 C. 클라크와 스티븐 킹 등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나는 전설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로드> 등 인류의 멸종과 파괴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이 바로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
○ 목차
– 1권
저자 서문
제1부
제2부
– 2권
제3부
옮긴이 후기
○ 저자소개 : 메리 셸리 (Mary Shelley)
1797년 영국의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주의자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생후 며칠 만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재혼했고, 부녀의 돈독한 유대 관계를 질시했던 계모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대신 아버지의 서재에서 무수히 많은 장서를 독파했고, 당대 최고 사상가들과 아버지가 함께 나누는 대화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지적 허기를 채워 나갔다.
열다섯 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 그와 함께 프랑스로 도망쳤다. 1816년 시인 바이런 경, 의사 존 폴리도리, 남편 셸리와 모인 자리에서 괴담을 하나씩 짓기로 약속해 ‘무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1818년에 《프랑켄슈타인》으로 출간됐다.
다섯 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그중 넷이 일찍 사망하는 불운을 겪었고, 1822년 남편 퍼시 비시 셸리가 스페치아 만에서 익사했다. 1816년 여름 이전까지는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1826년 퍼시 비시 셸리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소설 《마지막 남자》를 출간했고, 《로도어》, 《포크너》 등 여러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여러 남성 작가들에게 구애를 받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돌보며 죽을 때까지 ‘메리 셸리’로 남기를 원했다. 이후1848년 발병한 뇌종양으로 인해 1851년 53세의 나이로 부모와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메리 셸리(지은이)의 말
내 작업은 오랜 시간의 고독을 안겨주었다. 또한 인자한 표정을 거둬들이고 환상과 권력으로 상기된 얼굴을 들이밀던 세상으로부터 나를 끄집어내주었다. 독자들은 그 고통스러운 서술과 비통한 변화 속에서 내가 어떻게 위안을 찾을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본성이 가지는 불가사의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내 본성은 나를 완전히 장악해서 내가 그 영향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동안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
– 역자: 김하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말글 에이전시 소속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프랑켄슈타인》, 《최후의 인간》, 《셜록 홈즈의 귀환》, 《세상 끝의 우물 2》 등을 번역했다.
*김하나(옮긴이)의 말
『최후의 인간』은 전염병이라는 전지구적인 재앙을 다루고 있다. 배경은 2100년이라는 미래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재앙에는 과학적.의학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주인공을 비롯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에게는 그저 재앙을 견뎌내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결국 이야기는 재앙을 견뎌내는 과정으로 점철된다.
그 속에서 메리 셸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며, 그로 인해 생성되는 관계와 사회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에 대해 논한다.
○ 책 속으로
– 1권
P. 40 “그의 지위가 그가 가진 가장 작은 장점이라고 말했니? 그의 장점들은 모두 다 그의 지위에서 비롯된다는 걸 왜 모르니. 자, 잘 들어봐. 그는 부유하기 때문에 너그럽다고 불리는 거야.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용감하다고 불리는 거고, 시중을 받기 때문에 다정다감하다고 말해지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라고 해. 영국 전체가 그렇게 믿으라고 해. 하지만 우리는 그를 알아. 그는 우리의 적이야. 우리가 끼니를 간신히 때우며 궁핍하게 사는 건 그의 탓이야.” ―1권
P. 66-67 철학에게 휴전을 선언한다! 진정한 삶이 내 앞에 놓여 있고, 나는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돌진한다. 희망이 나를 이끈다. 명예와 사랑, 그리고 누구도 지탄할 수 없는 야망이 나를 안내한다. 내 영혼은 두려움을 모른다. 달콤하게만 느껴졌던 그 모든 것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현재라는 것에 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라는 것뿐이다. 게다가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높은 염원으로 가슴이 뛰는 게 두렵지는 않았냐고? 아니, 나의 이글거리는 시선은 구름 낀 밤, 깊은 어둠도 관통할 듯했다. ―1권
P. 401 “지옥의 땅에서 얻어낸 사악한 씨앗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이 결코 천국이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계절이 모두 같아지고, 세상의 공기가 무질서를 낳지 않으며, 이 땅에 더 이상 가뭄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질병이 사라질 겁니다. 인간의 욕망이 모두 죽어버리면, 그때 비로소 굶주림이 우리를 떠나게 될 거란 말입니다. 사랑이 증오와 더 이상 흡사하지 않게 되면 그때에야 비로소 인류애가 존재하게 될 거예요. 현재 우리는 그런 미래와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어요.” ―1권
– 2권
P. 28-29 우리의 간절한 질문에 그는 떨리는 입술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 한 단어를 뱉어냈다. 역병이오.
“어디에 말입니까?”
“모든 곳에……. 도망쳐야 하오……. 모두 도망쳐야 해…….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이오? 아무도 답을 줄 수가 없소……. 이 땅에 숨을 곳이란 없소. 그것은 마치 수천 무리의 늑대들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오……. 우리는 도망쳐야 하오. 그대들은 어디로 갈 거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요?” ―2권
P. 91-92 병실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나는 속이 뒤집혀 견디기가 힘들었다. 시신이 실려나가고, 병자들이 새로 들어왔다. 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무심한 얼굴로 손발을 놀리고 있었다. 어떤 병자들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고, 또 어떤 이들은 환각에 사로잡혀 낄낄댔다. 절망스럽게 흐느끼는 사람, 자신을 버린 친구들을 소리 높여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절망과 유기, 그리고 죽음의 화신이 된 듯한 간호사들이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2권
P. 148 어떤 불사의 존재나 필사의 존재가 그 서글픈 행렬에 우리가 참석하려는 걸 막아서겠는가? 인류에게 위안을 안겨주던 희망이 죽어서 무덤에 묻히게 되었는데? ―2권
P. 303 더딘 걸음으로 소리 없이 다가온 역병은, 그들을 예외로 삼지 않았다. 선택받았다는 신자들에게도 역병이 침투했고, 일순간에 그들의 망상을 무너뜨렸다. 교주는 발병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에게는 부정의 비밀을 공유하는 소수의 추종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의 잔인한 계획이 실행되는 것을 도왔다. 그들은 역병이 발병하면, 환자를 눈에 띄지 않게 데려나와 한밤중에 노끈으로 질식시킨 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버렸다. 사라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변명을 꾸며댔다. ―2권
P. 346 그 천국 같은 도피처에서 행복하지 않았냐고? 어떤 친절한 영혼이 우리에게 망각을 속삭여주었다면, 그곳에서 행복할 수도 있었으리라. 길도 거의 없이 깎아지른 듯한 산이 우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황량해진 세상은 멀리 떨어져 보이지도 않았다. 조그만 노력을 보탠다면 세상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울려퍼지고 있다고 충분히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농부들은 여전히 쟁기로 밭을 갈고 있고, 우리는 그저 자유롭게 북적대는 세상을 떠나와 여행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인류의 멸종을 떠올리는 대신 말이다. ―2권
P. 389 그렇게 몇 년을,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니, 그럴 수 있을까? 이제 겨우 25일을 살았을 뿐인데, 이 삶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과거에 우리는 죽음을 두렵게 바라보곤 했다.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죽음 후의 세상을 알 수 없어서? 하지만 나의 외로운 미래는 죽음보다 더욱 험난하고, 더욱 예상할 수 없었다. 나는 지팡이를 부러뜨리고, 그것을 멀리 던져버렸다. 내 삶의 성장을 한 치도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2권
○ 출판사 서평
–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가 쓴 최초의 종말 문학 한국내 최초 번역
인류의 종말이 도래했다. 모두 죽을 운명에 처한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최후의 인간』 (전2권)이 아고라 재발견총서의 첫권으로 출간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후반의 가상 세계에서 원인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고, 따라서 치료법도 없는 전염병이 발생해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가족과 동료를 모두 잃고 그 자신도 전염병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 홀로 남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인간 멸종 또는 지구 종말을 다루는 ‘종말 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우리의 본성이 가지는 불가사의한 부분”을 다루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 메리 셸리는 그리스 비극과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전통 위에 괴기소설의 요소를 결합해, 종말 앞에 선 인간의 고독과 광기를 우아하면서도 충격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설로 그려냈다. 그후 아서 C. 클라크와 스티븐 킹 등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나는 전설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로드』 등 인류의 멸종과 파괴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이 바로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인류의 종말이 도래하다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뀐 2073년 이후의 영국을 무대로 한 이 소설에는 전 (前) 국왕의 아들이자 인류 전체의 평화로운 유대와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는 에이드리언과 그의 여동생 아이드리스, 전쟁 영웅으로서 세계 정복까지 꿈꾸는 야심가 레이먼드, 고아 양치기 출신으로 에이드리언의 호의를 입어 그의 곁을 지키게 되는 라이오넬과 퍼디타 남매, 그리스의 공주였으나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는 에바드네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여섯 남녀의 서로 엇갈린 사랑과 야망, 성장담이 작품의 전반부를 채우며, 후반부에서는 불치의 전염병이 이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자 지구 어딘가 ‘전염병이 닿지 못할 곳’을 찾아 도망치는 과정이 펼쳐진다.
전염을 피해 이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죽음의 신은 언제나 그들보다 한 발 빠르게 도착하고, 차례차례 다가오는 죽음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담함 속에서 사람들은 악랄하고 이기적인 본성과 광기를 드러내고, 사이비 종교에 매달리며, 극도의 절망과 실의 때문에 전염이 되기도 전에 죽어버리기까지 한다. 결국 모두가 죽고 화자인 라이오넬 혼자 남게 된다.
저자 메리 셸리는 스물다섯 살에 남편을 잃고 절친했던 바이런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삶의 동반자들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소설로 재현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기만의 방식대로 유토피아 건설을 바라던 주인공들의 꿈이 정체 모를 전염병에 의해 좌절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프랑스혁명 이후의 당대 사회 현실에서 이성주의와 진보주의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자연보다 인간이 우위에 설 수 있는가?’, ‘완벽한 사회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 추천글
이 책은 메리 셸리의 가장 흥미로운 작품, 또는 그녀의 재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다. – 뮤리얼 스파크 (소설가, 『느릅나무 밑에서의 수업』의 저자)
메리 셸리는 이 책에서 영웅적인 이상적 남성상, 완벽한 부르주아적 가족의 이상, 진보의 과정으로서의 인간 역사에 대한 믿음 등 당대의 모든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 있다. 또한 에이즈와 생화학 전쟁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류 전체를 파괴하는 불치의 전염병을 통해 그린 그녀의 묵시록적 비전은 가공할 만한 울림을 전한다. – 앤 K. 멜러 (UCLA 영문학과 교수)
메리 셸리는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 우리가 특권을 가졌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서양 인본주의에 대한 심오하고 선지자적인 도전이다. – 카리 로크 (캘리포니아대학교 비교문학과 교수)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