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탈유럽의 세계문학론 : 제1차 세계대전과 세계문학의 지각변동
김준환, 프랜 브레어튼, 스티븐 스펜더, 손석주, 사이먼 페더스톤 외 / 글누림 / 2020.8.31
– 지구적 세계문학론으로 가는 길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빚어진 근대성에의 환멸은 유럽 바깥에서는 한층 강화되었다. 타고르, 마르티, 두보이스뿐만 아니라 염상섭, 까르펜티에, 세제르 등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이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였고 과거의 틀로는 더 이상 이 지구를 설명하거나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과 유럽 바깥에서의 이러한 문학적 흐름은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을 초래하였고 이제 과거의 근대세계문학은 그 자리를 미래의 현대세계문학에 넘겨주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세계문학의 이러한 지형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낯익은 것은 모더니즘론이다. 이전의 리얼리즘으로는 더 이상 이 세계를 재현할 수 없기에 새로운 모더니즘의 방법이 대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우 낯익은 설명은 유럽 중심부 내에서의 미적 재현의 변화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럽 바깥의 세계에서는 부합되지 않는다.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이동으로 이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을 설명하려고 하는 이 노력은 유럽중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유럽의 잣대로 유럽 바깥까지 보려고 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유럽과 유럽 바깥에 걸쳐 진행된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의 전체상을 맑은 눈으로 들여다보고 설명하는 자세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에 갇힌 기존의 지적 관행을 거부하고 지구적 차원의 미적 감수성의 변화를 새로운 틀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차츰 살려 확장하게 되면 구미중심적 세계문학론에서 벗어나 지구적 세계문학론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 목차
제1부 유럽
김준환 제1차 세계대전, 베르사유조약과 “유럽의 발칸화”에 대한 엘리엇의 진단과 처방
프랜 브레어튼 W. B. 예이츠: 갈등에서 창조로
스티븐 스펜더 “D. H. 로렌스, 영국, 그리고 전쟁”
제2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손석주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본 타고르의 작품 세계
-『내셔널리즘』을 중심으로
사이먼 페더스톤 제1차 세계대전 식민지 시(Colonial Poetry of the First World War)
김재용 구미 근대 비판으로서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제1차 세계대전, 3?1운동 그리고 한국현대문학
이재연 해부, 3층집, 제1차 대전 이후의 세계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다시 읽기
고명철 제1차 세계대전의 시계(視界)를 통해 본 조명희의 문학
김창호 제1차 세계대전과 중국의 동서 문화논쟁
곽형덕 제1차 세계대전과 일본문학
-오가와 미메이와 구로시마 덴지를 중심으로
이상경 제국의 용병 혹은 식민지의 선물?
-제1차 세계대전과 사로지니 나이두의 시 「인도의 선물」
양석원 아프리카의 “고통과 약속”-두보이스와 제1차 세계대전
조혜진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라틴아메리카의 사상
-호세 마르티와 호세 마리아테기를 중심으로
○ 저자소개 : 김준환, 프랜 브레어튼, 스티븐 스펜더, 손석주, 사이먼 페더스톤 외 8명
– 김준환 (金埈煥)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 미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현대 영, 미시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Out of the “Western Box”: Towards a Multicultural Poetics in the Poetry of Ezra Pound and Charles Olson(2003, Peter Lang), 『탈식민주의: 이론과 쟁점』(공저),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 미시』(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 캐롤 앤 더피의 『세상의 아내』, 테리 이글턴의 『낯설 사람들과의 불화: 윤리학 연구』, 이글턴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 이글턴, 프레드릭 제임슨, 에드워드 사이드의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이 있고, 논문으로는 「김기림의 반-제국/식민 모더니즘」, 「영, 미 모더니즘 시와 한국 모더니즘 시 비교연구: T. S. 엘리엇과 김기림」, 「네그리뛰드와 민족주의: 셍고르와 쎄제르」 등이 있다. 현재 『지구적 세계문학』(글누림)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사는 영어로 쓰인 현대 영시, 영시와 한국시 모더니즘 비교연구, 지구적 모더니즘, 세계문학 등으로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선 모더니즘과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스티븐 스펜더 (Stephen Spender)
수필가, 시인, 오페라 작사가 스티븐 스펜더는 영국의 시인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재학 중에 오든, 데이 루이스 등과 함께 사회적 의식이 강렬한 시를 써서 일약 유명해졌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서정적인 시풍을 지녔고, 이따금 허술하게 보이는 시의 연이 오히려 성실한 시인으로 느끼게 한다.
그의 『시집』은 1930년대 문학사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극 『재판관의 심문』과 비평 『파괴적 요소』 등은 첨단적인 정치적 주제를 추구한 것이다.
– 프랜 브레어튼 (Fran Brearton)
1998년 더럼(Durham) 대학교에서 『갈등에서 창조: 아일랜드 시에 나타난 세계대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북아일랜드의 퀸즈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의 주요 관심사는 제1차 세계대전기의 문학과 문화, 20세기 전쟁 문학과 모더니즘 전반에 대한 것이다. 주요 저서로 『아일랜드 시에 나타난 세계대전: W. B. 예이츠부터 마이클 롱리까지』(The Great War in Irish Poetry: W. B. Yeats to Michael Longley), 『마이클 롱리 읽기』(Reading Michael Longley)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사이의 세계에서: 북아일랜드의 시」(In a between world’: Northern Irish Poetry) 외 다수가 있다.

○ 출판사 서평
– 지구적 세계문학론으로 가는 길
프랑스 대혁명과 영국의 공업혁명 덕분에 이성과 진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된 유럽이 자신들이 인류와 세계의 문명화를 주도할 주체임을 안팎으로 주장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아편전쟁이었다. 계몽주의가 한창일 때에도 유럽의 지식인들은, 볼테르에게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처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 대해서 우월감을 갖지 못하였는데 아편전쟁의 승리를 통해 중국을 압도하면서 유럽중심주의의 사상을 갖게 되었다. 전 유럽은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속에서 전 지구를 분류하였고, 개별 유럽 국가들은 내셔널리즘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세계를 분할하였다. 1870년 프러시아와 프랑스간의 전쟁이 발발하고 독일이 통일되면서 더 이상 유럽 지역 내에서의 영토 팽창이 어렵게 되자 유럽 바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제한된 땅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잦은 충돌이 생기게 되자 전쟁을 막기 위하여 1884년 베를린에서 모여 아프리카를 분할하는 모임을 갖게 되는데 이는 유럽 제국주의 팽창의 위태로운 모습의 노출이었다.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은 유럽이 성취한 근대가 제국적 확산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그 문제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를 대상화할 정도로 거리를 가지지는 못하였다. 특히 유럽의 바깥에서 들어오는 재부를 일상에서 향유하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유럽의 주변부에서 이 제국주의적 팽창을 직간접으로 겪는 이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아일랜드의 예이츠, 폴란드의 콘라드, 체코의 카프카 등 유럽 팽창의 주변에서 불평등을 체감하던 작가들은 제국주의적 근대성의 위험을 내부적으로 감지하고 작품화하였다. 유럽의 제국주의적 근대성의 위기를 파악한 작가들은 비단 유럽 주변부에 그치지 않았다. 유럽 바깥의 작가와 지식인들 중에서도 새로운 재현의 방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들 비유럽의 작가들은 한때 유럽의 근대에 매혹되어 추종하였던 이들이다. 유럽의 근대가 보여준 눈부신 광채에 눈이 멀어 자신이 몸담은 세계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면서 유럽을 따라잡는 것에 부심하였다. 유럽이 내세웠던 이성과 진보를 인류가 해방되는 길이라고 믿었던 이들은 무한한 동경으로 맹종하였다. 하지만 베를린 회의로 상징되는 유럽 열강들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목격하면서 차츰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과연 유럽의 근대성이 인류의 해방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근대성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하였고 차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도의 타고르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출신의 두보이스 그리고 미국을 통하여 유럽의 근대성이 가진 위험을 알아차렸던 라틴아메리카의 호세 마르티 등은 그 선구적인 작가들이자 사상가였다.

유럽 주변부와 유럽 바깥에서의 작가들이 감지한 유럽근대의 위기를 정작 유럽 당사자들은 강하게 느끼지 못하였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기는 하지만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 채 익숙한 삶을 지속하였다. 막연하게나마 문제점을 보기도 했지만 유럽의 근대가 성취한 것에 도취되어 있기에 근대 바깥에 대한 다른 상상력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막연한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다. 유럽 열강들의 유럽 바깥 지역의 분할 경쟁은 결국 전쟁으로 치닫고 말았다. 신사적 조정을 통하여 이를 극복하기에는 자본과 내셔널리즘의 힘이 너무 강하였다. 제1차 대전의 발발은 유럽 근대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이 사태에 가장 충격적으로 반응한 이들은 유럽 중심부의 작가와 지식인들이었다. 전쟁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초기의 내셔널리즘적 흥분이 가라앉자 전장의 참상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이성과 진보의 유럽의 근대를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되면서 작가와 지식인들은 혼란 속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갔다. 영국의 엘리옷과 로렌스가 그러하였고, 프랑스의 발레리와 프루스트 그리고 초현실주의자들이 이를 따랐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빚어진 근대성에의 환멸은 유럽 바깥에서는 한층 강화되었다. 타고르, 마르티, 두보이스뿐만 아니라 염상섭, 까르펜티에, 세제르 등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이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였고 과거의 틀로는 더 이상 이 지구를 설명하거나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과 유럽 바깥에서의 이러한 문학적 흐름은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을 초래하였고 이제 과거의 근대세계문학은 그 자리를 미래의 현대세계문학에 넘겨주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세계문학의 이러한 지형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낯익은 것은 모더니즘론이다. 이전의 리얼리즘으로는 더 이상 이 세계를 재현할 수 없기에 새로운 모더니즘의 방법이 대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우 낯익은 설명은 유럽 중심부 내에서의 미적 재현의 변화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럽 바깥의 세계에서는 부합되지 않는다.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이동으로 이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을 설명하려고 하는 이 노력은 유럽중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유럽의 잣대로 유럽 바깥까지 보려고 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유럽과 유럽 바깥에 걸쳐 진행된 세계문학의 지각변동의 전체상을 맑은 눈으로 들여다보고 설명하는 자세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에 갇힌 기존의 지적 관행을 거부하고 지구적 차원의 미적 감수성의 변화를 새로운 틀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차츰 살려 확장하게 되면 구미중심적 세계문학론에서 벗어나 지구적 세계문학론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