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담 자가예프스키 / 문학의숲 / 2012.10.19
– 나와 타인에 대한 의문부호로 가득한 시편들
폴란드 리비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시인이 된 후에도 정부와의 마찰로 고국을 등진 채 외국의 도시들에서 쉼 없이 떠돌아야 했던 ‘영원한 타인’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시집. 그의 시 세계는 쉼 없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부호로 가득하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 불의와 모순으로 가득 찬 거대한 세상을 방랑하는 이방인, 역사 속에 실종된 개인이 안고 있는 존재에 대한 고민, 더불어 인간의 삶에 내재되어 있는 역동성과 다양성에 대한 찬미가 씨실과 날실처럼 시 속에 관통되어 있다.

○ 목차
일인칭 복수형으로
독자에게 온 편지
신세계
철학자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다수에 대한 찬가
. . .
5월에
새로운 경험
이민자의 노래
힘
저녁 무렵, 이성理性에게 띄우는 엽서
미래
과거에
거리의 한 귀퉁이에서
잘 모르던 어느 여인의 죽음에 부쳐
과일
프란츠 슈베르트의 기자 회견
나방
책을 읽으며
한밤에 부는 바람
고딕
르부프로 간다
나
집중을 흩뜨리지 말라
델프트 풍경
고요
세 개의 음성
프리드리히 니체와의 대화
밤
실재實在
역사 소설
캔버스
돌
나는 아직 시 속에 존재할 수 없으니
낯선 도시들에서
자장가
사물들의 삶에서
일렉트릭 엘레지
카르멜리츠카 거리
삼왕
암스테르담 공항
세 천사
중국 시
열대식물원
베르메르의 어린 소녀
야만인
어느 피아니스트의 죽음
초보자를 위한 신비주의
방
긴 오후들
여름의 절정
장학생 숙소
천천히 말해도 돼
자화상
두우가 거리
포텡가 극장
무지개
가치가 있었을까
별
그대와 함께 듣던 음악
불가능한 우정
대화
영혼
저녁 무렵 새가 노래한다
미워시를 읽다
늙은 마르크스
거대한 배들
균형
평범한 인생
낯선 도시에서
2004년의 마지막 날
함께 듣던 음악
누군가 오르간을 조율하고 있다
왕국들에 관해
피아노 레슨
가족이 살던 집
벙어리 도시
비행기에서의 자화상
불가능한
1월 27일
종점
당신이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
위대한 시인이 세상을 떠나다
메타포
사진 찍힌 시인들
얼굴
시를 쓴다는 것
아버지는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피아노 조율사
자화상
사진을 본다
어머니에 대하여
추억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
해설 피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진실을 열망하는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ㆍ최성은
에세이 뒤늦게 오는 아픔ㆍ박형준
출전

○ 저자소개 : 아담 자가예프스키 (Adam Zagajewski)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체스와프 미워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를 잇는 대표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한국의 고은 시인과 함께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45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가족과 함께 새로운 땅으로 추방당한다. 이후 그는 영원한 이방인, 자기 자신까지도 타인으로 느끼는 삶에 지배당한다. 고향상실과 독재 정치는 자가예프스키의 시 세계에 깊이 파고들었다. 공산사회의 실체를 폭로한 ‘크라쿠프 뉴웨이브’, 곧 1968년 전후로 등단한 작가단체인 ’68세대’의 중심인물로 유명해지지만 그의 작품은 곧 금서 목록에 오른다. 그러나 정치적인 상황보다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상황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억압받는 자의 고독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한다. 현재 문학가들 중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렬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 역자 : 이지원
1974년에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로인스키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포즈난의 아담미츠키에비치 대학교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와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책 연구자, 큐레이터, 폴란드어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위쳐」 시리즈, 야누시 코르차크의 『마치우시 왕 1세』, 『스타니스와프 렘』(공역), 그리고 『파란 막대 · 파란 상자』, 『두 사람』, 『시간의 네 방향』, 『블룸카의 일기』, 『작은 발견』, 『잃어버린 영혼』,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생각하는 건축』, 『상상하는 디자인』, 『꿈꾸는 현대 미술』, 『표현하는 패션』, 『아이디어 정원』, 『꿀벌』, 『나무』 등의 폴란드 그림책을 우리 말로 옮겼다.
– 역자 : 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폴란드어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1997∼2001),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안녕하세요, 교황님』, 『동유럽 신화 이야기』 가 있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쿠오 바디스』, 『끝과 시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고슴도치 아이』, 『타데우시 루제비츠 시선집』 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인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의 시와 김영하의 소설을 폴란드어로 번역하여 폴란드에 소개하기도 했다.
저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안녕하세요 교황님』(바다출판사, 2004), 『세계의 소설가 II-유럽·북미편』(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3) 등이 있고, 역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명상시집-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따뜻한 손, 2003), 『고슴도치 아이』(보림출판사, 2005), 『쿠오바디스 I, II』(민음사, 2005), 『끝과 시작-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문학과지성사, 2007), 『판 타데우시』(공역: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5), 『비단 안개-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폴란드어 번역, Dialog, 2005),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도서출판 강, 2005), 『코스모스』, 『태고의 시간들』, 『충분하다 ― 쉼보르스카 유고시집』, 『읽거나 말거나 ― 쉼보르스카 서평집』, 『흑단』,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다.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 『흡혈귀 – 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그 외에 「폴란드 문학을 통해 살펴본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양문학 속의 동양문화 열풍」, 「폴란드 콜롬부스 세대와 윤동주의 저항시 비교연구」, 「폴란드 사회주의리얼리즘 시에 나타난 한국전쟁」, 「폴란드 현대시에 나타난 일본 시가 하이쿠의 영향」, 「타데우쉬 루제비츠의 시에 나타난 전쟁의 상흔과 정체성의 회복」,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치 비트키에비츠의 ‘작은 저택에서’와 이근삼의 ‘원고지’에 나타난 탈리얼리즘적 표현기법 비교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책 속으로
P.26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타인에 의해서만 구원이 있다…)
P.64
고요
거대한 대도시에도 이따금 고요가 깃들어
바람결에 실려 온 지난 해 낙엽이
소멸을 향한 끊임없는 방랑을 지속하며
보도에서 뒹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고요와 낙엽…)
P.68
밤
너는 단지 죽었을 뿐이니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리.
너는 항상 아홉 살일 테니
마지막으로 산에서
널 보았던 그 순간처럼.
P.26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 출판사 서평
– 아담 자가예프스키 시선집
미국 9.11 테러 직후 상처 입은 전 세계인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한 편의 시가 2001년 9월 24일자 「뉴요커」에 실렸다. 바로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라는 작품으로, 9.11 테러가 발생하기 1년 반 전에 예감처럼 쓰인 시다.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명성을 이으며 현재 폴란드 문단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자가예프스키는 한국의 고은 시인과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에 문학의숲 세계숨은시인선 세 번째 시집으로 출간된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시집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학과장인 최성은 교수와 같은 학교 이지원 강사가 번역을 맡아 총 96편의 시를 묶었다. 그리고 박형준 시인이 일상성에서 근원적 아픔을 발견해내는 자가예프스키에 대한 에세이를 써 주었다.
○ 추천글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저자): 자가예프스키는 탐미주의자가 아니다. 시에는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 아름다움을 진실보다 우선시하는 작가에게 화 있을진저!
데릭 월컷: 자가예프스키의 시들은 당신을 고요히 소유한다. 제자리에 서 있는 기차의 고요함, 하지만 엔진은 맥박처럼 뛴다. 그의 시 속에는 언제나 음악, 아니면 음악의 잔향이 있다. 그것은 황폐화된 이 추악한 세기의 한 구석,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목소리이다.
조지프 브로드스키 (시인,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자가예프스키의 시에서처럼 시의 뮤즈가 이렇게나 명료하게, 그리고 격정적으로 노래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문 일이다. 클리오(역사의 뮤즈)와 에우테르페(서정시의 뮤즈)의 강렬한 대화를 두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다.
메리 올리버 (퓰리처상 수상 시인): 네루다와 밀로즈,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놀라운 목소리는 이 둘뿐이었다. 이제 우리는 아담 자가예프스키를 얻게 되었다. 산뜻하고 서정적인 명징성에만 치중하게 된 시문학에서, 그는 이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관점 모두에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보건대 그는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하고 진정성 있는 대표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장 인상적이고 의미 있는 시인이다.
애덤 키어시 (미국 시인): 오늘날 어떻게 시인이, 그것도 지적이고 진지한 시인이 신비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찰스 시미치 (세르비아 시인): 자가예프스키의 시는 시각적으로 풍성하고 놀라우리만치 신선하다. 그의 시문학과 사고는 제대로 보는 법에 대한 앎과 관련된다. 그의 시는 저마다의 고유한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세계를 언뜻 엿보는 귀중한 순간을 찬양한다. 없어서는 안 될 시인이다.
필립 보엠 (미국 번역가): 자가예프스키의 시는 우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모든 일상적인 위협에서, 우리를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믿게 만드는 모든 것에서 끌어내 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